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가작 기태의 둥지

2014.12.01 03:5712.01

며칠 전 친구들과 읍내에 갔을 때 다 같이 들어갔던 미용실에서 손질했던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미용실은 아이들 사이에서 그런대로 유명했고 다들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어딘가 어색했다. 몇 친구들에게 살짝 물어봤지만 다들 예쁘게 나왔다고 하니 더는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방에 앉아 거울을 이리저리 틀어도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일 올지 모르는데 어쩌지

 

휴가철이나 명절이면 으레 친척들이 몰려왔다. 신혼이었던 작은고모내외는 항상 값비싸고 귀한 타지 먹거리를 챙겨오셨다. 물론 다른 친척들도 지역 특산물이나 여러 가지를 준비해 오셨지만, 과일 하나하나까지 야무지게 골라오는 고모내외의 감각은 오랜 세월을 통해 친척들 사이에 검증되었다.

그렇게 식구들이 모이고 나면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어른들끼리는 모여앉아 시시껄렁한 정치토론을 하거나 밭일을 하러 가시는 등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적어도 한가하게 누워서 부채질이나 하는 것이 쉬는 것이라 여기는 내 생각은 모두에게 들어맞지 않았다. 대부분 농사일에 일가견들이 있어서 철마다 처리해야 할 일거리를 능숙하게 끝내놓는 일이 많았다. 엄마를 포함한 여자들은 이 대식구의 식도락을 위해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없었지만 항상 큰소리로 웃고 떠드는 모습만 보였다.

반면에 아이들은 부모들의 통제를 살짝 벗어나 저들만의 놀이시간을 가졌었다. 나와 둘째 작은아빠의 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남자아이들로, 나는 어려서부터 줄곧 남자아이들의 성장기 변천사를 자연스럽게 지켜보았다. 신기한 장난감을 놓고 싸우다가 울고서 불과 몇 분 만에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어울리던 아이들의 모습은 해가 거듭되면서 각자의 개성이 도드라져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내 앞에서 벗은 몸을 보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던, 아이들 중에 가장 연장자인 사촌오빠는 어느 때부터서는 제법 듬직해진 모습을 보이고 다른 동갑내기 사촌은 내 앞에서 수줍어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사촌 둘은 서로 사이가 나빠져 그중 하나는 친척들 모임에 점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한 소극적인 태도는 친척들 사이에 입방아를 놓기에 좋은 구실이 되었다.

사촌오빠의 군대 영장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대하기 전에 인사차 들른다고 했다. 고모부와 함께 온 사촌오빠의 얼굴엔 어린 시절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한층 성숙해버린 눈빛이 신기했다. 둘만 온 것이 아니었다. 덩치가 커진 사촌오빠와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는 고모부의 뒤로 체격이 비슷한 다른 남자가 있었다. 어마르였다. 고모부의 안내로 어마르는 나를 비롯한 집안 식구들의 수많은 눈을 의식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정중한 모습으로 인사를 했다.

 

고모부의 회사에 일개 잡부로 들어와 수년간 헌신적으로 일하던 그의 아버지가 심각한 부상을 얻어 모선(母船)으로 돌아가고 얼마 뒤 자신의 아들을 보냈다. 고모부는 눈에 띌 정도로 성실한 그를 거두는데 주저할 까닭이 없었다고 하셨다. 어마르는 대개 자신들만의 자존감으로 지구의 이름을 갖는 것을 꺼리는데 반해 그는 고모부의 성과 이름을 받아 심기태라고 불렸다. 고모부는 심기태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운지에 대해 친척들 앞에서 수 없이 얘기를 꺼냈다. 친척들은 이 어마르청년과의 벽을 허물어 우리내 사람으로 이어지기까지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 사안에 대한 논점을 만들고 싶지 않는 눈치를 보였지만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어마르를 신뢰하기란 상식적으로 어려운 까닭이었다. 오로지 고모부의 성품 하나로 심기태를 수용하는 모습들이었다. 심기태는 밭에 가거나 장을 볼 때도 고모부만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자신과 다른 식구들끼리의 어색한 자리가 생기지 않도록 능숙하게 대처했다.

 

사촌들은 저들만의 생활과 갖은 이유로 친척들 모임에서 하나 둘 모습을 감춰갔다. 아마도 가족사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어마르가 탐탁하지 않은 이유도 다분히 작용했을 것이다.

변함없이 즐거운 어른들과 달리 내 주변이 적적해질 수 있는 때에 사촌들을 대신한 사람은 심기태였다. 실질적으로 심기태는 머무는 동안에 오로지 고모부와 행동을 함께하므로 작은 대화도 나누기 어려웠다. 밥 먹을 때 붙여놓은 거대한 밥상을 돌며 수저를 놓으면 심기태만이 안절부절못하며 두 손으로 받았다. 눈은 마주치자마자 얼른 떨구었다.

고맙습니다.”

기태야 네가 두 살이나 많어야. 오빠해라.”

남은 수저를 그러쥐고 돌아가며 심기태의 얼굴빛깔이 숯불처럼 벌겋게 타들어간 것을 볼 수 있었다. 음식 맛을 알고서나 먹는 것인지 서툰 젓가락질을 하면서도 시선은 어딜 향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고모부만이 밥 먹는 그의 어깨를 대견하다는 듯 어루만졌다.

 

냉장고에서 꺼낸 수박을 잔뜩 썰어 뚜껑 사라진 아이스박스에 담고 그것을 또 외발수레에 담아 집밖을 나섰다. 멀찍이 도랑 너머에서 예초기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누군가가 잠시 허리를 펴다가 우뚝 멈췄다. 그의 불안한 시선이 경사가 제법 만만치 않은 비탈길을 위태롭게 내려가려는 나를 보는 것을 알았다. 뭐라 손짓을 하며 소리를 질러왔지만 알아듣긴 어려웠다. 혹시나 아이스박스를 길 위에 엎어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할까봐 나는 완만하지만 몇 집을 돌아가는 안전한 행로를 택했다. 손짓을 했던 사람은 품앗이 중이던 동네 아저씨였고 그는 내게 안전하게 돌아서 오라는 손짓을 한 것을 늦게야 알아챘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의 뜻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쉽사리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체격이 크지 않은 심기태가 가장 아랫집 담장 옆에서 불쑥 나타났다. 내가 안심이 되지 않아서 고모부가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우리내 사람들과는 달리 몸놀림이 다람쥐 같은 어마르의 특성을 최대로 살려 그가 빠르게 달려왔다. 양쪽으로는 담장 뿐이었고 파란 하늘과 마른 땅, 그 사이에 수레를 미는 나와 심기태 뿐이었다.

심기태가 뭐라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하며 수레를 달라는 시늉을 했다. 나와 심기태는 서로 눈을 마주하지 못하며 어색하게 수레를 주고받았다. 마치 같은 극을 향한 자석들처럼 일정거리 안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지만 심기태의 손이 바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목덜미에 걸쳐졌던 수건이 주르륵 흘러 땅에 떨어지는 것도 피하지 못하고 밟아버렸다. 땀에 잔뜩 절어버린 수건에 마른 먼지가 콩고물처럼 덕지덕지 묻어났다. 내가 몸을 굽혀 수건을 주워들고 털어내려 하자 심기태가 맞은편을 붙들었다.

주세요 오빨아야 되는데.”

내 몸에 익숙한 수레를 심기태가 쥐고 내려갔다. 누구보다도 몸이 날랜 그가 수레를 어설프게 몰고 가는 이유는 외발수레여서 뿐만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점차 멀어지던 심기태는 큰 길을 가로지를 때 달려오던 이장님의 트럭을 보지 못해서 차창을 열고 지르는 고함소리를 들어야 했다.

 

평상시와는 너무도 달리 TV소리를 크게 키우신 아빠는 다른 식구들의 새벽꿀잠을 방해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못하셨다. 혀끝을 차며 화면을 뚫어져라 보시는 아빠의 어깨너머 화면 하단엔 어마르 집단분신이란 문구가 커다랗고 빨강색으로 박혀있었다.

기어이 터졌네 터졌어.”

새벽시간을 틈타 서울역광장과 구로동, 안산과 시화 등에서 어마르들이 일제히 폭동을 일으켰다고 한다. 자료화면에선 뒤집힌 경찰차량이나 계엄군에 쫓기는 어마르들이 손에 잡히는 대로 돌을 집어던지면서 저항하거나 주유소에 불을 지르는 등 극단적인 폭력이 자행되고 있었다. 아빠는 시계를 한 번 보시고는 고모부에게 전화를 해보라 말씀하시더니 직접 버튼을 누르셨다. 한참 만에 전화를 받으신 고모부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난립니다. 난리! 어제 까지만도 같이 일하던 새끼들이.”

심서방도 일단 피신부터 해!”

안 그래도 아까 전에 소식 듣자마자 현장에 가지 말라고 전화 싹 돌렸습니다.”

저기, 그 기태는?”

모르겠습니다. 어젯밤 PC방 간다고 나간 뒤로 전화도 안 받네요.”

지네 족속들하고 합류한 거 아니겠어?”

예 형님저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기태는.”

아빠는 다른 채널을 돌려보셨지만 정규방송까지 온통 뉴스속보 뿐이었다. 한 국제부기자는 어마르 토착민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일본의 상황을 전하며 이들은 자신들의 기본권을 주장하는 한국내의 어마르를 지원하기 위해 갖은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한국에 몰려들 것이며, 공항과 항구 등에서 대규모 충돌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자료화면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아챈 아빠는 채널을 다른 뉴스전문채널로 돌리셨다. 안산에서는 어마르들이 미리부터 준비해두었던 사제총기로 무장한 채 계엄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뉴스는 처참한 광경을 미처 거르지 못한 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나치게 잔인한 모습을 염려한 아빠가 TV를 끄기 전에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기태오빠는 어디로 간 것일까? 무사하긴 할까?

마을회관 스피커가 내는 소음에 동네 개들이 소리를 길게 뽑아 짖어댔다. 이쯤 되면 진짜구나. 새벽에 꾼 악몽이 아니구나.

-- 어마르가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금일엔 가급적 외출이나 바깥일을 삼가시고.”

 

며칠 째 진전 없는 뉴스가 이어졌다.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교전으로 넝마가 된 어마르 시체를 끌고 가는 계엄군의 모습이 모자이크로 처리되어 보여주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은 원래의 그림을 기억하고 있었다.

현장 주변 상황 때문에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던 고모부는 지방에 아파트건축 수주문제로 내려가신 김에 먼 거리를 돌아 안부도 물을 겸해서 집에 들르셨다. 역시나 혼자 오셨고, 오시자마자 아빠를 만나 예상 가능했던 대화를 나누셨다. 어차피 일이 더디니 이참에 좀 쉬고 가라는 아빠의 부탁을 애써 사양하시면서 고모부는 나를 잠깐 보자 하셨다.

너 혹시기태를아니지?”

끝내 아무 말도 않는 내게 고모부는 말씀하셨다.

혹시나 무슨 마음이 있거든 얼른 접어야 한다. 그놈전부터 너에 대해 여러 가지 묻더라. 큰놈 군대 보내고서 방은 항상 그대로 뒀는데, 글쎄 기태 그놈이 큰놈 책상 주변을 기웃대다 나오는 걸 본거야. 무슨 잘못하다 들킨 놈처럼 행동하는 게 좀 수상해서 살펴보니까 책상 위에 큰놈이 적어서 붙여놓은 니네들 연락처하고 메일주소가 있더구나.”

고모부가 출발하시자마자 얼른 컴퓨터를 켰다. 읽지 않은 메일이 수백 개. 평소에도 메일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관리하지 않아 스팸메일이 넘쳐났다. 필요 없는 메일들을 전체로 묶어 버리다가 두 번째 칸 그중에 아이디가 kitesim을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날짜도 역시 폭동이 있기 전날 밤. 틀림없었다. 무슨 조화일까. 심장이 진정되지 않았다. 시간상 아무도 방해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새기고 메일을 열었다.

나기태 며씰 있다가 갈개 복오시퍼

 

인구밀도 자체가 낮은 오지마을이기 때문인지 전쟁 상황은 TV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읍내 정도만 나가도 통제하는 군인들로 정신이 없다는데.

바깥세상의 어수선함에 아랑곳없는 우리 동네는 몇 가구 되지 않는 집들이 언덕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있고, 마을 전면을 가로지르는 길 위 양쪽으로 둘러쳐진 도랑엔 여전히 맑은 물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리고 도랑이 중간에 꺾어진 지점부터 읍내까지는 아득하게 뻗은 큰길이 있었다. 늦는 아빠를 기다리거나 명절의 친척들을 기다릴 때 으레 동네 뒷산으로 가면 대나무에 가려진 집들 뒤로 멀리 뻗은 큰길을 당연히 지켜보게 되었다. 자동차 불빛과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자동차를 보면 아빠임을 직감으로 알아채고 달려 내려가곤 했었다.

 

나는 들고 온 손거울에 머리를 비춰보았다. 가까이서 보면 머리모양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늘쯤 올까? 뭘 타고 올까? 처음에 뭐라고 얘기를 할까?

막연히 뒷산에 올라 큰길 내려다보기를 사흘째 되던 날 심기태를 만날 수 있었다.

심기태는 내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몰골로 나타났다. 그냥 봐도 며칠 째 밥 구경을 못한 듯 말라버린 몸으로 뒷산 풀숲에서 스륵스륵 모습을 드러냈다. 옷은 온통 너덜너덜 찢겨버린 채 온전한 곳이 없었다. 심기태는 서툰 웃음을 한 번 보이고는 산소에 기대 잠시 쉬어야겠다고 말하고서 이내 코를 골았다. 나는 심기태를 산소 옆에 그대로 누이고 집으로 달려 내려가 밥통과 냉장고를 빠르게 뒤져서 도시락 하나를 채웠다. 그리고 보온병에 찬물을 담고 수저를 챙긴 뒤 재빠르게 집을 빠져나와 뒷산으로 달려 올라갔다.

 

젓가락에 으깨져 붙은 밥알 하나까지 야무지게 먹어치운 뒤 찬물을 벌컥대며 마셔버린 심기태는 그제야 원래의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빠. 메일 봤는데어떻게 된 거에요?”

나는 어마르도 맞아. 지구인도 맞아. 그런데 나는 싸움 싫어. 잡혀갔어. 매도 맞고 정신개조도 했어. 그래도 싫었어. 탈출하고 화물트럭 훔쳐 탔어. 검문 뚫었어. 많이 걸어왔어.”

나는 이미 조금은 알고 있었다. 고모부와 함께 일하다 사고를 당해 불구의 몸으로 모선(母船)에 돌아간 심기태의 아버지 그리고 심기태의 어머니는 몸 파는 지구인 여자라는 것. 심기태는 친부보다 고모부를 더 아버지처럼 여긴다는 것. 대다수가 책임감 없는 삶을 사는 어마르의 아버지들은 몸이 상하면 생명의 불꽃도 동시에 약해졌다. 심기태의 친부는 반란군에서 탈출한 자신의 아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관심 또한 없을 것이다.

 

심란했다. 이젠 뭘 해야 하지? 심기태는 수줍어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해냈다. 나는 심기태의 부자연스러운 말을 끈기 있게 경청해 주었다. 그리고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피하다보니 대나무 숲 너머 큰 길에서 달려오는 자동차 뒤로 피어나는 먼지도 보았다.

고모부의 큼직한 갈색 작업화가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담장 밖 공터에 세워진 차들 중에 고모부의 차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도시락을 숨기고 부엌으로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설거지를 했다. 큰방 문이 열리고 헛기침을 하며 나오시는 분이 고모부임을 알 수 있었다. 고모부는 툇마루에 걸터앉으시고는 언제나처럼 큼직한 슬리퍼를 찾으실 것이다. 마당에서 잠깐 담배 피우시기엔 작업화가 신기 불편하실 테니까. 뒤따라 나오시는 아빠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시지만 기꺼이 함께하실 것이다.

고모부 오셨다.”

얼른 물을 받아 끓이고 굳은 설탕을 스푼으로 쪼개 부수어 두 숟갈씩 똑같이 담아 커피를 두 잔 만들어 내갔다. 옆모습으로 보이던 아빠가 고모부에게 뭐라 말씀을 하셨지만 내겐 들리지 않았다. 아직 돌아서지 않은 고모부의 등에 대고 인사를 해야 했다. 고모부는 몸을 돌려 커피를 받으면서 나를 불편하게 보셨지만 말씀은 없으셨다.

여기서 보이겠습니까 형님?”

아빠의 하는 둥 마는 둥한 대답을 끊고 회관의 확성기 소리가 소음을 냈다. 평상시와는 너무도 다른 자극적인 내용을 방송하는 터라 이장님의 성량은 들어주기 힘들었다. 동네 개들이 제각기 짖어대기 시작하고, 곧이어 그 모든 소음을 내리누르는 무지막지한 굉음이 어딘가에서 몰려왔다. 너무도 놀란 나는 쟁반을 놓쳐버렸고 아빠와 고모부는 나를 잡아끌다시피 안방으로 데리고 갔다. 부축을 받으면서 고개를 돌려보니 산자락 너머서부터 나타난 군용기편대가 한 방향으로 일제히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형님! TV가 낫겠습니다!”

실시간 뉴스채널에서는 새롭게 입수된 잔혹한 시가전 상황이 펼쳐졌다. 서울시내 고층빌딩마다 상층부를 점거한 어마르들이 가치 없어진 인질들을 빌딩 밖으로 밀어 던지고 더러는 백기를 흔들거나 저들끼리 충돌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였다. 화면이 전환되자 군용기에 동승한 취재기자가 흔들리는 화면으로 촬영한 어마르의 거대 모선을 볼 수 있었다. 수도권에서는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을 만큼 대기권 안쪽으로 바짝 접근해 온, 모든 것을 압도하는 거대한 구체 주변에 수 십대 군용기가 날아들며 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도본부에 나온 군 관계자가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도록 앵커는 최대한 발언을 아꼈다.

군에서 사전 조사한 바로는 어마르의 공격력 수준이 높지 않습니다. 현재처럼 모선을 근접시킨다는 것은 에- 말하자면 자신들이 보여주는 가장 큰 시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공군에서는 대기상태를 유지하면서 에- 지상의 반란군을 무리 없이 진압하는 작전이 가장 효율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네 물론 더 이상의 접근은 막아야지요. 일정 선 안으로 근접한다면 사령부에서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마가 파를 써시다가 모자랐는지 뒤뜰로 대파를 뽑으러 가신 틈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도시락에 얼른 밥을 푸고 총각김치 두 쪽을 그 위에 눌러 담았다. 그리고 냉장고에 며칠 전부터 들어있던 드링크제를 두 병 뺐다. 나무젓가락이야 툇마루 한 쪽에 수북한 신문더미 아래에 있는 것을 가져가면 된다. 잠깐이라도 지체했다가는 엄마가 분명히 파 껍질을 까라고 하실 것이 분명하다.

엄마~! 나 배가

마을엔 버려진 폐가가 여러 채 있다. 그중에 뒷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심기태를 숨겨두었다. 워낙에 낡고 헤져 모험심 많은 동네 아이들도 감히 낮에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으스스한 집이었다. 가장 작은 방 구석에서 몸을 기대고 누워있었을 심기태가 다 떨어진 문틈으로 눈만 내놓고 지켜보다가 안심하며 밖으로 나왔다.

오빠 밥

심기태는 땅거미 지는 주변을 두리두리 살피다가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건네는 도시락 대신에 내 손을 아래로 감싸 쥐었다. 나무껍질처럼 거친 손바닥이 손등을 탔지만 얼른 빼지는 않았다.

얼른 가봐야 돼또 올게요.”

심기태의 손이 스르륵 빠지면서 도시락을 받아 뚜껑을 열었다. 막 담은 밥을 젓가락이 부러질세라 퍼먹으며 총각김치를 게걸스럽게 씹어댔다.

오빠오빠네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고뉴스에서.”

순식간에 도시락을 먹어치우는 심기태에게 드링크제를 따 내려놓자마자 그것마저 한자리에서 벌컥대며 마셔버렸다.

오빠는 근데어느 쪽 인거야?”

빈 병을 쥐고 다른 손으로 입술을 훔치던 심기태가 우뚝 멈추고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여태까지의 수줍어하는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많이 예쁘다.”

?

예뻐.”

빈 도시락을 챙겨들고 나서자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잡풀 무성한 마당을 조심스럽게 나오다가 슬며시 돌아보았다. 어두컴컴한 저편 방구석에서 기태오빠가 나를 지켜볼까? 한 손으로 머리를 매만지려다가 거미줄이 닿자 소스라쳤다. 바람결에 떠다니는 담배냄새를 맡고서 나중엔 담배도 구해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용돈을 털어서 같은 반 담배 피우는 친구에게서 천원 더 주고 사는 방법이 어떨까.

집에 돌아오니 내가 잠시 어딘가를 다녀왔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눈치였다. 엄마는 여전히 분주했고 아빠와 고모부는 TV를 보고 계실 것이었다. 컴컴해진 툇마루 앞에서 고모부의 작업화가 발에 차였다. 그것을 정돈하려니 다른 한 짝이 더 먼 곳에 있어서 몸을 굽혀 줍고는 큰 방에 들어가 불을 켰다. 아빠와 고모부는 켜진 조명으로 눈을 잠시 찡그리다가 다시 TV속을 응시했다. 뉴스화면은 두 곳에서 연기를 뿜는 거대한 모선을 여러 각도에서 비춰주었다. 하단 자막엔 미사일 공격으로 진입을 멈춘 어마르의 모선과 그 기점으로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어마르의 지상상황을 보여주었다. 시커먼 연기를 느릿느릿 뿜는 거대모선의 모습이 다른 변화 없이 따분하게 이어졌다. 당장에 지상으로 곤두박질 쳐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모선은 신기하게도 비눗방울처럼 유유히 떠 있었다.

 

고모부는 깎아놓은 과일 몇 조각을 드신 뒤 출발해야겠다고 문밖을 나가셨다. 바깥은 이미 암흑으로 뒤덮였다. 고모부의 차가 번쩍이며 시동이 걸렸다. 밤길 조심히 가라는 아빠의 인사에 여러 개 생겼을 검문소 때문에 가는 길이 따분하진 않을 거라 대답하셨다. 고모부의 차가 그렇게 출발을 하고 평소와는 달리 아빠는 일찍 잠자리에 드셨다. 나는 몇 시쯤에 움직이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했다. 엄마가 부엌정리를 다 끝내고 나시면 열시가 되고 곧바로 미니시리즈를 졸면서 보실 것이다. 그러면 열시 반쯤이 좋을 것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했으므로 반찬이 추가되었다. 기태오빠가 깻잎조림 맛을 이해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기태오빠는 밥을 걸신들린 것처럼 빨리 먹는다. 나는 옆에 쪼그려 앉아서 그것을 재미있게 지켜보았다. 마치 개들이 개밥을 먹을 때처럼 허겁지겁 먹어치우지만 단지 젓가락을 이용한다는 것 하나만 다를 뿐이었다.

오빠지금시간에 요쪽으로는 아무도 안 돌아다녀. 잠깐 나가도 돼요.”

어둠이 짙게 깔렸지만 동네 지리를 손바닥처럼 훤히 보는 나는 기태오빠를 데리고 뒷산으로 향했다. 한 손엔 빈 도시락이 담긴 묶은 보자기가 들려 있었고 다른 한 손은 기태오빠의 거친 손을 집게처럼 간신히 잡고 끌었다. 낮에 기태오빠가 나타났었던 그 자리를 찾아 앉았다. 기태오빠도 옆에 털썩 주저앉아 앞니를 드러내 웃어 보이면서도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숙녀를 대하는 요령부터 해서 언변까지 가르쳐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잠시 걱정했다.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디로 갈 거냐구요.”

대답대신 기태오빠는 별이 총총한 하늘을 멀거니 올려다보았다. 찌르륵대는 풀벌레소리가 멀찍이서 들리더니 조금 뒤엔 대범하게도 큰 소리로 퍼져갔다. 우리가 너무 말이 없이 시간을 보내버린 모양이었다.

가자 너 나 모선으로 가자

오빠는 어마르 싫어하잖아요.”

가자 같이 가자.”

기태오빠는 어마르들이 비밀리에 모일만한 집결장소도 모를 것이다. 통신수단도 없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도 없다. 실질적인 대책도 없이 나를.

얼마동안 숨어 지내다가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고모부한테 가세요. 고모부는 이해하실 거예요. 고모부한테 기태오빠는

다 알아들은 듯했지만 대답은 없었다. 혼나는 아이처럼 어깨 사이로 머리를 푹 숙이고 말이 없었다. 그 쳐진 어깨에 머리를 살며시 기댔다. 기태오빠는 움찔 놀라서 몸을 살짝 뒤튼 불편한 몸을 한 채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새벽에 조금 일찍 일어나 기태오빠 점심 끼니까지 도시락에 나눠 담았다. 밥통 속 밥을 주걱으로 흩어서 퍼간 흔적을 감춰보려 했지만 쉽지 않자 내가 밤에 일어나 밥을 먹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싱크대에 쓰지도 않은 수저와 밥그릇에 밥풀을 으깨 묻히고 그대로 담갔다. 한 삼십분만 보고 와서 학교 갈 준비를 하면 문제없을 것이다.

문 밖을 나설 때 담장 밖 여러 대 차들 중에 한 대가 덜덜대며 연기를 뿜고 있었다. 새벽공기의 시큰한 찬기와 함께 자동차 매연이 나를 향해 퍼지며 몰려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가까이 가보니 고모부의 차였다. 고모부는 뭔가 큼직한 물건을 싼 담요를 트렁크에 싣느라 부산스런 행동을 했다. 입에는 필터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물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왔음을 늦게 알아챈 고모부가 놀란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동시에 다급하게 나를 부르는 엄마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저기 고모부어제 가셨잖아요?”

엄마 부르신다.”

엄마는 평소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게 화까지 내면서 나를 부르셨지만 다급한 마음에 뭔가 어색했다. 내가 쉽게 움직일 것 같지 않자 엄마는 끝내 달려 나왔다. 나는 고모부의 차 트렁크가 닫히기 전에 그 물건을 확인하고 싶어 다가갔으나 담요 끝자락만 간신히 손에 닿고는 고모부의 억센 손에 의해 밀쳐졌다. 그리고 트렁크가 닫혔다. 나를 일으키는 엄마와 당황한 고모부를 번갈아 보다가 문간 주변에서 손짓을 하는 아빠를 보았다. 내 어깨를 놔주지 않는 엄마에게 끄덕 인사만 건넨 고모부는 그대로 차를 몰고 황급히 출발해버렸다.

나는 도시락을 든 채로 비탈길을 달려 올라갔다.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오르내렸지만 이토록 먼 적이 없었다. 눈물이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올랐고 떨리는 입은 힘을 줘 다물었다. 뒷산에서 가장 가까운 폐가. 기태오빠가 숨어있는 폐가에 당도하자마자 집주변 여기저기가 심하게 파손돼 있는 것을 보았다. 단순히 낡아 빠진 것하고는 너무나 다른 모양새였다. 한쪽 기둥 아래부터 점점이 떨어진 핏자국이 내 양발 사이로 지나갔다. 기태오빠가 있던 방을 벌컥 열어젖혔다. 역시 없었다. 다만 흙벽 한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꺼진 자국과 바닥에 멋대로 찍힌 발자국이 정신없이 흩어져 있었다. 나는 그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벽과 방바닥이 만나는 곳에 기태오빠가 입었던 누더기의 소매가 떨어져 있었다.

 

반란을 일으킨 어마르와의 교전상황을 밀착 취재한 특별프로그램이 끝날 줄을 모르고 패널 들은 같은 말들만 반복했다. 군은 일단 어르마에게 항복은 받아냈으나 안심하기엔 이른 시점이므로 양측 대표 간에 긴밀한 타협이 진행되어야 함은 물론 민생치안을 강화할 것이며 어마르인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개심을 품고 선동하는 집단은 엄벌에 처함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전했다. 시민들과의 거리 인터뷰도 이어졌다.

군이 나서서 기술업체를 선정하고 모선 수리를 주도해 주는 것이 화해하는데 첫 번째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OO 35 구로동 회사원

너무 무서운 것 같아요. 요새 일찍 들어가요. OO 22 강북 대학생

그만 싸워야지, 그간에 외국인들도 얼마나 많았는데 한 번도 이리 싸운 적 없잖어? OO 52 용인 주부

말씀을 통 하지 않으시는 아빠는 무심히 채널을 돌리셨고 다른 방송이지만 다르지 않은 내용을 전하는 채널에서 멈췄다. 두 시간 전 대통령 담화문 발표가 있었고 연이어 언론마다 내용을 정리해서 주요장면을 다시 방영해 주었다. 기자단에 둘러싸인 대통령이 한 마디를 끝마칠 때마다 연신 플래시가 터졌다. 대통령은 그동안 음지에서 힘들게 살아온 어마르들이 이제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가기를 희망한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그들의 뛰어난 우주산업 기술력을 전수해줄 것, 그리고 정부가 허용하는 선에서 기업활동을 권장할 것이며 민생치안과 더불어 국방과 관련한 더 이상의 충돌이 없기를 바란다는 평화협정 내용이었다.

 

고무부는 내 전화를 아직도 받지 않으셨다. 부엌에 있으면 안방에서 큰 목소리로 통화하시는 아빠 목소리를 다 알아들을 수 있는데. 며칠만 시간을 잘 끌었더라면 기태오빠를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TV자막으로 지나가는 양측 사망자 명단이 실시간으로 지나가고 새로운 집계마다 사망자는 늘어갔다. TV로 보기가 답답해서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택해야 했다. 너무도 많은 사망자들 중에 상당수는 어마르였다. 게다가 모선까지 큰 공격을 받았으니 그곳 상황까지 더하면 정말 엄청난 사상자를 냈을 것이다. 스크롤을 끌어내려 아무리 뒤져봐도 심기태는 찾을 수 없었다. 본명과 한글 이름을 가진 어마르는 생각보다 제법 많았고 그들의 명단 표기는 본명을 영어로 풀어쓴 다음 그 옆에 괄호를 붙여 한글 이름을 넣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살폈으나 성과는 없었다. 무심결에 마우스를 움직여 지난 번 기태오빠가 보내온 메일을 다시 보려 했다. 이미 그 메일은 수많은 스팸메일에 묻혀 한참 밀려난 상태였다. 스팸메일을 전체로 묶어 지우다가 기태오빠가 남긴 새로운 메일이 눈에 띄었다. 하마터면 지울 뻔 했다. 나는 얼른 뒤돌아보았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메일을 열었다.

나야심기태 곰모부가 살려줬써 그대시네 멀리가고 사라지레 술공장에 치칙해써안녕

틀림없는 기태오빠였다. 바로 어제 날짜였다. 오빠 무사했구나.

오빠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걱정 많이 했어요. 열심히 일하고 돈도 많이 벌고 이다음에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어마르를 미워하지 않는 날 꼭 다시 만나요.’

고모부는 아들처럼 대하던 기태오빠로부터 마음이 돌아섰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아빠는 어떻게, 어디까지 알고 계셨는지 묻고 싶었다. TV는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아빠

아빠는 내가 들어서자 뒤통수로도 불편한 모습을 보이셨다. TV는 틀어놓으셨지만 눈은 어디도 보고 있지 않으셨다.

고모부한테 전화할 필요 없다. 시간이 가고 네가 더 크면 그때

아빠 알았어요.”

고모부는 기태오빠의 행동을 읽고서 아빠에게 귀띔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빠는 내 행동을 몰래 감시하면서 혹시나 기태오빠가 나타날까 줄곧 기다리셨다고 한다. 그런 뒤 내가 고모부께 꼬리를 밟히게 된 것이었다.

전쟁 다음날 아침의 공기가 어떤 것인지 서울근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전날만 해도 거리에서, 일터에서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총부리를 맞대다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느낌이 어떨까. 많이 어색하지 않을까.

만약 고모부께서 기태오빠를 정말로 죽이셨다 해도 정황상 달라진 것이 없었을 것이다. 고모부를 비난하는 손가락이 하나도 없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복잡하고 아팠다. 몇 년 더 성장하고 나면 오늘의 일을 나는 어떻게 추억할까. 당장에 답을 찾기보다는 내게 충분한 시간을 허락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세월이 꽤 흐른 뒤에도 기태오빠를 잊지 못한다면 내 마음을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언제가 될까. 어떤 모습으로 마주하게 될까. 머리를 많이 기른 모습이면 기태오빠는 더 좋아할까. 도랑사이 큰 길 멀리부터 차를 몰고 당당하게 달려오는 기태오빠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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