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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두 권의 드래곤을 소재로 한 장르 소설이 출판됐다. 바로 [테메레르]와 [퍼언 연대기]. 두 소설 모두 높은 완성도와 장르적 재미로 무장한 작품이다. 예전에 이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시공사에서 출간했던 그리폰북스 시리즈에서 [드래곤과 조지]란 작품만 유독 금세 품절이 될 정도로 많이 팔렸다는 것이다. 그만큼 출판 시장에서 ‘드래곤’이란 키워드가 힘을 갖고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아, [드래곤 라자] 같은 경우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납득했었다(이후 출간된 판타지 소설 중에서도 ‘드래곤’이 붙어 있으면 대여점에 들여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올 여름, 출판계에 두 마리의 드래곤이 출현했다.
판타지 하면 떠오르는 생물은 바로 ‘드래곤’일 것이다. 그만큼 드래곤은 판타지의 아이콘이지 않은가? 그런 드래곤을 소재로 한 작품이 두 개나 출간됐다는 소식은 왠지 모를 기대를 가져왔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두 시리즈를 모두 사서 비교해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하여, 지금 막 두 시리즈의 1권을 읽고 이제 간략한 리뷰를 적어보고자 한다. 아직 읽지 않은 분들에게 이 글이 좋은 소개가 되어 두 마리의 멋진 용을 접할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이제 비행에 나서보자!



1. 두 작품의 공통점


먼저 출간된 [테메레르]는 ‘노블마인’(웅진씽크빅 단행본 그룹의 임프린트)에서 출간됐다. 깔끔한 디자인을 자랑하고 있고, 표지는 제목 밑에 용이 배를 품고 있는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테메레르]는 총 6권이지만, 아직 1권만 출간된 상태다.


[퍼언 연대기]는 커버를 벗기면 그 안에 ‘퍼언’의 컬러 지도가 있는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화려한 드래곤의 삽화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데 구매 욕구를 자극할 정도로 멋지다. 뒤표지에는 [테메레르]가 유명 인사나 언론사의 추천사를 적은 것과 달리 이 책을 번역한 김상훈 SF평론가의 해설만 실었다. [퍼언 연대기]의 출판사는 [아발론 연대기]를 출판했던 ‘북스피어’이고, 전체 용기사 3부작 세 권이 동시에 출간되었으며 비치 타월과(사진 배경) 책이 담긴 다용도 투명 비치팩이 함께 들어있는 세트로도 판매하고 있다(readordie.net의 관련사진 링크). 두 작품 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고풍스런 표지가 눈에 띄는 작품들이었다. 출판사가 신경 써서 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여성 작가의 드래곤들

[퍼언 연대기]의 작가는 앤 맥카프리로 1926년 4월 1일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났다. 1967년 [퍼연 연대기]의 기념할 만한 첫 번째 중편인 {용의 간택}이 휴고상* 최우수 중편상을 수상하며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상자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속편인 {먼지 내림}과 {차가운 간극}으로 1968년 네뷸러상* 최우수 중편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맥카프리는 전업작가로 변신했고, {퍼연 연대기}로 간달프 상과 디트머 상까지 받으며 비평적, 상업적인 성공에 힘입어 거장의 자리에 올랐다. 2005년에는 미국 과학소설 작가협회(SFWA)의 스물두 번째 ‘그랜드마스터’로 선정되었고, 2006년에는 SF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 작가의 ‘사이언스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과 이 [퍼언 연대기]로 전업작가로 들어섰으며 수많은 상을 수상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명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세기 동안 여러 장르팬에게 인정받은 고전이 드디어 국내에 번역된 것이다.
그렇다면, 『테메레르』는 어떨까?
[테메레르] 역시 여성 작가가 쓴 책이다. [테메레르]의 작가 나오미 노빅은 1973년 뉴욕 출생이다. [네버윈터 나이츠: 언드렌타이드의 그림자]라는 컴퓨터 게임의 디자인 및 개발 작업에 참여한 프로그래머인데, 글 쓰는 일이 더 하고 싶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으로 쓴 소설이 바로 이 [테메레르: 왕의 용]이다. [퍼연 연대기]와 달리 최근에 나온 책이고 수상 경력도 이제 막 시작하는 것이 눈에 띈다. 2007년 로커스상*과 콤프턴크룩상을 수상했고, 휴고상과 캠벨상*은 수상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두 작가 모두 미국의 여성 작가라는 것과 수많은 상을 수상했거나 수상할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두 작품 다 드래곤을 소재로 했으며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그럼 다른 점은 무엇일까?



2. 두 작품의 차이점
  

두 작품의 차이점은 출간 시기를 염두에 두고 비유해보자면,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평론과 대중에게 많은 인기를 얻으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고전이 된 [반지의 제왕]이 있다면, 같은 영국에서 출판된 [해리 포터]는 그 손자뻘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현대와 마법을 퓨젼한 새로운 판타지 세계를 보여주었고 역시 평론과 대중에게 인정받고 출판 역사에 신화로 남을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본문을 살펴보자면, [반지의 제왕]이 주로 스토리 진행보다 세계관 묘사나 서술이 긴 편이어서 요즘 어린 독자들이 보기에 지루한 면이 있는 것과 반대로 [해리 포터]는 스티븐 킹이 칭찬한 대로 오로지 스토리 위주로 빠르게 진행되는 면이 있다. 즉, 더 빠르게 읽히고 영상적으로 상상이 가능하며 흡인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점은 [퍼언 연대기]와 [테메레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퍼언 연대기]는 작품 두께도 더 두껍거니와 본문을 살펴봐도 문단의 길이가 긴 편이고 세계관 묘사와 긴 서술이 지루함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테메레르]는 마치 [해리 포터]처럼 스토리 위주의 진행으로 영화를 보듯 이야기의 전개 속도가 빠르다. 이는 [반지의 제왕]이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여 그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서 긴 시간을 할애해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퍼언 연대기] 역시 ‘퍼언’이라는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초반에 긴 분량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해리 포터]는 현대와 마법을 퓨젼시켰기 때문에 배경 설명에 긴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테메레르] 역시 현대는 아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나폴레옹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지리적 설명이나 물건, 기타 생활 묘사에 시간을 뺏길 필요가 없다. 그만큼 스토리 진행을 우선시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제외하고라도 요즘 소설의 특성 자체가 독자인 영상세대에 맞게 속도감이 빠르다. [다빈치 코드]처럼 영화 시나리오 마냥 서술과 묘사를 줄이고 빠른 스토리 진행이 독자들 입맛에 맞는 것이다. 최근에 나온 [테메레르]에는 그런 경향이 녹아 있다.
이 전개 속도에 관해 직접 예를 들어보자.
두 책에서 드래곤과 주인공이 만나는 시간을 페이지로 살펴보면 어떨까? [퍼언 연대기]의 주인공인 ‘레사’가 드래곤을 만나서 선택받게 되기까지 총 걸리는 페이지 수는 148페이지다. 이에 반해 『테메레르』에서 주인공 ‘로렌스’가 드래곤에게 선택받는데 걸리는 페이지 수는 총 39페이지 밖에 안 된다. 드래곤을 소재로 한 소설이기 때문에 독자는 언제 드래곤과 주인공이 조우할지 기대하며 볼 수밖에 없는데 초반 흡인력에서 [퍼언 연대기]는 긴 기다림이 지루함을 유발한다. 물론 그만큼 초반에 세밀한 세계관 묘사와 복선과 암시를 깔아두는 작업이 촘촘하게 되어 있지만 말이다.



3. 작품의 재미


1) 역동적인 캐릭터, 대체역사소설의 매력, 사랑스러운 드래곤 테메레르

[테메레르] 시리즈는 내가 선호하는 판타지와 역사 서사들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용으로 구성된 비행 중대가 나폴레옹 전쟁에 등장하는 모습을 하루 빨리 보고 싶어, 영화화를 결심하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캐릭터들이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선하고 독창적이며 호흡도 빠르고, 생생한 캐릭터들로 가득한 멋진 작품이다.
―――피터 잭슨(Peter Jackson)

단숨에 독자의 눈길을 빨아들이는 소설이다. 제인 오스틴의 [던전 앤 드래곤]과 크리스토퍼 파올리니의 [에라곤]의 좋은 점만 뽑아 써낸 듯하다.
―――타임 매거진

스티븐 킹, 테리 브룩스, 앤 맥카프리 같은 작가들이 나오미 노빅의 소설에 대해 호평한 말들을 광고 문구에서 자주 보았다. 어떤 이는 [테메레르] 시리즈를 수잔나 클라크나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작품들과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식의 비교는 모두 불필요하다. 프랑스 용들과 영국 용들 간의 공중전을 세세히 묘사한 『테메레르』 시리즈는 그 어떤 소설과도 비교가 안 될 만큼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誌

판타지를 비롯한 여러 부문을 통틀어 이렇게 대단한 데뷔 소설은 처음이다
―――sfreview.net


일단 단순한 흡인력과 재미로 따졌을 때, [테메레르]가 압승일 수 있다. [테메레르]의 경우 필자는 자동차 안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차가 막히든 말든 정신없이 빨려 들었고, 집에 도착해서도 꾸준히 읽었다. 즉 한 번 잡으면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에 읽어 내릴 만큼 신나고 재미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테메레르]가 적격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독자를 멋진 판타지 세계로 인도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이 벌어지는 나폴레옹 시대에 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날며 나폴레옹의 정복을 막는 드래곤들과 드래곤들의 공중전 장면은 그야말로 필자가 그 자리에 진짜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드래곤에 타는 기수 말고도 여러 명의 보조하는 사람들이 타서 총을 쏘거나 폭탄을 투하하는 것도 색다르고, 드래곤이 산이나 화염을 내뿜으며 전쟁에 참여하는 모습도 머릿속에 화려한 영상으로 재생된다.
스토리도 해군 대령이었던 로렌스가 졸지에 드래곤에게 선택되면서 비행사로 전향하게 되는 설정도 재미있다. 그리고 마치 포켓몬스터에서 봤던 귀여운 몬스터들처럼 순수하면서 정감가는 드래곤 ‘테메레르’의 캐릭터성도 무척이나 뛰어나다. 이 소설의 제목을 장식하고 있는 만큼, 테메레르라는 드래곤의 매력이 이 소설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대체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나폴레옹 시대를 무대로 한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이 재미있을 것이다.
‘그 시대에 드래곤이 실재했다면?’이라는 가정이 덧붙여지면서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가져온다. 과연 역사는 바뀔 것인가? 또 어떤 식으로 변할 것인가?  드래곤을 소재로 한 만큼, 드래곤에 대한 설정들도 눈여겨 볼 수밖에 없는데, 이 드래곤의 대한 설정 역시 독특하다. 중세의 서양 용들만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니라 동양의 용들도 등장한다. 동서양의 용들 모두를 아우르며 역사적인 전쟁에 넣어버린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테메레르’는 중국의 황제가 나폴레옹에게 선물로 주기 위한 셀레스티얼(중국 천제급) 용이다.(중국이나 일본, 조선 역시 서양과 다른 동양의 독특한 용들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용을 기르는 능력이 뛰어나다거나, 일본의 용은 비를 부르며 사람들이 신성시 한다는 점 등 각국의 다양한 용들의 특징을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었다.) 주인공이 우연히 강력한 용을 소유하게 되고 그 용이 전쟁의 승리를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은 장르적 법칙이며 이 소설이 장르 소설로서 뛰어난 재미를 갖게 하는 요인이다.

“로렌스?”
테메레르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그래, 테메레르. 내가 왔어.”
로렌스는 아예 들판을 가로질러 뛰었다. 테메레르는 목구멍 깊숙이 낮게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앞발과 양 날개로 로렌스를 감싸고 로렌스의 몸에 코를 문질렀다. 로렌스도 테메레르의 매끄러운 코를 쓰다듬었다. 테메레르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젊은 장교가 와서 당신은 원래 용을 싫어하기 때문에 다시 배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어. 그동안 의무라서 어쩔 수 없이 나랑 비행을 한 거였다고 했어.”
그 말을 들은 로렌스는 화가 나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다예스가 옆에 있었으면 마구 두들겨 팼을 것이다. 로렌스는 질식할 것 같은 분노를 억누르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가 거짓말을 한 거야, 테메레르.”
“그래, 나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그런 얘길 들으니까 기분이 나쁘더라고. 게다가 그 장교가 내 금목걸이까지 빼앗으려고 하잖아. 그래서 왈칵 화가 났어. 내가 그만 꺼지라고 쫓아버릴 때까지 옆에서 계속 얼쩡거리더라고. 그런데 당신이 계속 안 와서, 나는 그 젊은 장교가 당신을 멀리 보내 버린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어디로 가야 당신을 찾을 수 있는지 알 수도 없고 그래서 여기 이러고 있었던 거야.”
로렌스는 한 걸음 더 다가가 테메레르의 부드럽고 따뜻한 몸에 뺨을 비비며 말했다.
“정말 미안해. 공군들이 너를 그 젊은 장교에게 맡기는 게 너를 위해 가장 좋다고 나를 설득했어. 그렇지만 그 장교가 어떤 인간인지 알았다면 절대로 그들의 설득에 넘어가지 않았을 거야.”
―――[테메레르] 112~113쪽


전체적으로 소설은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잔인하기보다는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이 많고 드래곤들은 대부분 사랑스럽고(백치미를 자랑하는 드래곤까지!) 나오는 캐릭터들도 전부 생동감 있고 매력적이다.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종을 초월한 우정은 멋지며 이 둘의 여정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가 다음 권을 읽게 만드는 힘이다. 어서 빨리 다음 권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현재 많은 사람들이 [반지의 제왕]을 연출한 피터 잭슨이 판권을 샀다는 사실만으로 이 책을 읽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켜줄 것이다. 벌써부터 피터 잭슨이 연출할 영화 [테메레르]가 기대된다.

2) 암시와 복선, 사이언스 판타지의 매력, 도도하고 고귀한 여왕 드래곤 라모스


작가인 앤 맥카프리(1926~)는 [어스시]와 [헤인] 시리즈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어슐러 K. 르 귄(1929~)과 더불어 20세기의 미국 환상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이며, 휴고 상, 네뷸러 상, 간달프 상 등을 수상한 빌리언셀러 [퍼언] 시리즈를 통해 1980년대 이후의 영미 독서계를 휩쓸다시피 하며 ‘판타지 대중화’의 반석을 마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장르를 불문하고 해외 문학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기 힘든 국내의 출판 풍토를 감안하더라도, 이 탁월한 시리즈가 처음 선을 보인 지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맥카프리를 번역 출간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괴감을 느꼈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퍼언 연대기 1권: 드래곤의 비상], {퍼언 연대기:사이언스 판타지의 시대}, 김상훈(SF 평론가), 499쪽


고수여, 북을 쳐라.
주자奏者여, 피리를 불어라.
악사여, 수금을 켜라.
병사여, 날아라.
불을 뿜어 초원을 불태워라.
새벽녘의 ‘붉은 별’이 사라질 때까지.
―――[퍼언 연대기 1권: 드래곤의 비상], 9쪽


[테메레르]의 환상적인 재미를 체험하고 나서 읽게 된 [퍼언 연대기]는 고풍스런 책표지와 디자인만큼이나 내용 역시 차분하고 정갈했다. 그리고 이미 많은 독자들이 인정한 김상훈의 번역은 정확하고 깔끔함은 물론이다. 특히 주로 한자어를 사용하여 번역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 책에서도 그 점이 빛을 발했다.
[퍼언 연대기]의 배경은 지구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차원, 판타지 세계도 아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과학과 판타지를 결합한 형식이며, 이 장르를 ‘사이언스 판타지’라고 부른다. 이런 ‘사이언스 판타지’의 매력은 소설 속의 캐릭터들은 자신들의 근원이나 과거의 역사를 알지 못하지만, 읽는 독자들은 그들이 먼 미래에 지구의 후손이라는 점 등 다양한 세부 설정을 알고 읽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 연관되어 있는 설정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장르다.
배경을 다시 자세히 소개하자면,

먼 미래 은하계로 진출해서 이미 다수의 식민 행성을 보유하고 있던 인류는 궁수 자리 부근의 G형 항성 루크뱃의 주위를 도는 아름다운 지구형 행성을 발견하고 퍼언Per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퍼언 이주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사람들은, 고도로 발달한 테크놀로지가 필연적으로 빚어낸 항성 국가들 사이의 추악한 갈등에 환멸한 나머지 전원 행성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하던 소수의 과학자 그룹이었다. 이들은 공기와 물, 그리고 지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중력을 가진 행성 퍼언에 정착하는 데 성공하고, 몇 세대에 걸쳐 목가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지만, 곧 괴멸적인 정신적, 물리적 타격을 입게 된다.
―――[퍼언 연대기 1권: 드래곤의 비상], {퍼언 연대기:사이언스 판타지의 시대}, 김상훈(SF 평론가), 500쪽


이 타격은 ‘붉은 별’에서 사포(絲胞; thread)*라는 살아 있는 은빛 실이 퍼언의 하늘에서 비처럼 내려 모든 생명체를 녹이고 사멸하게 만든 것을 말한다. 지구연합과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퍼언의 인류는 퍼언 행성에 살고 있던 소형 비행 생물을 ‘사포’ 퇴치에 이용하기 위해 지성을 부여하고 거대화했다. 그것이 옛 전설상의 생물과 비슷하다 하여, 드래곤이라 이름붙인 것이다.

전체적으로 [퍼언 연대기]의 호흡은 느린 편이다. [테메레르]와 달리 이야기의 진행 속도는 지나치게 느려서 재미를 느끼기보다 지루함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치밀한 배경 묘사와 감정 묘사는 작가의 뛰어난 필력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효과로 인해 ‘퍼언’이라는 세계는 눈에 잡힐 듯 그려진다. 보통 다른 행성, 다른 역사를 가진 세계를 독자들에게 납득시키기란 어렵다. 그러나 이 소설은 장르 팬들뿐만 아니라 장르 소설을 접하지 않은 독자들까지 포함시킬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게 퍼언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테메레르]를 읽고 나서 [퍼언 연대기]를 읽으면 일종의 답답함까지 느낄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제1부 [용의 간택]은 148페이지에 달하며 그제야 여왕 드래곤 라모스는 알에서 부화하여 레사와 조우한다.
[테메레르]에서 로렌스와 테메레르가 우연히 만나서 빠르게 성장한다. 나는 것도 폭풍이 치는 날 드라마틱한 상황 하에서 날게 되고 또 게임처럼 연이어 사건들이 터진다(마치 물결에 휩싸여 떠내려가는 듯한 속도감 있는 전개). 그러나 [퍼언 연대기]는 본격적인 사건이 진행되려면 3부나 4부까지는 가야한다. 그 때문에 독자는 드래곤을 소재로 한 소설을 읽으면서도 주인공이 드래곤을 만나기까지도 오랜 기다림을 겪어야 하고, 또 드래곤이 날기까지도 오랜 시간을 겪는다.
2부 [용의 비행] 편이 한참 진행되어야 레사와 라모스는 날 수 있고, 3부 [먼지 내림]이 되어서야 <간극(間隙)>*을 넘고, ‘사포’가 내리는 등 사건이 발생한다. 레사는 소설 내에서 자신에게 정보를 잘 알려주지 않는 르굴이나 플라르에게 불만을 토로하는데, 독자 역시 작가에게 마찬가지의 불만을 터트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필자는 3부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이 비교 리뷰를 포기하려 했다.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고 해도 이렇게 재미와 흡인력에서 차이가 나면 비교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남들에게 읽으라고 권하기도 민망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40년이 넘게 독자들이 열광하고, 2005년도〉?시리즈의 또 다른 이야기가 출간될 정도로 오랜 인기를 지속한 이 시리즈는 시대를 뛰어넘는 재미와 작품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드래곤들의 비행이 ‘간극’ 너머 시공을 뛰어넘는 것과 마찬가지로.

플라르는 이 한 쌍이 순순히 하강하는 것을 보았다. 여왕 드래곤은 엄청난 진입 속도를 늦추기 위해 날개를 아치 모양으로 구부렸다. 배가 고프든 안 고프든 간에, 제대로 날 줄 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플라르는 니멘스에 올라타고 레사를 향해 방목장으로 내려가라고 손짓했다. 레사의 얼굴이 흘낏 보였다. 고양감과 반항심으로 뒤섞인 생기발랄한 표정이었다.
라모스가 착륙하자 레사는 지면 위로 뛰어내리면서 손짓으로 먹이를 먹으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활공해 온 니멘스가 지면 바로 위에 뜬 채로 플라르를 지면에 내려놓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어깨를 펴고, 턱을 도전적으로 치켜들고, 질책에 대비하듯이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레사의 이런 행동은 어느 젊은 용기사들과 마찬가지였다. 벌을 예상하고 묵묵히 그것을 견뎌 낼 작정인 것이다. 후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 무엇에도 굴하지 않는 그녀의 성격에 감탄한 나머지 플라르가 느끼고 있던 분노의 잔재도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플라르는 그녀에게 다가가며 미소 지었다.
전혀 예기치 않았던 상대방의 반응에 흠칫한 그녀가 반 걸음 뒤로 물러섰다.
“여왕도 날 수 있어.”
그녀는 도전하듯이 내뱉었다.
플라르의 미소가 한층 더 커졌다. 그는 양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고 애정 어린 태도로 흔들었다.
“물론 날 수 있어.” 플라르의 목소리는 긍지와 존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날개가 달려 있는 거야!”
―――[퍼언 연대기 1권: 드래곤의 비상] 254~255쪽


앞에서 말한 배경대로 드래곤들의 목적은 ‘붉은 별’에서 200년마다 내리는 ‘사포’를 없애기 위해 있다. 그러나 400년이나 ‘사포’가 내리지 않아 퍼언의 인류는 더 이상 ‘사포’가 내리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용기사들의 존재를 쓸데없는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그들에게 10분의 1이라는 세금도 내지 않고, ‘용굴모’나 용기사를 뽑는 간택도 거부한다. 그러나 플라르는 다시 ‘사포’가 내릴 거라는 사실을 기록을 통해 유추하고 ‘용굴’을 재건하고 ‘사포’와 맞서 싸울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간다. 지구와 과학 기술은 물론이고 400년 전 퍼언을 구하기 위한 용기사들의 영웅적인 행동 모두 잊힌 전설이 되고 만  세계 속에서 플라르와 레사는 ‘사포’와 싸우기 위해 노력한다. 1부와 2부는 그런 사람들의 그릇된 사고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에 조금은 지리멸렬하다. 그러나 3부에 들어서면서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사건이 하나둘 터지면서 이야기는 재미를 더해간다. 특히 앞에 깔렸던 복선이나 암시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독자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된다. 스토리가 단순히 드래곤들에게 화염석을 먹이고 하늘에서 내리는 ‘사포’를 없애는 것이 다가 아니라, ‘시간 이동’이라는 소재가 결합되면서 이야기는 극도의 판타지로 전환된다. 그 전까지 사람과 사람의 갈등이 지루함만을 야기했다면, 드래곤들이 ‘간극’으로 진입해 공간을 넘나드는 것만이 아니라(즉, ‘공간이동’ 능력이며 이것을 통해 사포를 없애 왔다.) 떠올리는 심상이 과거라면 시간까지 넘을 수 있는 것이다. 평소에 시간 이동 소재라면 환장을 하는 필자로서는 탄성을 내질렀고, ‘퍼언 연대기’에 그야말로 열광하며 빠져들었다. 여기서 나오는 시간이동은 과거로 이동하여 행동할 수 있고, 한 시간대에 두 명의 인물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백 투 더 퓨처]처럼 과거를 바꾼다고 미래가 재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라이트 노벨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처럼 미래에서 과거로 가 무언가를 바꿨다는 사실이 있다면, 그대로 행해야 하는 것이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해리포터 일행에게 위험을 알리는 돌이 나중에 알고 보니 미래에서 다시 과거로 간 헤르미온느가 던진 것이었고, 위험에 처한 해리포터를 구한 것이 아버지가 아니라 미래에서 온 해리포터였던 것처럼.
시공간을 뛰어넘는 드래곤들!
그로 인해 이야기는 급격히 환상적인 모험 속으로 빠져든다.
초반의 지루함 따위는,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는 진입장벽이라 생각하라. 그 ‘간극’을 통과한 순간, 상상을 뛰어넘는 재미가 찾아올 것이다.



4. 두 소설의 리뷰를 마치며

백문이 불여일견! 아무리 이 두 작품의 감동과 재미를 글로 설명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백날 떠들어봐야, 한 번 읽는 것만 못하다. 이 두 작품은 드래곤이라는 소재를 기존 상식과는 달리 가상의 역사 속, 또 먼 미래의 우주 속에 넣었다.  즉, 과거와 미래에 펼쳐놓은 것이다. 그리하여 독창성을 획득하고 환상적인 모험을 그릴 수 있었다. 작품의 우열을 따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나이가 좀 어린 독자들에게는 [테메레르]가 더 쉽게 다가올 테고, 또 SF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퍼언 연대기]의 세계관이 마음에 들 수 있다.
대체역사물을 좋아한다면 [테메레르]의 세계관이 흥미를 일으킬 것이고, 시간이동물을 좋아한다면 [퍼언 연대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 번 잡으면 끝까지 놓을 수 없는 흡인력 있는 소설을 원한다면 [테메레르]가 그 해결책이 돼 줄 것이고 느긋한 마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음미하고 싶다면 [퍼언 연대기]가 그 답이 될 것이다.
허나, 이 두 작품을 다 읽은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모두 읽어보라고. 결코 후회하지 않을 재미를 가진 작품이 한 개도 아닌 두 개가 출간되었다고.
이런 게 진짜 판타지 소설이라고.
그대, 지금 드래곤을 꿈꾸는가?
나폴레옹 시대, 드래곤 라이더가 되어 공중전을 벌이고, 먼 우주의 퍼언이라는 행성에서 ‘간극’에 진입하여 시공간을 뛰어넘는 모험을.

로렌스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테메레르의 목을 쓰다듬었다. 테메레르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렐리언트 호에서 일하는 선원들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앞발 하나를 난간에 턱 걸치며 로렌스에게 물었다.
“준비됐어? 출발해도 돼?”
테메레르의 매끄러운 몸통 안쪽 근육에 힘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 날고 싶어 좀이 쑤시는 모양이었다.
“옆으로 비켜서게, 라일리 함장.”
그런 다음 테메레르의 목걸이와 갑판을 연결한 사슬을 풀고 가죽끈을 고삐처럼 움켜잡았다. 그리고 테메레르에게 말했다.
“좋아, 테메레르. 출발…….”
로렌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테메레르는 갑판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거대한 날개로 크게 호를 그리며 테메레르의 기다란 몸은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하늘로 우뚝 치솟았다. 로렌스는 고개를 돌려 테메레르의 어깨 너머로 아득하게 멀어지는 렐리언트 호를 내려다보았다.
―――[테메레르] 63~64쪽


“어린애들처럼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여유는 없어.” 이렇게 말하자마자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듯이 입을 벌렸다. “시간 낭비? 바로 그거야.”
“시간의 ‘간극’을 넘겠다는 거야?”
레사는 놀라 헐떡였다.
“시간의 ‘간극’을 넘는 거야!”
프노르는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도대체 둘이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사포’는 오늘 새벽 네라트에서 내리기 시작했어.”
플라르는 눈을 번득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프노르는 두려운 나머지 속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오늘 새벽 네라트에서? 그렇다면 그곳 우림은 완전히 전멸했을 것이다. 그 가능성이 머리에 떠오르자마자 그의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그러니까 우리는 시간의 ‘간극’을 넘어 네라트로 돌아가는 거야. 두 시간 전 ‘사포’가 내리기 시작한 바로 그 시각으로 말야. 프노르, 드래곤들은 우리가 지시하는 장소뿐만 아니라 특정한 시간으로도 갈 수 있어.”
―――[퍼언 연대기 1권: 드래곤의 비상] 340쪽







* 간극 Between   드래곤을 타고 두 지점 사이를 순간 이동할 때 통과하는 무(無)의 공간. 모든 감각이 사라진다.([퍼언 연대기], {용어 해설}, 530쪽)
* 사포 絲胞; thread   균근(菌根) 생명체. ‘붉은 별’에서 날아오는 포자(胞子). 퍼언의 지면 속으로 파고들어 접촉하는 모든 유기물을 남김없이 집어삼킨다.([퍼언 연대기], {용어 해설}, 532쪽)

* 휴고상Hugo Awards   전년의 최우수 작품에 대해 팬 투표에 의해 주어지는 과학소설상. 미국 SF의 아버지 휴고 건즈백Hugo Gernsback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졌다.1953년 이래 계속되고 있으며 현재는 수많은 SF상 중 네뷸러상과 함께 가장 유명하다. 세계 SF 컨벤션(WorldCon)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존캠벨기념상도 함께 뽑는다.
* 네뷸러상Nebular Award   SFWA가 매년 전년도에 발표된 작품들 중에서 가려 뽑는 과학소설상. 휴고상과 나란히 현재 SF상 중에서는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1966년 이래 계속되고 있다. 이때 그랜드마스터도 함께 수여된다.
* 그랜드마스터Grand Master   SFWA가 생존 작가 중에 SF와 판타지에 기여가 큰 사람을 선정하여 수여하는 과학소설상. 네뷸러상 시상식 때 함께 수여된다. 이 상의 한 가지 규칙은 애당초 매 3년마다 2명 이상을 선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으나, 거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2002년, SFWA의 설립자였고 역시 그랜드마스터였던 데이먼 나이트Damon Knight의 이름을 기려 Damon Knight Memorial Grand Master Award로 이름을 바꾸었다.
* 로커스상   미국의 SF소식지 로커스에서 독자투표를 통해 주는 과학소설상. 로커스는 68년부터 시작된 세미프로 잡지로 오늘날 아마추어 SF팬과 프로 SF작가들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매체다. 로커스상은 비록 상패나 상금이 없지만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으로 권위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 존캠벨기념상The John W. Campbell Memorial Award   휴고상 및 네뷸러상과 더불어 SF계의 주요 과학소설상이다. 그냥 줄여서 캠벨상이라고도 부르기 때문에 신인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존캠벨신인상과 혼동하기 쉽다. 미국에서 전해에 출간된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매년 수여한다. 팬들이 투표하는 휴고상이나 회원작가들이 투표하는 네뷸러상과 달리 심사위원단이 심사하고 수상작을 결정한다. Harry Harrison과 Brian W. Aldiss의 주도하에 SF역사상 가장 유명한 편집자였던 John W. Campbell Jr를 기리고자 1972년 처음 생겼고, 1973년부터 상을 수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캔사스 대학에서 연례행사로 열리는 과학소설 관련 학술대회에서 수상식을 거행해오고 있다. 1994년도에는 1등상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는 적당한 수상작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표과정에서의 문제 때문에 생긴 실수였다고 한다.

출처: SF리더스 위키(www.sfreader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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