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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 (반양장)

2008.11.28 23:2711.28

시리우스

올라프 스태플든, 이영기 옮김, 오멜라스, 2008년 11월



책 소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개 이야기
올라프 스태플든의 감성과학소설
                        
사람의 지능과 감정을 가진 개, 시리우스!
이 낯설고도 친숙한 개를 나는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듯만 싶다.

―――김별아 (소설가)

여기 당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개가 있다. 노래를 부르고 자서전을 쓰고 말을 하는 ‘시리우스’. 개의 육신을 입고 태어났으나 인간의 정신으로 사고하고 “인간은 정말 이상해!”라며 우리 스스로는 보지 못하는 허물을 꼬집다가도 “내게도 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쓸쓸하게 고개를 떨어뜨리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개.

[이상한 존]의 작가 올라프 스태플든의 대표작 [시리우스]는 인간의 지능을 가진 개 시리우스와 그를 이해하는 단 한 사람 플랙시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밖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인간과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맺음을 이야기하는 <감성과학소설>이다. 인간도 개도 아닌 시리우스가 불완전한 지성과 야만 사이에서 겪는 혼란과 외로움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이상한 존재인 인간에 대한 슬프고도 지독한 자화상의 다른 이름이다. 소설 속 시리우스가 밟아간 길을 따라가던 독자는 어느새 그의 고독과 슬픔, 간절한 소망에 공감하면서 이따금 책장을 덮고 촉촉하게 젖은 눈을 허공으로 돌리게 될 것이다.

“난 매일 밤, 내게 손이 생기는 꿈을 꿔요.”
인간보다 인간적인 개, 시리우스

만약 개가 인간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스스로를 존중하고 자존심을 갖도록 길러진다면? 인간이 아니라 해도 스스로의 지성과 감수성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면? 19XX년 영국의 뇌의학자 토머스 트렐론 박사는 인간의 바깥에서 인간을 보고, 인간에 대해 말해줄 존재를 꿈꾸었다. 그리고 마침내 꿈은 실제가 되었다. 만들어진 존재. 이것은 지능이 높고 언어를 알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으며, 섬세하고 상냥하며 폭력을 싫어하는 개 시리우스가 타고난 운명이다. 그러나 개도 인간도 아니라는 정체성의 혼란에 어리둥절해하고 손이 없어 겪는 불편에 절망하는 반면, 암캐의 유혹적인 냄새를 거부할 수 없어 오줌을 찔끔거리고 마는, 네 발로 걸어야 하는 개로 태어난 것은 시리우스의 숙명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 주는 운명을 타고났어.”
소녀와 양치기 개, 소울메이트로 맺어진 인연

트렐론 박사의 딸인 ‘인간’ 플랙시와 ‘개’ 시리우스는 어렸을 때부터 쌍둥이처럼 함께 자란다. 둘은 하나의 시공간(space-time)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 ‘시리우스-플랙시’이다. 서로 완전히 다르면서도 오래전부터 뿌리 깊게 연결돼 있어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결국 서로에게 돌아오고 마는 운명인 것이다. 양치기 개의 굴레를 쓰고 살아가야 하는 시리우스는 아이에서 소녀, 여인으로 자라난 플랙시를 향한 무한한 사랑을 통해 더 넓은 세계를 알고 싶었고, 인간이 이룩한 기적을 이해하고 싶었으며, 자신이 겪고 있는 특별한 운명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그의 갈망은 개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존재로서 자신이 인간의 정신을 이해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픈 성급한 욕심을 부추긴다.

“이 우주 어디에도 날 위한 곳은 없어.”
그의 정신은 문명을 원하지만 그의 본능은 야성을 좇는다

차츰 성장해가며 플랙시와 떨어지게 된 시리우스는 양치기 개 수업을 받으며 자연과 교감하고 목장을 스스로 경영하며, 런던에 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인간과 인간사회에 대해 배워나가지만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유일한 존재 플랙시와는 점점 멀어지기만 한다. 암캐의 냄새나 사냥의 피맛이 주는 강렬한 유혹과 좌절감은 야성을 좇는 본능과 문명을 원하는 정신 사이의 혼란을 가져온다. 그러던 중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얼어붙은 마음은 희생양을 원한다. 그 한복판에 있던 시리우스는 어렵게 일군 문명 생활을 버리고 한 마리의 들개로 돌아가지만, 추적의 손길은 계속 뻗쳐온다.

아직까지 이 소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읽는 내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정성일 (영화평론가)



저자 소개

스태플든의 문학적 상상은 거의 무제한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작가)

스태플든은 굉장한 작가다. 그 비범한 상상력과 시야로 그는 찬란한 대가들의 영역에 입성했다.
―――도리스 레싱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질문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의 탄생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인물로 흔히 프랑스의 쥘 베른과 영국의 H. G. 웰스를 꼽는다. 그러나 이들의 업적은 엄밀히 말하자면 과학소설의 ‘외형’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부분이 크다. 생물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와 같은 셈이다. 그렇다면 그 2세의 정신적 측면에 해당하는 철학과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도와준 스승, 현대 과학소설에 깃든 가장 심원한 비전의 하나인 ‘우주와 지적 존재의 장대한 서사’라는 틀거리를 짠 것은 누구였을까?
답변   올라프 스태플든.

과학소설의 어머니 쥘 베른, 과학소설의 아버지 H.G. 웰스
과학소설의 스승 올라프 스태플든(Olaf Stapledon, 1886~1950)

영국의 작가이자 철학자. 옥스퍼드대학에서 사학으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리버풀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차대전 당시엔 민간 구급요원으로 참전했고, 그 뒤 리버풀에서 노동자 및 사회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서 오랫동안 인문,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를 강의했다. 20대와 30대 시절에 시집과 철학서 등을 출간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30년에 낸 첫 소설 [최후와 최초의 인간]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곧장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이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나 윈스턴 처칠 등 당대의 지식인층에서 폭넓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 [이상한 존], [스타메이커], [시리우스] 등의 과학소설들을 발표하여 현대 과학소설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추앙된다. 그의 작품은 아서 C. 클라크, 브라이언 올디스, 스타니스와프 렘, C. S. 루이스 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전 세계 과학소설 작가들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인간과 지성의 궁극적인 의미를 일관되게 추구했고, 그 과정에서 초인간이나 인류 진화의 테마도 심도 깊게 고찰했다. 한편 다이슨 구(Dyson sphere)나 유전공학, 테라포밍 등 다양한 미래 과학기술 아이디어도 선구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대표작으로서 [최후와 최초의 인간]은 50억 년에 걸쳐 17번의 변화를 겪는 인류의 장대한 역사를 그리고 있으며, [스타메이커]는 앞 작품에 묘사한 인류의 역사조차도 작은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우주와 그 안의 지적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이상한 존]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시리우스]는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게 된 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렇듯 수위가 다른 지성체 간의 갈등과 소통, 그리고 광대한 우주에서 인간과 지성의 의미를 찾는 철학적 탐구는 그가 일생 동안 천착해온 주제였다.

<오멜라스>에서 출간한 올라프 스태플든의 작품들

▶ 이상한 존
   : 우주 가운데 나보다 더 존귀한 이 그 누구인가
▶ 시리우스
   :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개
▶ 스타메이커 (출간예정)
   : 우주의 처음과 끝,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역자 소개

이영기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일간지 기자를 지냈다. [상식 밖의 과학사]를 썼고, 옮긴 책으로는 [영화사전: 이론과 비평], [아인슈타인: 철학적 견해와 상대성 이론], [과학의 탄생], [기상천외 과학대전], [위험한 생각들] 등이 있다.



차례

1. 첫 만남
2. 시리우스의 성장과정
3. 유년기
4. 청년기
5. 양치기 개 훈련
6. 개성의 탄생
7. 늑대 시리우스
8. 시리우스 케임브리지에 가다
9. 시리우스와 종교
10. 런던에서 겪은 일
11. 폭군 같은 인간
12. 목장 주인 시리우스
13. 전쟁의 영향
14. 탄이보엘
15. 기묘한 삼각관계
16. 플랙시 징용되다
17. 야성으로

옮긴이의 말
작품 해설 : 제국보다도 너그럽고 느긋하게 - 박상준
작가 연보



책 속에서

그를 애완견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활동적이며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한 개인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의 특별한 능력을 키워주지 않으면 안 된다. 토머스의 표현에 따르면, 그 개가‘초등학생’일 때는 그가 나타내는 관심이 육체적이거나 원초적인 것, 또는 야만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원래 개이기 때문에 표현하는 방식은 초등학생 인간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는 아마도 보통 개처럼 아무런 목적도 없이 어슬렁거리거나, 사냥을 하거나 싸움을 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지력으로 인간 세계를 보기 시작하면 무언가 지속적인‘인간’의 일을 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그를‘대못처럼 단단하고 빈대처럼 민첩하게’키워내지 않으면 안 된다.
―――32~33p.

“당신들 후각은 약한 정도가 아니라 색맹 수준이야. 당신네 시인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 몸매와 색을 품고 있는지를 찬미하고, 그 멋진 자태에서 영혼의 숭고함을 본다고 노래하지(물론 이런 말은 대개 사람을 현혹시키는 표현이지만). 하지만 이런 느낌을 냄새(체취)라는 측면에서 표현한다고 상상해봐. 내 애인인 모웬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는 이른 아침의 냄새를 닮았어. 말로 할 수 없는, 정신 나갈 만큼 강렬한 향기. 굉장히 온화하고 향기로운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지. 한데 문제는 불행하게도 모웬의 영혼은 10분의 9가 아직 깨어나지 못한 채 잠들어 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거야. 그런데도 그녀에게서는 영혼이 완전히 깨어났을 때와 같은 향기가 나.”
―――66~67p.

“나야말로, 죽을 때까지 네 거야. 난 그걸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네 다리를 물었을 때부터 알았어.”
그녀는 시리우스의 회색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어깻죽지에 빽빽하게 자란 털을 쓰다듬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도록 운명 지어졌어. 그건 우리 둘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야.”
“맞아.”
“하지만 다르면 다를수록, 서로 사랑하는 두 존재는 더 아름다워지는 거야.”

―――81p.

시리우스는 온 신경을 모아 자기 기억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봉투에 주소를 기입했다. 이어서 편지지를 접고 그것을 봉투에 넣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며칠 후 서랍에서 여섯 매가 나란히 붙은 우표 시트를 발견하고 훔쳤다. 시리우스는 두 앞발 사이에 여섯 매짜리 우표를 끼우고는 앞니로 그중 한 장만 떼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우표 시트는 가운데를 따라 둘로 나누어졌고, 입 안에 있던 부분은 풀칠 때문에 앞니에 붙어버렸다. 앞니에 붙은 우표들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앞발로 편지 봉투를 잡고는 봉투 오른쪽 위 모서리, 즉 수신인 주소를 쓰는 쪽에 침을 묻힌 다음 그 자리에 앞니에 붙은 우표들을 떼어내 갖다 붙이면 될 것 같았다. 물론 이것도 쉽진 않았다. 코가 시선을 가렸다. 우표 붙이는 일을 마무리한 후 엉망이 된 우표들을 서랍에 가져다 놓았다. 갔다 와서 봉투를 다시 보니 우표의 위아래가 거꾸로 붙어 있었다.
―――99p.

“죄송하지만 저는 저를 위해 짜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일하면서 살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개성을 가진 동물이라는 걸 인정하신다면 저한테 그런 것을 기대하지는 마세요. 당신은 왜 제가 살아갈 수 있는 세상도 만들어 놓지 않고 저를 만드신 거죠? 그건 신이 아담을 만들어놓고, 에덴동산과 이브를 만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앞으로 제가 저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진장 어려울 거라는 예감이 드네요.”
―――119p.

“인간 바깥에서 인간을 보고, 인간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인간에게 말해줄 수 있는 존재를 만들고 싶으신 것 아니었나요?”
토머스는 잠자코 있었다. 시리우스가 말을 이었다.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제가 스스로 참된‘나 자신’이 될 수 없다고 느끼거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느낄 때, 인간 전체에게서 악취를 맡고 광폭한 기분에 빠져버린다는 거예요. 눈앞의 모든 것이 완전히 까맣게 변해버려요. 저도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실이에요.”

―――141p.

“아아, 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일 밤, 내게 손이 생기는 꿈을 꿔요.”
“내 손은 죽을 때까지 네 것이야.”
둘 사이에는 아주 친근하고 깊은 애정, 그렇지만 전적으로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관계가 형성되었다.

―――236p.

“인간 세계에는 우리를 위한 곳이 없어. 그리고 나를 위한 세계는 어디에도 없어. 이 우주의 어디에도 날 위한 장소는 없어.”
그녀는 서둘러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너를 위한 장소가 될 수 있어. 난 네 가정이고, 이 세계에서 네가 거처할 곳이야.”
“지난 며칠간 난 너희 종족에게 미칠 듯이 화가 났어. 그리고 화가 가라앉으면 널 만나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지. 하지만 넌 절대 나랑 엮여서는 안 돼. 그리고 넌 절대 나를 위한 세계를 만들 수가 없어. 물론 내가 살아갈 세계라면 어디든 네가 있는 게 당연해. 네 향기로운 냄새가 나를 이끌기 때문이지. 그러나 넌 나를 위한 세계를 만들 수가 없어. 나는 세계를 가질 수 없으니까. 내 본성이 분열돼 있기 때문이야. 내 안의 정신은 인간 세계를 필요로 해. 하지만 내 안에 있는 늑대의 기질은 야성의 세계를 필요로 해.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세계에서만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 거기라면 나만을 위한 과자가 있고 그것을 먹을 수 있을 테지.”

―――276~277p.

“이제 곧 어두워질 거니까 집으로 돌아가자. 탄이보엘의 집으로 말이야. 맛있는 음식이 있는 그곳으로. 난 배가 좀 고파. 넌 어때?”
그는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대답했다.
“어제 사람 고기를 조금 먹었어.”
플랙시는 몸을 떨었고, 시리우스도 그것을 느꼈다.
“아아, 난 너무 잔인하고 야만스러웠어. 네가 나를 확실하게 붙잡지 않으면 난 언제든 다시 잔혹한 짐승이 될 거야.”

―――278p.

그는 삶과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보편적인 어떤 것, 지구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은하에 존재하는 모든 살아 있는 영혼에게 공통된 어떤 것을 구현했다. 그의 노래에 담긴 어둠은 그가‘색채’라고 불렀던 빛, 자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한 영광스러운 빛으로 밝게 빛났다. 이 빛은 시리우스도 본 적이 없었다. 개든 인간이든 어떤 정신(영혼)도 확실히 본 적이 없으며, 땅 위에서도 바다 속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생명을 가진 정신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그런 빛이었다.
―――281p.



출판사 서평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
겨울 밤 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천랑성 ‘시리우스’


한 비범한 과학자의 연구 끝에 탄생한 개 시리우스는 강아지 때부터 특별한 교육을 받고 자라나 인간의 학문과 음악 등의 문화에 통달하게 되고 더 나아가 언어까지도 습득한다. 한편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과학자의 딸 플랙시는 세상에서 시리우스를 이해하는 단 한 사람의 인간으로 시리우스와 소울메이트의 관계를 이루게 된다.
케임브리지에서 학자들과 지적인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목장에서 양치기 개로 일하며 자신의 야성을 깨닫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혼란스런 정체성과 불완전함에 언제나 괴로워한다. 인간처럼 능숙하게 도구를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은 늘 좌절감을 안기고, 게다가 그런 답답함을 공감해 줄 비슷한 존재가 없다는 점은 외로움을 더할 뿐이다.
시리우스는 플랙시와 함께 조용한 목장에서 소박한 삶을 영위하려 하지만, 전쟁으로 흉흉해진 민심은 희생양을 원하고 이들에게 위협의 눈길을 향한다.

시리우스는 ‘늑대별’, ‘하늘의 늑대’라는 뜻의 천랑성과 같은 운명을 타고 태어난 개다. 인간의 지성과 동물의 야성을 동시에 지니고, 태생부터 기이한 존재로 만들어진 생명. 그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항성 시리우스처럼 인간과 가장 가까운 포유동물이다.
인간의 밖에서 바라본 인간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존재를 만들겠다는 한 과학자의 집념, 금기의 땅에 그가 우연히 당도한 시작부터 이 이야기 속에는 비극성이 담겨 있다.

‘신의 영역’에 도전했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다. 시체 조각을 기워 만든 육신을 지닌 괴물, 결국 자신의 창조자를 죽이고 끝내 인간의 폭력 앞에 존엄성을 버려야 했던 슬픈 운명의 사나이. 하지만 시리우스는 그보다 더 분열된 생의 주인공이다. 결코 동류가 될 수 없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그의 내면에서 충돌하는 지성과 야성은 끝내 그에게 영광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허나 끊임없이 묻고 고민하던 시리우스의 질문들은 묵묵히 그의 생애를 따라가는 소설 밖의 독자들에게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를 남긴다. 서로 회전하는 두 개의 별이 하나의 별자리가 되듯, 인간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나 잊고 있던 교훈을 실감하게 된다.

‘시리우스’라는 별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 중 하나로, 겨울철 밤하늘에 최고로 밝게 빛나는 별이다. 큰개자리라는 별자리에 속하고, 동양에서는 ‘늑대별’, ‘하늘의 늑대’라는 뜻의 천랑성 등으로 불렀다. 시리우스는 쌍성으로 50년 주기로 서로 회전하는 작은 별(백색왜성)을 하나 거느리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것을 관측을 통해 처음 증명하는 데 기여했던 별도 이 작은 시리우스였다. 스태플든과 같은 영국 출신 천문학자 아서 스탠리 에딩턴이 1924년 거둔 성과였다.
―――이영기, {옮긴이의 말} 중에서

‘시리우스-플렉시’, 따로 떨어질 수 없는 절대적으로 상대적인 관계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볼 것은 시리우스와 플랙시를 붙임표(-)로 연결해 ‘시리우스-플랙시’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는 상대성이론에서 시간과 공간을 ‘시공간space-time'으로 나타내는 것을 연상시킨다. 뉴턴의 고전물리학에서는 시간과 공간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절대적인 실체였다. 시간 따로, 공간 따로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3차원 공간에 시간을 더해 ’시공간‘이라는 4차원 개념을 도입하면서,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실체가 아니라 서로에게 의존하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칠게 말하면 시간과 공간은 각각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서로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얘기다. 그래서 공간의 모습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양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리우스-플랙시’ 또는 ‘플랙시-시리우스’라는 표현을 통해 스태플든이 이야기하려던 점도 그게 아닐까. ‘인간’ 플랙시와 ‘개’ 시리우스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자연계 안에서 인간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비인간, 즉 인간 이외의 다른 생물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미래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새로운 전망을 던진다.

[프랑켄슈타인], [블레이드 러너], [앨저넌에게 꽃다발을], [A.I.]
이성과 감성이 어우러진 특별한 스토리텔링의 숨겨진 명작


이 소설은 쥘 베른이나 H.G.웰스와 함께 현대 과학소설의 형성에 커다란 기여를 한 영국의 철학자 올라프 스태플든의 작품이다. 그의 소설들은 인간 외적인 시점으로 세계를 통찰하고 근본적인 부조리를 비판하는 것이 특징인데 [시리우스]는 그런 미덕과 함께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구조가 돋보인다. [프랑켄슈타인]의 시체를 기워 만든 괴물, [블레이드 러너]의 인간보다 인간적인 안드로이드 , [앨저넌에게 꽃다발을]에서 뇌수술로 천재가 된 저능아, [A.I.]의 인간이 되고 싶은 소년로봇 등의 특별한 스토리를 통해 인간과 거의 같은 이종들의 비극성을 접해봤고, 그들의 비극성이 인간을 향한 경고의 은유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전하는 의미가 새로운 것은 웰메이드 스토리텔링 속에서 얼마나 실감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갔는가는 소설 읽기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가장 감동적인 과학소설’로 꼽히는 [시리우스]는 개의 관점에서 실감나게 풀어가는 감각의 묘사나 세계에 대한 시선, 드라마틱한 결말까지 눈을 뗄 수 없는 페이지터너 소설이기도 하다.

스태플든의 광대한 지적 전망은 나의 우주관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내 작품의 상당수는 그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아서 클라크 (작가, 미래학자)

버지니아 울프와 처칠이 인정한 작가, 도리스 레싱과 보르헤스가 한목소리로 칭송한 작가, C. S. 루이스와 아서 클라크의 세계관을 만든 작가 “올라프 스태플든”의 대표작 [시리우스](1942)가 출간된 지 60여 년 만에 국내 최초로 완역되었다. “21세기 우주적 상상력을 찾는 사람들. 상상여행자를 위한 상상여행사”라는 기치를 내걸고 2008년 야심차게 출범한 (주)웅진씽크빅의 과학소설 전문브랜드 오멜라스의 네 번째 선택인 [시리우스]은 앞서 출간된 오멜라스클래식 [이상한 존]과 마찬가지로 초판 한정양장본과 페이퍼백 2종으로 제작되어 새로운 스타일과 새로운 컨텐츠의 장르 문학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나는 스태플든의 작품들을 너무나도 숭배하기에
그 설정을 차용하는 것에 아무런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다.

―――C. S. 루이스 (작가)



추천사

사람의 지능과 감정을 가진 개라니! 기이한 상상이나 엉뚱한 자극마저 장르 특유의 도식으로 느끼며 얼마간 냉소적인 자세로 소설의 첫 장을 펼쳤다. 하지만 과학을 통해 철학을 웅변하는 올라프 스태플든의 치밀한 펜에 이끌려 인간다운 욕망과 개 같은 욕망 사이에서 나는 잠시 어리둥절하다. 시리우스, 이 낯설고도 친숙한‘정신의 양치기 개’를 나는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듯만 싶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에 이르러, 사랑과 지혜와 창조의 향기를 아는 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개를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김별아(소설가)

만일 당신이 기르는 개와 파시즘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될까? 내가 아직까지 이 소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읽는 내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카메라로, 필립 갸렐의 대사로, 구로사와 기요시의 미세한 긴장감을 품고,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흑백영화처럼 진행시키는 이야기. 종종 이야기가 슬로 모션이 될 때 더 숨 막히는 기나긴 대화의 순간들. 누구보다도 봉준호가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준다면 정말 고맙겠다.
―――정성일(영화평론가)

살다 보면 나 자신이 인간인 것을 잊고 지낸다. 이 책은 시리우스라는 독특한 존재를 통해 인간인 나 자신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인간에 대한 진정한 고민과 성찰, 그리고 인간만이 가진 손에 대해 인식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인간도 개도 아닌, 경계의 생명이자 아웃사이더로 외롭게 살아온 시리우스.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하나의 짐만큼은 덜어주고 싶다. 인간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놓아두라고. 그것은 나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하나씩 풀어가겠노라고.
―――정용실(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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