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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오지맨디어스

2010.11.26 23:5211.26

나는 고대의 땅에서 온 여행자를 만났는데 그는 말했다 :
“몸뚱이 없이 돌로 된 거대한 다리가 사막에 서 있고,
그 근처의 모래 위에 파괴된 두상이 반쯤 파묻혀 있다.
그 찌푸린 입술과 주름진 입가, 차가운 명령의 비웃음은
조각가가 왕의 정열을 잘 읽어내었음을 말해준다.
그 정열은 생명 없는 물체 위에 새겨져,
그것을 새긴 손과 그것을 길러낸 심장보다도 오래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대좌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져 있다.
“나의 이름은 오지맨디어스, 왕 중 왕이로다.
신이여, 나의 위업을 보소서, 그리고 절망하소서!”
그 주위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거대한 파괴된 잔해의 폐허 주위에,
고독하고 황량한 사막만 끝없이 아득히 뻗어 있다.”

-Ozymandias , Percy Bycshe Shelly


  왕 중 왕, 지상의 모든 군주 가운데 가장 강대하고도 현명한 이, 위대한 오지맨디어스의 이름은 이제 역사의 먼지 속에만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그의 왕국은 부서져 사막으로 돌아갔고 그의 치세를 기억하는 이도 없다. 전도자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슬라이만보다도 더욱 더 위대한 왕이었기에 오만해졌고, 마침내 열사 한가운데의 녹색 옥 같은 도시를 굽어보는 공중 정원에서 태양을 우러러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왕 중의 왕, 위대한 오지맨디어스이다. 오로지 나의 힘과 지혜로 신이 지은 죽음에서 이 도시의 번영을 끌어냈느니. 신이여, 보소서, 그리고 절망하소서.’
  전도자들은 신이 즉각 그의 오만한 선언에 응답했고, 열가지 재앙을 관장하는 천사들이 차례 차례 그의 도시를 방문하고 나자 마침내 그의 왕국은 무너져 내렸다고 말한다. 이렇게 해서 이야기는 전능한 신과 한갓 티끌 같은 인간을 대조하고 인간의 힘과 지혜가 아닌 신에게 의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행동이라고 말하며 그렇지 않은 이에게 다시금 신의 진노가 닥칠 것을 경고한다. 인간 가운데 가장 위대한 오지맨디어스보다는 모든 인간의 노력이 헛되다는 것을 깨닫고 신의 뜻에 맡기는 슐라이만이 가장 현명한 왕이라는 것, 이것이 저 엄숙한 사제들의 설교이다.
  그러나 과연 이 이야기가 진실일까? 제단 위에서 경건하게 신의 이름을 되뇌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자들의 말이? 자, 여기에 왕 중 왕의 몰락에 관한 다른 이야기가 있다. 물론 이 이야기가 설교자들의 이야기과는 달리 진정한 사실을 전하고 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진실도, 선악도, 심판도 말하지 않고 오직 파멸을 말할 뿐이다. 어떤 이야기라도 씹어삼키고 소화할 수 있는 튼튼한 위장을 가진 이들만 여기에 귀기울일 수 있으리라. 구역질하지 않고 가장 쓰디쓴 즙도 삼킬 수 있는 이들만이.

  신화에 의해 모든 왕들의 혈통은 천상적인 것이고, 왕을 공식적으로 일컬을 때 쓰이는 ‘태양의 아들’이라는 칭호는 문자 그대로의 사실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가 양손에 쇠로 된 왕홀과 생명의 앙크를 쥐고 있는 때가 수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러한 일들을 굳이 문제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그 자리에 있다는 것 만으로 수만 명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었고, 말 한 마디로 도시를 허물고 농경지를 가꾸게 할 수 있었다. 모든 이들은 그가 신이기 때문에 모두가 복종한다고 믿었고, 그래서 모든 이들이 그에게 복종했다. 이것이 그의 강대함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가 가진 힘이 강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현명했고, 자신이 그만큼 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현명했다. 이것이 그의 현명함이었다. 그래서 그는 강대하고도 현명한 왕이었으며, 특히 후자에 의해서 자신의 두 가지 미덕을 다룰 줄 알았다. 그가 자신을 천상의 자손이라고 믿는 이들이 머리 숙인 위에 홀로 고독히 서서, 강대함과 현명함에 관해서 사색에 잠겼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자신의 혈관에 신주(神酒)가 흐르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에게 힘이 있다는 것을 자각했으므로, 그 다음으로는 그 힘은 무엇을 위해 사용해야 할 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그 결과, 그는 이 붉디 붉은 죽음의 사막 한가운데 헤매이는 이들에게 집을 가져다 주고, 먼지 덮히고 갈라터진 입술로 호소하는 이들에게 물을 가져다 주고, 가장 강인한 뿌리조차 시들기 일쑤인 불모지에서 굶주리는 이들에게 떡과 고기를 가져다 주고, 작열하는 태양과 휘몰아치는 모래바람에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약속을, 황야 대신 숲을, 폐허 대신 도시를, 죽음 대신 삶을 가져다 주겠다고 다짐하였다. 수십년의 치세 동안 그는 자신의 강대함과 현명함을 사막 한가운데에 도시를 건설하는 과업에 바쳤다. 수로가 건설되고 수원이 개척되었다. 척박한 땅을 개간하고 씨를 뿌렸다. 대추야자를 심고 포도를 심었다. 도로를 정비하고 기념비들을 세웠다. 도서관을 짓고 공공목욕탕을 만들었다. 그의 도시가 붉은 죽음 한가운데서 녹색 보석으로 빛나도록- 그래서 그의 이름은 바다를 건너 머나먼 도시들에게 까지 알려졌고, 사막의 대상들은 길을 떠나기 전 그의 가호를 빌었다. 그는 스스로의 과업이 이행되는 것에 기쁨을 느꼈기 때문에 언제나 힘써 일했고, 구물거리며 땅 위에 살아가는 물생들은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다. 이것이 그의 위대함이었다.
  이야기는 설교자들의 것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수로의 물이 핏빛으로 변했다. 도시를 관통하고 지나가는 수로에서는 비린 냄새가 진동했고 물은 이상한 맛이 났다. 손바닥으로 떠서 문질러보면 희미하게 불그스름한 자국이 났다. 짐승들은 피가 된 물을 겁내고 마시지 않으려 했다. 백성들은 그 빛깔에 질려서 물을 항아리에 담지 않았고 밭에 수로를 대지 않았다.
  왕에게 붉은 물이 담긴 대접이 바쳐졌다. 왕은 백성들의 호소를 들은 뒤, 대접 안의 물을 꼼꼼히 살폈다. 왕이 말했다.
“백성들은 물이 피로 변했다고 말하지만, 여기에서는 생명이 아닌 죽음만이 느껴지는구나. 이것은 피와 같은 빛깔일 뿐 진정한 생명인 피는 아니다. 그러나 무엇이 물을 이렇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가?”
  하마 머리를 한, 강물과 수로를 관장하는 헤프르가 답했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물을 피로 바꾸는 술법은 아주 오래된 것입니다. 고대의 왕들 앞에서 술객들이 물을 피로 바꾸고 또 피를 다시 물로 바꾸는 법을 보인 일이 있습니다.”
“그대도 할 수 있는가?”
“물론입니다. 비법에 따라 제조된 가루가 있으면 물에 뿌리는 것만으로 술법을 행할 수 있습니다. 반대의 작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가루를 지금부터 제조하라고 명하면 할 수 있겠는가?”
  따오기 머리의 지식을 관장하는 토트가 아뢰었다.
“가루의 제조법은 비법이지만 파피루스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조에 시일이 걸리는데다가 한 솥의 약재를 끓여야 기껏해야 한 줌을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수로 전체의 물을 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양이 필요하겠는가?”
“고대의 왕들 가운데, 적의 도시를 공격하기 위해 수로에 비법에 따라 제조된 가루를 풀어서 적을 공포로 굴복시킨 왕도 있습니다. 그 때 필요한 양의 가루를 얻기 위해서 상왕국 전체의 솥을 징발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는 없었으므로 관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왕은 핏빛 물을 들여다 보면서 말했다.
“당장 피를 물로 돌이키는 가루를 필요한 만큼 제조할 수 없다면, 오염된 외부 수로를 폐쇄하고 봉인 해 둔 지하 수로의 샘들을 열어 물을 끌어오도록 하라. 이것이 어떤 술법에 의한 것이고, 온 땅의 물이 모두 피가 되지 않았다면, 머지 않아 깨끗한 물이 피를 바다까지 흘려 보낼 것이다. 본디 지하 수로는 왕도가 포위당하여 물 공급이 차단될 것을 대비해 만들어 둔 것이었다. 지하 수로는 라일의 강과 수원이 다르니 피로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헤프르가 절하고 물러났다. 그러자 불타는 눈을 가진, 사자 머리의 세크메트가 나서서 절하고 아뢰었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과연 폐하의 명은 신속하시며 정법이십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앙이 발생한 데는 필시 까닭이 있을 것이며, 어떤 자가 감히 태양의 아들이 지배하는 도시에 술법을 건다면 이는 신을 모독하는 행위입니다.”
“너의 충언은 받아들이겠다. 허나 반역 시도가 있다고 해도, 호들갑을 떠는 것은 민심을 불안하게 만들어 반역자에게 이로울 뿐이다. 완전히 원인을 밝혀내기 전까지 조사는 최대한 비밀리에 행하고, 지나치게 염려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 강이 다시 맑아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관료들은 모두 절하고 뒷걸음질쳐서 물러났다. 홀로 남은 왕은 생각에 잠긴다. 누가? 아니, 누구냐고 묻는 것보다는, 왜냐고 묻는 것이 더 현명한 질문일 것이다- 동기와 의도야 말로 그 주인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므로. 그러나 왕은 재앙이 일어나야 할 만한 이렇다할 의도를 떠올릴 수 없었다. 백성들에게 괴로움을 더하는 것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한 가지 사건으로만 더 이상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왕은 그 의도를 알아내느니 차라리 그 이상의 다른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이튿날, 왕의 알현실에 수평선 너머의 섬들과 항구들로 부터 온 대상들이 올라왔다. 대상들은 공물을 바치고, 왕 중 왕의 강대함과 현명함을 칭송하는 의례적인 경구들을 읊조렸다. 왕은 손을 들어 멈추게 하고 물었다.
“먼 곳에서 온 상인들이여, 그대들의 항해에서 새로운 사실을 보거나 들은 것이 있는가?”
  상인 가운데 하나가 나서서 절하고 부정확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예, 폐하. 소뿔의 섬을 돌아서 올 때, 땅 속에서 하에데스의 화염이 산거죽을 뚫고 올라왔습니다. 그 불빛은 밤에도 꺼지지 않았고, 소리는 천둥처럼 울리며 바다를 뒤흔들었습니다. 저희는 온통 머리와 돛에 재를 뒤집어썼습니다.”
“하에데스의 화염이 무엇인가?”
  상인들은 저들끼리 의논하고 다시 절한 뒤 대답했다.
“하에데스는 지하의 신, 죽은 자들의 지배자라고 부릅니다. 그가 관장하는 영역은 명계이기에 지상에 그의 권세가 미치는 일은 적지만, 일단 진노하고 나면 그 앞에서는 스스로가 진정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강대하고 현명하신 폐하야 말로 태양의 아들이시며 상왕국과 하왕국, 지상과 지하의 지배자이시다. 제 멋대로 미쳐 날뛰는 괴물을 가져다 댈 쏘냐!”
  하고 오시리스가 분개했으나 왕은 사자를 관장하는 신을 제지했다.
“그대는 하에데스가 무엇 때문에 진노했는지 알고 있는가?”
“들은 바에 따르면, 소뿔의 섬은 본래부터 지하세계와 통하는 문이 있어 제물을 바쳐 명계의 왕을 달래고 있습니다. 신들의 뜻은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제들은 의식을 소홀히 하면 신들이 진노한다고 말합니다.”
“그대가 보기에는 어떤가?”
  상인은 조금 난처한 듯 보였지만 이내 절하고 대답했다.
“저는 한갓 상인에 불과하고, 신이 있는지 없는지 분명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할 형편은 못 됩니다. 흔히들 비는 천신의 오줌이라고 하고, 천둥은 그 방귀소리라고들 하니 이야기할 때는 그런 부류의 이야기들을 옮길 따름입니다.”
“알았다. 물러 가거라.”
  상인들이 물러나고 나자 날씨를 내다보고 비를 부르는 누트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오줌이니 방귀소리니 하는 불경을 범하는 자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실 필요 없습니다. 무엇보다 지하세계의 지배권을 지상에서와 똑같이 가지고 계신 폐하께서 이렇듯 평정하신데 명계의 진노라는 것은 무슨 소리입니까?”
“그대는 너무 심려치 말라. 저들 배타고 항해하는 족속이 불경스럽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그러나 그보다 소뿔의 섬에도 어떠한 재앙이 닥쳤다는 이야기는 마음에 걸리는구나. 토트,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가?”
“아뢰기 황송하오나 그러한 기록은 워낙 오래 전의 일이라 다시 파피루스 도서관을 찾아보아야 할 줄로 압니다.”
“알겠다. 경들은 물러가서 책무를 다하라.”
  다시 홀로 남은 왕은 어떠한 술법과 악의가 소뿔의 섬에 살아가는 백성들에게 그런 재앙을 불러왔을지 의아해했다.

  기이한 일이 또 일어난 것은 핏물이 사라진 며칠 후의 일이었다. 우기에 모습을 드러내는 개구리는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기름진 옥토가 풍성한 소출을 낼 것을 약속하는 의미의 상형문자로 쓰인다. 그러나 시기는 우기가 아니었고 벌어진 일이 풍요의 상징은 더더욱 아니었다. 수로 벽 너머로 개구리가 기어나오기 시작한 것은 여명 무렵이었다. 해가 완전히 떠올랐을 무렵 이미 온 거리는 개구리로 뒤덮혀 있었다. 밟히거나 터져서 죽은 개구리가 수도 없이 많았고 사방을 기어다니는 개구리의 수는 그보다도 더욱 많았다.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며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왕은 관료들을 대동하고 거리를 돌아보았다. 왕이 물었다.
“이것은 또 무슨 일인가? 지혜의 신이여, 이런 일을 상서롭다고 할 수는 없겠지.”
  따오기 머리의 신이 신중하게 답했다.
“폐하, 개구리는 헤크트 신의 동물로 그 나타나는 시기가 곧 우기가 다가올 조짐을 보이기 때문에 풍요의 신이 자신의 동물로 택한 것입니다. 그 뛰어다니는 모양이 상서롭고 또 한번에 많은 낳기 때문에 다산의 상형 문자로 쓰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일은 헤크트 신의 뜻에 맞는가?”
  누트가 나섰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폐하, 습기를 관장하는 게브는 아직 자신이 도래할 때를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힘이 서린 바람이 동쪽으로부터 불어오면, 게브는 이내 구름으로 화하여 비가 되어 내릴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자신의 거처를 떠날 시기가 아니고, 습기의 신에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징조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헤크트 신은 우기에 관여하는 바가 없는가?”
“개구리의 신은 곡물신 세스의 다른 화신일 뿐입니다. 그는 풍요의 국면 한가지만 상정하고 있을 뿐이고 내재된 생장력과 소출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사태는 헤크트 신의 행사라기 보다는 무언가 다른 요인이 관여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왕은 거리를 거닐면서 사방을 기어다니는 개구리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미 죽어버리려서 꾸덕꾸덕 말라가며 악취를 풍기기 시작하는 것들도 많았다. 왕이 물었다.
“토트, 개구리는 어떻게 우기가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느냐?”
“그것은 개구리의 축축한 피부가 습기에 극히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개구리는 물 속과 밖 양자에서 모두 호흡할 수 있으나, 피부가 젖어있지 않으면 공기 중에 오래 있을 수 없습니다. 우기가 다가오면 물 밖에서도 축축함이 오래 유지되므로 물 밖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더욱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보라-시체들은 바싹 말라 있다. 개구리가 호흡할 수 있을 정도의 습기가 없다는 뜻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 밖으로 나온 것은 물 속에서 이보다 더 호흡하기 어려웠다는 뜻이 아닐까?”
  왕의 지적에 모든 관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따오기 신이 칭송했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폐하의 혜안은 과연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습니다. 물이 피로 변했던 것과 이 일이 무언가 관계가 있는 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 때의 독기가 헤크트 신의 동물들을 고통스럽게 했고, 견디지 못하고 차라리 피부가 마르게 하는 물 밖으로 몸을 피한 것입니다.”
“이것은 모독적입니다! 폐하, 명을 내려주십시오. 불경한 자들은 풍요신을 모독하여 백성들을 두려움에 빠지게 하고 있습니다. 이 자들을 이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세크메트여, 그대의 충성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물을 피로 바꾼 자들도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 않은가? 아직은 병사들로 이 일을 직접 조사하게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조사는 이전처럼 비밀리에 계속하도록 한다. 그리고 헤크트 신의 동물들의 시체가 썩기 전에 거리를 구석 구석 치우게 하고, 물을 뿌려 포석의 얼룩들을 닦아내게 하라. 다시 한 번 샘들을 열어서 수로에 물을 흘려보내게 해서, 보이지 않지만 남아있는 독기를 없애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라.”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왕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걸어서 궁정으로 돌아왔다. 병사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늘어붙은 개구리 시체를 떼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물이 피로 변하고 개구리가 들끓는 이적은 백성들을 크게 놀라고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백성들에게 안정을 가져다 주려는 그를 모독하고 왕권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그것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자들은 분명 많았다. 이민족의 왕들로부터, 그의 형제들에 이르기까지. 관료들은 아무도 감히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왕을 따라 걷기만 했다.

  병사들이 포석을 구석 구석 물을 뿌려 가면서 닦아냈지만 며칠이 지나는 동안 악취가 거리를 떠나지 않더니, 별안간 파리떼가 창궐했다. 파리는 어디서나 붕붕거리며 날아다녔고, 아무곳에나 내려 앉았다가 내리치는 손길을 피해 다시 내려앉곤 했다. 너무 악취가 진동하여 머리가 어질어질할 지경이었다. 가축들도 이제는 꼬리를 흔들어 쫓는 것조차 지쳐 파리가 눈꺼풀이 내려앉아도 가만히 내버려두는 형편이었다. 궁정도 예외는 아니어서 시종들이 부채로 파리를 쫓아내느라 애쓰고 있었다. 이 광경에 왕은 심기가 불편했다. 당장 크게 해로운 일은 아니었지만 파리가 구름처럼 몰려다니는 것은 보기 좋은 광경이라고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지혜의 신이여, 파리의 영역을 관장하는 신은 누구인가? 파괴와 해로운 것들의 신인 세트인가?”
“세트의 숨결로부터 쏘고 찌르는 날개달린 것들이 태어난 것은 맞습니다. 허나 파리도 그의 호흡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그런가?”
“파괴신 세트는 자신의 영지인 붉은 죽음의 사막에서 나는 것만을 관장합니다. 그러나 이 파리떼는 사막의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습한 하왕국의 남부지방에서 흔한 것입니다. 라일의 가장 비옥한 지역에 그의 권세가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파리가 남쪽 지방의 것이라면 이처럼 파리가 창궐하는 일이 그 쪽에서 흔한 일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헤크트 신의 동물들이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이 정도로 크게 무리를 이루는 것은 보통의 상황은 아닙니다.”
“태양의 아들에게 대적하는 유일한 적신은 세트 뿐이다. 다른 신이 또 반역을 꾀한단 말인가?”
  왕 뒤에 시립해 있던 수호신 호루스가 날카롭게 물었다. 왕의 소유물인 왕국과 신민의 보호자인 세크메트와는 달리 왕 그 자신만을 모든 마법적, 주술적 수단으로부터 수호하는 호루스는 필요하다면 다른 관료들 이상의 권한을 발할 수 있었다.
“그건 아닙니다, 수호신이여. 비록 헤크트 신의 동물들이 한꺼번에 라일 밖으로 뛰쳐나와 백성들을 겁에 질리게 하긴 했지만, 그것이 풍요신이나 곡물신의 반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일 역시 직접적인 반역의도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공격에 의한 결과를 의미할 것입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아까 지혜의 신이 이 종류의 파리가 남쪽에 흔하다고 말했다. 지금 하왕국 남부 지방의 행정관이 누구인가?”
“우아티트입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이 맡은 땅에 내려가 있습니다.”
“남부에 흔한 것이라면 파리를 쫓는 방법 또한 남쪽에 있지 않겠느냐?”
“제가 알기로는 하구의 습지에 자라는 향초를 태우는 연기로 습지의 해로운 벌레와 독기를 쫓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즉각 사자를 파견하여 그 풀을 가져오게 하면 이 귀찮은 것들을 처리해 버릴 수 있을 겁니다!”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일에 몰두하느라 골머리를 앓아온 세크메트가 기뻐했다. 사자신은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기껏 파리 따위의 미물이 감히 왕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괴로워하던 차였다.
“하지만 사자가 오가는 동안에도 시일이 걸리는데다가 남방신 역시 향초를 왕도 전체가 필요로 하는 만큼 마련하려면 시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고 토트가 간언했다. 관료들은 침음성을 흘렸다. 그 때 말을 아끼고 있던 죽은 자를 관장하는 오시리스가 입을 열었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폐하, 감히 아뢰기로는, 파리 정도는 지나치게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라의 빛이신 폐하의 은혜가 구석 구석 닿지 않는 곳은 없지만, 한갓 파리 따위에 심려를 기울이는 것이 라의 빛의 의무는 아닙니다. 백성은 결국 태양의 아들에게 복종해야 하고 인내가 그들의 미덕입니다. 과연 폐하께서는 자비로우시지만, 그들의 모든 불편에 일일이 관심을 기울이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른 신들도 명부신의 의견과 같습니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토트가 아뢰자 관료들이 모두 업드려 절했다. 그러나 왕은 돌아선 채로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을 뿐이다.
“즉각 우아티트에게 사자를 파견하라.”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관료들이 돌아가고 왕은 홀로 생각에 잠겼다. 그의 힘과 지혜가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부터, 알 수 없는 적의와 불운이 슬금슬금 기어오고 있었다. 그의 백성들을 해치는 것은, 불론 그의 왕권에 흠집을 내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살아 있는 인간 가운데 어떤 자가 이러한 힘을 동원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존재가 무엇을 바라고 이러한 사건들을 의도한단 말인가? 왕은 미지의 불안을 쉬이 다스릴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누트의 가호로 게브가 약해지고 건조한 공기가 불어오자, 사악을 태워 없애는 라의 빛 앞에 파리는 한 풀 기세가 껐였다. 그러나 파리가 단순히 불쾌감을 주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악이 서서히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가축 가운데 힘이 약해진 것들이 몇씩 죽어나가는가 싶었다. 그러더니 비단 가축 뿐 아니라 백성 가운데서도 약해지고 물도 제대로 삼키지 못한 채 앓다가 죽어가는 이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왕은 즉각 관료 회의를 소집했다. 늘어선 신들 앞에서 왕이 입을 열었다.
“어떤 악의가 왕도를 타격하고 감히 신성한 권위를 모독하려 하고 있다. 이제까지 강이 핏물로 변한 것이나 헤크트 신의 동물들, 파리 떼가 창궐하는 것은 술객들이 부리는 환상처럼 직접적인 해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병은 나의 백성들을 직접 해치고 있지 않은가? 이는 분명 내버려 둘 수 없는 일이다.”
  왕의 진노 앞에 모든 신들이 고개를 숙이고 감히 나서지 못했다. 그 때 가장 먼 자리에 앉아 있던 의술의 신 임호테브가 일어섰다. 그는 토트의 제자로, 관료들 가운데 가장 젊었고 신위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았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이 병은 파리의 창궐과 관계가 깊습니다. 또 이전의 개구리들이 기어 올라 왔던 사건과도 모종의 연관이 있습니다. 헤크트 신의 동물들의 시체가 썩으면서 불결한 곤충인 파리가 늘었고, 이들은 시체의 독기를 품은 채 아무 곳이나 내려앉으며 그 독기를 퍼뜨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겠는가?”
“병은 독기가 옮겨가는 데서 생깁니다. 즉, 독기 있는 것이 독기 없는 것에 닿으면 전염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염을 차단하고 독기의 근원을 없애 버리면 자연히 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면?”
“병의 증세를 보이는 자들은 즉각 격리하고 다른 이들과 만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병으로 인해 죽은 시체는 즉각 불태워 독기를 정화해야 합니다.”
  사자를 관장하는 신이 벌떡 일어섰다. 사방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왕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오시리스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임호테브를 노려보며 손가락질했다.
“불경하다!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육신이 파괴되면 카(Ka : 혼의 본질이자 생명력으로, 부활할 때 다시 육신으로 돌아온다. 육신은 카가 거처하는 집으로 여겼다 - 저자 주)는 어디로 돌아와야 하는가? 영생과 부활은 어떻게 가능해지는가? 그런 모독적인 말을 하다니!”
“시체를 태우지 않으면 병의 확산을 막을 수 없습니다.”
“육신이 파괴되면 다시 부활하지 못한다! 설령 병으로 죽는다고 해도 ‘사자의 서’와 ‘암소의 서’를 따르기만 하면 카는 육신으로 돌아올 수 있어. 그러나 육신을 파괴해 버리면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명부 너머의 혼돈 가장자리에서 중얼대는 망령이 되고 말아!”
  논쟁이 격해지자 지혜신 토트가 나서서 중재했다.
“의술신은 제 제자이고, 그가 한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지식의 신인 동시에 마법의 신이기도 하며, 명부신 만큼이나 ‘사자의 서’와 ‘암소의 서’에 통달해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상황이 두 선택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적은 백성들을 부활의 희망도 없는 영원한 사망으로 떨어뜨리는 대신 왕도 전체에 병이 퍼지는 것을 막을 것인지, 아니면 위험부담을 안고 그 보다는 덜 확실한 수단을 택할 것인지 말입니다.”
  왕이 물었다.
“덜 확실한 수단이라면 무엇인가?”
“저와 의술신은 꿀, 연꽃의 뿌리, 박쥐 말린 것 등의 재료로 약을 조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약은 전염을 막는 것이 아니라 병세가 발동한 환자의 증상을 가라앉히고 회복시키는 약입니다. 왕도 전체의 백성들을 치료할 만큼의 양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혜의 신이 답변을 마치자 좌중은 침묵에 잠겼다. 왕은 고뇌했다. 아무도 감히 왕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긴 시간이 지나고 왕이 말했다.
“설령 전염을 막는다고 해도, 병으로 죽은 자가 부활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백성들은 더 큰 불안에 떨 것이고 병에 걸릴 경우 그 사실을 더 숨기려고 들 것이다. 차라리 위험 부담을 안는 편이 낫다. 토트와 임호테브는 서둘러 약을 조제하고, 치료받아야 하는 자들을 격리해서 치료하게 하라. 오시리스는 정해진 의식을 치러서 이미 병으로 죽은 망자들을 인도하라.”
  왕의 말이 끝나자 관료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뒷걸음질쳐서 물러났다. 도대체 이 재앙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일까? 이 재앙 후에 다른 재앙이 이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이 이토록 선명한 악의를 품고 끔찍한 선택들을 강요하는 것인가. 왕은 적을 상대하는 것이 서서히 그의 힘과 지혜에 부친다는 것을 느꼈다.

  병이 무거운 수의 자락을 끌고 느릿 느릿 배회하는 동안, 거리에는 탄식이 가득 찼고 격리 천막에는 들어가는 이도 나가는 이도 없었다. 도시 전체에 끔찍스러운 침묵이 만연해 있었지만, 그 침묵을 조각조각 내어버릴 다섯번째 재앙이 죽은 자들의 방향으로부터 다가오고 있었다. 날개달리고, 무리짓고, 억센 턱과 단단한 껍질을 가지며, 가슴 가리개에는 불길한 해골과 같은 무늬가 있는 파괴적인 것들 말이다.
  처음 그것들의 출현은 쏟아놓은 피처럼 붉은 노을 아래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담벼락 위, 라의 영광이 운행함에 따라 기울어지는 해시계의 그림자 바늘 끄트머리에 하는 식이었다. 온 거리에 슬픔이 가득했기에 그 전조에 신경쓸 만한 이는 없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척후에 지나지 않았고, 이윽고 사나운 도약이, 치솟은 모래구름 꼭대기에서부터 떨어지는 파멸이, 그칠 줄 모르는 탐욕의 증식이 무자비하게 태양의 도시로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것들은 보통의 누리처럼 생겼지만 크기가 손바닥만했고 몹시 난폭해서 그 턱으로 사람의 살도 씹을 수 있었다. 거죽은 말라붙은 힘줄처럼 질기고 붉은 색과 희미한 녹색과 검은색으로 얼룩져 번들거렸다. 그것들의 탐식은 모든 초록을 먹어치우고 다시 왕도의 땅을 적신 세트의 붉은 사막으로 되돌려놓을 터였다. 왕명에 의해 병사들 뿐 아니라 백성들까지 거리에서 그것들을 두들기고 때리고 짓뭉개는 작업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 무더기 속에서 아무리 악전고투를 벌여도 무리는 지칠 줄 모르고 쏟아져 내렸다. 다시 어전 회의가 소집되었다.
  도열한 만신전 가운데 따오기 신이 읍하고 말했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저번의 파리 떼는 그의 것이 아니었지만, 이 기어다니고 뛰어오르고 갉아먹는 파멸은 적신 세트의 것입니다. 라의 영광과 태양의 아들의 가호 아래 라일의 젖을 머금고 뭇 산 것들이 우글거리며 생육하는 것을 보고, 악신 세트는 질투에 가득 차서 세번 길게 숨을 내뿜었던 것입니다. 첫번째 숨결에서 탐욕스럽게 물어뜯는 각다귀가 생겨낫고, 두번째 숨결에서 먼지처럼 바람에 날려다니며 병을 퍼뜨리는 응애가 생겨낫고, 세번째 숨결에서 그칠 줄 모르고 모든 것을 갉아먹는 누리가 생겨났습니다. 이제 여태까지의 재앙들의 배후에 적신의 힘을 빌리는 초자연적인 세력이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그 때 소 머리를 한, 대기를 관장하는 누브가 나서서 아뢰었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폐하, 그러나 이 누리 떼는 보통의 것이 아닙니다. 크기만 보아도 보통의 것은 손가락 마디 만하지만 이것들은 손바닥만큼이나 큽니다. 더군다나 본디 누리가 날아오는 것은 누브의 숨결이 방향을 바꾸어 대기의 순환이 내륙으로부터 불어오는 시기인데, 이들은 죽은 자들의 방향으로부터 날아왔습니다. 그 방향은 라일의 은총을 입지 못한 황야와 사막, 바위 계곡들 뿐으로, 누리가 생육할 만한 것이라고는 전혀 없습니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진정 어느 이름없는 계곡 사이에 숨겨져 있던 무저갱에서 올라온 것들일지도 모릅니다.”
  이어서 사자머리의 세크메트가 절하고 말했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이런 모독적인 사실을 아뢰는 제 입이 떨리오나, 거리에 불경스럽게도 혼란을 틈타 예언자를 참칭하는 자들이 마치 저 메뚜기 떼처럼 무리를 이루어 백성들을 선동하고 있사옵니다. 이 자들은 이 모든 것이 종말을 위해 예비된 재앙이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만이 이런 재앙을 벗어나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합니다. 공포에 빠진 백성들이 꾀는 말을 듣고 놀라 두려워 동요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혜신과 대기신은 작금의 사태에 초자연적인 힘이 관여되어 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저는 그런 것에 밝지 못하여 단 하나의 해결책만을 알고 있습니다. 폐하, 이런 자들은 즉시 죽여 절벽 위에서 시체를 내던져야 합니다. 그제서야 자신의 믿음이 자신의 목숨을 건져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말입니다.”
  수호신 호루스가 말했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제 견해로는 이 자들은 잊혀진 신성도시의, 비밀스럽고 발음할 수 없는 이름을 가진 신의 사제들의 잔당이 틀림없습니다. 일찍이 폐하께서 정벌하시고, 역겨운 해충들을 쓸어버리듯 모조리 없애셨던 자들이 도시의 주민들에게 폐하가 내리신 자비를 틈타 살아남은 것입니다. 말라붙은 골짜기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일련의 재앙들이 닥치자 기회로 여겨 준동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들에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 가세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간교한 혀를 놀리는 자들을 저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혼란만 가중될 뿐입니다. 즉각적인 조치만이 두려워하는 백성들을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관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아뢰는 동안, 왕은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윽고 왕이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탁했다.
“경들은 들으라. 이 누리 떼가 어느 힘에 의한 것이든, 이것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본디부터 없었다. 대기신이 풍향과 전조를 읽고 경고하면 미리 수확하여 저장해 놓고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더 불안해 할 것은 분명하니, 의미없는 일이라 해도 계속 누리를 잡도록 명을 하달하라. 더 이상 갉아먹을 것이 없게 되었을 때 저것들도 자연히 이 곳을 떠나갈 것이다.”
  관료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수호신이 아뢰었다.
“폐하, 즉각 명만 내려주십시오. 사자신의 병사들이 너무 눈에 띈다면 제 수호병들로 하여금 당장이라도 예언자를 칭하는 자들의 목을 쟁반에 담아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왕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헛된 말을 퍼뜨려 어느 정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누리 떼이고, 그들을 죽인다고 해서 누리 떼가 물러가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단지 잠시 혼란 와중에 일어나는 헛소동에 불과하고, 한편으로는 즉각적인 해결을 원하는 백성들의 요구를 잠시 늦추는 효과까지 있다. 그들을 죽일 경우 군중이 더 광기에 휩싸일 수도 있으니, 누리 떼와 마찬가지로 내버려 두어라. 그들의 말은 공허하므로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하오나 폐하...!”
“경들은 물러가 그대로 행하라.”
  왕의 무거운 손짓에 관료들은 그만 입을 다물고 절한 뒤 뒷걸음질쳐서 물러났다. 왕은 오래도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제 인간의 힘과 지혜로는, 단지 상대가 제풀에 물러나기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더 이상 초자연적인 적의 악의에 대항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포석을 두드리며 내려앉고 날개와 날개를 맞부딫히며 날아오르는 어마어마한 소리들은 차츰 줄어들었다. 왕이 말한대로, 탐식은 그가 더 이상 집어삼킬 것이 없는 때를 견뎌내지 못하며, 종국에는 그 자신이 스스로를 삼킬 것이기 때문이었다. 녹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된 왕도에서 누리 떼는 며칠 정도 더 붕붕대며 맴돌았지만, 다시 뛰어올라 파괴적인 모래바람의 꼭대기에 올라탈 기력이 없는 놈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서서히 태양의 도시를 떠나갔다. 움직이는 것이 남아있지 않은 거리는 다시 적막에 휩싸여 왕도는 마치 죽은 자들이 누워있는 무덤도시 같았다.
  그러나 예언자들에 관한 언급에 있어서는, 왕의 생각이 틀렸다. 누리 떼와는 달리 그들에게는 사막을 건너 파괴의 맹위가 내딛는 다른 곳까지 날아갈 날개가 없었으므로, 죽은 누리 떼의 시체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왕도를 벗어날 방도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종말에 이르지 않은 상황이야말로 종말을 외치던 자들에게는 더욱 끔찍한 것이었고, 금방이라도 왕의 병사들이 그들을 끌어내 목 베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었다. 그래서 그들은 선수를 치기로 결심하고, 일어나 다시 백성들을 선동했다. 자신들이 신의 진노를 달래 재앙을 일시적으로 물러가게 했지만, 거짓 신들의 우상을 섬기는 폭군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다시금 신의 진노가 찾아들 것이라고 말이다. 그들의 신은 질투하는 신이며, 전지전능하지만 직접 왕의 앞에 나타나 개심시키는 간단한 방법보다는 공포에 질린 군중이 복종하고 불신자를 잡아 그 피와 살로 올리는 야만적인 제사를 더욱 즐기는 신이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연이은 재앙에 너무도 지쳐 있었고, 또 겁에 질려 있었다. 이제 그들은 무분별한 광기에 젖어서, 그들의 보호자가 누구였는지 빵과 고기를 주던 이가 누구였는지 잊어버리고 마구 날뛰는 양떼처럼 맹목적으로 내달렸다.
  처음 반란이 일었을 때 사자신 세크메트는 왕궁 밖에서 병사들을 이끌고 거리를 순찰하고 있었다. 사자신의 부대는 먼지를 말아올리며 왕도로 향하던 군중과 마주쳤다. 그들을 이끄는 예언자들이 불경한 말들을 외쳐대자, 사자신의 눈은 불꽃을 튀겼고 머리터럭이 갈기처럼 곤두섰으며 감히 태양의 아들에게 반란을 일으킨 자들에 대한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의 곁에 도열해 있던 병사가 달려나와 그의 옆구리를 단도로 깊숙히 찔렀다. 사자신은 즉각 반역자를 베어버렸지만, 그의 부하들 가운데는 이미 예언자들의 말을 따르는 자들이 있었다. 폭도들이 달려들 때 왕의 병사들 가운데 일부가 돌아서 반란에 가담하여 충성스러운 병사들을 찌르고 베었다. 사자신은 피를 강물처럼 쏟아내면서도 분전하여 주위를 시체에서 흘러내린 피와 자신의 피로 붉게 물들여 아무도 가까이 올 엄두를 내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생명이 죽음의 입처럼 벌어진 상처로 빠져나왔고, 결국 사자신은 눈을 부릅뜬 채로 땅에 쓰러져 죽었다. 신이 죽는 광경을 본 병사들은 사기를 잃고 반란군에 투항하거나 창을 거꾸로 쥐고 패주했다.
  이 비보가 전해지자 왕궁에는 침묵만 흘렀다. 수호신 호루스가 침통하게 아뢰었다.
“병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적의 무리에 합류했습니다. 충성스러운 병사들이 아직 맞서고 있기는 하지만, 수적으로 모자라 곧 왕도 전체가 저들의 손아귀에 떨어질 것입니다.”
  왕이 명했다.
“일찍이 이 왕궁을 세울 때, 무너지는 다리와 쐐깃돌을 빼면 미끄러져 닫히는 문, 비밀 복도와 숨겨진 통로들, 속임수 복도와 이중 벽들을 설계해 두었다. 왕궁 안에 남아있는 수호병들로 이 장치들을 작동시키고 운용하게 하여 폭도들의 진입을 막되, 최대한 방어전을 펼치며 교전하지 말라. 저들은 지금 광기에 사로잡혀 있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곧 광기가 힘을 잃을 것이다.”
  수호신은 명을 받들어 뒤집히는 벽의 문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왕도의 행정관인 비비머리의 타넨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아뢰었다.
“강대하시고 현명하신 폐하 만세. 폐하, 저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신성 모독을 범하며 성스러운 형상들을 닥치는대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장 강력한 신 가운데 하나인 사자신마저 그의 피를 포석 위에 길게 흘리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청컨대 폐하께오서는 적신 세트를 쏘아 눈멀게 하는 태양뱀의 불길을 풀어놓으시어, 왕성의 비좁은 회랑에서 벌레무리처럼 들끓는 저 미몽에 찬 무리들을 태워 없애소서. 왜냐하면 라의 광휘는 파사의 빛이고, 폐하께서는 태양의 아들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다. 아툼의 색채, 라의 광휘, 케프리의 불길은 오로지 적신 세트의 수하들을 태워 없애기 위한 것이지 나의 백성들을 향한 것이 아니다. 설령 저들이 공포에 눈멀어 광기에 내어몰린다 한 들, 저들의 보호자가 태양의 아들 이외에 누가 있겠는가? 경들은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라. 아직 태양의 아들의 권세와 지혜는 다하지 않았다.”
  그 말에 만신전의 관료들이 송구스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왕은 옥좌에서 일어나, 비좁고 꼬불꼬불한 계단을 지나 왕의 전서응을 보관하는 탑으로 갔다. 뼈와 같은 색의 피부를 지닌 야만족과 대치하여 경계를 지키고 있는 국경 수비군 가운데 일부 병력을 몰래 귀환시킨다면, 혼란에 빠진 왕도를 곧 진압하고 다시 치안을 회복하여 복구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야만족들은 지극히 약삭빠르고 간교하여 경계가 약화되는 낌새라도 채면 즉각 누리 떼처럼 달려들 것이었기에 이러한 조치는 극히 위험한 것이었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만 매우 조심스럽게 행해져야했다. 왕은 청금석 빛 하늘로 사라지는 전서응을 바라보면서, 그가 이룩한 모든 것이 약해지고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부스러져 붉은 죽음의 사막으로 되돌아가려 하는 것을 느꼈다. 만일 그의 힘과 지혜가 조금만, 조금만 더 적을 이겨낸다면...

  전서응이 밀명을 싣고 떠난지 며칠이 지났다. 반란군의 기세는 점차 약해졌고, 역도의 수괴들은 당황하여 어떻게든 사기를 끌어올리려 애썼으나 쉽지 않았다. 왕의 예측대로 광기는 오래 가지 않았는데, 그에 사로잡힌 사람이 닥치는대로 날뛰며 파괴의 맹위를 떨칠 때에는 기세가 치솟았지만 이제 한 군데 오래 발이 묶이자 서서히 그 효력이 다하여 지쳐 사그라드는 것이다. 국경 수비대는 밀명을 받자마자 즉각 비밀리에 왕도를 향해 떠났으므로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고 당장이라도 규율잡힌 왕의 병사들이 들이닥치면 반군은 금새 항복할 것이 분명했다. 왕의 가슴 속에도 미약하게나마 희망이 피어올랐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의도 싫증을 느끼고 자기 장난감을 던져버린 채 다른 장난감을 찾아 떠났으리라는 기대가 일 정도였다. 그러나 적은 인간의 이지를 훨씬 초월하는 것이었으며, 자신의 상대가 잠시라도 마음에 한줄기 빛이 비친다고 생각하는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 경비병들은 그들이 본 것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흡사 구름으로 된 밤이 눈 먼 채 더듬거리며 풀려나, 뭉개지고 짓눌리면서도 아우성치며 도망치는 듯이 보였다. 하늘은 서서히 뒤덮여 가려졌다. 그것은 흑암이었다. 황금빛 햇살은 약해지고, 줄어들고, 가늘어지고, 이윽고 사라져 버렸다. 영광스럽게 빛나며 그의 백성들을 황금 전차 위에서 굽어보던 라의 구체는 더이상 볼 수 없었다. 빛이, 영광이, 스스로 죽음과 결핍과 고통으로부터 일어설 수 있게 하던 힘이, 무지 속에서 길을 인도하던 지혜가 꺼졌다. 그 자리에는 끝없이 퍼져나가는 두려움만이 남아 있었다. 사악함이, 인간이 이룩해낸 모든 것을 자신의 작은 권능 하나로 짓눌러 부수는 절망의 일만가지 얼굴만이 남았다. 그 모든 얼굴의 면들은 어둠 속에서 주시하며 가엾고 나약한 인간들을 비웃고 경멸하고 조롱하고 있었다.
  반란군들도 어리둥절해져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지 못했다. 그들이 잠시 예언자들의 선동에 넘어갔다 해도, 그들에게 언제나 태양은 죽지 않는 존재였고 불멸의 상징이었으며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가져오는 구원자라는 인식이 뿌리 깊히 박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도저히 그것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상황을 상상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차차 깨달음이 그들을 엄습하자, 그것은 곧 눈 앞에 보이는 공포로 돌변하여 그들을 몰아세웠다. 아툼, 라, 케프리, 신성한 태양이, 빛이, 영광이 그들을 저지른 짓에 눈을 감았고 그들로부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들을 어둠 속에 버려둔 채로 더 이상 지켜주지 않고 떠나갔다. 그들은 죽음 가운데 혼자 남아있게 된 것이다. 그들은 절망에 차서 비명을 질렀다- 흑암에 잠긴 왕도의 거리를 따라 수천 수백의 비명소리가 맴돌았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울리고 또 울리며 거리와 복도들을 내달려, 모든 시각이 차단된 곳에서 스스로 새로운 형상을 갖추어 태어나 자신을 내지른 이들의 심장 속으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스스로 생성하는 공포, 새로운 광기가, 한갓 인간의 말로 부추긴 것이 비길 수 없는 근원적인 사악함이 왕도 전체를 감쌌다. 그들은 먼저 태양의 진노를 풀기 위해, 자신들에게 간악한 거짓말을 불어 넣어 죄를 범하게 한 예언자들을 찾아 어둠 속에서 더듬었다. 수십 개의 손들이 예언자라고 의심되는 자들을 붙잡아 산 채로 찢어 놓았다. 그러고도 빛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특히 열성적이었던 자들도 찾아내 죽였다. 그래도 빛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 옆의 동료도 죄를 범했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죄를 구제받기 위해서 서로 어둠 속에서 서로를 죽여댔다. 빛은 돌아오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떠도 눈꺼풀 안에는 그들이 두려워마지 않는 어둠이, 그들의 죄의 표상이자 징벌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 눈을 찌르고 뽑아내고 후벼팠다. 라가 다시 그들의 시력을 채워주며 그들을 빛 속으로 되돌려 주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그 때 왕명에 의해, 높이 쌓아올려진 향목과 먼 곳에서 온 모피들, 정교한 융단과 깊숙한 지하의 항아리들에 보관되던 기름, 흑단나무와 백향나무로 짜여진 가구들과 낙타 가죽으로 만든 천막, 화려한 의복들, 파피루스들, 불이 붙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의 무더기에 횃불이 던져졌다. 왕도를 휘감은 어둠 속에서 왕성의 불길은 길게 빛을 뿌리며 초자연적인 밤을 몰아냈다. 불에 밝혀진 하늘은 끝없이 요동치고, 뒤엉키고, 회오리치며 흘러가고 있었다. 왕이 외쳤다.
“이것은 검은 연기 구름으로 하늘을 가리는 술법에 지나지 않는다... 던져 넣어라! 불을 더 크게 피워라! 저들의 광기가 물러날 때까지, 더!”
  아직 스스로 자신의 눈을 상하지 않은 반란군들은 왕도 한 가운데 치솟은 빛을 보면서, 태양의 아들의 보호에 무수히 절하고 또 절했다.

  왕도를 맹습했던 거대한 악은 뜻밖의 사소한 저항에 부닥쳤다. 그것은 어둠에 비하면 작은 불티에 불과했지만, 어리석고 구물거리며 기어 다니는 자들에게는 봉화와 같이 빛났다. 악은 이를 바드득 갈면서 자신의 검은 날개를 퍼덕여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왕은 탑에서, 국경 수비대장의 다급한 밀서를 받았다. 느닷없이 한 낮의 밤이 찾아오자 야만왕들은 그들의 주술사를 시켜 징조를 점치게 했다. 점쟁이는 반쯤 멀은 희끄무레한 눈으로 김이 오르는 내장의 안쪽을 뒤집어 들여다보다가, 이것은 태양의 왕이 몰락할 징조가 틀림없다고 선언했다. 철로 된 관을 쓴 야만왕들은 그 말을 듣고 철 옥좌에서 뛰어내려 즉각 자신들의 강포하고 잔인한 전사들을 소집했다. 왕도 회복을 위해 빠져나간 병력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빈 자리는 여지없이 무너지며 구멍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래바람과 같이 밀려오고 있었다.
  왕은 즉각 전서응을 날려보내, 상세한 병력 배치 현황과 대시 상황을 보고하라고 명했다. 그러나 이 일을 다른 관료들에게 발설하지는 않았다. 이 일을 어전회의에서 말할 수는 없었다. 광기가 모든 것을 쓸고 지나가 그 상처가 아물기는 커녕 피가 마르지조차 않은 터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다시 두려움이 자라나 왕성마저 잠식할 것이고 그 때에는 모든 것이 거대한 적이 의도했던 대로 그 손아귀 속으로 굴러떨어지는 것이다. 왕은 탑으로 접근을 금하고, 오로지 바스락거리는 낡은 지도들과 전서응들이 주인을 재촉하며 날갯짓하는 새장만을 곁에 두었다. 왕은 강철 같은 인내력으로, 마음 속에서부터 밀려오는 적에 대한 환상을 몰아냈다. 이 왕도에서 오직 그 만이 지평선 너머에서 달려오는 재앙을 알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 한들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암호화된 상세한 보고가 담긴 밀서를 받은 왕은 장기판을 가져오도록 명했다. 다른 관료들은 의아해했지만 왕은 설명하지 않았다. 걱정에 잠긴 시종장이 함께 올리는 식사를 거절하고, 왕은 장기 말을 늘어 놓았다. 그 오래된 지도들이 정확하고, 전서응들에 매달린 밀서들이 제 때 도착한 것이기만을 바라면서 홀로 장기를 두었다. 그 한 수는 훈련된 전서응이 화살처럼 날아가는 시간만큼 걸렸고, 적의 한 수는 다시 전서응이 날아 돌아오는 시간 만큼 걸렸다. 국경 수비대는 연이은 공격에 계속 뒤로 물러섰으나 왕도로 귀환하던 병력이 왕명에 따라 즉각 복귀하여 합류하자 전열을 가다듬었다. 무너져 내리던 전선이 다시 형성되며 밀려오던 야만족들의 기세가 늦추어졌다. 더 이상 왕의 말들은 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를 고수했다. 왕은 침식을 잊고 꼬박 삼일 동안 장기를 두고 있었다. 절망 가운데서 그는 홀로 자신의 정신을 불사르면서 태양처럼 빛을 발했다. 이 모습을 보고 보이지 않는 적은 다시 날개를 펴고 전장으로 날아갔다.
  왕으로써는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다. 긴급한 명령을 싣고 날아가던 전서응이 별안간 강해진 모래바람에 휩쓸렸거나, 오랜 적인 방울뱀(매가 왕가의 수호의 상징이었다면, 뱀은 반대로 그 적의 상징이었다)을 발견하고 공격하려 들다가 그 독에 당했을 수도 있다. 혹은 국경 수비대의 장군들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변방의 외지에 파견되어 있었기에 야망이 그들의 심장 속으로 스며들었는지도 모른다. 뼈처럼 창백한 피부의 밀사가 씩 웃으며 태양처럼 빛나는 황금을 펼쳐 보이면, 다른 장군들이 보는 앞에서는 버럭 화를 내면서 밀사를 베었을지 몰라도 그 날 밤에는 마침내 칼을 움켜쥐고 벌떡 일어섰을 수도 있는 일이다. 어쩌면 야만왕 가운데 혈기왕성하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가 있어서 멀리서 전서응과 장기말에 의존해야 하는 왕과 달리 전서응이 미처 도착하기 전에 단숨에 전세를 뒤집어 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자신들끼리 갈라져 싸우기만 하던 야만족들이 일제히 몰려온 것을 보면 그들 가운데 걸출한 지도력을 지닌 인재가 부족 전체를 규합하여 태양의 도시를 함락시키려들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아니라 해도, 초자연적인 적의 악의에 너무 오랫동안 시달린 왕의 지혜가 피로에 약해졌고 그가 둔 수 가운데 하나가 패착이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다.
  어떤 까닭에 의해서든, 왕은 기다렸으나 전서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두번째 전서응을 보냈지만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만큼 다시 수정한 명령을 담은 세번째 전서응도 마찬가지였다. 네번째도, 다섯번째도 돌아오지 않았다. 열려진 새장들만 텅 빈 채 바람에 끼익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지도는 왕의 발 밑에서 굴러 날아가며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던 장기말들을 넘어뜨렸다. 왕은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장기말들을 갈무리하고 새장들은 내버려둔 채 탑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시종장은 기뻐하며 식사를 가져왔지만 왕은 모든 음식들을 거부했다. 관료들이 무슨 일인지 물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파멸이 임박해 있었다.

  이야기는 서서히 끝을 향해 치달아간다.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되돌이킬 수 없고, 귀중한 것들이 내동댕이쳐져 짓밟히고 지켜져야만 하는 것들이 산산히 깨지고 부서져 먼지로 돌아가는 때를 향해서.
  하늘이 멀리서부터 울리는 소리가 났다. 둔중한 전율이 지평선을 타고 번져 나갔다. 물 그릇에 연속적으로 작은 파문이 일었다. 아직 한낮이었지만 하늘이 불그스름해졌다. 태양은 기묘하게 작았는데, 날리는 모래바람 탓인지 빛도 흐릿해져서 훨씬 약해진 것처럼 보였다. 계속 하늘이 우르릉거렸고, 저녁노을 같은 검고 꿈틀거리는 핏빛이 번졌다. 어느 비밀스러운 신화에 따르면, 종말의 날 혼돈의 군세가 태양신의 목을 베어 천공 한가운데 내걸면 그 피가 온 하늘과 땅을 적실 것이라고 했었다. 검붉은 하늘 가득히, 점점히 빛이 타올랐다. 돋아나는 별들처럼 보였지만 점성술사들은 거기에서 오직 파멸의 징조만을 읽을 수 있을 터였다. 풀어헤친 머리 같은 검은 연기를 끌면서, 지옥처럼 불타고, 온통 유황 냄새를 퍼뜨리는 비였다. 그것들은 비현실적으로 느리게 떨어졌다. 흡사 꿈인 것 마냥, 소리도 나지 않고 아무도 입을 벌리지 않았다. 구름 너머에서 불로 된 비차 천천히 쏟아졌다. 비단 태양의 도시 뿐 아니라, 그 주위에서도 아주 잘 보였다. 길을 거닐던 사람도, 창 밖을 내다보던 사람도 아무 말 않고 하늘을 올려다 보기만 했다. 오직 사막 너머의 항구에 정박한 배의 선장들만이 그 광경을 보고 두려워 턱수염을 잡아당기고 옷을 쥐어 뜯으며 출항을 서둘렀을 뿐이다. 그들은 선원들을 향하여 외쳐댔다.
“오, 하늘 아래 가장 번영하던 도시에 신의 진노가 닥쳤구나! 그러나 왜 신이 저토록 화가 났을까? 태양의 도시가 그만큼 방탕했거나 타락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너희 악마나 물어갈 놈들아, 어서 노를 저어라, 어서! 신의 진노가 그 상품을 취급하는 우리에게까지 닥치기 전에!”
  도망치려는 사람도 없었다. 울부짖거나 광기에 사로잡히는 사람도 없었다. 왜냐하면 비할 데 없는 악의는 저 땅 속의 깊은 명계로부터 터져나온 지옥의 불들을 몰아다가 흩뿌려 놓고 저 높은 곳에서 낄낄거리며 내려다 보고 있던 탓에, 지상에는 더이상 그의 권세가 미치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보좌에서 이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화가 닥쳤구나! 화가 닥쳤구나! 나의 진노가 임하여 하늘 가득히 불이 내려오고 있는데 그 누가 피할 수 있을쏘냐? 만물이 나의 뜻대로 지음을 받았고 또 나의 뜻대로 있으니 인간의 힘과 지혜가 무슨 소용이 있을쏘냐? 불은 내려오고, 내려오고, 내려오고, 마침내 닿았다.
  파괴로 된 꽃이 피어났다. 불이 뭉클대면서 제가 베어 먹을 수 있는 데까지 욕심껏 물어뜯어 삼켰다. 기념물들이 무너지고, 도서관이 불탔으며, 도로는 뒤집히고, 목욕탕은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불로 된 우박과 피의 비가 쉬지 않고 지면을 강타, 또 강타했다. 그것들은 훅훅거리고 뜨거운 입김을 불어대면서 몸서리치고 쭉 폈다가 다음 순간에는 잔뜩 꼬아대고 다시 내뻗었다. 파편이 하늘을 향해 거꾸로 날려올라갔다. 불로 된 깔대기가 지상을 질주하며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소용돌이치고 사방으로 뜨거운 재를 뿜어댔다. 모든 것이 번쩍거리는 불의 섬광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인간의 힘과 지혜는 그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과 함께 부서져 모래가 되었다. 우뚝 섰던 태양의 아들의 석상은 굳건히 딛은 양 다리만 남고 꺾여 땅에 처박혔다. 그의 위업을 칭송하던 문구는 순식간에 몰아치는 불길과 모래에 표면이 마모되어 알아볼 수 없게 되었고, 석상의 얼굴은 코가 사라지고 눈이 있던 자리도 패여나갔다.
  이 모든 광경을 왕은 꼿꼿이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재를 실은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날아가 그의 얼굴에 재를 흩뿌려댔다. 화끈거리는 열기가 얼굴의 살을 익게 했고, 눈의 물기가 발라버렸다. 그러나 왕은 움직이지 않고 똑바로, 그가 세운 모든 것이 몰락하는 모습을 보았다. 흡사 그 광경들을 그의 눈 안에 새겨넣어 잊지 않으려는 듯이. 어쩌면 그도 불의 비 너머 천궁에 앉아 있는 자에게 이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아니, 그렇지 않다. 우리가 몸을 피해 숨고 구멍이 우리를 불길로부터 지켜주기를 바라지 않는 것은 네가 너무 강해서가 아니다. 만사가 어린아이처럼 장난치는 네 뜻에 달렸고, 그 어떤 수고와 노력도 네 권능 앞에서 헛되고 헛되고 또 헛될 수도 있다. 우리가 모조리 타 없어지고, 우리의 모든 흔적이 사라지고, 역사책은 우리의 이름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우리는 우리의 힘과 지혜를 믿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며, 다른 강대한 자의 권세에 무릎꿇어 복종하지 않는다. 우리는 노예가 아닌 인간인 까닭이다. 네가 모든 것을 지었고, 이제 뜻대로 되지 않아 부수어버린다 해도, 결국 너는 투정부리는 어린아이, 폭군, 자신의 피조물조차 자기 뜻에서 벗어나는 어리석은 조물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불은 내려오고, 내려오고, 내려오고, 마침내 왕이 선 궁정에까지 닿았다.

  이렇게 해서 왕 중 왕 오지맨디어스와 그의 치세, 그가 이룩한 모든 것은 파멸했다. 그러나 단지 재앙의 수가 아홉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는데 불만을 품을 수 있는 독자도 있다. 왜냐하면 수비학적으로 9라는 수는 단순히 많다는 것만 의미하므로 10이 되어야만 완전해지고, 또한 전도자들이 들먹이는 열가지 재앙에 대응하려면 아홉가지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열번째 재앙은 언급한 바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저 엄숙한 사제들의 설교 그 자체이다. 사제들은 짐짓 경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를, ‘전도자가 이르노니 해 아래 인간의 수고가 모두 헛되고 헛되고 또 헛되도다’로 시작하여 마침내 ‘신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키는 것이 인간의 본분일지라’로 끝난다. 이보다 더 큰 몰락이 어디 있을까?
  일찍이 왕이 아직 어릴 적에 비전 지식의 전수자들은 신비를 가르쳤고, 입문 의식을 치르는 어두운 회랑에서 어린 왕은 벌거벗고 앙크와 쇠 홀을 든 채 라의 광휘가 전수자들이 들고 있는 횃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손 끝에서 흐르는 피는 인간의 것과 다름없었지만, 그의 신민들은 모두 그에게 머리 숙였다. 그의 영특함이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렇다면 진정한 신은 어디 있는가? 무대 뒤켠에 선 이는 그가 또다른 무대에 서 있는 것이 아닐지 의심하기 마련이다. 그가 통치하는 백성들이 오로지 그의 선의에 매여 있는 것과 같이, 무한한 바람이 불어나오는 우주 너머에서 그 어떤 강대하고 선한 존재가 세상을 통치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그 존재는 어째서 적신 세트의 영토인 붉은 죽음의 사막을, 그의 백성들에게 닥쳐온 끝없는 고통을 허락하고 있을까? 어린 왕은 깊히 의심에 잠겼고, 그 질문에 대해 답하지는 못했지만, 이 헤아릴 수 없는 신비(혹은 속임수)를 밝히기 위해 낡아빠진 파피루스 무더기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신이 주지 못하는 것 혹은 주지 않는 것을 그가 대신 백성들에게 가져다 주겠다고 맹세했다. 그의 모든 것이 그의 백성들을 위한 것이 되고, 그의 백성들이 그의 모든 것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와 그의 도시, 그리고 그의 백성들에게 재앙이 닥쳐온 것일까? 독자들에게는 초자연적인 힘 운운보다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한결 합리적으로 들릴 것이다. 상인들이 전했던 대로 소뿔 섬의 화산이 분화한 것이 모든 재앙의 시작이었다. 그 폭발은 소뿔 섬의 지배자나 그 백성들이 저지른 어떤 미덕이나 악업과는 관계없이 황소를 뛰어넘는 무용수들, 청동 그릇들, 미궁과 황소 머리의 혼돈을 재 속에 덮어 버렸고, 이어서 젖줄강 라일의 상류에 그 영향이 다달았다. 붉은 조류가 증식하여 강을 피로 바꾸었다. 물고기들은 모조리 죽임 당했고 물과 땅 양자에서 숨쉬는 것들은 바깥으로 기어나와 죽었다(그들의 악업은 무엇이었을까?) 시체에 파리가 들끓자, 창궐한 파리떼가 전염병을 퍼뜨렸다. 뜨거운 재구름은 훨씬 더 먼 지방의 누리 떼를 몰고 왔으며 이들은 긴 거리를 이동하면서 더욱 굶주려 있었다. 반역이 일어나고, 뒤이어 재구름이 도달하자 혼란을 틈타 이민족들이 왕국을 공격했다. 마지막으로 유황비와 지진이 도시를 강타하자 그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렇게 화산의 분화로 그 모든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재앙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화산의 분화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전도자들은 이 모든 이야기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로 그 최초의 동인, 화산의 분화를 설명하는 제 1원인을 입에 올린다. 오지맨디어스의 권능과 지혜가 오만을 낳고 오만이 죄를 낳고 죄가 재앙을 낳고 재앙이 파멸을 낳았다고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그가 감히 신이 자신의 백성들에게 주지 않은 것들을 주고자 했던 것이 그의 파멸에 이르는 오만hubris이었다는 것이다. 만일 그 말대로라면, 오지맨디어스는 너무도 완벽하고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었기에 질투하는 신의 질투를 산 것이 분명하다. 신은 자기가 없어져도 되는 상황은 결코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는 어떤 열광적인 사제들이 설교대 위에서 영감에 차서 단언하는 대로, 신은 단순히 자신이 선택한 백성들에게 자신의 위대함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당대에 가장 번영한 도시를 택했던 것일 수도 있다. 신이 자신을 따르지 않는 백성들에게 진노하여 빈궁한 노예로 전락하게 했다가 다시 그 압제자를 멸망시키고 구해낸다는 내용은 설교 시간에 꽤나 극적인 이야깃거리가 되기는 한다. 또 어떤 사제들은 신이 번번히 왕의 마음을 강퍅하게 만들어 회개하지 않고 다음번 재앙을 불러들이게 함으로써 신의 권세와 영광이 지상에 현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제쳐두더라도 전도자들은 그 화산이 제 1원인이라는 말을 언급할 때, 전능한 신이 (그들의 말대로라면)오만한 오지맨디어스를 오만한 오지맨디어스로 만들었다는 것은 전혀 말하지 않을 터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어떤 것이든, 사막 한 가운데 자신의 백성들을 내버려두는 이에게는 있음직한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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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하고 났더니 글도 써지지 않고 게으름만 늘었습니다. 근 석 달만에 글을 올리는군요; 내용 자체는 훌륭한 건 못 됩니다만 글이 잘 안 써질 때의 손풀이 쯤으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오지맨디어스는 람세스2세의 그리스식 이름입니다. 그리고 시대상으로 출애굽기의 바로왕(바로는 파라오를 음차한 것입니다)의 실제 인물로 지목받는 인물 가운데 하나지요. 개인적으로 출애굽기에서 가장 충격적인 문장이 '그러나 신이 바로의 마음을 강퍅하게 만드셨다'였는데, 그런 생각을 셸리의 시와 출애굽기를 설명하려는 시도를 엮어서 써봤습니다.

그런데 이거 분량이 148쪽인데 심사 제외되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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