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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의 어스름(보라님)
  *읽으면서 ‘여기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다.
  *고유 명사가 안 나온다. 천존상제니 천상선녀니 하는 칭호나 친구 이름 정도를 제외하고선 모두들 익명화가 되어 있다. ‘아픈 이야기’이고 ‘비극적인 이야기’인데 모두들 익명화가 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좀 떨어져서 지켜보게 된다. 보라님 소설에는 비극적이고 어두운데도 묘하게 거기에 읽는 사람이 먹히지 않는달까, 완전히 절망으로 침잠하게 되지 않는달까 하는 힘이 있다.
  *서사 전체를 관통하는 인과랄까, 굴레 같은 게 보이는 것 같은데 하나 하나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하다 보면 그것들이 잘 집히지 않는다.
  *사건들의 인과가 전부 필연에 의한 것이라고 주인공이 여기는 듯한 묘사가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수동적이고 체념적인 인상이 강하고, 그걸 넘어서서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자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의 관점이 매우 건조하고 객관화되어 있다. 오직 사실 관계만이 전달되고 감정이 빠져 있는데 모든 사건들이 끝나고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인 듯.
  *그러한 객관화와 압축이, 매우 많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단편에 몰아넣을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힘인 듯.
  *기와집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길을 가는 게 여자의 운명이라면 할머니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할머니는 손녀를 구해내지 않았느냐. 할머니와 비슷하다고 하다면 이 여자에게도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아이가 계속 기와집 그림을 그리고 그 집을 끝내야 한다고 하는데, 주인공의 꿈은 그 집이 더욱 융성하고 그 가운데 아이가 있는 꿈. 좀 더 자란 뒤 아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아이의 이야기가 좀 더 나오면 어떨까. 그 아이가 이 작품에서 갖는 역할에 비해서 그 존재감이 너무 흐릿하다.
  *마지막 부분 문장이 휘몰아치는 느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강렬하다. 그 외에도 표현에 있어서 인상적인 부분이 많다.
  *아이가 집을 끝낸다는 말은 ‘이 집을 끝장낸다’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이 집을 완성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존상제와 천상선녀 역시 어린 시절에는 아이와 마찬가지로 병에도 안 걸리고 울지도 않는, 신령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그 기와집이야 말로 악의 축일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아이는 일종의 대립적 관계에 가까운데도 기와집 문을 열어준 게 아버지였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이 피로 이어지는 것이며 아버지가 그렇게 된 것 역시 운명적으로 정해진 자신의 역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과 남편이 처음 만나는 부분의 묘사가 무척 재미있고 귀여운데, 이 작품의 결말을 생각해 보자면 (모든 것이 운명이다) 오히려 일종의 배신감이 드는 장치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앞서나간 생각인지도 모르겠는데, 이름을 가능한 쓰지 않은 것은 그러한 운명 자체가 누구의 것도 될 수 있다는 보편성을 나타내기 위한 게 아닐까.
  *할머니의 캐릭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꿈에서 젊은 시절의 할머니를 만나는데 왜 기와집으로 가라고 한 걸까.
  *할머니가 ‘네 길은 네가 스스로 보게 될 거다’라고 하는 부분이 매우 슬펐다. 무언가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보게 되는 것으로 그친다는 의미.
  *소설은 무척 좋은데 마지막 문장이 너무 강하지 않나. 상상의 여지를 차단하는 느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대단히 깊은 슬픔과 무력감이 느껴지는데, 그러면서도 그것 때문에 끙끙 앓게 되는 게 아니라 그걸 수긍하게 만드는 게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인 듯하다.
  *주인공의 가장 큰 비극은 공감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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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변 시간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무척 많이 나왔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언제나처럼 참가자들의 즐거움으로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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