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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작 안내 2월 심사평

2024.03.15 00:0003.15

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4년 2월 1일부터 2024년 2월 29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을 심사하였습니다.

 

2024년 2월 독자 단편 후보작으로는 김성호 님의 〈이곳에는 휴지통이 없습니다〉를 선정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하나의 아버지 – scholasty
이 작품은 아버지의 불우한 죽음을 슬퍼하는 주인공에 관한 내용의 짧은 소설입니다. 불우의 사고로 죽은 아버지를 기리고자 하는 주인공의 행동이 애절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만듦새를 조금 더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에피소드는 단편이라기에 너무 적습니다. 조금 더 많은 에피소드를 추가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의 하반신을 꼬시는 방법이나, 하반신이 일어나서 도망가게 된 계기,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 주인공의 일상을 심도 있게 그리면 좀 더 오컬트적인 느낌과 주인공의 상태를 잘 보여줄 수 있을 듯싶습니다. 그리고 특정 서술 부분은 너무 산만합니다. 어쩌면 주인공의 정신적인 상태가 무너져 있음을 알려주는 장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긴 호흡의 이야기를 서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Times Squar 2044 – 쵸이
시대에 뒤떨어진 주인공의 푸념이 담긴 작품입니다. 타임스퀘어에 갔으나, 노인인 주인공은 새로운 기계를 사용하지 못하고 소외됩니다. 노년층들의 기술 소외 문제를 그리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주제에 비해 이야기가 너무 짧고, 이야기가 짧은 만큼 문제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습니다. 퍼텐셜 에너지는 짧은 작품 속에 잘 쌓아놓았지만, 아직 이야기의 방향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조금 더 풍성한 이야기를 통해 아이러니한 블랙코미디를 선사하거나, 인물의 선택을 통해 작가가 던지고 싶은 사상을 드러내도 좋습니다. 그러니 부디 다음 작품에서는 제대로 된 문단 구성과 함께 작품에 쌓아놓은 퍼텐셜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기를 바랍니다.

저수지의 개 – 감동란
장례지도사로 위장한 안락사 청부업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죽여달라 찾아오는 사람들을 안락사시키며 살아가던 와중에 어린시절 동생을 죽인 살인자가 주인공 앞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직업윤리와 복수 중 선택을 내려야 하죠. 안락사에 관한 논의가 활발한 현재, 이 이야기는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작품의 설정 때문에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이 돋보이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작품 내에서 주인공이 안락사를 집행하는 것은 불법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본인에게 허가받았다는 것 말고는 살인자와 주인공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불법적인 안락사를 진행하고 은폐한 주인공이 더 사악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합법적으로 안락사를 진행하는 직업이고, 주위에서 인정받고 있었으나, 직업의식에 반해 살인자에게 고통스러운 최후를 안겨주었다는 쪽이 더 극적일 듯싶습니다.

눈사람 킬러 – 지캐
눈사람 킬러에 관한 설정과 묘사만 남은 작품입니다. 이야기라는 뼈대가 없이 너무 많은 설정이 비계처럼 늘어져 있습니다. 그나마 묘사가 비계에 붙은 근육처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지만, 뼈가 없어 바닥에 축 늘어져 경련만 일으키는 중이죠. 초반 묘사를 보고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될 무렵에 작품은 트럭에 치여 짓뭉개진 눈사람처럼 끝을 맺습니다. 이 점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특히, 생생한 묘사가 눈에 확 들어오고, 설정 역시 단절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설정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멈추지 마시고 조금 더 수정하시기를 바랍니다. 에피소드를 추가하고 새로운 인물, 그리고 멸망해 가는 세상을 탐험하고 구원, 혹은 파멸을 향해 다가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칩을 드리자면, 처음부터 이야기의 설정을 나열하는 것보다 주인공의 여정과 함께 설정을 등장시키는 편이 좋습니다. 그러니 초반에 주인공이 될 캐릭터의 등장과 이야기 방향을 잡고서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설정은 그 후에 풀어도 늦지 않습니다. 다음 달에, 혹은 그 다음 달이라도 좋으니 언제라도 작품을 계속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이곳에는 휴지통이 없습니다 – 김성호
실종된 동생을 찾는 누나의 죄책감을 다룬 소설입니다. 종교와 성정체성의 갈등을 그렸으며 반전이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으로 인물의 불안한 심경과 무기력함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문장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며, 묘사 역시 준수합니다. 대척점에 서 있는 소재들의 유기성, 시의적절한 소재 역시 작품을 더 풍족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결말은 상당히 몽환적입니다. 과연, 휴지통 속으로 사라진 주인공은 과연 동생과 만났을까요?

종이학 접는 여자 – 이연L
종이학이 유행을 탄 세상에서 종이학을 접는 주인공의 권태와 불안을 그린 작품입니다. 소원을 이루어 주는 종이학이란 설정은 흔한 설정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쓸쓸한 여정과 대비되어 작품의 입체감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종이학이 어떻게 소원을 이뤄주는지 확실히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종이학이 소원을 들어주는 메커니즘이 확고하게 드러나야 주인공이 접은 종이학이 소원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가 더 정확히 드러날 것 같습니다. 즉, 대조군과 실험군을 명확히 그려주시면 좀 더 풍부한 이야기가 될 듯싶습니다. 또한, 주인공이 소원을 빌지 못하는 이유가 너무 우유부단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 부분이 무념이 깃든 종이학과 연결되면 좀 더 작품이 단단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퇴고를 거치면 좋은 글이 될 작품으로 보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죽이고 싶지만 섹스는 하고 싶어 – 남킹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으로 지목된 주인공이 자기를 범인으로 지목한 여성과 동거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전반적으로 구성이 매우 아쉽습니다. 우선 전반부가 너무 늘어집니다. 딱 잘라서 성추행 의심을 사는 장면부터 시작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그리고 중반 이후부터는 상황 묘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의 대본과 다를 게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자들이 취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한정적입니다. 또한, 해당 작품 대사의 품질은 무미건조합니다. 대사를 조금 더 신경 쓰셔야 합니다. 주제에 비해 플롯이 너무 단순합니다. 법률적인 고증만 잘 들어가도 장편 법정 드라마를 쓸 수 있는 주제입니다. 그리고 제일 문제인 결말 부분입니다. 선택은 작가의 몫입니다만, 사회 친화적으로 갈지, 아니면 완벽하게 사회의 틀을 부수고 저항할지 선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결말은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80년대 이전 드라마 수준의 결말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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