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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Times Squar 2044

2024.02.10 20:4002.10

손자는 할아버지의 눈을 살펴보았다. 

할아버지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표정은 고민스러웠다. 

손자는 할아버지가 AR칩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의심했다. 

 

"할아버지, 일단 눈을 감고 내면의 로그창을 접속해야 AR 증강현실을 볼 수 있어요."

"로그창은 뇌에 칩을 심었을 때 생기는 가상의 화면이에요. 의식의 안쪽 방향을 본다고 생각해봐요.

로그창에서 원하는 콘텐츠나 앱을 선택하면, 눈을 뜨고 AR을 볼 수 있어요."

 

태수는 손자의 말을 들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뇌에 칩을 심었을 때 생기는 가상의 화면이라는 것이 도무지 무슨 감각인지 몰랐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손자에게 물었다.

 

"내면의 로그창이라는 게 어디에 있어?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손자는 할아버지의 말에 당황했다. 

할아버지가 AR칩을 심었으면, 자동으로 로그창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할아버지, 로그창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에요. 뇌에 보이는 것이에요."

"칩을 심었으면, 뇌가 로그창을 인식하고 표시해 줘요. 할아버지는 뇌에 집중하셔야 해요."

 

태수는 손자의 말을 들었지만, 더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뇌에 집중하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뇌에 집중하라는 게 무슨 말이냐? 뇌에 있는 로그창을 찾으라고?"

 

손자는 할아버지의 말에 절망했다. 

할아버지가 AR칩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했다.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미안했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AR칩을 심었을 때부터 로그창이 보였어요."

"저는 그냥 눈을 감고 로그창을 봤어요. 저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태수는 손자의 말을 들었지만, 위로받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AR칩을 사용할 수 없는 것에 슬펐다. 

그는 자신이 세상과 떨어져 있고, 손자와도 멀어지는 것에 두려웠다.

 

"미안하다 얘야, 내가 너무 늙었나 봐."

"나는 이런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겠어... 나는 너와 같은 세상을 볼 수 없겠구나."

 

태수는 손자와 관광차 온 뉴욕 타임스퀘어에 앉아있었다. 

 

어릴 적에 들었던 세계 최고의 사거리의 화려함을 기대하며 눈을 크게 떴지만, 

그의 눈에 비친 것은 텅텅빈 백색 광고판과 색깔 없는 건물들이었다.

끊임없이 전기를 소모하던 거추장스러운 전광판은 과거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태수는 혼란스러워했다. 이게 바로 전설의 타임스퀘어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AR칩을 착용하고 있는듯 했다. 

그들은 자신과 같은 노인과는 전혀 다른 화려한 세상을 보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는 더이상 손자와 같은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그리워했다. 

그때는 타임스퀘어가 형형색색으로 빛났고, 모든 것이 현실이었다.

그는 이곳에 온 것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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