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에 통이 넓고 긴팔의 옷이 반팔에 밝은 색 톤의 옷 보다 사실은 더운 기후를 나기에 현명하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30도를 넘는 더운 어느 날 검은 바바리코트에 검은 중절모. 얼굴의 반을 가리는 선글라스의 남자가 발목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고 나타났다. 이 남자는 7 미터의 간격을 두고 한 여자를 따르고 있는데, 그 여자는 최근 발신자표시제한이 걸린 예의바른 전화에 고생을 한 터였다. 그러다 약속한 친구를 만난 여자는 이 바바리코트의 남자를 친구에게 이야기한다. 어려서부터 슈퍼맨과 배트맨을 동경한 운동부 출신의 친구는 바바리코트에게 다가간다. 가게 너머 7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여자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친구는 바바리코트의 남자를 끌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때 어느 훤칠한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와 자신은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데 여자는 탈 줄 아느냐고 묻는다. 그런 것을 왜 묻느냐고 묻자 이 남자는 말한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봐요. 못생기고 늙은 선생님의 수업보다는 젊고 잘생긴 선생님의 수업이 훨씬 듣기 좋고 공부도 잘됐지요. 그렇지 않던가요? 저는 자전거를 꼭 제 이상형에게서 배우고 싶었습니다. 하영씨."
그러나 여자는 시선은 남자의 왼쪽 귓불에 집중된다. 왜냐하면 남자가 십자귀걸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귀걸이까지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예의가 바르지 못하다. 그것은 전국의 단군상과 불상에 간혹 내리는 붉은 십자가의 기적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그런데 이 남자는 상당히 예의가 바른 편이다.
그때 멀리 친구가 보인다. 어느 골목에서 바바리코트의 남자와 함께 나오고 있다. 둘은 아주 다급해 보인다. 그러다 여자를 발견한 그들은 옆에 앉아 있는 얼룩말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 뭘까 라는 물음에 사자와 호랑이를 말하는 사람은 틀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얼룩말이다. 얼룩말은 사회성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