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아이를 안고 있었다

2008.04.14 12:5304.14

남자는 지하철을 탔다.
딱히 지하철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말 저녁이라 사람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저녁을 먹었던 레스토랑이라든가, 정복을 입은 직원이 무릎을 꿇고 샴페인을 가져다주는 영화관이라든가, 본인이 말한 직업이나 현재 일하는 직장, 남자의 옷차림이나 소지품 등등, 그 정황의 모든 다른 요소들이 지하철과는 약간 어울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요소들 외에도 남자가 조금은 결벽증이 의심될 정도로 깔끔했기 때문에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는 남자가 자기 차 아니면 모범택시족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레스토랑에서 남자는 종업원이 놓아주고 간 포크와 나이프 아래의 냅킨을 빼서 특정한 모양으로 접었다. 식사하는 내내 남자는 냅킨 대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사용했다. 그러면서 때때로 사용하지도 않은 냅킨을 접거나 뒤집었다. 식사가 끝난 후 남자는 그 냅킨으로 물컵을 꼼꼼히 닦아냈다. 정작 립스틱을 바르고 나온 건 난데, 저 남자는 왜 자기 물컵을 닦는 것일까. 이에 대한 남자의 변명은 간단하게 ‘미안합니다, 습관이라서.’ 였다. 어쩐지 나도 맞춰줘야 할 것 같아서 물컵에 묻은 립스틱을 냅킨으로 닦아냈다.
레스토랑을 나와 바로 앞의 택시 승차장에 모범택시가 한 대, 일반택시가 한 대, 이렇게 두 대나 ‘빈차’라는 빨간 등을 켜고 섰을 때는 ‘아, 저걸 타면 되는데’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남자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지하철로 가죠’라고 대답했을 때는 냅킨 사건의 여파도 있고 해서 다분히 이상하다는 기분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꽉꽉 들어찬 지하철, 붐비는 주말 저녁을 핑계로 다섯 정거장을 남자에게 거의 안기다시피 꼭 붙어 가다 보니까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던 것도 사실이다. 동행한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지하철도 나쁘지 않다. 남자는 하이힐을 신은 나보다도 키가 크고 어깨가 꽤 넓은 편이었고, 보기에만 예쁠 뿐 도무지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는 8센티미터 굽 때문에 흔들리는 전동차 안에서 기우뚱거릴 때마다 남자의 팔이 때맞춰 어깨를, 허리를 받쳐주었다. 그러나 그렇게 받쳐주면서도 남자의 시선은 어디까지나 점잖게 출입문 위의 노선도를 향해 있었다. 이 남자, 안 그런 척 하면서 은근히 선수로군.
그리하여 정석대로 저녁식사 후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신 후 또다시 꼼꼼히 접은 냅킨으로 커피잔을 꼼꼼히 닦아내고 또다시 지하철로 이동하여 역을 나와 남자를 따라 한동안 걷다가 멈춰서서 ‘여기 바의 칵테일이 괜찮은데, 한잔 하시겠어요?’라고 남자가 말한 곳이 어느 호텔 앞이었을 때 나는 당연히 이 남자는 은근히가 아니라 대단히 선수라는 결론을 내렸다.
뭐 여기까지 온 마당에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아무리 채팅방 제목이 ‘외로운 주말 저녁에 이야기 나누실 분’이었다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만큼 순진한 나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칵테일 한 잔과 위스키 한 잔을 앞에 놓고 한 모금씩 마신 후에 남자가 ‘다른 뜻은 없습니다. 정말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라고 했을 때 나는 속으로 웃었다. ‘이야기 나누실 분’이라고 해놓고 저녁 일곱 시에 만나서 열한 시가 넘어가도록 남자가 내게 한 말이라고는 좋아하는 음식이라든가 원하는 영화를 묻는 정도뿐이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도 선수의 요건이려니. 바에는 의외로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고, 칵테일이 은은했고 음악은 달콤했기 때문에 나도 자연스럽게 칵테일을 한 모금씩 홀짝이며 자연스럽게 웃어보였다.
그러나 남자는 위스키를 딱 한 모금 마신 후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 유리잔만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냅킨을 집어들어 위스키 잔을 일부분 닦아냈다. 술잔에 지문을 남기면 안 되는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선수보다는 범죄자 쪽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고 보니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든 칵테일이 갑자기 의심스러워졌다. 기분 탓인지 어쩐지 어지러운 것도 같고. 남자는 계속 위스키 잔만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과연 약기운이 돌기라도 기다리는 것일까. 핸드백 속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불안해하기 시작할 무렵, 남자가 여전히 위스키 잔을 들여다보며 말을 꺼냈다.
“좀 무거운 얘기인데, 해도 될까요?”
무겁다. 그 상황에서 의심스러운 칵테일과, 지문을 닦아낸 위스키와, 남자의 머리 위를 떠도는 분위기를 묘사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단어였다. 달리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리고 일단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나도 또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6년 전에, 딱 이맘때였을 겁니다.”
나는 당황했다.
그 한 마디를 던져놓고 남자는 다시 위스키 잔만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저런… 상심이 크셨겠어요.”
이 무슨 바보같은 발언인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오늘 처음 만나 저녁 같이 먹고 영화 같이 본 것이 전부인데 갑자기 6년 전에 아내가 죽었다고 하는 남자에게 우아하고 적절하게 대꾸해줄 방법이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유부남 아니고 홀아비라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 것은 비밀이고.
“상심이라기보다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나는 더 당황했다. 갈 곳 잃은 칵테일 잔을 순전히 관성의 법칙에 의존해 손에 든 채로 그를 쳐다보는 나의 그야말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아마 남자도 눈치챘으리라.
“가벼운 접촉사고였거든요. 사람이 죽을 만한 사고가 아니었어요.”
남자는 설명했다. 비가 추적추적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날씨, 늦은 밤, 그러나 전형적인 교통사고의 요건은 그것이 전부였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과속을 하지도 않았으며, 고속도로도 아니었다. 거의 집앞에 다 와서 골목길로 접어들었는데 운전대를 꺾는 순간 차가 미끄러져 90도 각도로 빙글 회전하여 전봇대를 박고 멈췄다. 전봇대를 ‘박았다’고 하지만 차에서 내려 확인해보니 범퍼가 조금 찌그러지고 전조등 귀퉁이가 깨진 정도였다.
“오밤중에 골목길 한가운데 서 있으면 어떡해요!”라고 소리를 질렀으나 원인 제공자는 이미 도망치고 없었다. 짜증을 내며 다시 차에 타서 기어를 후진으로 바꿔 넣고 고개를 돌려보니 옆자리의 아내는 미동도 없이 눈을 크게 뜨고 그대로 정면을 응시한 채 양팔로 단단히 배를 감싸안고 있었다. 너무나 겁에 질린 표정이라 ‘왜 그래’ 하고 어깨를 흔들었더니 마치 드라마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아내는 앉은 자세 그대로 스르륵, 힘없이 미끄러지더라는 이야기였다. 공식적인 사망원인은 심장마비였고, 현장에서 즉사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이제 막 태동을 시작한, 뱃속의 5개월된 아기도 함께 죽었다.
“다친 데도 한 군데 없었는데, 믿을 수가 없어서…”
염을 하는 순간까지도 아내는 깨우면 그대로 깨어날 것만 같아서, 상을 치르는 동안 그를 지배한 감정은 슬픔도 분노도 아닌 ‘어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울지도 않고 내내 멍하니 서서 누군가 뭐라고 말하면 얼빠진 표정으로 ‘예?’ 하고 되묻기만 하다가 분기탱천한 처남에게 얻어맞았지만 그것조차도 남자는 어이가 없었다. 죽었을 리가 없는데, 눈을 크게 뜨고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는데.
아내의 죽음을 현실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매장을 끝내고 텅 빈 집에 돌아와 사나흘이나 지난 후였다. 뒤늦게 목격자를 찾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히 사람이 서 있었고, 그 사람을 피하기 위해서 운전대를 꺾었다가 사고가 났다고 몇백 몇천 번이나 되풀이해 말해보아도 결국 가해자는 자기 자신이었고 원망할 사람도 자기 자신뿐이었다. 목격자가 나타난들 죽은 아내가 살아 오겠는가, 라는 장모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그는 벼락을 맞은 듯, 꿈에서 깨어나듯, 아내가, 태어나지도 못한 아기가, 정말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렸다는 현실을 갑작스럽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애도하며, 울었다.
“가슴이, 아파서.”
남자는 위스키 잔을 들여다보며 더듬더듬 말했다.
“그냥, 사람들이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가슴이, 정말, 아프더라구요.”
나는 칵테일 잔을 내려놓았다. 아내를 잃고, 아이를 잃고, 가슴이, 아프다, 라고 더듬거리며 말하는 남자에게 뭐라고 말해줄 수 있단 말인가. 뭔가 특이한 방법으로 고단수의 작전을 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여자로서의 본능이 머릿속 한구석에서 속삭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3년쯤 지나서, 재혼을 했어요.”
위스키 잔 옆에 놓인 남자의 손을 슬그머니 잡으려다가 나는 움찔했다. 이 남자의 무거운 이야기는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남자의 손을 유심히 다시 보았으나 반지는 없었다.
남자는 손을 관찰하는 내 시선을 느끼지 못한 듯, 멍하니 중얼중얼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다 잊고, 정말로, 새 출발을 하고 싶었어요. 죽은 아내와 아이에게 못 해준 것도, 새 사람 만나서 다 해 주고 싶었고…”
친구가 강권해서 만난 그녀는 공교롭게도 죽은 아내와 나이가 같았으나 공통점은 그뿐이었다. 활달하고 외향적이었던 죽은 아내와는 달리 새로 만난 그녀는 말이 없고 수줍은 성격이었고, 대범하지만 덜렁거리고 뭐든지 잘 잊어버렸던 아내와는 달리 그녀는 매사에 꼼꼼하고 사려가 깊었다. 두 번째 만난 자리에서 남자는 한 번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태어날 뻔했다는 사실과 아내가 죽은 경위를 고백했다. 말없이 받아들이고 그의 아픈 곳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배려해주는 모습에 그는 결정적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6개월이 못 되어 그들은 결혼했다.
“1년 정도 아무 일도 없이 잘 살았어요. 너무 빨리 결혼하는 거 아니냐고 주위에서 걱정했지만,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로 행복했어요.”
남자는 위스키 잔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문득 생각난 듯, 이제는 얼음이 완전히 녹아버린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위스키 잔 아래 놓여 있던 예의 냅킨을 집어 습관대로 꼼꼼하게 반으로 접은 후 위스키 잔을 닦아냈다.
남자가 닦아내는 곳은 입술이 닿았던 곳도 손가락이 닿았던 곳도 아닌, 손가락 자국 옆의 아주 좁은 한 부분이었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뾰족하게 접힌 냅킨 끝이 위스키 잔에 닿는 부분을 응시하며 집중해서 섬세한 손놀림으로 한정된 부분을 닦아내는 남자의 옆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남자가 소년이었을 때 프라모델 같은 것을 조립했다면 저렇게 순진무구하게 집중한 표정, 저렇게 약간은 무방비한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유리잔을 닦은 후 남자는 남은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고 다시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 그랬다가 다시 교통사고가 났어요.”
나는 무표정하게 위스키 잔을 들여다보는 남자의 알 수 없는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칵테일 잔을 쳐다보았다. 바텐더에게 살며시 손가락으로 신호했다. 바텐더가 생수를 가져다주었다. 뚜껑을 돌리자 작게 빠각, 하는 소리가 났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새 생수병이었다. 나는 속으로 안도하며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운 물이 식도를 타고 흘러내려가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칵테일이 반 이상 남았지만 더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 남자의 무거운 이야기도, 결말이 어떻게 되든,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무슨 핑계를 대야 이 상황에서 그럴 듯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 궁리하는데 갑자기 남자가 내 쪽을 돌아보았다.
“보험사기꾼이나 연쇄살인범 같죠?”
나는 세 번째로 당황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잔을 들어 남은 위스키를 전부 마셨다. 그리고 가볍게 탁, 소리를 내며 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제가 쓸데없는 얘기를 너무 길게 했나 봅니다. 택시 잡아 드릴게요.”
속내를 들켰다는 점과 남자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진 점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당황스러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두 배로 당황한 채 나는 남자와 남자의 위스키 잔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남자의 위스키 잔에는 아직 닦아내지 않은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니오, 말씀 계속하세요.”
이번에는 남자가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웃었다.
“기분이 나쁜 게 아니고, 술기운이 좀 돌아서요. 칵테일이 생각보다 독했나보네요.”
나는 생수병을 집어들어 다시 한 모금 마신 후 칵테일 잔 옆에 내려놓았다.
“얘기 계속 해주세요. 궁금해요.”
그리고 나는 두 번째로, 이번에는 좀더 눈에 띄게, 바텐더에게 손짓했다.
“커피 한 잔만 주시겠어요? 블랙으로.”
새로 음료까지 주문하고 전혀 일어설 태세가 아닌 나를 보고 남자는 망설이다가 주춤주춤 도로 앉았다. 빈 위스키 잔을 양쪽 검지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문지르며 한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제가 아니고, 아내가 운전을 했어요. 그 첫 번째 사고 이후로 저는 운전을 안 하거든요.”
이번에도 골목길이었지만, 집앞이 아니라 함께 식사를 하고 나오던 음식점 앞이었고, 아직 해가 떠 있는 낮시간이었고, 날씨는 맑았다. 술은 마시지 않았고, 아내는 운전이 능숙했으며, 좁은 골목길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사고가 날 여지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차 빼다말고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운전대를 확 꺾더라고요… 후진해서 담벼락에 박았는데, 차 빼는 중이라 천천히 가고 있었기 때문에 다친 사람은 없었어요. 담벼락도 무사하고, 우리 차만 뒷범퍼가 나갔으니까…”
어쩔 줄 몰라하는 아내를 진정시킨 후 서로 다친 곳이 없음을 확인하고, 차에서 내려 담벼락도 망가진 곳이 없음을 확인한 후, 음식점 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만약을 대비하여 연락처를 남겨놓고 다시 차에 타서 보니 아내는 하혈을 하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3개월째가 원래 가장 유산하기 쉬운 시기라고 위로했다.
“임신한 줄도 몰랐는데…”
그래도 아이는 다시 가지면 된다고, 그는 입원실에 누워 있는 아내의 손을 잡고 달랬다.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울었다.
퇴원한 후에도 아내는 눈에 띄게 우울해했다. 원래 말이 없는 성격이었지만 갈수록 더 말수가 적어졌다. 얼굴에도 그늘이 지고, 야위고 초췌해졌다. 그는 아내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좋다는 음식도 구해다 먹이고 낭만적인 곳에 놀러가기도 했으나 아내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사고 후 한 달쯤 지났을 때, 뜻밖에 아내가 그 때의 음식점에 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아내 쪽에서 뭔가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것은 사고 후 처음이라서 그는 흔쾌히 응했다. 밥을 먹는 동안 아내는 내내 말이 없었다. 집에 돌아와 차에서 내리며 아내는 중얼거렸다.
“… 아이를 안고 있었어.”
“응?”
그는 되물었다.
“누가?”
“… 여자가… 아이를 안고 있었다고.”
“무슨 여자?”
“우리 그 때 사고난 날, 차 뒤에 서 있던 여자.”
그는 순간적으로 머리에 피가 확 몰리는 것을 느꼈다.
“누구야? 아는 여자야? 어떻게 생겼는데?”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여자야. 그 동네 사는 사람인 줄 알고 오늘 다시 간 거였는데, 그것도 아닌가 봐. 음식점 사람한테 물어봐도 모른다고만 하고.”
“어떻게 생겼는데?”
아내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경황이 없어서 자세히 기억이 안 나. 젊은 여자 같았는데, 머리가 길고 목 뒤에서 묶었어. 어린 애기를 안고 있었고. 그것밖에 기억이 안 나.”
“키는? 커? 작아?”
“몰라. 작은 키는 아니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나.”
“옷은? 뭐 입고 있었는데?”
“그냥… 평범했어.”
“무슨 색인데? 잘 좀 생각해 봐.”
“몰라, 하늘색이나 옅은 색이었는데 잘 못 봤어. 그런데 자기 왜 그래?”
그는 화를 냈다.
“그런 건 진작에 얘기를 했어야지! 그 여자 때문에 사고가 났으면 당사자를 찾아내서 혼을 내줘야 될 것 아냐! 그런 미친년이 남이 차 빼는데 하필 그 뒤에서 얼쩡거리니까 우리는 사고 나고 애까지 유산되고…”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그는 황급히 말을 끊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울지 마, 응? 제발 울지 마.”
그러나 아내를 다독이면서도 그는 아이를 안은 여자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첫 번째 아내가 죽던 날, 비오는 늦은 밤의 골목길에서 차 앞에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 그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을 봤다고 생각하고 운전대를 꺾었던 이유가, 긴 머리를 목 뒤에서 묶고 옅은 색 옷을 입은 여자였다는 것을 그는 두 번째 아내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그 때 그가 본 여자는 아이를 안고 있지 않았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그는 무서워졌다. 죽은 아내의 마지막 얼굴, 연약한 양손이나마 온 힘을 다해 결사적으로 배를 감싸안은 채 눈을 크게 뜨고 공포에 질려 정면을 응시하던 그 표정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그는 눈을 감았다. 지금의 아내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아내를 꼭 안고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우리, 애 갖자.”
아내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는 아내를 더 세게 꽉 껴안았다.
“그 재수없는 동네, 다시는 가지 말고, 그 미친 여자 같은 것도 잊어버려. 우리, 애 갖자. 이쁜 애기 많이많이 낳아서 당신이랑 나랑 잘 키우자. 응? 내가 잘 할게. 내가 정말 잘 할게.”
아내는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웃었다.
남자는 한숨을 쉬고 위스키 잔을 바라보았다.
나도 남자가 바라보는 위스키 잔을 바라보았다.
남자가 갑자기 나를 보고 물었다.
“물 좀, 얻어마셔도 됩니까?”
나는 생수병을 건네주었다.
남자는 위스키 잔에 물을 가득 따랐다. 그리고 꿀꺽꿀꺽 전부 마셨다. 나는 남자의 목울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말없이 보고 있었다.
물을 다 마신 후 남자는 다시 가볍게 탁, 소리를 내며 위스키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예의 냅킨을 집어들어 잔을 닦았다.
“고맙습니다. 훨씬 낫네요.”
나는 대답 대신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뜨겁고 쓴 액체가 목구멍을 넘어가면서 뒤통수에서 피어오르는 긴장감을 누그러뜨려 주었다.
“제가 독신인 척하고 여자 속여먹는 유부남이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살짝 웃으며 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이 시점에서 남자의 결혼 여부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다시 위스키 잔을 바라보았다.
“아내와는 이혼했습니다. 사고 나고, 아이가 유산되고, 그러고 나서 반년만에 헤어졌어요.”
남자는 위스키 잔에 다시 생수를 조금 따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시지 않고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기… 때문이었나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자는 피식 웃었다.
“아기 때문이라… 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죠.”
남자는 다시 검지손가락 끝으로 위스키 잔을 가볍게 문질렀다.
나는 기다렸다.
“아기 때문이든, 사고의 충격이든…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반대로 점점 더 심해졌죠.”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아이를 갖자고 결심했으나 말처럼 쉽게 다시 임신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아내는 조금씩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청소를 하는 것이었다. 본래 집안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깔끔한 성격이라 그는 아내가 청소에 열중하는 것을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러나 집에 있는 날 아내가 이를 악물고 하루종일 현관 바닥을 닦고 또 닦는 것을 보고 그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강박적인 현관 청소는 곧 현관과 거실 청소, 현관과 거실과 방 청소, 현관과 거실과 방과 화장실, 그리고 집안 전체의 편집증적인 대청소로 이어졌다. 아내는 계속 걸레를 들고 다니며 집안 어딘가를 닦고 또 닦았다. 그는 아내를 말렸다. 아내는 듣지 않았다. 그래서 그도 걸레를 들고 함께 청소를 했다. 그러나 그가 어딘가를 닦으면 아내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거기가 아냐’라고만 말했다. 뭐가 아닌데, 하고 그가 설명을 요구하자 아내는 다시 말없이 고개만 젓고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 청소를 하며 아내는 나날이 수척해 갔다. 말려도 듣지 않고, 식사를 권해도 먹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가 이사를 가자고 했을 때 그는 즉각 동의했다.
그러나 새로 이사한 집에서도 아내의 집요한 청소는 계속되었다. 그가 이유를 캐묻자 아내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사과하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내의 요청으로, 이사한 지 한 달이 못되어 다른 집으로 다시 이사했다. 그러나 아내는 또다시 강박적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그는 제발 그만두라고 빌었다. 아내는 다시 울었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였다. 청소를 그만두고, 도우미 아주머니를 매일 오시라 하고, 집안일은 당분간 남에게 맡기고, 신경쓰지 말고 마음 편하게 살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약속한지 며칠이 안 되어 그는 현관에 신발장의 신발이 전부 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내가 이번에는 신발장을 청소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니 걱정과 짜증이 함께 치밀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며칠을 두고 기다렸다. 그러나 한 번 나온 신발은 도무지 들어갈 줄을 몰랐다. 현관이 신발로 가득 차서 퇴근하고 돌아온 후에 집에 들어설 수도 신발을 벗을 수도 없게 되자 그는 짜증을 냈다. 아내는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며칠 더 기다리다가 그는 신발을 신발장에 도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이것을 보고 아내는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그는 깜짝 놀랐다. 아내는 말수가 적고 늘 조용하고 얌전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히스테리를 부리는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신발이 다시 신발장에서 나와 현관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아내는 매일같이 현관에 앉아서 신발을 한 짝씩 닦기 시작했다.
한 달이 못 되어 도우미 아주머니가 일을 그만두었다. 표면상의 이유는 몸이 안 좋아져서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을 줄이고 월급을 올려주겠다는 제안에 도우미 아주머니는 불안한 표정으로 ‘이런 집에서는 도저히 더 이상 일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고 도망치듯이 나가 버렸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나간 후 어느 날 그가 퇴근하여 집에 와 봤더니 집안 곳곳에 종이가 깔려 있었다. 신문지, 한지, 포장지 할 것 없이 집에 있는 종이란 종이는 모두 나와서 바닥과 가구 표면을 덮고 있었다. 이유를 물으려다가 그는 그만두었다.
집안에 온통 종이를 깐 후 아내는 한숨 놓은 것 같았다. 아내가 조금 편안해보였기 때문에 그도 안심했다.
며칠 후에 그는 욕실의 수건이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수건의 행방을 묻자 아내는 세탁기를 가리켰다.
그는 수건을 새로 더 사왔다. 새로 사온 수건 역시 세탁기 속으로 사라졌다.
세탁기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수건이 그대로 돌아오지 않는 일이 잦아지자 그는 쓰레기 봉투를 열어보았다. 집안에 깔았던 종이와 함께 수건이 들어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그는 아내에게 이유를 물었다. 아내는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당신한텐 안 보여?”
“뭐가?”
아내는 쓰레기 봉투 속의 수건을 꺼내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
“아주 작지만… 거기 분명히 있어. 하나 가득 찍혀 있잖아.”
그는 수건을 들여다보았다.
“안 보인다고 하지 마. 당신 눈에도 보이잖아.”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
“당신 눈에도 보이지? 그렇지? 나, 나, 미친 거 아니지?”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표정을 보고 아내는 입술을 깨물었다.
“처음에는 현관에… 현관뿐이었어… 그런데 점점 집안으로 들어와서… 거실이랑… 가구 위도 돌아다니고… 부엌에도… 그릇 위에도… 화장실에도… 거울에도… 그리고 이젠… 이거야…”
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우리, 이사가자. 이 집이 이상한 거야. 새 집으로 이사가면…”
“그래서 벌써 두 번이나 이사했잖아.”
아내가 그의 말을 막았다.
“이사해도 소용 없어. 우릴 따라오는 거야.”
아내는 조용히 말했다.
“당신을 따라온 거야.”
“…”
“당신도 알고 있었지? 처음에는 당신 신발에만, 그러더니 당신 그릇에만, 당신 수건에만, 그리고 당신 옷에도…”
그는 고개를 숙였다.
아내는 침대를 가리키며 속삭였다.
“이젠 이불에도 올라와…”
“…”
“나, 더 이상은 못 견디겠어…”
아내는 여전히 차분한 어조로 조용하게 말했다.
“이혼하자.”
“그러지 마.”
그는 애원했다.
“제발 그러지 마…”
아내는 그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나, 당신 사랑해.”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아내는 잠시 눈을 감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곧 얼굴에서 손을 떼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나, 당신 사랑해. 그렇지만 당신을 위해서 미칠 수는 없어.”
“…”
“더 이상은 이렇게 못 살겠어.”
그리고 아내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더는 이렇게 못 살겠어… 나 좀 놔줘…”
그는 아내를 안아주려 했다. 그러나 아내는 한 발 물러섰다.
“나 달래려고 하지 마.”
아내의 표정을 보고 그는 멈춰섰다.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가 있어, 당신은? 다 봤으면서, 다 알면서?”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아내가 다시 추궁했다.
“난 이렇게 무서운데, 당신은 다 알면서, 어떻게 모른척하고 그냥 살 수가 있냐고?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내가 이렇게 무서워 하는데, 당신은…”
아내의 양 뺨은 눈물에 젖어 부드럽게 반짝였다. 아내의 눈은 분노와 고통과 절망에 가득 차서 사납게 빛나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다고, 남자는 절박하게 생각했다.
“굿을 하든지, 절에라도 가보든지, 어떻게든 해결하기 전에는 나 다시 볼 생각 하지 마.”
그리고 아내는 방을 나갔다.
“…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남자는 생수가 담긴 위스키 잔을 살짝 돌려 다시 검지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문질렀다.
“그렇게 헤어졌어요.”
남자는 위스키 잔을 들어 물을 전부 마셨다.
“정확히 1년 전 오늘, 합의이혼 확정됐어요.”
남자는 다시 검지손가락으로 빈 위스키 잔을 살짝 문질렀다.
그리고 남자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끝입니다.”
나는 잠시 남자의 위스키 잔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사모님 말씀대로 굿을 하거나 절에라도 가 보시지 그러셨어요?”
남자도 내 시선을 따라 위스키 잔을 바라보았다.
“저도 제 나름대로는 합리적이고, 이런 미신은 안 믿는다고 자부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남자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머뭇거리며 덧붙였다.
“그렇지만 내 아이라고 생각하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건드리면, 죄짓는 것 같고…”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그 뒤로 사모님하고는 연락 안 하세요?”
남자는 웃었다.
“사모님이라고 하시니까 이상하네요.”
그리고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연락을 해도 받질 않아요. 자꾸 괴롭히는 것 같아서 저도 이젠 자제하고 있고…”
“많이 사랑하셨나봐요.”
남자는 다시 조금 웃었다.
“제가 잘못한 게 많죠. 불쌍한 사람을…”
“다른 분들한테는 이런 얘기 안 해 보셨어요? 친구분들이라든가, 가족 분들…”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누가 믿어주겠어요? 마누라 정신병자 만들 뻔한 걸로도 부족해서 저까지 이런 소리를 하면…”
“그래도, 힘들지 않으세요?”
남자는 다시 위스키 잔을 들여다보았다.  
“힘들다. … 글쎄요.”
그리고 남자는 냅킨을 접어 그 뾰족한 끝부분으로 위스키 잔을 살살 닦았다.
“사실 평소엔 잊고 살죠. 1년이면 시간도 웬만큼 지났고, 세월은 내버려둬도 혼자서 잘 가니까…”
남자는 말을 멈추고 위스키 잔을 들어 빛에 비추어 보았다.
“그렇지만 가끔 생각은 나죠. 첫 번째 사고가 나던 무렵이라든가, 두 번째 아내랑 헤어지던 이맘때라든가…”
남자는 위스키 잔을 내려놓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시기도 비슷하네요. 첫 사고도, 이혼한 것도, 딱 이맘 때…”
그리고 남자는 일어섰다.
“얘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간이 늦었네요. 택시 타는 곳까지 바래다 드리죠.”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먼저 가세요. 전 커피 다 마시고 갈게요.”
남자는 조금 망설였다.
“혹시 제 얘기 때문에 불쾌하셨어요?”
나는 다시 웃었다.
“아니오. 얘기 잘 들었어요. 그런데 다 듣고 보니까 그냥 생각을 좀 하고 싶어서요.”
남자는 다시 잠깐 망설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예. 오늘 즐거웠어요.”
“저도 즐거웠습니다.”
남자는 깔끔하게 인사한 후 바텐더에게 돈을 지불하고 돌아서서 떠났다.
나는 남자가 남기고 간 위스키 잔을 들어 불빛에 비춰 보았다. 미처 닦아내지 못한 조그마한 아기의 손자국이 남자의 손가락 자국 옆에 찍혀 있었다.
아기의 손자국은 내 새끼손가락 한 마디보다도 작았다. 5개월이라고 했던가. 태어나지 못한 아기는 이렇게 작구나.
나는 어둠침침한 바를 가로질러 출입구 쪽으로 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남자가 출입문 그림자의 완전한 어둠 속으로 들어선 한 순간, 남자의 왼쪽 어깨에 조그마한 팔을 걸치고 남자의 목에 머리를 기댄 채 곤하게 자고 있는 아주 작은 아기의 윤곽이 분명하게 보였다. 찰나의 짧은 순간이었으나, 어둠 속에 하얗게 드러난 잠든 아기의 얼굴은, 세상의 모든 잠자는 아기들이 그렇듯이, 평온하고, 무심하고, 사랑스러웠다.
‘내 아이라고 생각하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라는 남자의 말을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글픈 부자(父子)의 초상이 출입문 밖으로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빈 위스키 잔을 들여다보며, 나는 오랫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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