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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간장 / 경이 / 끼다

2007.04.26 01:2604.26




        <간장>




  해리와 몬스터는 전설의 마법사 아키텍쳐를 소환하기 위한 마법의 레시피를 준비했다.

  양산형 판타지 300권을 불쏘시개삼아 불을 지피고, 제갈량이 남만에 원정하며 만두국을 끓일 때 쓰던 천하삼분솥을 걸었다. 그리고 그 솥 안에 이계진입을 시도하던 왕따 고등학생이 투신한 지점에서 떠 온 한강물을 부었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해리와 몬스터는 준비한 마법의 재료를 차례차례 집어넣었다.

  두꺼비부터 시작하여 뱀, 도롱뇽 눈알, 개구리 발톱, 박쥐 털, 삽살개 혀, 살모사 혀, 장지뱀 독니, 도마뱀 다리, 올빼미 날개, 용의 비늘, 늑대 이빨, 마녀의 미라, 상어의 위와 창자, 밤에 캔 독당근, 유대인의 간, 염소의 쓸개, 달밤에 꺾은 주목, 터키인의 코, 타타르인의 입술, 창녀가 낳아서 목졸라 죽인 갓난아기 손가락, 호랑이 내장 등을 넣어 작대기로 휘젓다가 원숭이 피를 붓고, 새끼 열 두 마리를 잡아먹은 어미돼지의 피를 붓고, 불에는 교수대에서 흘러내린 사형수의 땀을 뿌리고 다시 끓이는 것은 오비디우스가 『변신이야기』에서 메데이아의 회춘마법을 묘사한 것을 셰익스피어가 『맥베스』에서 표절(?)하여 운명의 세 마녀가 맥베스를 위해 예언의 마법을 부리는 장면의 묘사이고, 해리와 몬스터가 아키텍쳐 소환을 위해 준비한 재료는 다음과 같다.

  백두산 천지못 괴물의 방귀.

  독도에 서식하는 괭이갈매기의 울음소리.

  고이즈미의 새끼발가락.

  잘게 썬 청양고추 세 개와 된장 한 숟갈.

  개똥녀 애완견의 오줌 닦은 휴지.

  조삼모사 원숭이의 도토리 껍질.

  참기름 두 방울.

  부시의 꼬리.

  여기에 청계천에서 퍼 온 물 한 병을 붓고.

  개벽이의 오묘한 미소를 비추고.

  불에는 양산형 판타지 300권을 더 집어넣고.

  차승원이 유럽 여행하며 꿈꾸다가 깨어나 울며 바게트를 뜯던 고추장 한 그릇.

  미녀가 좋아하는 석류의 빈 병 씻은 물.

  국회의사당 회의실에 쌓인 먼지 한 줌.

  여기에 다시 건빵도시락을 넣고.

  스타벅스 커피를 붓고.

  평택에서 시위대가 휘두르던 죽창으로 휘휘 저은 해리는 한 입 맛보고 대번 소리질렀다.

  "간장 두 숟가락 추가!"

  몬스터가 양조간장 두 숟가락을 넣자 드디어 마법의 레시피가 완성되었다. 부글부글 끓던 솥이 잠잠한 물처럼 조용해지더니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전설의 마법사 아키텍쳐의 머리가 수면 위로 쑤욱 솟아올랐다. 해리는 아키텍쳐를 향해 소리쳤다.

  "아키텍쳐, 우리가 그대를 소환했다! 우리에게 절대반지를 다오!"

  잠시 주변을 돌아보던 아키텍쳐의 입이 열렸다.

  "싫어."

  아키텍쳐의 머리는 다시 솥 안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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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이>




  전설의 마법사 아키텍쳐를 소환하여 절대반지를 찾으려다 아키텍쳐의 전설의 마법사다운 터프함 ― 또는 요즘 말로 까칠함 ― 으로 실패한 해리와 몬스터는, 이번에는 전설의 마법사 아키텍쳐를 복사하여, 그의 기억과 능력을 그대로 갖추고 있으나 성격은 좀 덜 터프한 ― 또는 덜 까칠한 ― 새로운 마법사를 창조하기로 했다.

  "소환보다 이쪽이 더 어렵지 않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그 말이 지금 쓰는 말인가?"

  어리둥절하면서도 몬스터는 해리의 말을 따라 재료를 준비했다.




  양산형 판타지 600권으로 불을 지피고,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빚을 때 쓰던 거푸집을 올려놓았다. 거푸집에는 동탁의 배꼽에 심지를 박고 짜낸 기름을 발랐다. 거푸집이 달궈지기를 기다리면서 해리와 몬스터는 모아 온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끊어진 성수대교에서 빼낸 철골로 뼈대를 만들고

  9.11에 쌍둥이 빌딩이 붕괴하던 먼지에

  스타벅스 커피를 부어서 1차 반죽하고

  용팔이와 테팔이를 하나씩 제물로 바치고

  조선 토종 된장과 고추장의 세 바가지씩 일대일 혼합물

  초딩급 키보드 워리어 200명의 손가락

  시벌교황의 발 씻은 물

  개구리 중사 케로로가 직접 만든 건프라 3상자를 넣고

  여기에 내려앉은 삼풍백화점의 콘크리트와

  괴물이 노닐던 한강물을 추가하여 농도를 조절하고

  피서지 바가지로 노골노골하게 두들긴 후

  불에는 패리스 힐튼의 지성과 김옥빈의 견문을 넣고

  콩기름 열 방울

  청양고추로 만든 순창 더 매운 고추장 한 바가지

  백상아리 죠스바

  여름의 필수품 선크림

  테이스터스 부드러운 블랙 커피믹스를 뜯어서 훌훌 잘 뿌리고

  피서지 바가지로 노골노골해질 때까지 두들긴 후

  지구침략타령에 맞추어 봉(盆)댄스를 추면서 그 주위를 567바퀴 돌고

  다 숙성된 반죽을 잘 달궈진 거푸집에 부었다. 그리고는 불 속에 안드로메다 공화국에서 직송한 개념 666꾸러미를 집어넣었다.

  거푸집 표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것을 확인하고는 태풍 개미를 불러 불을 끄고 거푸집을 식혔다. 해리는 김영삼 전전직 대통령이 휘두르던 사정칼로 거푸집을 쪼갰다.

  그 안에는, 지난번에 소환했다가 그냥 가라앉은 아키텍쳐의 머리와 똑같이 생긴 새로운 머리가 들어 있었다. 머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 해리와 몬스터는 경이에 찬 시선으로 그 머리를 바라보다가 소리쳤다.

  "전설의 마법사 아키텍쳐보다 조금 덜 까칠한 아키텍쳐 MK2! 우리가 그대를 창조했다! 우리에게 절대반지를 다오!"

  아키텍쳐의 머리는 잠시 눈을 껌벅이다가 말했다.

  "싫어."

  아키텍쳐의 머리는 스르르 녹아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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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다>





  해리와 몬스터는 절대반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먼저 밑재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난로에 얹었던 것, 구두 깔창 안에 넣었던 것, 컴퓨터 키보드에 놓았던 것으로 10원짜리 동전을 각각 30개씩 준비하여 잘 녹인 후, 김본좌판 야동 CD 600장과 초콜렛폰 30개를 넣고 다시 녹여서 좌로 10번 우로 10번 별 모양으로 10번 소용돌이 모양으로 10번 저었다. 재료가 충분히 섞인 것을 확인하고는 전체적으로 꾸들꾸들해질 때까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에 고루고루 쬐었다. 여기에 학원폭력 여중생 35명을 제물로 바치고 15일간 뜸을 들인 후, 밑재료가 부글부글 발효하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주재료 투입에 들어갔다.

  주몽의 2000명분 군량 다섯 수레.

  태왕사신기의 시폰레이스 갑옷.

  키보드 워리어 300명의 손가락.

  200만원짜리 진짜와 비교하여 한눈에 구별할 수 있는 5천원짜리 가짜 진주 목걸이.

  중국산 비아그라 100정.

  초딩이 옥상에서 투척하여 행인에게 맞춘 벽돌.

  순창 더 매운 고추장.

  조류독감 발생 후 군대 식당에 나온 닭도리탕.

  밑재료와 주재료를 잘 섞어서 밀가루처럼 곱게 갈고,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10컵을 붓고 그 컵에 청계천 물을 담아 같은 분량 추가한 후 크로캅의 하이킥과 효도르의 암바로 반죽했다.

  "반죽이 너무 되어서 힘들어!"

  이 때는 병으로 파는 스타벅스를 붓는다.

  "윽, 너무 질어졌다!"

  이 때는 김하나의 스팸메일을 갈아서 넣는다.

  해리는 완성된 반죽을 궁s 밑에 묻어서 발효 숙성시켰다. 온도가 높아 이상발효가 일어나면 착한 여자 나쁜 여자의 눈물을 뿌려 식히고, 온도가 낮아 발효가 되지 않으면 동방신기 콘서트에 갖다놓아서 카시오페아의 고함소리를 들려준다.

  다음으로는 드림카카오 56%, 72%, 99%를 차례로 이겨서, 절대반지를 구워낼 세 겹짜리 주형을 만들었다.

  그 주형 안에 만년삼 엑기스를 고루고루 바르고, 발효 숙성이 끝난 반죽을 부었다. 그리고는 주형째로 가마에 넣어 굽기 시작했다.

  불의 준비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고딩이계진입깽판영지할렘물 판타지 500권으로 밑불을 지피면서 그 안에 달빠의 눈물을 뿌려 온도를 조절했다. 이 밑불로 가마의 온도가 충분히 높아졌을 때, NT노벨 3만 5천 권을 차곡차곡 쌓은 한복판에 주형이 들어가도록 잘 조절하여 가마 안에 배열했다.

  배열이 끝나자, 해리와 몬스터는 40인치 TV를 가마 앞에 갖다놓고 <원더풀데이즈>를 5일간 밤낮으로 상영했다.

  6일째 아침에 가마 안에서 불이 일어나자 TV를 치우고 가마 문을 막았다.

  3만 5천 권의 NT노벨이 다 탈 때까지 해리와 몬스터는 굴뚝의 연기를 예의주시하고 가마의 온도에 주의하면서 기다렸다. 너무 뜨거워진다 싶으면 가마에 청계천 물을 조금씩 뿌리고, 연기가 덜 나온다 싶으면 이효리 노래를 들려 주었다.

  불을 때기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나자 연기가 사라졌다.

  해리와 몬스터는 기로로 하사의 관성제어식 로켓런쳐로 가마를 부수고 주형을 끄집어내어, 휘센 에어컨으로 식혔다. 그리고 주형이 충분히 식을 때까지 기다린 후 김영삼 대통령의 사정검으로 주형을 쪼갰다.

  주형 안에는 전설의 마법사 아키텍쳐의 오른손이 들어 있었다.

  그 손의 가운뎃손가락에서는 절대반지가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해리와 몬스터는 기쁨에 찬 눈으로 절대반지를 바라보며 손을 뻗어 잡으려 했다.

  그 때, 전설의 마법사 아키텍쳐의 오른손이 꿈틀거렸다. 손목에서 손톱까지 무엇 하나 모자람 없이 온전한 그 손은 잠시 관절을 구부렸다가 도로 쭉 펴더니, 저절로 움직여 해리와 몬스터에게 손등을 보였다.

  그리고는 절대반지를 낀 가운뎃손가락만 남기고 나머지 손가락을 모두 오므려 주먹을 쥐었다.




  전설의 마법사 아키텍쳐의 오른손은 절대반지와 함께 부스러져 먼지로 돌아갔다.
황당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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