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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3년 3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 5편을 심사하였습니다.

 

2023년 1월의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은 지야 님의 '사탄실직'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성훈, <네 동생은 어디 있냐?>
액자식 구성의 소설로서 화자는 나에게 메일을 보낸 블로그 이웃입니다. 블로그 이웃은 나에게 안부를 물으면서 자신의 음울한 과거를 이야기합니다. 전체적으로 건조한 소설로, 화자의 어린 시절과 배다른 동생 사이의 불길한 기운이 묻어납니다. 또한, 두 형제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클라이맥스 부분은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고 있습니다. 이 점은 독자로 하여금 화자와 아들, 그리고 화자 동생의 운명에 관한 섬뜩한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량이 매우 짧아서 서사적인 즐거움이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요즘은 짧은 소설들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좀 더 풍부한 이야기를 위해서라도 명확한 결론, 혹은 더 극단적으로 난해한 결론에 다다랐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달리, <세 번째 도약>
타인과 꿈을 연결하여 차원을 넘는 관문을 만든 세 인물의 행적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세 인물의 행적을 서술하는 화자는 이 세 인물에게 설계도를 건네준 다른 차원의 존재입니다. 그는 이 세 인물에게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관문의 설계도를 건네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강연과도 같은 진행 방식. 그 속의 화자가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제안하는 작품의 미덕은 흥미롭습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부드러운 서술은 작품의 몰입도를 더해줍니다.
다만, 공유몽이란 설정을 좀 더 신비롭게 연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단순히 일기장을 껴안고 잠을 자는 정도로 공유몽을 꿀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고차원적인 꿈에 걸맞은 의식이나, 미지의 주문, 혹은 합일에 관한 훨씬 더 강렬한 아이템이 필요할 듯싶습니다.

김성호, <>
동성애자 재의 죽음으로 주인공은 심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어팟이 저승과 연결되는 기적이 일어나 주인공은 죽은 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게 됩니다. 죽은 이와 남은 이의 시선을 조화롭게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섬세한 묘사와 풍부한 감정표현이 작품을 빛내고 있습니다.
성 정체성에 대한 갈등이 잘 표현되었으며, 종교와 사회, 정치적 올바름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의적절한 작품이라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동성애 차별을 다룬 작품들과 좀 더 차별적인, 조금 더 과감한 내용이 들어갔어도 좋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킥더드림, <어느 영화감독의 매너리즘 탈출기>
국내 평론가들에게 평이 좋지 못하던 영화감독이 자신감을 되찾는 약을 먹고 난 이후 겪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주인공은 평론가와 대화를 나눈 뒤 삶의 사소한 것들을 되돌아보고서 일곱 번째 작품을 쓰게 됩니다. 예술가의 불안과 강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평이합니다. 다만, 개연성과 일부 설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약에 대한 설정 역시 너무 간편하게 소비됩니다. 오히려 후반부에 평론가가 등장하는 것보다는 약의 역할이 더 커다란 존재감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지야, <사탄실직>
인터넷 댓글에 스며든 악의와 그 악의가 사회를 얼마나 차갑게 만들어주는지 표현한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악마와 모종의 거래를 하고서 인터넷에 주기적으로 글을 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주인공을 기다리는 것은 착했던 동생의 파멸이었죠. 대사품질과 악마와 주인공의 초반부 캐미는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또한 작중에서 드러나는 인과관계의 모호함, 그리고 악의가 돌고 돌아 동생을 타락시켰을 수도 있음에도 계속해서 게시글을 올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섬짓하기까지 합니다. 짧지만 강렬한 작품이었습니다.

박낙타, <아주 조금 특별한, 나의 언니>
주인공의 특별한 언니와 주인공 간의 미묘한 애정과 열등감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자매의 상황 대비를 잘 보여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별함을 원하는 동생과 평범함을 원하는 언니의 대비가 인상 깊습니다. 전체적으로 문장의 완성도도 좋습니다. 다만 내용이 짧은 것이 아쉽습니다. 조금 더 에피소드가 들어갔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1분기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을 선정합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1분기 우수작은 1월 후보작인 천가연 님의 「하찮은 초능력자들의 모임 - 하찮은 초능력자들의 모임」와 3월 후보작인 지야 님의 「사탄실직」 중에서  지야 님의 「사탄실직」이 1분기 우수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A
인터넷 댓글에 스며든 악의와 그 악의가 사회를 얼마나 차갑게 만들어주는지 표현한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악마와 모종의 거래를 하고서 인터넷에 주기적으로 글을 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주인공을 기다리는 것은 착했던 동생의 파멸이었죠. 대사품질과 악마와 주인공의 초반부 캐미는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또한 작중에서 드러나는 인과관계의 모호함, 그리고 악의가 돌고 돌아 동생을 타락시켰을 수도 있음에도 계속해서 게시글을 올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섬짓하기까지 합니다. 짧지만 강렬한 작품이었습니다.

B
인간이 사악해져 사탄이 실직한다는 최근의 밈을 신선하게 활용한 소설입니다. 정말 사탄이 직장을 잃을 정도로 타락한 인간과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복직하고 명예를 회복하려는 악마의 욕망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점을 매력 있게 설정했다는 것이 이 글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지야 작가는 소설 속 두 캐릭터를 전통적인 상狀에서 한 걸음 떼어 놓습니다. 오히려 사탄을 인간답게, 사람의 행동을 악마처럼 묘사하죠. 사탄은 악의 근원이자 집합체로 무엇보다 무섭고 으스스하게 그려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사탄실직〉 속 가빈에게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그는 그저 실직이 목전에 놓인 (또는 실직한) 과장일 뿐입니다. 그에게는 심지어 명함도 있습니다. 작가가 그리는 악마 가빈은 충분히 한 (인간) 회사의 과장급 임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매우 사무적이고도 건조한 말투로 일관하는 그를 악마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오직 까마귀와 인간의 결합으로 보이는 외형입니다.
반면 을현은 누군가의 고통과 고민, 희노애락을 먹고 사는 악마 같습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기보다는 그것을 흥미 요소로 생각하며 긁어모아 자신의 명성을 높이는 데에 활용합니다. SNS 팔로워 수가 곧 한 사람의 인기 척도가 되는 소설 속 세상에서 여러 사람의 인생을 군데군데 떼어 조각조각 기워 맞춘 을현의 계정은 나날이 몸피를 키워갑니다. 을현은 가빈과 반대로 외형은 인간이지만, 내면은 악마에 가깝도록 의도한 인물입니다. ‘의도한 인물’에 그쳤다고 평하는 이유는 을현이 악마에 가깝다고 여겨질 정도의 사악함을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그의 캐릭터가 조금 더 무도하게, 자극적으로 계정을 운영하고 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적극적으로 오직 돈에 갈증을 느끼다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동생에게 피해가 갈 때 을현이 느끼는 감정의 격동을 과감하게 설정해 보시길 권합니다. 가족과 사회에는 냉정하지만, 동생에게만큼은 따듯한 누나라면 이야기의 결말에서 보이는 을현의 고뇌가 좀 더 선명해 보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악으로 악마를 이겨낸 한 인간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일말의 선을 감지하며 갈등하는 결말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지 돈을 위해 악마와 거래한 을현이 진짜 악마처럼 변해 가는 자신과 악의 번성을 보고 오히려 무언가 잘못됨을 느낀다는 것이 한없이 인간적입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악으로 회귀합니다. 을현이 악을 끊지 않는 결말은 그럴듯하기에 더욱 무섭습니다. 끊임없이 자극을 수집해야 하는 이 계정의 순환, 그 끝은 어디일까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무수히 존재하는 이 사회는 가히 지옥으로 불릴 자격이 있지 않을까요.
소설은 욕망의 문학입니다. 이토록 상반된 주된 인물 두 명의 욕구가 ‘트위터’라는 SNS에서 동시에 충족된다는 구조는 매우 깔끔하고 이해하기도 편리합니다. 작가는 트위터에 존재하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적절한 구획으로 나눠 골고루 소설에 등장시킵니다. 을현의 계정에 어떤 내용이 올라오든 상관없이 자극적이라면 일단 공유하는 사람들, 게시글에 적극적으로 코멘트를 다는 사람들, 보기 싫은 계정을 조용히 차단하거나 뮤트하는 사람들. 세심하게 이루어진 이들의 분류에서는 ‘트위터’ 세계에 이미 유연하게 적응한 작가가 그것을 최선으로 이용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SNS 유저들의 반응을 소설 내부에 적극적으로 등장시켜도 좋을 듯합니다)
밈 그 자체인 소설의 분위기와 모든 문장 안에 넘치는 재치는 이 글이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그런 작가의 성격과 속도감 있는 문체, 이야기의 빠른 진행이 적절한 농도로 어우러진 『사탄실직』이 분기우수작으로 선정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한 표를 드립니다.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잡은 만큼 보는 내내 흥미로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C
사탄이 실직할 지경이라는 말이 밈처럼 쓰이는 시대입니다. 인간의 잔인함과 악의는 때로 정말 사탄이 있더라도 이보다 심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요. 그런 상황에서 정말 실직의 위기에 처한 사탄이 나타나 양질의 악의를 제공해 달라는 제안을 한다는 설정부터 흥미롭습니다. 
선하지 않은 주인공, 사탄이 악의를 탐낼 정도의 주인공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그가 자신이 나쁜 것이 아니며 악의를 발생시킨 타인들이 문제인 거라고 책임에서 발을 빼는 것 역시 예상 범위 안에 있지요.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행위가 타인의 악의를 유발해야만 자신의 수입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인공의 행동은 직접적이고 적극적이지 않을 뿐 충분히 그 효과를 예상한 ‘의도적’인 행동이지요. 
선하지 않은 주인공을 볼 때 독자는 어떤 결말을 예상할까요. 누군가는 주인공이 몰락하는 것을 보길 원할 것이고, 누군가는 이런 주인공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으로 현실을 비판하기를 바라겠지요. 이야기는 아주 복잡 미묘한 선을 타고 나갑니다. 마침내 자신의 행동이 가족의 비극을 유발했음에도 주인공은 자신의 경제적 수입을 위해서, 가족이 더 심각한 비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밀어붙입니다. 실직을 두려워한 사탄은 실직되지 않았지만 마지막의 결말은 밈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해도 좋겠지요. 독자로서는 결말에 놀라고 감탄했고, 생활인으로서는 씁쓸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제목이 이미 알려준 결말이라는 것에 복잡한 마음이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D
흡인력있게 한 호흡에 읽히는 수작입니다. “사탄 실직”이라는 농담을 인간의 악의와 엮어내니 농담같으면서도 섬뜩한 이야기가 완성되었네요. 시작할 때는 좀 더 가벼운 코미디 소설을 상상했는데요, 소설은 그 코미디 같은 톤을 놓지 않으면서도 서사 자체는 점점 깊어집니다. 마지막의 혼란 속에서 다시 정신 붙잡고 <일>을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경멸스럽지만 동시에 경이롭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시스템 안에 있으니까요. 복잡하지 않은 서사를 매끄럽게 주무르고 확장해 가는 솜씨가 멋집니다.

E
‘사탄의 실직’이라는 인터넷상의 밈을 소재로 하여 인간의 윤리성에 질문을 던지는 소설입니다. 사탄과 인간의 계약이라는 고전적 오컬트 소재에 현대 미디어의 부작용이라는 시의성 있는 소재가 적절하게 결합한 점이 소설을 읽는 주된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하고 싶은 점은 중심인물인 ‘강을현’이 타락하게 되는 인과 과정이었습니다. 이 인물은 세속적이고 개인적인 욕망으로 인해 타락하지 않습니다. 그보단, 가족에 대한 부양책임과 손목시계로 은유되는 현대 사회의 물적 폭력성에 의해 최종적으로 타락의 길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사회적 약자일수록 보다 악의적 선택을 강요받기 쉽다는 섬세한 관찰임과 동시에 방만한 현대 자본주의가 개개인의 결속을 어떻게 훼손하고 각자도생의 삶으로 밀어 넣는지에 관한 폭로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악의가 모호한 폭력의 순환을 돌아 가족을 해치는 힘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는 결과를 마주하고도 중심인물이 반성하거나 절망하는 대신, 끝까지 악마와의 계약을 유지하는 결말은 클리셰를 비튼 흔적이 보여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밀도 높은 서사가 이어지는 동안 인물의 심리가 변화하는 속도가 다소 급하고 자세하지 않게 그려져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소설 속 사건의 분량이 적절하게 분배되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있습니다. 악마 가빈과 강을현이 조우하는 서두는 많은 분량으로 서술되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특히 동생 강을석과 강을석이 건네주었던 손목시계 등의 서사는 그 무게감에 비해 다소 간략하게 서술된 것 같아 중후반부의 만듦새가 전반부에 비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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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야 23.04.15 08:33 댓글

    3월 우수 단편에 뽑아주신 데에 이어 1분기 우수 단편으로 선정해주셔서 매우 기쁩니다! 살펴봐주신 말씀들 모두 소중한 양식으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분류 제목 날짜
선정작 안내 3월 심사평 및 1분기 우수작 안내1 2024.04.15
선정작 안내 2월 심사평1 2024.03.15
선정작 안내 1월 심사평 2024.02.15
선정작 안내 2023년 최우수작 안내4 2024.01.18
선정작 안내 4분기 우수작 안내 2024.01.18
선정작 안내 12월 심사평2 2024.01.15
선정작 안내 11월 심사평2 2023.12.19
선정작 안내 10월 심사평2 2023.11.15
선정작 안내 3분기 우수작 안내 2023.10.15
선정작 안내 9월 심사평1 2023.10.15
선정작 안내 8월 심사평3 2023.09.15
선정작 안내 7월 심사평2 2023.08.15
선정작 안내 2분기 우수작 안내1 2023.07.17
선정작 안내 6월 심사평 2023.07.15
선정작 안내 5월 심사평 2023.06.15
선정작 안내 4월 심사평 2023.05.15
선정작 안내 3월 심사평 및 1분기 우수작 안내1 2023.04.15
선정작 안내 2월 심사평 2023.03.14
선정작 안내 1월 심사평 2023.02.15
선정작 안내 2022년 최우수작 안내1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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