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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3초 세이프 룰

2008.04.08 16:0604.08

  하나.
  
  둘.
  
  셋.
  
  나는 허리를 굽힌다. 바닥에 떨어진 베이글을 줍기까지 3초도 걸리지 않는다. 주운 베이글을 입으로 가져간다. 천천히 씹는다. 민영이의 눈이 동그래진다. 하나 둘 셋. 곧 미간이 좁아지고 세로 주름이 생긴다. 입술이 조금씩 떨린다. 그녀의 입술이 열린다.
  
  "찬수씨? 왜 그래? 땅에 떨어진 걸 왜 주워 먹어? 내가 새로 사주면 되는데."
  
  입 안으로 베이글의 부드러운 속살이 밀려들어온다. 어금니 사이로 치밀한 단백질 구조가 씹힌다.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침 속의 아밀라아제가 녹말에 섞여 당으로 변한다. 달콤하다. 민영의 입술만큼이나. 그녀의 송곳니 맛이다.
  
  "3초 세이프 룰 몰라?"
  
  "응?"
  
  "땅에 떨어진 음식은 3초 전에 주워 먹으면 깨끗해. 문제없어."
  
  민영이는 "정말 그런거야?"란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한다. 나는 그녀의 귀밑머리를 넘겨주었다. 민영은 간지러워하며 웃는다. 입술이 열리고 치아가 드러난다. 박하 향기가 난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간다. 하나 둘 셋. 서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갠다. 베이글의 잔향과 그녀의 박하향이 뒤섞인다. 나는 소리내어 웃고 싶어진다.
  
  "뭐야?"
  
  "응?"
  
  나는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뭐냐구! 왜 웃어? 지금 이게 웃겨?"
  
  민영이와 난 가벼운 식사와 차를 파는 카페테리아에 들어와 있었다. 카페테리아는 사람이 없고 아늑했다. 하지만 민영이가 내지르는 날카로운 소음에 음악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하와이안 커플. 내가 좋아하는 곡이었다.
  
  "넌 맨날 그런 식이야. 알겠어? 혼자서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 와도 웃기만 하고. 그렇게 너 혼자 평생 살아라. 이 새끼야."
  
  그녀는 손가락을 펴 보였다. 그녀의 약지에서 반지가 반짝였다. 그것은 내 약지에 끼워져 있는 것과 같은 디자인이었다. 그녀는 반지를 빼내 테이블에 내던지듯 내려 놓았다.
  
  마치 천천히 재생되는 영상처럼 반지가 허공에서 이동했다. 반지의 궤적을 좇아, 그녀의 손가락이 그리는 곡선을 따라 세계가 진동했다.
  
  "우린 이제 끝이야."
  
  하나.
  
  둘.
  
  셋.
  
  나는 몸을 숙여 3초도 되지 않아 반지를 집어 들었다. 돌아서려는 민영이의 팔목을 잡았다. 그녀의 미간이 좁아지고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나는 반지를 집어 내 입에 집어 넣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그녀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에 포개졌기 때문이다. 박하향이 다시 한 번 입안으로 퍼졌다. 반지는 내 입에서 그녀의 입으로 옮겨졌다. 그녀는 반지를 삼키지도 내뱉지도 못했다.
  
  내 눈물이 그녀의 뺨을 적셨다. 그녀의 볼을 따라 화장기를 지워나갔다. 곡선은 영원히 낙하할 것처럼 이어졌다.
  
  3초 세이프 룰.
  
  아무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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