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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김이환, pena입니다. 박애진 님의 개인사정으로 향후 몇 번을 pena가 대신합니다.

이번 달에는 소재가 좋았으나 정보를 적당하게 주면서 독자를 이해시키거나 몰입시키는 데 성공적이지 못했던 작품이 많았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주는 기술은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고쳐 쓰면서 터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단편에 글을 올리신 모든 분께 문운이 따르기를 기원합니다.


5월 16일부터 6월 15일까지 올라온 작품 9편 중 엄길윤 님의 {초능력이 나타났다}와 Zan 님의 {나는 입이 있기에, 소리지를 수밖에}를 가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장피엘 - 미술관 C전시실

A: 가끔은 혐오스러운 부분도 존재하지만 몽환적인 분위기를 지닌 작품입니다. 엘리베이터로 시작해서 어머니 아버지, 카멜레온, 아는 동생 등 이야기는 주인공의 일상과 과거를 훑으면서 흘러갑니다. 그러므로 독자는 주인공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를 느끼거나 끌리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은 혼란스러운 액자 한편에 찍힌 점 같습니다. 계속 설명조에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는 문장, 각별히 설명조인 대사는 일부러 스타일로서 한 것인지 모르나 작품 전체를 지루하게 만들 우려가 있어 보입니다. 요소가 많은 작품일수록 그 요소들 사이에 긴밀한 연결과 완급 조절이 중요합니다.


B: 낡은 아파트에 사는 주인공은 친구의 미술 전시에 초대받고, 아파트에서 카멜레온을 줍고, 미술관을 찾아가는 동안 개에게 물립니다. 도입부에 낡은 아파트에서의 생활을 길게 묘사하지만 중요한 사건은 아파트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중간에 일어나는 사건들이 재미있고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하기는 하지만, 각각의 사건이 어떤 의미 때문에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기 보다는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대사가 딱딱합니다. 주인공이 직접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 같은 어쩔 수 없이 딱딱해지는 대사가 아닌, 평범한 대사들도 그렇습니다. 이 점을 신경 쓰서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낡은 아파트, 공장, 나오지 않는 미술관, 그리고 결말의 카멜레온에 이르기까지 황폐하고 기묘한 배경과 독특한 사건들은 재미있었고 색다른 분위기를 전달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니그라토 - 매스게임

A: 작가의 뜻을 전달하고 싶은 우화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매력적인 인물, 또는 아름다운 문장 등 무엇이든 독자의 눈을 끌고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B: 뜬금없고 비현실적인 전개의 이야기인데다가 결말도 황당합니다. 그것 이외에는 글을 읽으면서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알렉산더 - 님아 그 우주를 건너지 마오2

A: 순간이동장치로 행성간 이동을 하는 시대에 순간이동장치에 얽힌 충격적인 진실을 깨닫고 파헤치려고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의심을 하고 확신을 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단계가 필요한데 아주 결정적인 느낌이 드는 단서라기보다는 심증에 가깝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또한 반전에 숨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달리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도로 귀결되면서 더 풍부한 디테일 또는 효율적인 압축이 필요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디어보다 사람에 초점이 맞춰지기엔 이 세상 자체에 대해 독자가 아는 것이 없고, 그저 아이디어에 의지한 이야기라기엔 요소가 많습니다.


B: 순간이동장치가 한쪽에서 사람을 분해한 다음 우주를 이동해 반대쪽에서 조립한다면 결국 사람을 죽였다가 새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서 시작한 글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이용해 만든 반전은 재미있습니다만, 간혹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기계 담당자인 엔지니어는 이런 의문을 애초에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새롭게 의문을 품는 계기가 다소 약합니다. 이 점을 확실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글 전체의 설득력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말이 다소 아쉬운 느낌입니다. 주인공이 그저 노인에게 설득에 넘어가면서 끝나는 결말은 좀 맥이 빠집니다. 하지만 노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반전은 재미있고 이를 깨달은 주인공이 움직이는 결말 부분은 스릴 있었습니다.



알렉산더 - 모기

A: 닥터피쉬에 대응하는, 여드름 치료 모기라는 설정이 신선합니다. 다만 보여준 것이 없는데 대뜸 모기가 자유의 의미까지 탐구하기에는 설득력이 적습니다. 의인화를 한다고 해서 모든 생물이 고차원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고 캐릭터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의인화해서 캐릭터와 의미를 잘 담은 작품으로는 은림님의 {노래하는 숲}이 떠오릅니다.


B: 모기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매트릭스]의 모기 버전이라고 할까요, 발상은 재미있는데 반전이 일찍 폭로되는 바람에 다소 맥이 빠집니다. 반전을 더 늦게 보여줬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사틱 - 휘어진 거리

A: 전체적으로 갑자기 눈이 잘못된 듯 휘어져 보이는 거리를 매개로 해서 주인공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품입니다. 한 가지 소재를 그저 소재가 아니라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축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재와 전개 사이에 긴밀하고 유연하게 엮는 필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자유연상과 그 끝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디어 노트에서 벗어나 기승전결, 혹은 직선이라도 어딘가 방향이 있는 글로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이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B: 주인공은 갑작스럽게 휘어진 거리를 창문을 통해 내다보며 상념에 잠깁니다. 휘어진 거리는 그의 삶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잘못 방향을 잡아 걸어오는 바람에 직업도 여자 친구도 미래도 없는 지금에 도착한 것입니다. 발상은 좋은데 내용은 다소 전형적인 '취직 못한 젊은이의 고민'입니다. 물론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은 지금의 2, 30대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만, 이건 다른 많은 작가들도 다루는 소재이며 소재 자체만으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이것들을 사건과 더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다소 아쉽습니다. 더 깊게 고민해서 손을 봤으면 하는 문장이 많습니다. 문장을 다듬고 주인공의 감정과 이야기를 잘 묶어서 풀어놓으면 마지막 결말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독특한 아이디어를 통해 주인공의 생각을 술술 풀어놓는 발상은 좋았습니다.



타작 - 방해꾼들

A: 메르스 공포를 다룬 작품입니다. 아주 따끈하고 신선한 소재이고, 마지막 장면은 실제로 SNS에서 많이들 하고 싶어했던 우스우면서도 슬픈 현실을 바로 반영해서 즐거웠습니다. 다만 메르스에 관해 '이런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도 있다'에서 더 나갈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B: 메르스 공포에 혼란스러운 지금의 한국을 반영한 글입니다. 현실의 사건이 실시간으로 글 속에서 소재로 등장하는 모습은 독자단편의 큰 장점일 것입니다. ‘왜 40대가 되면 질문을 한 번에 하나씩 던지는 방법을 잊는 것일까. 나는 아직 30대라서 이유를 모르는 것일까?’ 라는 문장을 비롯해 재밌는 문장들이 좋았습니다. 이야기는 짧고 단순합니다. 마지막 주인공의 공격적인 행동은 다소 논리를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만, 재미있었습니다.



엄길윤 - 초능력이 나타났다

A: 교통도우미 로봇 앞에서 사고를 당할 뻔한 주인공에게 갑자기 초능력이 생기고, 갑작스럽고 큰 능력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주인공을 회유하기 위해 다가오거나 제압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내내 옆에는 교통도우미 로봇이 함께 있습니다. 그리고 결말에서 반전이 밝혀집니다. 서술 트릭을 사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개가 거칠고 대사도 작위적이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며 복선이나 단서가 충실하게 반전과 결말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B: 대학생이 되어 꿈에 부푼 주인공에게 초능력이 생깁니다. 이야기가 시작한 다음 갑자기 인공도우미 로봇이 등장하고 기계공학이 발달해서 가능하다는 설명이 붙는데, 만약 기계공학이 발달했다면 생활이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애초에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았을 것도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초능력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빠르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맨인블랙이 등장하고 사방에서 전화가 오고 주인공은 여러 가지 제안을 받자 갈등에 시달립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다소 갑작스러운데, 그런 점이 재밌기도 하지만 구조를 더 세련되게 짰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잘 다듬었으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재미있으며 결말 이후가 궁금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점은 좋았습니다.


7월 독자우수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423 - NO NAME

A: 인어공주를 인어공주 입장에서 현대를 배경으로 각색한 듯한 글입니다. 인어로서 인간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점, 모르는 점을 1인칭으로 알려주는 것은 좋으나 중요한 부분에서 드러내지 않아서 독자가 이해하거나 몰입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컨대 인어는 장님아이를 사랑하게 될 만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잘 알게 되지만 독자가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며, 비극적인 결말이나 장님 아이가 처한 상황과 선택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름을 잊는 마지막과 제목은 연결되지만, 이것이 이 작품을 대표하는 주제라고 보기에는 연결고리가 희박합니다. 독자에게 과하다 싶게 정보를 주는 것부터 연습하고 감추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B: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새롭게 해석한 글입니다. 호기심이 많은 주인공 인어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남자를 만나서 사랑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글은 사람에 대해 잘 모르는 인어의 시선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독자에게 정보를 감추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인데, 이런 서사는 매끈하게 풀어놓지 않으면 어설픈 느낌을 주기 쉽습니다. 더 치밀하게 독자를 사로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주인공과 소년은 많은 대화를 했다는데 서로에 대해 잘 모릅니다. [무진기행]까지 읽은 주인공이 정작 사람이 어떻게 숨을 쉬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은 묘사는 좀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무진기행 언급은 글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았지만 저는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어공주 이야기를 진지하게 해석하는 태도와, 주인공이 소년을 위해 생명을 내던지는 순간 자신의 감정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깨닫는 상황은 아름답고 좋았습니다.



Zan - 나는 입이 있기에, 소리지를 수밖에

A: 제목이 유명한 SF 단편의 오마주라 눈에 띕니다. 갑작스럽게 혼돈의 도가니가 된 미래의 지구에서 지구를 이렇게 만든 신에게 엿먹이러, 발랄한 최후의 희망을 갖고 폭탄 갖고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있을 만한 뼈는 다 있는 것 같지만 풍성한 살이 붙으면 지금보다 훨씬 설득력과 재미가 생길 것 같습니다. 최후에 남은 인간들끼리의 교감에 대해서 겉핥기로 넘어감으로 해서 몰입이 덜 되는 면이 많습니다. 상황 설명도 그렇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생동감과 생명력이 느껴지는 점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B: 신이 인간에게 벌을 내리고 사람들이 흉측한 모습을 변합니다. 폭탄을 터트려 신을 죽이는 이야기는 좋았습니다. 스릴 있는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소설이 후반으로 가면서 또 다른 축이었던 사랑 이야기로 무게중심을 바꾸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사랑 이야기가 나쁜 건 아닙니다만, 폭탄이 터지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던 저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옆에 두고 덜 재미있는 이야기를 봐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기괴한 모습의 캐릭터들이 신선한데, 이런 캐릭터들을 본격적인 사건 속으로 밀어 넣지는 못하고 소개 정도만 마치고 결말에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이 아쉽습니다.



7월 독자우수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거울 독자 우수단편에 선정되신 분들께는 책을 한 권씩 보내드립니다.

엄길윤님과 Zan님은 mirrorwebzine @ gmail.com 으로 우편물을 수령할 주소, 성함, 전화번호(택배 발송시 필요) 를 보내주세요.



댓글 2
  • No Profile
    엄길윤 15.07.03 00:21 댓글

    수고하셨습니다. 평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No Profile
    打作 15.07.03 22:31 댓글

    어딘가에 글을 올려 말씀 들어보는 경험이 처음입니다. 묘하게 두근거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도 느낍니다. 미흡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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