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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탄생]탄생탄생

2012.02.24 23:1602.24

leeseobaek@gmail.com

탄생탄생

세상에 만연한 불신자들과 이교도들에게 거룩한 세상의 시초, 신의 탄생을 이 자리에서 고한다.
태초에 공허가 있었다.
어떠한 일말의 존재가 허락되지 않은, 허락을 구하지도 않은 거대한 공허는 그 끝을 모를 정도로 검은 자락을 넓게 퍼뜨리고 있었다.
이처럼 넓디넓은 공허는 이윽고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본디 생명이 없는 공허에게도 욕구와 의식이 생겨나게 할 만큼 가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짙은 무존재로 이루어진 그 공허는 도저히 고통을 참기 힘들어져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자신의 몸을 채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자신의 이 배고픔을 해소할 수 있을까?
공허는 고민에 잠겨 무언가 쓸 만한 것이 없는가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본래 공허 자신의 몸에는 아무런 것도 존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세상에 방법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는지, 수심에 잠긴 공허에게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본디 자신은 아무런 존재가 없는 개념이니, 자신을 한번 정 반대로 뒤집어버리면 어떨까!
자신의 생각이 굉장히 그럴 듯하게 느껴진 공허는 지체 없이 자신의 생각을 실행했다.
공허가 작심하고 공간에 넓게 빈틈없이 퍼져 있는 자신의 몸을 뒤집으려 안간힘을 쓰기 시작하자 곧 공허의 몸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세상의 전부였던 그의 개념이 뒤집히며 대격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비좁아 터진 공간을 억지로 비틀어 뒤집느라 공허의 자락 구석구석이 조금 찢어지기도 하고, 공허 이면에 있던 시간의 먼지들이 온 몸으로 떨려져 나왔으나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성공했다.
공허는 온전히 뒤집혀 허공이 되었고, 드디어 존재의 개념이 있을 수 있게 되자 곧 최초의 존재가 나타났다. 원래 이 세상의 전부였던 공허가 뒤집혀 바뀌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져 뿔뿔이 흩어진 공허의 의식은 즉시 서로가 서로를 찾아 모여들어 형상을 이루었다. 이전에 있던 공허의 의식이 실체화 된 세상 최초의 존재, 비교적 작아지고 자유로워진 ‘신’은 허공의 한가운데 있었다. 곧 알 수 없는 신기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디선가 불어온 한줄기의 바람이 그의 촉감을 간지럽힌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처음 느낀 감각이 낯설기만 한 신은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전과 다름없이 구석구석 꽉 찬 어둠이었으나 저 멀리, 공허가 몸을 비틀 때 자락과 공간이 스쳐서 생긴 불꽃이 허공을 조금이나 밝히고 있었다. 단순한 불빛에 지나지 않았으나 어쨌든 이것이 세상에 나온 최초의 빛이었고, 이 빛은 곧 그에게 날아와 눈을 밝혔다.
그의 바람대로, 공허가 탈바꿈한 허공은 더 이상은 무존재의 황무지가 아니었다. 주변에는 조금 전 공허의 자락에서 떨려 나온 수많은 시간의 먼지가 빛을 받아 온 허공을 반짝이며 수놓고 있었다. 신은 그 장관에 목매여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아직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최초의 빛이 꺼져가고 있던 것이다. 점점 희미해지는 빛에 화들짝 놀라 신은 대충 주변에 가장 커다란 먼지 몇 개를 한 아름 집어 빛으로 달려가 먼지에 불을 옮겨 붙였다. 최초의 불꽃이 사그라들어 없어질 때 까지 될 수 있는 한 수많은 먼지에 불을 붙인 후, 허공의 주변 구석구석에 불붙은 먼지들을 던졌다. 곧이어 온 허공이 다시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의식은 그렇게 온 허공에 던져 넣은 불꽃들을 ‘태양’, 태양의 빛을 받아 허공을 밝게 수놓는 시간의 먼지들은 ‘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빈틈없이 밝혀 놓고 보니 이번엔 공허가 뒤집힐 때 찢어진 자락이 문제였다. 애써 이 세상을 아름답게 꾸몄는데 이리저리 쭉쭉 금이 간 자락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은 신은 또다시 주변의 별들을 잔뜩 끌어 모아 자락의 빈틈에 채워 넣었다. 그가 열심히 일한 덕에 여기 저기 찢어져 있던 자락은 거의 보이지 않게 별들로 가득 채워졌다. 모든 찢어진 틈에 별들을 채워놓고 그 곳에 태양 하나를 가져다 놓자 잔뜩 메워져 있는 별들이 빛을 받아 밝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자락 자국을 따라 빈틈없이 들어차 있는 별들은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의 강을 이루어, 엄청난 장관이 되었다. 신은 한참 동안 멍하니 그런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처럼 턱없이 아름다운 이 별의 강은, 그에 의해 ‘은하수’라고 이름지어졌다.
그렇게 원래 아무것도 볼 것 없던 허공에는 신의 손으로 인해 수많은 별들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은하수, 이 모든 것을 밝게 비추는 태양으로 가득 찼다. 신은 자신의 아이디어로 인해 이러한 행복을 누리게 된 것에 매우 만족했다. 본디 그의 몸이었던 이 거대한 허공은 이제 그의 ‘집’이 되었다.
그 후로도 오랫 동안 신은 주위를 수놓은 별들을 감상하거나 취향에 맞게 알록달록하게 색칠하고, 다 타버린 몇몇 태양을 다시 밝히다가 지칠 때쯤이면 아름다운 은하수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했다. 공허이던 시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일을 해냈지만 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상이 매우 싫증이 났다. 그의 집은 꾸미면 꾸미는 만큼 매우 아름답고 안락해져 보람이 있었지만, 매번 그의 손을 타야 무언가가 바뀐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신은 주로 은하수를 감상할 때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의 별들 사이에 앉아 무료함에 지친 눈을 들어 멍하니 은하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신은 마침 그의 코를 간질이던 별을 집어 들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 별을 집어들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무의식적으로 별의 갈색의 매끈하니 동그란 표면을 살살 문지르던 그는 손에 살짝 힘을 줘서 표면을 찌그려뜨렸다. 그로인해 별의 표면이 살짝 들어가고 그 반동으로 힘을 준 반대편 표면은 볼록하니 튀어 올랐다.
신은 어느새 재미가 들려 이리저리 별의 모양을 바꿨다. 둥글둥글한 모양이던 별을 정육면체, 원뿔모양, 타원형, 아예 납작하게 눌렀다가 둥글게 말기도 했다. 하지만 한참 동안 가지고 놀던 그 별은 이내 너무 만지작거린 탓인지 푸석푸석해져 잘 눌러지지 않고 힘을 가하면 금이 갔다.
간만에 색다른 재미를 찾은 신은 다른 별을 찾아서 똑같이 모양을 만들며 놀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별은 처음과 같이 금방 푸석푸석해지고 어떤 별은 가스층으로 이루어져 모양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 했다. 그렇게 한 수 만개쯤의 별을 집었다 놓았다 할 때 즈음 그의 시선 끝에 푸르게 반짝이는 어떤 별을 발견했다. 주변에 촉촉한 물이 둘러싸인 그 별은 수 많은 별들 사이에서도 단연 아름답게 빛났다. 신은 그 별에 눈을 떼지 못한 채로 다가가 조심스레 집어들었다. 푸른 별은 몇 번이나 모양을 만들어도 감싸고 있는 수분이 푸석푸석해 지는 것을 막아주었다. 이 별에 만족한 신은 모종의 계획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이 별이 태양의 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완전한 구체로 만든 뒤, 손으로 한번 휙 돌려서 영원히 빙글빙글 돌아가게 했다. 다만 태양 빛이 비춰지지 않아 반대편이 심각하게 식을 것을 대비하여 태양의 빛을 반사할 수 있도록 반대편에 ‘달’을 띄워 같이 돌아가게 했다. 그 뒤에 별의 푸른 부분 ‘바다’의 한 곳을 꾸욱 누르자 반대편에 수분 표면을 뚫고 갈색의 별 본래의 표면, 넓디넓은 ‘땅’이 드러났다. 여기에 신은 섬세한 솜씨로 갖가지 모양을 내기 시작했다. 먼저 빈 땅 여기저기 솟아오르게 하여 ‘산’을 만들었는데, 개중에는 산과 산이 이어져 산맥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산끼리 만나는 곳에는 ‘계곡’이 이루어졌다. 이 때 바다 바깥으로 나온 거대한 땅이 곧 메말라 가기 시작하자 신은 바다의 물을 한 줌 퍼다가 계곡에 부었다. 높은 계곡에서 쏟아지는 물은 ‘폭포’를 이루며 곧 땅의 이곳저곳으로 흘러들었는데 신은 좀더 효율적으로 물이 흘러가도록 손톱으로 길을 내어 ‘강’을 만들고, 개중에 특히 마르기 쉬운 곳은 주먹 자국을 내어 물이 고이도록 해서 ‘호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땅이 마르지 않도록 계속해서 일정 주기 마다 계곡에 물이 뿌려지도록 산 위에 물을 잔뜩 빨아들인 ‘구름’을 만들었다.
이 별의 대략적인 환경이 만들어지자 신은 이 별을 향해 한껏 숨을 들이켰다가 내뱉었다. 이 신의 한숨에는 존재가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정수인 ‘생명 조각’들이 있었다. 온갖 색으로 알록달록한 생명 조각은 숨을 타고 별 속에 날아들어 땅 여기 저기, 바다 이곳저곳에 흩뿌려졌다. 생명 조각이 뿌려진 다음에도 신의 숨은 그대로 남아 ‘바람’이 되어 온 별을 영원히 떠돌았다.
땅에 날아든 초록 빛 생명 조각들은 그대로 땅에 온전히 스며들어 자라났다. 갈색의 황폐한 땅은 곧 푸르게 자라난 ‘나무’와 ‘풀’에 의해 아름다운 녹색으로 물들었다.
바다 가운데 떨어진 붉은 조각 들은 곧 ‘동물’이 되었다. 동물의 종류는 크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세세한 특징이 다른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는데, 바다에 익숙해진 동물들은 곧 헤엄치기 좋게 지느러미와 아가미가 달려 ‘물고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동물들의 반절 이상이 바다에 적응하지 못해 땅으로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들 중 반은 땅과 바다가 맞닿는 해변에 기어다니는 것이 안락하여 바다와 땅을 오가기를 반복하며 살았는데 옆으로 기어다니는 것들은 ‘게’, 단단한 껍질을 이고 다니는 것은 ‘거북’이 되었다. 나머지 반은 깊숙한 땅으로 들어갔다. 푸른 바다 속보다는 녹빛 땅이 그들이 보기에 살기 좋아 네 발 혹은 두 발로 여기저기 기어다니며 그득하게 자란 풀을 뜯어 먹는 것들은 ‘짐승’이 되었고, 풀 중에서도 높이 솟은 나무위에 날아올라 나뭇잎을 뜯어먹는 짐승들은 ‘새’가 되었다.  
이 모든 살아 움직이는 것들은 개개인이 신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의로 움직여다녀 그 하나하나가 작은 신이라 할 만 했다. 스스로가 자신의 생명을 나누어 이 같은 동물들을 만들긴 했지만 신 자신도 몹시 놀랍고 기뻐 그 날부터 하루 종일 푸른 별의 동물들이 무얼하는지 구경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가 되었다. 특히 신이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동물은 비록 몸은 약할지언정 머리가 몹시 뛰어나 두 발로 무리지어 다니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식물을 골라 길러 먹으며 여러 짐승 가운데 유일하게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어찌나 영특한지 이 세상이 만들어질 때 맨 처음 비췄던 빛이 태어난 것처럼 물건과 물건을 마찰시켜 불을 지필 줄 알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신의 존재를 인지했다. 다른 짐승들과 달리 ‘생각’을 할 줄 알았던 이들은 어떻게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는지 고뇌했으며, 기나긴 사색 끝에 언제나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신의 존재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식하며 떠받들고, 신은 이 모습을 매우 기꺼워하며 즐겼다. 그들이 신을 향해 기도를 하며 말을 걸때면 때때로 응답해 주기도 하고, 하늘의 별을 움직여 갖가지 모양의 별자리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러한 신의 보살핌과 가호 속에 번성해나갔다. 그들은 원래는 소수의 집단만을 이루며 서로 돕고 살았지만 점점 더 커져, 동굴 대신 벽돌집을, 마을 대신 도시를, 나무 도구 대신 철 도구를 사용하며 다른 동물과는 차별화된 그 들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평화 속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이 사람들이 번성해진만큼 다양한 욕구 또한 늘어나게 되었는데, 개중에는 짐승에 가까운 본능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남을 해치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람의 집단과 집단이 만날 때 더욱 심해져서 결국 패싸움이 일어나 여럿이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결과를 원치 않았던 신은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경고의 뜻으로 지도자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함부로 싸우지 못하게 땅을 갈래갈래 찢어 여러 대륙으로 나누기도 해봤지만 사리사욕에 눈이 먼 힘 있는 자들은 이러한 징조를 기만할 뿐이었다.
이러한 사태에 신은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생명의 소중함을 알릴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 하나하나가 자신의 정수로부터 나온 자식들과도 같은 만큼 가지고 있는 생명의 유일무이함을 알면 전쟁 또한 줄어드리라 생각했다. 당시 살아 숨 쉬는 만물들은 원래 신과 같은 불사의 생명들이었는데 신은 인간의 생명 경시가 불사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고 이들의 생명에 한계를 부여하기로 하였다. 그러자 만물 가운데 ‘죽음’과 ‘수명’이 생겨났는데, 이 들 동물들이 수명이 다되어 생명이 꺼져들어 수가 줄어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필연적으로 멸망할 것을 예상한 신은 이들이 알아서 생명을 만들어내어 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번식’ 또한 같이 생겨났다.
과연 사람들의 전쟁 빈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서로 찌르고 때려도 아프기만 할 뿐 멀쩡하던 전과 다르게 치명상을 입으면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을 발견한 사람들은 끝이 없는 전쟁을 잠시나마 중지하고 이러한 죽음들에 대해 고뇌하고 토론한 끝에 ‘도덕’이라는 관념이 생겨났다. 이러한 도덕은 좋은 의미로 발전하여 서로의 생명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수명이 생겨남에 따라 생겨난 어린이나 늙은이들 같은 상대적인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쓰여졌고,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최소한의 상대의 생명을 보호하게 했다. 또한 사람들은 혹시라도 이러한 신이 내린 규칙을 잊어 후세가 어리석은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돌판에 기록하여 ‘법’을 만들었다. 이러한 도덕의 개념은 여타 다른 동물들과 사람을 온전히 구별되게 하기도 하여 서로 존중하는 습관을 갖게 된 사람들이 철학과 기술로써 더욱더 번창하여 비록 사나운 야수에 비해 사람이 약할지라도 그들은 서로 도우며 거대한 세계의 이곳저곳에 뿌리내리고 다른 동물을 지배하게 만들었다. 신은 이들을 바라보며 언제나 즐거웠다. 자신보다 한없이 작은 이 들은 제아무리 보잘 것 없고 순간에 불과한 존재일지라도 신을 능가하는 그 들만의 이야기가 있었다. 신은 사람이라는 종 자체의 역사 뿐 아니라 종을 이루는 사람 개개인에게도 주목했다. 이 조그마한 동물은 때론 슬픈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 어떨 때는 비장한 이야기를 ‘인생’이라는 이름으로 신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때때론 생명의 고귀함을 알고도 엄청난 전쟁이나 다른 종의 박멸을 일으키기도 하여 눈살을 찌뿌리게 했으나 곧 신이 내린 도덕으로 인하여 그들 스스로 역사를 반성하고 되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더욱 흡족하게 했다.

신이 언제나 이 별을 향해 미소지어주시매 태초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그들을 낳은 신비를 찾아 그들에게 주어진 틀을 깨고 밖으로 나간다. 과거 신이 그랬던 것처럼 푸른 별 안에 갖혀진 그들의 삶에 무료함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미 그들에게 주어진 세계인 푸른 별을 구석구석 탐사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 사람들은 맨 처음 드넓게 느껴졌던 별이 질식할 만큼 답답하게 느껴지자 드디어 그 들의 별 밖으로 눈을 돌린다. 제일 먼저 별의 밖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 문장가들은 저 미지 세계의 낭만을 글로써 묘사하여 대중에게 즐거운 상상을 가져다주고, 과학자들은 이제까지 그래왔듯 필요한 기술을 연구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별 밖으로 뛰쳐나온 최초의 사람이 신의 시야에 들어올 날이면, 그가 낳은 자식들이 드디어 별이라는 좁은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는 날이면, 신은 이러한 자식들의 세계에 대한 도전을 포옹할 것이다.

지금 비록 각각 신을 다르게 볼지라도 길가의 잡초부터 고귀한 사람까지 이 신의 존재를 알고 의식한다. 전쟁 중에 죽는 병사가 절명 직전에 갈망하는, 첫 아이를 안은 어머니가 감사하는, 온 세계가 그 들을 이름 지어 주시어 경배하는, 온 우주가 자신들을 존재하게 해주심에 노래하는 신.
시초에서 태어나 만물의 첫째를 만들었지만 마지막이 되지 않을 이 신의 이름은.
‘탄생’이다.
이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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