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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헤라의 시녀들

2008.11.15 02:0111.15

자동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제 3 장갑보병단의 제2소대장 칼 하이네겐 소위와 3소대장 한스 발터리벨 소위는 내부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발터리벨 소위는 휘파람을 불며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정말 작군. 놀라울 정도야."

하이네겐 소위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 들어올렸다. 그들이 지금까지 지내던 사하라 육군 기지와 비교하자면 정말 너무나 협소한 기지였다.
그 규모 면에서 협소하다곤 해도 갖출 건 다 갖추긴 했지만.

"그나저나 신병들은 어때?"

한스 발터리벨 소위는 말도 하지 말라는 듯 과장된 제스처로 손을 내저었다. 친구의 그 모습에 그는 웃음을 지었다.

"오, 정말 놀라워. 자그만지 로마 군단과 무장친위대, SAS에서 뽑아 왔더군."

"정말 놀랍군. 교관 녀석들. 고생 좀 하겠는걸."

"이봐, 우리가 그들을 맡을 신임 교관이잖아! 하하하하!"

"오, 그렇군, 하하하하!"


시간 보호군 육군 제2기갑사단 소속 5중대 제1소대장 하정운 소위는 그의 부하들과 함께 신형 전차 테스트를 위해 잠시 왔다가 웃기지도 않는 만담을 펼치던 그들을 기묘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곧 그들의 엠블럼이 장갑보병단을 나타냄을 깨달은 그는 그럴 만도 하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저 멀리서 청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청색 머리의 미청년이 막 타임 홀을 통과하기 직전의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곧 뒤따라가지. 먼저들 가있게."

"알겠네. 그럼 나중에 보도록.."

제라드 중령이로군. 제 13 특수부대 최강의 인물이자 시간 보호군 직속의.
우연히 보긴 했지만 볼 일이 있는 건 아니니 곧 시선을 거두었다. 저 멀리 무기개발부의 연구원이 보였다. 소문에 따르면 상상을 초월하는 신형 전차로 중전차대대를 편성한다는데 각 시간대의 전차 에이스들을 모아 태울 계획이라고 전차병들 사이에서 얘기가 자자했다. 뭐하러 그런 일을 벌이는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중얼거렸다.

"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되지만."


정사각형 형태에 적당히 큰 박스 크기의 금속물체들을 일단의 병사들은 하나씩 짊어진 채 운반하고 있었다. 보급물자를 짊어진 그들의 얼굴엔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

"굉장히 무겁군요."

새빨개진 얼굴로 뒤따르던 제임스 헤르마 상사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불평할 힘 있으면 빨랑 앞으로 가!"

"아, 죄송합니다."

벌써 앞의 녀석들은 보급물자를 각 구역마다 고정시키고 있었다.
맥주 생각이 간절했다.


청명한 신생대의 푸른 하늘의 한 부분에서 검은 공간이 회오리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적당한 크기의 원 형태. 공허한 웜홀 형태로 고정되었고 그 안에서 5대의 항공기가 튀어 나왔다.
중앙의 대형 항공기를 기준으로 편대를 이룬 전투기들은 과학자들의 호위 임무를 띠고 있었다.

“여기는 아르코 1. 기지가 보인다. 제 2 펠호프 공군 기지에 비하면 작군.”

편대장 존 슈나이더 소위는 중앙의 통합 기지를 중심으로 주변에 거리를 둔 채 드문드문 세워진 시설들이 함께 하나의 원 형태를 이루고 있는 15 거점 통합 기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여기는 아르코 4,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군요.-

“흠, 아르코 1이 각기에! 여객기 먼저 착륙하도록 한다. 우리는 잠시 상공에서 대기하다가 여객기의 착륙이 완료되면 뒤따른다."

-2번기 라저!-

-3번기 라저!-

-4번기 라저!-

존 슈나이더 소위는 편대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농담조로 통신망에 외쳤다.

“에스코트 임무가 끝나는 대로 술집에서 질펀한 술 파티를 벌일 테니 각오하도록!”

즉각 통신망으로 편대원의 환호성(실로 짐승의 괴성에 가까운)이 울려 퍼졌다.


이렇듯 모두에게 있어 오늘은 한가한 하루였다. 아니, 모두에게 그 의견을 물으면 분명 반론이 있겠지만 어쨌거나 한가한 날이었다.
정비병(과 로봇들)들은 활주로에 주기된 항공기를 정비했고 파일럿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출격했다.
육군 장병들은 여전히 힘든 훈련을 받거나 육전 장비를 운용했고 유머가 넘치는 특수부대 장교들은 여성 오퍼레이터들과 어울리는데 여념이 없었다.
인류 최강의 군사조직이자 시간을 보호하는 영원의 군사조직, 시간 보호군의 제 15 거점 통합 기지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기지의 총괄자이자 사령관인 로저 M. 어데이 중장은 집무실에서 업무 처리에 매진하고 있었다.
어두운 갈색 머리에 부드러우면서도 뛰어난 외모를 지닌 그는 특유의 동안과 시간 보호군이 제공해주는 노화 억제 기술 덕택에 30대 후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구식 군인 혹은 영국 신사의 기사도를 풍기는 핸섬한 모습에 뜻 모를 미소를 항상 입가에 달고 다니는 그는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기도 했다.
어데이 사령관이 현 기지에 보관 중인 개변군(정확히는 시간 표류군)의 노획 장비들의 목록 확인하던 중 부관이 들어오자 반색하며 물었다.

"오, 반갑네. 기지의 보급물자들은?"

사내는 기묘한 악센트로 보고하다가 어데이 사령관이 얼굴을 찡그리자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숙이고는 표준어로 수정했다.

"보관 창고로의 이송이 모두 끝났습니다. 또한 과학자들도 방금 전 기지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아주 좋아."

로저 M. 어데이 사령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오늘 하루만큼은 모든 일이 잘 풀리라 기대했다.
그리고 그의 소망은 정확히 13초 후에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존 슈나이더 중령은 이 기지에 술집이 없다는 사실에 정비병에게 맹렬히 따지고 있었다.

"모르셨나보군요. 이 기지는 처음이신가요? 흠, 여긴 규모가 규모다 보니 여기서 조금 떨어진 중앙의 사령부 겸 통합 기지 외에는 별다른 시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공군 기지 만해도 말이 기지지 활주로에다가 정비 시설이 존재하는 격납고들만 있을 뿐입니다. 더군다나 완벽한 자동화-기계화가 이루어져 인력이 저를 포함해 15명밖에 안되고요. 하하하"

"...인상적이군."

얼굴이 웃음으로 충만한 그 정비병은 소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여기 처음 온 분들은 다 그렇게 놀라죠. 제가 안내해 드릴 테니 소위님의 부하 분들을 어서 불러오십시오."

허탈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본 슈나이더 소위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늘이.....”

눈이 시릴 정도로 청명하고 푸른 하늘 여기저기에 검은 점이 생겨나고 있었다. 밤하늘의 별과도 같이 반짝이면서.


-상공에 대규모 TS입자 반응 확인! 최소 50, 아니 100 단위입니다!-

기지 상공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타임 슬립 현상 보고에 로저 어데이 사령관은 놀라움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대규모의 자연적 타임 슬립 현상이라니!
초조한 얼굴로 기지 상공을 비추는 모니터만을 노려보던 로저 어데이 사령관은 곧 소용돌이치는 암흑이 곳곳에서 입을 벌리는 것을 목격하고는 더 놀랐다.

“타임 홀? 인위적 타임 슬립 현상?”

시간 보호군의 어느 덜 떨어진 부대가 오늘 여기로 이동해온다는 기록은 없었는데?
그리고 소용돌이치는 암흑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는 은빛 금속체들이 나타나자 어데이 사령관은 말 그대로 고함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들은 절대 시간 보호군이 아니었다. 그 비슷한 존재도 아니었다.
순식간에 기지 상공을 뒤덮은 이질적 형태의 금속체들. 머나먼 미래의 시공간대에서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기계 지성체들이 방문해온 것이다.

“미칠 노릇이군. 역시나 저들은 자체적 타임 슬립 입자 활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단 말인가?”


기계 지성체들의 대군이 부지불식 그 모습을 드러내자 방금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대화하고, 또는 슬퍼하며, 화를 내는 등의 온갖 감정들로 부글거리던 기지는 침묵과 적막에 휩싸였다. 오직 차가운 금속성 소음만이 들릴 뿐.


“망할 고물 같으니! 어쨌거나 여기에 수두룩하게 나타났다고! 그게 벌써 5분이야! 지금? 나타났을 때랑 마찬가지로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어! 그 수가 줄어들거나 다시 증가하고는 있지만! 뭐? 여기 말고 몇몇 기지에도 나타났다고? 아니라고? 사라졌다고? 빌어먹을, 역시 저들은 자기 의지대로 타임 슬립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게 틀림없군!”

결코 원활하지 않는 시공간 통신 상황을 원망하며 가장 근거리 시공간대에 위치한 기지와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끊김이나 잡음이 너무 심한 지경이었다.

“이봐? 이봐! 젠장!”

마침내 통신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자 어데이 사령관은 욕설과 함께 여전히 별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로서는 지금까지(젠장, 헷갈리는군!) 상호간 무시해오다가 대체 왜 첫 접촉을 시도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 기계 지성체의 존재가 처음 확인된 후 시간 보호군과 타임 슬립학회, 과학자들은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발달된 인공지능이 그들과 가장 닮았으리라 예상했지만 결국 그건 인간과 델타테리듐(Deltatheridium:백악기 후기 쥐 크기의 식충 동물)의 차이만큼이나 거리가 있었다.
또한 발크만 중위와의 접촉 등 여타의 시공간대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사실에 어느 타임 슬립 학자는 그들 자신이 타임 슬립 현상을 자유자재로 활용 가능한 존재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증명이 되어 버렸고 말이야.
어데이 사령관은 서랍에서 아끼는 스카치 위스키를 꺼내며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다만 발크만 중위를 통해 얻어낸 기계 지성체의 의식 정보를 통해 그들이 인류의 문학을 알 수 없는 경로로 접하고 있으며 팬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몇몇 학자들은 이들도 우리와는 별 다른 차이가 없지 않을까 안심했다. 그러나 복잡한 의식 구조를 좀 더 깊이 조사해나가면서 학자들은 경악했다. 그들이 인류의 문학을 이해하고 읽는 방식은 그 개념 자체가 전혀 달랐다.
예를 들자면 인류가 뤼팽의 재기 넘치는 매력과 뛰어난 능력, 그리고 추리소설과 모험소설의 절묘한 결합과 같은 구성에 반했다면 기계 지성체는 인류가 읽어내지 못하거나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부분에 주목하고 열광한다는 것이다.(물론 그들이 뤼팽의 매력에 반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는 하다.) 상호 이해 및 교류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존재라는 것이 최근의 결론이었다.

-시공 연속체의 보호자들이여-

-싸워서 너희들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라-

-더 우월한 존재가 보호자로서의 자격을 가질 것이니-

-패배하는 자 교체될 것이다-

어데이 사령관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 유리잔이 술로 넘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지금 그건 미래의 존재들? 시간 보호군의 설립자들이 말한 건가?
아득히 먼 미래의 존재들, 인류의 후예인지조차 의심스러운 그 빌어먹을 존재들은 타임 슬립 규명학자들이 등장하면서 나타났다.
정체불명의 타임 슬립 현상. 불가능한 시간 여행을 가능케 하는 신의 현상!
타임 슬립 규명학자들이 타임 슬립 입자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답보했을 때 그들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사실 모습도 보여주지 않고 정신과 육체를 순식간에 지배해버리는 전지전능한 목소리로만 등장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타임 슬립 기술 일부와 미래의 기술 일부를 그들에게 전해주어 시간 보호군과 타임 슬립학회의 시작점을 구축해주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시간 보호군과 타임 슬립학회의 활동에 별 간섭을 하지 않는 미래의 존재들의 정체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으며 알 도리도 없었다. 일부 학자들이 그들을 외계의 존재들로 간주하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로 그들의 존재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건 우리들은 상상도 못하는 곳에 군림한 채 우리를 어디서나 굽어 살피신다는 거지. 빌어먹을 신적 존재들.
그리고 그 빌어먹을 신적 존재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직접적인 통보를 내렸다.
그나저나 교체라니 무슨 소리지? 그리고 우리에게 말했다는 건.
그는 불현듯 무언가를 깨닫고는 상공을 비추는 모니터를 노려보았다. 미미하지만 금속체들 하나하나가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역시나 그 미래의 존재들은 저들에게도 통보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 보호군 입대 권유,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새로운 시간 보호군의 설립 제안을.

“젠장.”

그와 동시에 건물 전체를 뒤흔드는 폭음이 울려 퍼졌다.


밖은 난리도 아니었다. 정체불명의 붉은 에너지 줄기들이 일렁이면서 하늘을 수놓았고 그것들은 정확히 시설과 장비들을 타격하고 있었다.

"이런 염병할, 이게 무슨 난리야!"

공군 정비병들과 지상 요원들은 거친 욕설과 함께 폭발로 뒤흔드는 활주로를 빠져나와 중앙 기지로 달려 나갔다. 다행히 거리는 그닥 멀지 않았지만 활주로와 거의 모든 항공 장비가 손실 당했다.

"잠깐!"

어느 중령이 이끄는 무리가 그들을 막고는 다급하게 물었다.

"어디 소속인가?"

"우린 공군입니다만...."

중령은 정비병을 나타내는 마크를 보고는 반색하며 그들을 잡아끌었다.

"설명할 시간조차 없으니 간략히 설명하지! 현재 중앙 기지를 중심으로 하는 외곽 시설은 초토화됐고 현재 공격의 초점이 외곽 시설로 집중되어 있지만 서서히 중앙 기지로 초첨을 조정하고 있어! 우린 반드시 중앙 기지 배리어 장치를 켜야 되네! 조작할 수 있으리라 믿네!"

-군을 막론하고 모든 시간 보호군에게 고한다. 비상사태다. 모두 사태 진압과 중앙 기지 보호에 주력하라-


"이런 젠장!"

제 125 방공사단 소속 제2기갑방공대대의 1소대장 마이클 커트니스는 이족 보행이 가능한 인형 방공 병기에 탑승하려 시도하다가 자신의 애기가 무참히 폭발하는 광경을 목도했다.

"빌어먹을 공군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반 조각 난 전차를 엄폐물 삼아 대공 사격을 하던 전차병들이 소리쳤다. 중앙 기지 동쪽 방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육군 장비들은 점차 조각나고 있었다.
FS에 탑승한 채 적기에게 맹공을 퍼붓던 제임스 하먼 소위는 외부 스피커로 제안했다.

-제공권을 장악당한 상태로는 죽도 밥도 안 되니 일단 중앙 기지로 후퇴하도록 한다. 공격이 중앙 기지에 집중되지 않고 외곽 쪽만 두들기는걸 보면 나중에 중앙 기지를 처리할 생각일거야. 물론 그 전에 배리어 장치가 가동되면 승산은 있어!-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한 전차병이 GR-13 소총을 하늘로 겨눈 채로 반문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죠?"

-적의 정체는 불명이지만 확실한 건 시설과 장비들을 중점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중에 반격을 대비해서 육전 장비들을 최대한 중앙 기지로 옮겨야 되니 남은 방법은 하나 뿐!."

그렇게 말하고 제임스 하먼 소위는 통합 관리 시스템으로 강제 접속하여 비상시에 작동되는 무인 프로그램을 강제 기동시켰고 우선 명령도 수정했다.

'모두 자력으로 중앙 기지 안으로 들어간다. 이동 중 손실에는 상관치 않으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저공으로 급강하하면서 핏빛 입자 빔을 토해내는 유선형 물체를 격추시킨 그는 명령어를 입력하고는 서둘러 빠져나올 준비를 했다.

-모두들, 장비에 탑승할 생각은 하지 말고 서둘러 중앙 기지로 뛰도록!-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인형 병기에서 탈출한 하먼 소위는 꽤 높은 곳에서 떨어진 탓에 땅을 거칠게 굴렀지만 개의치 않고 권총 형태의 GR-13 음파 충격 총을 거머쥔 채 서둘러 달려 나갔다.
하늘에선 붉은 에너지 줄기들이 기묘한 움직임과 함께 휘몰아치고 있었다.


로저 어데이 사령관은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렸다.

“트리니나이트, 모헨조다로, 마하바라다, 고대의 불가사의들, 오파츠들.”

규명되지 않은 고대의 핵폭발 흔적 장소들. 어데이 사령관은 고대 핵폭발의 흔적이 엿보이는 지역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있었다.
20세기와 21세기의 인류에게는 불가사의라 생각되는 초고대 문명의 흔적들 중 시간 보호군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대입하여 하나하나를 지워나갔다.
90년대 인도군에 의한 자폭, 역시 인도 제국군 보행 병기의 원자로 폭주에 의한 사고, 이스라엘군의 패배, 시리아군, 터키군, 인민해방군. 그들 모두 통제 불능의 위험한 병기와 함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파멸하고 말았다.
이제 현재 시점에서 그와 시간 보호군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남은 이상 지역은 두 가지 뿐.
모두 기원전 2600년경 인더스 문명 지역으로 다행히도 시간 보호군은 그 시공간대로 통하는 타임 홀을 개척해놓고 있었다.
어데이 사령관은 바깥의 전투 상황이 걱정되었지만 이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다. 미래의 존재들에게 시간 보호군의, 인류의 존재 의의를 입증시켜야 했다.
그리고 간신히 하나의 전략을, 허술하기 짝이 없고 요행과 우연에 기대고 있는 전략 하나를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전략은 패러독스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래, 패러독스였다. 패러독스.
집무실이 어느 순간부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아래 위로 흔들리고 있었다.
피로한 얼굴로 전자상황판을 끄려던 찰나 부관이 급히 달려와 사색이 된 얼굴로 설명했다.

"각하! 적의 주공은 중앙 기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배리어는 깨진 상황이며 동원 가능한 전 병력이....."

"그만! 그깟 보고가 무슨 설명이 필요 있겠나. 기지 안에서 대피하고 있는 타임 슬립학자 녀석들에게 이 좌표대로 타임 홀을 일으켜 달라고 부탁하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게."

부관은 좌표를 건네받고는 당황한 얼굴로 거침없이 걸어 나가는 어데이 사령관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각하는 어디로?”

“가장 가까운 FS 격납고이다. 만약 FS와 남아있는 조종사가 있다면 특명을 내릴 것이네. 우리의 운명을 건 특명을.”


FS 격납고에는 정비병 몇 명과 FS 몇 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정비병들은 한참 긴급 조종 매뉴얼을 읽어나가다가 어데이 사령관이 들어선 사실에 화들짝 놀라고는 달려와 경례를 붙였다.
당황한 얼굴의 정비병들을 무시하고 어데이 사령관은 FS 격납고의 전모를 순식간에 파악하고는 예리하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여기 있는 조종사는 한 명도 없군. 안 그런가?”

“옛, 각하. 현재 모든 조종사가 FS를 몰고 나가 밖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저희는 남은 FS를 어떻게든 움직여보기 위해서 이렇게 긴급 조종 매뉴얼을....”

어데이 사령관은 정비병의 말을 흘려들으며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저 기계 지성체들이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시공간 통신과 통산 통신 모두가 원활하지 못하다.
그리고 어데이 사령관이 생각해낸 중요한 전략을 전해줄 조종사가 없다.

“정말 돌아버리겠군. 여기서 가장 성능이 뛰어나고 준비가 끝난 FS는 어느 것인가?”

“하...하지만 각하! 설마하니...”

어데이 사령관은 가죽 코트를 벗으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래, 내가 조종하겠다.”

어데이 사령관은 입을 딱 벌린 채 자신을 쳐다보는 정비병의 시선에 피식 웃고는 반문했다.

“이보게, 난 이래봬도 시간 보호군에 징집되기 전에는 전술형 이족 보행 병기의 탑 에이스였어. 며칠 전까지만 해도 FS 시뮬레이션을 즐기기도 했고 말이네.”

“하...하지만!”

그는 귀찮다는 얼굴로 딱 잘라 말했다.

“이건 명령이네. 비겁하겠다고 생각하지만 미안하네. 그만큼 시간이 없어 보여서 말이야.”

격납고 한쪽 벽을 뒤덮은 투명한 창 너머로는 격렬한 전투의 현장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었다. 이 기지에 있던 모든 장병들은 너나할 것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전황은 악화되고 있었다.


어데이 사령관은 정면 모니터를 노려보았다. 미래의 존재들이여, 우리들이 아무리 우습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순순히 물러날 퇴물들은 아니야.

“우리의 존재 가치를, 그리고 저 고철 덩어리들의 멍청함을 똑똑히 보여주지!”

형식번호 FSG-007 안트라스(Antras)가 두 눈을 붉게 빛내며 어데이 사령관의 의지를 대변하기 시작했다.


하늘은 생과 사가 한순간에 오가는 치열한 전장이었다. 곳곳에서 번쩍이는 에너지의 뒤틀림, 금속성 소음, 난무하는 살인기계들.
그리고 그곳으로 인간을 흉내 내되 인간을 초월한 기계 병기가 거침없이 돌입하고 있었다.
청색과 보라색으로 균형 있게 도색된 인류의 충실한 노예는 왼쪽 어깨에는 방패형 구조물을, 양 허리 부분에도 날카로운 유선형 구조물을 장비하고는 탄탄한 몸체를 자랑하고 있었다. 안트라스의 등 부분 X자형 비행 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더욱더 짙어졌다.
여기저기서 불꽃이 치솟고 있었다. 정면 모니터에서 안트라스의 컴퓨터는 타임 홀이 발생할 공역으로 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루트를 자동으로 산출해내 모니터에 나타냈다.
그 구부러진 길 여기저기에는 당연하게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런!”

측면 모니터에서 붉은 에너지 화살을 난사하며 달려드는 원뿔 형태의 기계 지성체를 혀를 차며 피해냈다. 목표를 놓친 그 녀석은 공중제비를 크게 돌며 두 팔을 꺼내들다가 뒤에서 덮쳐온 청색 에너지에 꿰뚫리더니 힘을 잃고 추락했다.
녀석을 격추한 전투기는 놀랍게도 2차 대전이나 재건기 초중기에나 쓰던 단발 프롭 전투기였다. 세련된 기수 형태로 봐서는 수냉식 엔진이 분명했지만 프로펠러가 제거된 상태에 양 날개 끝에 에너지 부스터를 탑재한 걸로 봐서는 항공기 부족으로 노획기를 임시방편으로나마 개조해 전투에 투입한 모양이었다.
허참. 어데이 사령관은 안트라스의 비행속도를 최대로 하고 적의 공격을 피해나가고 적절한 순간에는 아군을 원호하면서 목표 공역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흠. 예상 외로 여기까지 오는 데에만 유도 병기를 전부 소모해버렸다.
그가 도착함과 동시에 타임 슬립학자 녀석들에게 부탁한 공역에서 공간의 일그러짐과 함께 검은 구멍이 점차 나타나고 있었다.
타이밍은 죽이는군. 어데이 사령관은 서둘러 적당한 목표를 물색했다.
어데이 사령관은 안트라스의 붉은 두 눈으로 전장 여기저기를 수색하다가 어느 검은 FS가 무서운 기세로 기계 생명체들을 베어 넘기고 격파해나가는 것을 목도하고는 급히 그에게 달려갔다. 흑빛으로 번뜩이는 기체의 형상과 부대 마크는 분명 시간 보호군 사령부 직속 특수부대원인 제라드 중령의 전용기가 틀림없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선 안타라스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제라드 중령의 FS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어데이 사령관은 안트라스의 붉은 두 눈의 번쩍임을 규칙적으로 반복했다.
제대로 된 통신이 원활하지 못해 이런 방법으로나마 통신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어데이 사령관의 신호를 이해한 제라드 중령은 FS로 거수경례를 한 후 곧바로 급상승, 전투기 형태로 날아가던 기계 생명체 한 놈을 급습하여 안트라스와 타임 홀이 있는 방향으로 몰아넣었다.
그 뛰어난 모습과 전투 감각에 어데이 사령관은 감탄했다.

“시간 보호군 최강의 남자란 명성이 과언이 아니었군.”

제라드 중령의 적절한 유인에 안트라스의 손아귀에 붙잡힌 그 녀석은 제라드 중령에게서 입은 손상을 자기 수복해나감과 동시에 그 형태를 안트라스와 비슷한 인간형 형태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었다.
정말 뛰어난 생명체로군. 자기 수복 탓에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기계 생명체를 붙잡은 채 타임 홀로 돌진해 들어가면서 그는 생각했다.
미래의 존재들이 탐낼 만도 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전지전능한 존재들이 시공을 초월한 군사조직을 설립했다면 장대한 시공간의 흐름에서 왜 인간보다 더 나은 선택을 찾지 못한 거지? 물론 시간 보호군에도 비인간 지성체들이 여타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 근원은 피와 살이 흐르는 탄소 지성체였다. 인간의 결점도 그대로 갖고 있는.
어마어마한 시간의 흐름 어느 지점에는 외계인을 연상케 하는 고도의 존재들이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를 지배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이 인간계 종족보다 우월하다면 미래의 존재들 입장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그들을 대안으로 선택하겠지.
그는 비릿하게 웃었다. 전투라는 선택지를 준 건 지금까지 봉사한 대가라는 건가?
어느새 음습한 어둠이 그를 뒤덮었다.


아침은 그 모습을 드러내는 태양과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청명한 푸른 하늘과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이 도시를 비추었으며 또한 감싸 안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흐릿하게 보이는 달이 일그러지더니 검은 구멍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그 이변을 눈치 챘을 때 그 구멍으로 시공을 뛰어넘은 두 존재가 튀어 나왔다.
태양 빛이 그 기계 존재들을 비추면서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던 하루를 시작하려던 도시의 모든 이들은 그 눈부신 존재들을 똑똑히 목도할 수 있었다.
아름답게 빛을 반짝이는 죽음의 천사들을.


로저 어데이 사령관은 콕피트 안에서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기계 지성체와 함께 타임 홀을 통과하는 느낌은 너무나 불쾌했다. 통과하면서 느끼는 그 음습함, 아찔할 정도의 절망감과 구토감은 여타의 타임 홀에서 느끼는 불쾌감과는 차원이 달랐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어데이 사령관이 망원 카메라가 잡아낸 기계 지성체의 위치를 서둘러 확인했다.
은빛으로 번쩍이며 기본적으로 안트라스를 흉내 냈지만 더욱더 복잡하고 기괴한 형상을 한 채 돌진해오는 그 녀석을 노려보며 그는 조종간을 조작했다.
오른손은 FS용 GR-13 음파 충격 라이플을, 왼손은 플라즈마 소드를 꺼내드는 순간 정면 모니터에서 경고성 메시지가 떴다.

-전방에 입자 가속 반응.-

그래, 날 공격해, 너의 무자비함을 보여주란 말이다. 검붉은 빛의 집합체가 수직선이 연속적으로 그어진 안트라스의 얼굴 부분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 강력한 에너지의 집합체는 그대로 도시의 한쪽 구석에 격돌하면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조종석 안에서 어데이 사령관은 그 모든 아우성과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집음 성능이 너무 뛰어난 것도 문제로군.
GR-13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겨 난사하자 반투명의 음파 충격탄이 녀석을 노리며 달려들었다. 그 무수한 총탄의 궤적을 날렵하게 피해낸 기계 지성체는 순식간에 사람의 발꿈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안트라스의 머리 부분을 향해 내리차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격렬한 충격이 온몸을 뒤흔들며 주변 모니터에서 비추어지는 풍경도 대번에 달라졌다. 본능적으로 피해냈지만 어깨 부분에 그대로 맞부딪쳐 그 충격에 안트라스는 도시의 어느 구역으로 추락해버린 것이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불안감에 서둘러 기체를 상승시키려 하는 순간 차가운 경고음이 들려왔다.
  
-상공에 고에너지 열원 다수 포착! 대규모 입자 빔 공격-

어데이 사령관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순간 하늘에서 핏빛 소나기가 쏟아졌다.
카메라를 통해 비춰지는 도시의 풍경, 공포에 찬 사람들의 시선, 곧 죽을 유령들.
그는 기체를 상승시키면서 입자 빔 줄기 사이사이를 빠져나가기 위해 모든 감각과 정신을 한곳에 집중시켰다.
정면 스크린으로 붉은 빛의 궤적 두 개가 그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고 머리 위로도 족히 5개 이상의 입자 빔들이, 양 옆으로도 대지를 가르며 빔들이 그를 에워쌌다.

“우아아아!”

풋 페달을 미친 듯이 밟고 조종간을 거칠게 움직이며 그는 고함을 내질렀다.
배리어로 튕겨 내거나 대빔 코팅 부분으로 맞아가며 피해나갔다. 영원과도 같았던 입자 빔 공격이 점차 사그러들기 시작했지만 아직 그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그 결정은 옮았다. 그가 피해낸 입자 빔들이 그대로 격돌, 도시를 초토화시키면서 피어오르는 자욱한 화염과 연기 너머로 무언가가 은빛을 발하며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긴박한 순간의 아주 잠깐, 로저 어데이 사령관은 평화로웠던 고대 도시를 바라보았다. 상상조차 못할 존재들의 격돌로 핵의 불길에 휩싸인 도시였던 그 흔적을.
그는 이를 꽉 깨물며 오른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의 전략대로라면 이제 무언가 개입이 행해져야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전까지 자신은 살아남아야만 했다.
미래의 존재들이 만들어준 이 빌어먹을 무대에서 시간 보호군은 살아남아야한다.
핀 포인트 배리어를 펼칠 시간도 없이 그대로 강펀치를 날린 어데이 사령관은 곧바로 안트라스의 허리를 돌려 돌려차기로 기계 지성체의 흉부를 내리쳤다.
기체 손상을 알리는 경고음이 연신 울려 퍼졌다.
기계 지성체가 흉내 낸 안트라스의 머리 부분에서 검붉은 에너지체가 번쩍이자 안트라스는 그대로 허리를 굽혀 피해냈다. 그는 안트라스의 오른팔을 조작해 기계 지성체를 라이플로 조준했지만 흉부에 숨겨져 있던 실체검이 반원을 그리며 안트라스의 팔 부분을 깔끔하게 잘라냈다.

“젠장! 젠장!”

왼팔의 플라즈마 소드로 흉부를 노렸지만 역시 흉부에 숨겨져 있던 작은 팔이 나타나더니 끝부분에서 검붉은 빛의 검을 형성하며 왼쪽 어깨 부분을 그대로 내리쳤다.
역시나 깔끔하게 절단나면서 안트라스는 격돌해오는 기계 지성체의 맞부딪침에 그대로 지표면으로 추락했다.
그 물리적 충격에 어데이 사령관은 입가에서 피를 토해냈다. 머리 부분의 기관포가 자동으로 난사되고 있었지만 녀석은 그 반투명한 탄환의 궤적을 이제는 피하지도 않으며 돌진해오고 있었다.
붉은 빛의 검을 똑바로 겨눈 채 기계 지성체는 쇄도해오고 있었다.
이제 끝인가. 그가 피로감과 함께 체념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정지라도 한 것 같은 감각이 느껴지면서 정면 모니터에서 점점 그 모습이 커져가던 기계 지성체 또한 갑자기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저 무어 어데이 중장-

-그대가 보여준 행위는 우리에게 이해되었다-

-그들은 우리들의 목적에 적합하지 않는 존재임이 확인되었다-

-그들이 시공을 넘어와 시간의 흐름을 어지럽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며 또한 유폐될 것이다-

-로저 무어 어데이 중장, 그대에 의해-

-결정은 유예되었다-

목소리가 말을 끝내면서 로저 무어 어데이 중장은 알 수 없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주변 모니터에서 비추는 풍경은 그의 기지를 비추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그는 조종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전투는 끝나있었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혼란과 고요함이 뒤섞인 분위기, 그리고 하늘 위로 펼쳐진 그 멋진 광경에 어데이 중장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 기계 지성체들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능력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행동하고 주변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무감각하고 파괴적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그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별하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시공간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궁극적으로 그들은 자신들(기계 지성체)의 성립에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개변 위험을 마음껏 무시하며 행동하고 있었다.
어데이 중장과 기계 지성체 한 놈이 고대의 도시에서 행한 그 끔찍한 전투를 보고 미래의 존재들은 그들의 위험성과 무책임함, 통제 불능의 야수성을 깨닫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타임 슬립 입자 활용 기술을 통해 기계 지성체들을 한꺼번에 원래 시공간대로 돌려보내고 또한 타임 슬립 능력을 상쇄시키는 거대한 벽을 광범위하게 친 것이다.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시간의 장막. 아름다운 오로라의 빛이 펄럭이고 있었다.
격렬한 전투의 한순간 시간 보호군 장병들은 얼마나 당황해했을 것인가! 그 생각에 그는 파안대소라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데이 중장은 깨달았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한 말.
유예라는 단어. 그 단어를 계속 생각해나가던 와중 그는 깨달았다.
만약 미래의 존재들이 기계 지성체들을 완벽하게 통제하게 될 수 있는 날, 혹은 기계 지성체들이 시간 보호군의 임무에 적합할 정도로 분별력을 가지고 의욕을 나타내는 날이 올 때 이번과 마찬가지로 시간 보호군의 장병들은 무력하게, 그리고 가차 없이 교체될 것이라는 냉혹한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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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자면 로저 M. 어데이 중장은 3대 007 로저 무어를 모델로 한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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