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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외계인] 라의 날

2007.04.28 00:0004.28

일전에 독자단편 코너에 올렸던 라의 날을 수정해서 올립니다.
약간 손을 보았고,
뒤의 후속편을 달았습니다.

외계인 마감이 오늘이라는 걸 오늘 알았습니다..
아후, 아쉽습니다. 삼부작 기획이었는데. 흑.


(어...올릴 때는 분명히 27일이었는데 T-T
비번 잘못달고 난리치느라
1분이 늦어 28일이 되었어요.
정말 1분 늦었는데.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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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의 날, 첫 번째 - 하비의 이야기


"오늘이 '리의 날'인가요?"
"아뇨, 라의 날이에요. 1년에 한 번 우리가 성별을 바꾸는 날!"
피이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창 밖에서 소란스러운 웃음과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비행선에서 꽃을 뿌리는지 노란 꽃잎들이 흩어져 내렸다.
"어서 식사를 하고 광장으로 나가요. 음유시인들의 공연이 시작될 거예요. 그 다음엔 성전에 가도 좋겠지요. 저는 종교가 갖고 있지 않지만 오늘 종교의식들은 꽤 볼만 하답니다. 와, 즐거운 라의 날!"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이해 안가시죠? 아무래도 성별이 없는 행성에서 오셨으니까"
"사실 궁금하긴 해요. 여성이 되든 남성이 되든 뭐가 달라지나요? 과거의 지구처럼 성별에 따른 엄격한 규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말씀을. 몸이 달라지는 건데. 게다가 섹스할 때의 느낌도 다르거든요. 여성일 때와 남성일 때의 오르가즘이"
"호오, 그거 궁금하네요."
"저도 당신들의 오르가즘이 궁금해요"
"대강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닌가, 전혀 다를까"
그건 우리가 서로 알 수 없는 영역이었다. 아무리 우주 내 교류가 활발해지고 언어변환시스템이 발달해도 넘을 수 없는 차이들이 있다. 이를테면 나는 피이의 외모가 예쁜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아사 행성과 우리 행성의 감성 체계 는 상당히 비슷한 편임에도 말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팬레터를 보내며 친해졌다. 몇 달 전 피이가 쓴 수리철학입문서를 우리 행성의 인식프로그램으로 번역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 뿐 아니라 우리 행성의 어느 누구도 피이의 논증과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책의 화두를 여는 피이의 시는 아름다웠다. 나는 그 시에 대한 답시를 썼고 그것을 내 동료가 피이에게 보냈다. 우리는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고 나는 피이의 집으로 초청을 받았다.
"너무 들떠 있는 거 아냐? 조금 걱정되네"
털의 광택을 돕는 약을 고르고 있던 나에게 고르고 있던 나에게 동료 가우는 말했다.
"무슨 소리야?"
"마치 사랑에라도 빠진 것 같다고, 너"
나는 웃었다.
"그럴 리가"
"그렇지 않다면 이 수십 개의 헤어크림은 뭐냐. 너가 이렇게 몸단장에 신경쓰는 건처음 알았어. 내내 멍하니 정신도 없고"
나는 적절한 변명을 찾으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그럴 지도 모르지"
가우는 놀란 듯 했다.
"연애감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반해있는 건 맞아. 피이와 알게 된 이후 주변 공기는 더 맑아지는 것 같아. 피이를 생각하면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그리고 난, 피이와의 통신이 없으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넌 정말 대책없는 로맨티스트야."
"그래, 하지만 피이도 마찬가지야. 그 점에서 우리 잘 맞는 거 같지 않아?"

그래, 우린 마음이 잘 통했다. 그렇다면 지금, 라의 날 아침 식탁에서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피이도 느끼고 있는 걸까?
나는 탁자 너머 피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아사행성인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아사행성도 우리 행성도 광학기계가 없는 데다가 실재의 복사 이미지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본 아사인들의 팔다리는 어린 아이들의 낙서 마냥 지나치게 길었다. 아사인들은 털이 맨질맨질한 가죽만을 두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기이하게 보이는데- 머리 윗부분에만 길게 털이 늘어뜨려져 있다!
"머리카락이 신기한 가요?"
"네,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혹시 그 부분만 남기고 자르는 건가요?"
"아뇨, 우리는 원래 여기에만 자라요"
"정말 신기하군요."
피이는 웃었다.
"그렇게 이상해 보이나요?"
"물론 피이의 눈에도 제 몸의 털들이 이상하게 보이겠지요?"
"아뇨, 보셨다시피 저희 행성에도 온 몸에 털이 있는 동물들이 꽤 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낯설지 않아요. 게다가 하비님의 붉은색은 멋있는걸요. 계속 미묘하게 색이 변하는 게 아무리 보고 있어도 싫증 나지 않아요"
쑥스러움으로 고개를 숙인 채 나는 속으로 외쳤다 - 가우, 보라구! 헤어크림 다섯통을 가져온 보람이 있다니까!

"다 드셨으면 이제 슬슬 나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리는 온통 흥분으로 가득차 있었다. 나가자 마자 어떤 아이가 피이의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았다. 자, 같이 춤춰요! 피이는 웃으며 그 아이를 떼어놓았다. 누군가 나에게 와서 꼭 껴안았다. 이방인님, 이 멋진 날을 즐기세요! 비행선에 탄 이들은 계속 반짝이는 조각을 뿌리고 있었다. 우리도 저걸 타고 날아갈까요. 그때 낮게 내려온 비행선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피이!"
"게?"
"응, 지금 광장 공연 보러 가는 거야? 그럼 어서 타! 아, 이 분은 친구분?"
비행선 안에는 다양한 행성인들이 와글거리고 있었다. 이 축제는 상당한 관광거리였던 것이다. 비행선 날개 위에서는 즉흥연주가 펼쳐지고 그 곁에서 아사인들은 전통 춤을 추고 있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지칠 때까지 돌고 도는 아사인들의 움직임은 가볍고 경쾌했다. 이 법석을 안고 비행선은 느리게 중앙광장으로 향해갔다.
"게, 넌 이번에 남성으로 바꾼다 했나?"
"으으...말 마라. 그것 때문에 얼마나 진과 싸웠는데"
"왜?"
"진이 심각하게 반대했어. 성별을 바꾸는 건 내 개인 자유고 난 이제 오 년째의 생리통이 지겹고 몸이 남성으로 바뀐다 해도 나는 나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었어."
"의외네. 진은 그런 것에 그닥 개의치 않을 줄 알았는데"
"하도 반대가 심하다 보니 날 좋아하는 건지, 단지 내 여성체로서의 몸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구. 아, 말하다 보니 우울하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 취향의 성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그 나름대로 좋은 일 아닐까요?"
듣고 있던 다른 행성인이 끼어들었다. 몸에 천을 둘렀을 뿐 아사인과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보아 지구인인 듯 했다.
"제 파트너는 남성의 몸이 보다 섹스어필하다고 느낀답니다. 물론 그건 단지 그 사람의 성적 선호도의 문제이고, 여성인 저와 잘 지내고 있긴 히지만, 그래도 이 행성인들이 조금 부러웠어요"
“우리도 처음부터 모두가 성별을 바꿀 수 있었던 거 아니예요. 옛날에는 성직자들만 그 특권을 가지고 있었대요. 그 불평등의 날들을 어떻게들 견뎠는지.”
게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하비님은 어때요? 파트너에게 선호하는 성별이 있나요?"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글쎄요. 애초에 여성이든 남성이든 차이를 잘 몰라서요."
"휴우, 우리 진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게, 하비의 말은 좀 다른 뜻이야. 하비가 사는 행성의 동물들은 성별이 없거든. 식물들 중 몇 개만 암수가 있지."
떠들며 노는 사이 드디어 중앙광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음료수와 마약이 솟아나는 분수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 머리카락으로 몸을 가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음유시인들이 보였다. 광장 곳곳은 꽃과 색색의 천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오늘 한 번 제 성별을 바꿔볼까요? 나중에 어느 쪽이 더 나아보이는지 말해주세요"
피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음...지금은 여성이신 건가요, 남성이신 건가요?"
피이는 웃었다.
"맞춰 보세요."

그날의 성전 의식은 피이가 장담한 대로 멋지지는 않았다. 연극 혹은 퍼포먼스에 가까운 행동들이 있었고, 몇 차례 광선들이 성전 안을 적셨지만, 광선의 색채들의 조합은 내 눈에는 조잡하게 보일 뿐이었다. 우리 행성에서 누군가 이런 색채의 조합을 내놓았다면 미적감각이 없다며 동정의 시선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아사인에게는 이 색들이 나의 눈과는 조금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이 색들에 대해 갖는 감정도 다를 것이다.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느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눈을 감고 처음 사랑에 빠졌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도 성전 안, 정확히는 성소의 테두리 안이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내가 반한 아이가 성소로 들어가기에 따라 들어갔을 뿐이었다. 당시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은 종교의식 때가 유일했다. 나는 제단 앞의 성물이 아니라 그 아이를 보기 위해 눈을 뜨고 있었으며, 수도자의 축복을 듣기보다 그 아이의 소리를 가려내기 위해 귀를 세우고 있었다. 그 아이의 날렵하면서도 유연한 걸음걸이와 바람에 실려 흔들리던 털의 색채에 나는 눈이 멀었다. 현명한 지인은 나에게 말했다. ‘너가 그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은 외모 뿐이잖아. 말 한 번 제대로 나눈 적도 없잖아. 그런데 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니. 정신차려라 비.’ 나는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었다. ‘넌 모르겠지만 난 한 눈에 반한다는 걸 믿어.’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사춘기 열정이지만, 나는 지금도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다. 그 아이가 웃을 때면 그 아이의 몸이 어떤 색으로 변했는지, 그 아이가 흔들던 귀는 어떤 곡선을 그려내었는지, 그 몸짓들이 가져오던 다채로운 빛깔들을.
피이는 의식 내내 딴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몇 번 돌아보았다. 그녀는 그때마다 웃었지만 나는 그 웃음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졸고 있는 듯 하여 민망하다는 웃음인지 아니면 순수한 호의의 웃음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나도 답례로 웃었지만, 그녀 역시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웃는다는 기계적인 사실 외에는.

성별을 바꾸는 이들의 의식은 어둠이 내릴 때 시작된다. 그들은 다같이 바다로 들어간다. '라'고 불리는 그 의식은 다른 행성인들에게는 관람이 금지된다.
“본다고 딱히 무슨 재앙이 닥치는 건 아니지만, 관례상 그래요. 그러니 미안, 오늘 저녁은 혼자 드세요.”
많은 아사인들이 빠져나간 거리는 한적했다. 장식용 꽃과 별조각들도 서서히 분해되기 시작했다. 약에 취한 몇몇 관광객들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나갈 뿐 주위는 고요했다. 나도 피이가 가르쳐준 아사의 노래를 부르려 했다. 하지만 그 노래는 나의 성대와 맞지 않아 아무리 애를 써도 소음처럼 들렸다. 그때 누군가 인사를 건넸다.
"또 만났네요. 오늘 즐거우셨나요?"
피부에 문제가 생긴 아사인인가 했지만, 곧 낮에 만난 지구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옆에 풍선처럼 생긴 다른 행성인과 함께였다.
"이 분은 디버별에서 오셨어요."
풍선은 소리 없이 독특한 향을 내었다. 그것이 인사였던 듯 했다.
"붉은 색이 멀리서도 눈에 띄어 알아볼 수 있었답니다. 정말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빛깔이지요?"
풍선은 다른 향을 내었다.
"이런 미안해요, 디버인들의 감성체계가 다르다는 걸 잠깐 잊었어요."
문득 그들에게 내가 어떻게 감각되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설명해주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묵을 만한 숙소를 찾고 있어요. 혹시 그쪽도?"
나는 피이의 집에서 묵고 있다고 답했다.
"아, 역시"
"네?"
"두 분이 무척 친밀해 보였거든요."
"그게 보였나요?"
"피이님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지요."
나는 피이의 표정에서 오로지 웃음만을 읽을 수 있다. 입술끝이 살짝 위로 올라가면서 일정한 소리를 내면 웃는 것이라고 배웠다.
나는 충동적으로 물었다.
"피이는 어떻게 생겼나요?"
"네? 혹시 눈이.."
"아뇨, 시력은 좋아요. 어떤 인상을 주는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지구인과 아사인의 외모는 비슷하니까요."
"시원시원하고 느낌 좋지요. 아사인들은 다들 중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피이님은 특히 그런 것 같아요"
중성적인 매력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 지구인은 다른 행성인과 대화하는 법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잠시 잡담을 나누던 지구인과 디버인 일행은 인사를 하고 길 저편으로 사라졌다.

나는 잠시 배회했다. 어두워지면 이 행성 표면에서 생겨나는 ‘저녁의 물’이 서서히 불어나 발 밑을 적실 때까지 빈 도로 위를 혼자 걸었다. 이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 피이의 집으로 갔지만 집은 아직 비어 있었다. 초원에 살던 나에게 벽과 천장으로 막힌 건물 안에 혼자 있는 것은 갑갑한 일이었다. 문 앞에 주저앉아 하릴없이 맞은 편 집들을 응시하다가 가우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가우, 너의 경고가 어떤 것인지 알겠어. 나는 자만했던 것 같아. 아사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는 무척 다르더군.
우주선 터미널에서 나는 피이를 세 번이나 놓칠 뻔 했어. 잠깐이라도 곁에서 멀어지면 다른 아사인들과 구별이 되지 않았으니까. 마침내 내가 피이의 손을 꼭 잡았을 때 피이는 웃었지만, 그래, 그건 피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의미였지. 난 그녀에게 손대고 싶지 않았어. 털이 없이 가죽만 매끈한 피이의 촉감은 사실 섬뜩하기까지 했으니까. 우주여행 내내 어서 피이를 안기를 바랬지만 그 순진했던 기대가 문득 우스워지더라.
...... 난 피이가 보고 싶었어. 그래서 여기에 온 지금, 난 과연 피이를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피이의 선이 날카로운지 부드러운지 단정한지 어떤 인상인지 아무 것도 모르겠어. 나에겐 피이가 해부학 시간에 보았던 내장 표본처럼 보일 뿐이야. 내가 아사인이라면 피이가 지금과 무척 다르게 보일 거라는 것은 알아. 하지만 난 결코 그 모습을 볼 수 없겠지.
.....피이의 목소리를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고 있지? 현악기처럼 맑고 풍부한 음색, 마치 노래와 같은 억양. 사람들에게 들려주면서 자랑하기도 했잖아. 하지만 여기서 아사인들은 모두 같은 목소리를 가진 것 같아. 난 이제 피이의 목소리마저 잃어버린 것 같아.
가우, 아마 나는 이 편지를 네게 보내지 못하겠지. 이건 너무 어리고 바보같은 이야기니까"
나는 망설이다가 편지를 마치지 않고 소멸시켰다. 공기는 알맞게 따스했고, 얼마간 지쳐있던 나는 피이의 집앞에서 잠이 들었다. 피이의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들이 옆에서 소근거리면서 지나갔다.

"하비!" 피이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아직 어두운 밤이었다. 거리는 어느새 다시 활기를 띄고 있었다. 이 시끌벅적한 속에서 잠들어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곧 축제의 2부가 시작되요. 공중에서 불꽃놀이가 벌어지지요. 이건 비밀인데, 그걸 보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냥 여기서 볼래요? 아니면 뒤의 언덕으로 올라갈래요?"
우리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섬세한 무늬를 만드는 보랏빛 식물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마치 음악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바다를 면한 그 언덕에는 막 의식을 끝내고 올라온 많은 아사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나 변한 거 모르겠어요? 성별을 바꿨는데."
피이는 조금 실망한 듯 말했다. 나는 진심으로 미안해졌다.
"어쩔 수 없지요. 뭐. 아, 불꽃놀이가 시작되었어요!"
느리게 불꽃들이 기하하적인 모양을 하늘에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전체 구도의 균형을 잘 잡으며 흘러내리는 색색의 불들.
"저 불꽃들, 색깔이나 모양이나 어딘지 당신네 종족을 닮았네요."
"네, 우리들의 미인들 같군요."
"당신은 그곳에서 미인인가요?"
"전혀. 그냥 평범한 외모예요."
"그럴 리가. 지금 터지는 불꽃과 당신은 꼭 닮았는데요?"
한참 하늘을 바라보던 피이는 내게 몸을 기대었다. 반쯤 졸면서 따듯하다...고 작게 중얼거린 것 같았다. 내 눈에 당신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피이와 사랑에 빠지고 싶었지만 피이의 몸과 맞닿는 순간 그 감정은 자꾸만 미끄러져 나갔다. 나는 내 불쾌감과 맞서기 위해 피이의 육체를 더 꼭 안았다. 자연현상을 보며 소원을 비는 풍습같은 것은 다른 행성인의 이해 못할  미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하지만 식물들의 노래에 맞춰 형태를 바꾸는 불꽃을 보며 나는 어느새 불가능한 바람을 속으로 간절히 되뇌이고 있었다 - 단 하루라도 아사인의 눈으로 피이를 볼 수 있다면. 아사인의 촉감으로 피이를 만질 수 있다면.






















라의 날, 두 번째 - 게의 이야기

게는 우울했다. 창 밖에서는 음악소리와 칭칭 두들겨대는 축제의 벨 소리가 들려왔다. 축제용 불꽃들도 깜박깜박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면서 방안에 있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자, 나오세요. 나와요. 오늘은 즐거운 라의 날. 기쁜 변화를 축복하는 행운의 날. 함께 행복해져요. 함께 축복해요. 게가 창가로 가자 누군가 게에게 축제의 노란 꽃을 던졌다. 게는 저도 모르게 휙 창문덮개를 내려버렸다.  내친 김에 창문의 소음차단기까지 올리니 좀더 안정되는 것 같았다.  
게는 빈 방 안을 몇 바퀴 돌다가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서 검은 푸른빛의 게의 눈꺼플은 쉴 새 없이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진은 게의 눈 빛깔과 짧고 짙은 속눈썹을 좋아했다.  
“그것으로 된 거 아냐?”
“뭐가?”
“넌 내 몸 중 내 눈을 가장 좋아하지.”
“맞아”
“내가 남성이 된다고 해서 이 눈이 바뀔 리는 없어.”
“넌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구나”
그것은 한 시간 전의 논쟁이었다.
“...여성인 네 얼굴에 그 눈이 어울려. 하지만, 남성인 네 얼굴에도 그 눈이 어울릴까?”
“넌, 날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여성으로서의 내 몸만 좋아하는 거야?”
진은 어이없다는 듯이 책장을 휙 넘겼다. 더 이상 게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왜 말을 안 해?”
“처음에 네 눈의 매력을 강조하면서 육체를 이야기했던 건 너야. 그런데 이제 와서 내 몸을 좋아하냐, 날 좋아하냐, 고 묻는 건 반칙 아닌가?”
게는 화가 났다. 진은 늘 이런 식으로 빠져나간다.
“반칙 어쩌고는 그만 둬. 그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났어. 이건 새로운 질문이야. 대답해봐, 넌 날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여성으로서의 내 육체만 좋아하는 거야?”
진은 천천히 말했다.
“알잖아. 네 몸도 네 일부야. 그걸 분리시켜서 말할 수 없지”
“남자가 되어도 여자가 되어도 내 몸은 나야. 달라지는 건 없다고.”
“달라지는 게 없다면 왜 꼭 그렇게 남자의 몸이 되고 싶은데?”
침묵이 흘렀다. 게는 꼼짝 않고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진은 이미 모든 논쟁이 끝났다고 생각한 듯 책 속에 머리를 쳐 박고 있었다. 잠시 뒤 진과 게는 동시에 흥분된 어조로 외쳤다.
“게, 여기 와서 이 논증 부분 좀 봐봐!”
“알았어, 넌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둘은 어이없다는 듯이 서로를 쳐다봤다. 동시에 말이 터져 나왔다.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게가 거울 속의 자신을 꼼꼼히 뜯어보았다. 차단기 덕분인지 아니면 축제의 행렬이 가버렸는지 주위는 고요했다. 그때 문 너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간다더니 왜 들어왔어?”
“난 나간다고 말한 적 없는데”
문가에 기대 웃고 있는 것은 피이였다. 그림자 때문인지 평소보다 창백해보였다.  
“피이?”
“잘 지냈어?”
"어떻게 왔어?“
“진이 보냈어. 싸웠다고, 걱정된다고”
“하!”
게는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걱정이 되긴 되나보지? 남의 자유의지를 함부로 묵살해놓고. 거참 착하기도 해라”
“새 차를 가지고 왔어. 마시면 조금 기분이 안정될 거야. 너가 좋아하는 프랫 향이야.”
“아. 고마워.”
“진이 전해 달랬어.”
피이가 빙긋 웃자 게는 서둘러 덧붙였다.
“하지만 진에게는 안 고마워. 병주고 약주고도 아니고 ”
“작년처럼 또 그 일이야?”
“작년처럼 또, 가 아니라, 작년에서부터 계속이지”
“어떻게 할 거야?”
“갈거야. 당장, 의식을 치르러 갈 거라고.”
“게”
피이는 단지에 뜨거운 물을 부으며 말했다.
“물론 나도 네 말이 진심이 아닌 건 알지만..”
“난 진심이야”
“아, 그래..”
피이는 조금 느리게 말을 이었다.
“너도 알잖아. 물론 그건 네 몸이고, 네 몸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진을 포함하여 아무에게도 없지만.”
“맞아. 진은 그걸 몰라”
“하지만 성별을 파트너의 동의없이 바꾸는 건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봐.”
“피이, 너답지 않은 말을 하는구나. 모든 아사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신체에 결정권이 있다. 이게 271년의 혁명 선언의 핵심이잖아. 학교에서 열심히 외웠던.”
“그건 그거고. 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내가 남성일 때 만났던 파트너가 있었어. 그래, 브리, 너도 기억하지? 내가 몸을 바꾸겠다고 했을 때 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그게 반대의 의미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난 그냥 축제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지. 결과는 내가 남성이 된 이후 브리는 한번도 나와 섹스를 하지 않았고, 꼭 그게 원인은 아니었겠지만, 다음 해 라의 날이 오기 전에 브리와 나는 헤어졌어.
진이 그렇게 반대를 하는 건, 어쩌면 남자의 몸에는 성욕을 못 느껴서일지도 모른다구. 너도 지금 성생활이 만족스럽다면, 그걸 굳이 바꿀 필요는 없지 않을까. “
게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애가 그렇게 편벽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야. 브리가 성별 바꾸는 걸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지만, 만약 그 이후 섹스를 거부했다면, 그건 너의 문제가 아니라, 브리의 취향이 독특하기 때문이야. 마치 머리가 긴 사람과만 잠자리를 하겠다는 것 같은 거라고.”
“성별을 바꾸는 건 헤어스타일보다 좀더 많은 변화이지...”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그래..그건 좀 복잡한 문제다. 아, 차가 다 우려나왔겠다”
게는 찻잔을 꺼내왔다. 찬장 근처로 가서야 피이의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그런데 피이, 요즘 잠은 잘 자?”
“응.”
“눈밑이 부어 있어”
“꽃가루 때문이야”
“거짓말”
게와 피이는 차분히 앉아 차를 마셨다. 지금 진이 준 것이라면 무엇이든 거부하고 싶은 기분도 분명 게에게 있었지만, 그럼에도 프랫 향은 게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향이었다.
“사실은 피이”
“응?”
“난 조금 불안해.”
“뭐가?”
“진을 시험하고 싶은 기분도 있는 거 같아.”
“으음.. 시험은 현명한 일이 아니지”
“현명한 피이씨,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라구요.”
“얘기해 봐”
“내가 처음 진을 만났을 때, 난 남자였어. 기억해? 오고 수학 모임의 두 번째 책 출판 기념모임이었어. 난 진을 처음 본 순간 무척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몇마디 말도 걸었고, 그때 진이 말할 때의 목소리, 말투, 눈빛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지만, 진은, 진은, 그날 날 만난 걸 기억조차 못해.
진에게 있어 날 처음 만난 장소는, 너도 알다시피, 몇 달 후 네 집에서야. 난 그때 여성의 몸으로 바꾼 후였으니까. 진은 날 좋아하는 게 아냐. 여성으로의 날 좋아하는 것 뿐이야. 더 정확히는 여성으로서의 내 몸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몰라. 이런 생각 하고 싶지 않지만.”
“하지만 여성으로서의 너도 너잖아.”
“하지만 남성으로서의 나도 나야. 내 감정, 내 사고, 내 취향은 변하지 않아.”
“그래. 어려운 문제다..”
“내가 남성이 되면 진은 더 이상 날 좋아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르지. 그건 무척...”
게는 말을 고르기 위해 잠시 숨을 쉬었다.
“... 모욕적으로 느껴져.”
“게, 진은 정말 널 좋아해.”
게가 아무 말이 없자 피이는 덧붙였다.  
“어쩌면 단지 자기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너에게 화가 난 걸 지도 모르지.”
“나도 마찬가지야. 내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진에게 화가 나 있어.”
“어쩔 거야?”
“모르겠어. 난 일단 몸을 바꿀 거야. 그걸 진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헤어지는 거지.”
“거짓말이지?”
“진짜야.”
“너네 참 잘 어울렸는데.”
“여기까지인가 보지.”
게는 아무렇지 않은 척 차를 마셨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지 않다는 것은 게와 피이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우리 윗 세대는 참 열심히 노력했는데. 성별결정권을 개인에게 주기 위해서. 그런 세상을 위해 열심히 싸운 이야기들.”
“맞아. 우리 어릴 때 그때의 역사책들을 열심히 봤잖아. 사카수꽃 이야기 기억나? 목숨을 내건 급진 혁명파들의 모험담 말야. 둘이서 두근거리면서 밤새워 읽었어”
“라라라 나의 몸은 나의 것. 그땐 그 이야기가 왜 그렇게 낭만적이었는지.”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사카수꽃 결사의 영웅 헤카가 지금 우리를 보면 우습지 않을까. 종교적 역사적 사회적 굴레를 다 애써 치워놓아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놓았더니, 결국 연인과의 문제에서 걸려 넘어져서 스스로 결정을 못해”
“아냐, 그렇지 않을 거야.”
피이는 가만히 말했다.
“우리 아사인들은 아닌 척 해도 사실은 육체를 좀 경시하는 부분이 있지. 관계에서 중요한 건 몸이 아니다. 그건 껍데기다, 라는 생각. 관계를 만드는 마치 다른 신성한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아.”
피이는 가만히 손으로 눈을 가렸다.
“피이...너 괜찮니?”
피이는 꾹꾹 누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무슨 일이야. 얼굴이 안 좋아.”
“하비를 만났어.”
“하비?”
“응. 하비. 우연히 만났어. 우리 집 근처에서 만났어. 날 찾아왔나봐. 그런데 집을 못 찾았나 봐. 날 보고 묻기를,”
“그래”
“나에게 피이라는 사람을 아냐고 물었어.”
피이는 계속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저.... 전부터 묻고 싶었던 것이긴 한데, 너희 사귀었던 거니?”
“몰라. 모르겠어. 나도 잘 모르겠어. 아주 중요했던 사람이었는데, 작년 라의 날에 찾아온 이후 변했어. 무언가가 끔찍하게 변했어. "
"음, 저, 혹시 그런 걸까. 오루 행성인의 눈에는 우리가 조금 이상해 보인다던데."
"알아. 마치 자기들 내장처럼 보인데. 징그러워서.”
“뭐? 하비가 그런 말을 했어?”
“그럴 리 없지.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피이”
게는 위로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나에게 물었어. 피이라는 사람을 아냐고. 난 대답했지. 모른다고. 그러니까 그냥 가더라. 날 알아보지도 못하더라. 그런데 난 대체 무얼 믿고 우리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지금 하기에 적절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하비의 시를 보고 너가 무척 좋아하던 게 생각 난다. 영혼이 통하는 것 같다면서.”
“그랬지. 나와 같은 방향성을 가진 사람이 또 있다는 게 놀라웠어. 그런데 그 후에 알게 된게 무엇인줄 아니. 하비네 별, 오루 행성의 시들은 거의 비슷하더라. 하비가 특별했던 게 아니었어. 오루행성인들이 언어를 다루는 감각이 그냥 나랑 맞았던 것 뿐이야!”
“하지만 넌 하비를 좋아했잖아.”
“그래, 좋아했어. 그 붉은 색 털이 참 좋았어. 계속 기대있고 싶었는데. 그런데 좋아했다는 것이 뭘까?”
“피이, 좀 쉬어.”
게는 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질문과 말들이 먼지처럼 그들 주위를 휘돌다 내려앉았다. 게는 가만히 적은 빛들 사이에서 흔들리는 먼지들을 바라보았다. 눈을 감지 않고 그저 가만히,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친구를 조용히 달래면서.  
한참 후 피이는 손을 내리고 가까스로 웃었다.
“저런, 처음에는 내가 널 위로하고 있었는데”
“아하, 그게 위로였어? 난 너가 나 화나게 하려는 줄 알았다.”
“이봐, 의도는 위로였다고.”
"그냥 우리 밖으로 나갈까. 어두운 데서 이야기하고 있어봤자 더 어두워지는 것 같다.
돌아다니고 춤도 추고, 올해 분수에 새로운 약물이 들어왔다는 이야기 들었어?”
게는 창문 덮개를 열고 소음 차단기를 내렸다. 햇빛이 환하게 들어왔다. 반짝이는 음악소리도 멀리서 함께.
“어쨌든 오늘은 축제일이잖아. 연인들끼리의 싸움을 던지는 끔찍한 날이라고 방금 전까지 속으로 욕하고 있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라의 날이 없었다면 난 진과 이렇게 같이 살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 복잡한 문제는 넘겨두고, 피이, 일단 나가자.”
“또다시 하비를 보게 되면”
“그럼 내가 말해줄게. 너가 피이라고.”
“게!”
“싫어? 싫어도 말할거야. 그 다음은 너네가 알아서 해. 어쨌든 하비는 널 보려고 여기에 다시 왔잖아. 그걸로 여지는 있는 거야. 나는 당신의 무엇을 좋아하냐, 당신은 나의 무엇을 좋아하냐 따위의 질문은 때론 쓸데 없어.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육체일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지금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질문이야. 아직 다 오지 않은 것들에 겁내면서 혼자 자문자답할 필요는 없어."
"게, 그건 내가 너에게 들려줘야 할 말 같은데."
"그래? 그 말을 내가 했으니 잘 되었네. 이제 우리 같이 사카수꽃의 영웅 헤카의 기념 묘지라도 가자. 거기에 앉아 어릴 때 했던 것처럼 헤카에게 바치는 새로운 이야기라도 지어내자고. 어때?"



hybris
댓글 1
  • No Profile
    hybris 07.05.03 00:29 댓글 수정 삭제
    뒷 부분을 다시 썼습니다. 그러나 공모전 응모 작품이니 지금 이 게시판의 글을 수정하는 건 반칙이겠지요?

    아직 이 작품을 다 읽지 않은 분들,
    그리고 뒷부분의 피이와 게의 감정변화가 너무 갑작스럽다고 생각하셨던 분들은
    http://lilies.egloos.com/3150416 로 가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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