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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남겨진 자들

2008.04.21 00:4504.21




그들이 떠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한 시간 전이었다. 세상의 모든 통신 매체는 빛의 속도로 그 소식을 전달했다.

"그들이 떠나간대요."

"오. 그럴리가."

신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Oh, my god).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들 모두가 시원 섭섭함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들을 쫓아낼려고 했었다. 적어도 세상 사람들이 기억하는 동안에는. 성공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고, 가능하리라고 생각한 이들도 없었다.

혹자들은 그들이 떠나는 이유를 '경쟁자'들이 사라져서 그렇지 않은가 의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들의 대표자인 D씨(E씨도 있지만, 사람들은 D씨를 찾는 경우도 꽤 있었다)는 말했다.

"전혀. 아닙니다. 우리들의 호적수인 A씨는 고결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자들이었죠.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입니다."

D씨의 말을 믿는 사람들은 없었다.

"물론 그런 점이 재수가 없었죠."

D씨가 붙인 군말에는 사람들 전부가 동의했다. 평소에 위낙 그들 집단은 사이가 나빴다. 사람들 누구도 그들이 친해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 왜 우리를 떠나시는 겁니까?"

그 말에 D씨는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신사다운 멋진 미소를 띄워보였다.

"그럼 여러분은 왜 제가 떠나는걸 잡는 겁니까? 제가 떠나야 좋은거 아닙니까?"

"당신들이 어디서 사는지 알고 싶어서요."

사람들 중 한명이 대답했다. 그것이 사람들의 속마음이었다. A씨가 떠나는 장면은 누구도 보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자리는 누구나가 그리워했다. 반면에 D씨가 떠나는 장면은 누구나가 보고 있었지만, 그가 남긴 자리는 누구나가 좋아할만한 것이었다. 다만 그들이 서로 다르면서 같은 종족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사람들은 A씨를 다시 데려오고 싶었다. 그 방법은 D씨만이 알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A씨가 떠날때의 조용하고 느릿한 떠남과는 달리, D씨는 화려하고 빠르게 떠날 채비를 마쳤다. 그래서 D씨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에 모인 가운데에서 대답할 수 있었다.

"사실 A씨는 여러분들이 겸손하고, 관대하고, 사랑하고, 욕심이 없고, 절제하고, 타인을 포용하고, 부지런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D씨가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조용한 가운데에서 D씨의 말만이 사방에 울러퍼졌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입니까?"

그의 질문에 사람들은 불쾌해졌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사람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긍정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지만.

"에이. 그런 사람이 어디있소."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D씨는 여전히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존재들이죠."

D씨는 자신의 꼬리를 땅바닥에 툭툭 치면서 말했다.

"문제는 여러분들이 너무 그런 척을 잘하셔서, A씨가 떠났습니다."

사람들은 멍청한 얼굴로 D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교만하고, 인색하고, 음욕이 강하며, 욕심도 있고, 분노에다, 질투, 나태함까지 고루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답니다."

D씨의 그런 말에 사람들은 불쾌해졌다.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쁜 것이 사람들이다.

"여러분은 거기에 A씨를 속일정도로 대단해졌습니다. 퍼펙트! 대단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할일이 없군요."

사람들은 황당한 얼굴로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더 이상 여러분들을 가르칠 것이 없군요. 그래서 떠나는 거랍니다."

그렇게 D씨는 멋진 미소를 띄웠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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