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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Black old mask

2008.11.12 01:3711.12

"넌 왜 웃고 있니?...."

소년이 조그맣게 읊조린다. 단정한 아동용 정장 차림의 소년은 한 박물관 내부에 안치된 어떤 탈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탈이다.

검은 얼굴로 웃다니, 이상한 느낌을 주는 물건이다. 그러나 그 짙은 빛은 보면 볼수록 사람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것만 같은 묘한 마력이 있었다. 이미 소년은 몇 분 째 다른 역사적 물품을 놔둔 채 구석에 비치되어 있는 이 가면만을 눈동자에 담아두고 있다.

소년이 아래의 설명을 차분히 읽는다. 설명에 따르면 이것은 제작년도 불명의 그저 오래된 탈에 불과했다. 물론 탈의 기이한 모습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소년은 안내문을 읽었지만 딱딱한 그 내용 속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좀 더 신나는 사건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소년은 생각한다. 의적의 것이라던가, 분노에 사로잡혀 참극을 벌인 노비의 것이라던가. 하지만 삭막한 활자 속에는 그런 것은 없었으니 아련한 궁금증과 호기심에 묻혀 멍하니 탈을 바라보는 것 외에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소년이 조용히 말했다.

"넌 왜 웃을 수 밖에 없니?"

-듣고 보니 그렇구나.

귓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소년이 주위를 둘러 봤지만 근처에는 아무도 없다. 자신을 데려온 어머니는 저 멀리 의자에 앉아 잠시 졸고 있는 모양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괜찮으셨는데 왜 갑자기 주무시고 계시지? 의아해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살짝 두려움을 품는다.

겁먹지 마려무나. 난 네 가까이에 있단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목소리였다. 두리번 두리번, 아까에 이어서 이번에도 고개를 열심히 돌리며 살폈지만 아무도 없다. 적어도 사람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없었다. 좌. 옛 서화들이 놓여져 있다. 우. 문방사우들이 고풍스러운 미를 연출한다. 후.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었다. 전. 검은 탈이 놓여져 있다.

크흠.

분명, 그 검은 탈이 헛기침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탈이 말을 하고 있다니. 소년은 수업시간에 발표하라며 지명당했을 때 보다도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절대 즐길 수가 없는, 비명도 나오지 않는 당황스러움이었다.
탈이 또 다시 말했다.

놀랄 것 없단다. 요즘은 손톱만한 상자에서도 노래가 나오질 않니.

얼핏 들으면 일리가 있다. 적어도 이 탈 보다 몇 배나 작은 것에서도 소리가 나오는데 카세트보다도 큰 것이 말을 한다고 놀랄 이유는 없지 않나.
....그래도 역시 깜짝 놀랐던 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그 증거로 지금도 심장이 활기차게 뛰고 있다. 활기차다 못해 피부를 뚫고 밖으로 나올 기세였다.

수 분 동안 소년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간신히 몸을 추슬렀다.
몇 번의 심호흡을 한 후에야 몸을 떨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 좀 진정이 되었느냐.

탈이 온화하게 물었다. 될 리가 없다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다. 탈이 말을 하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두려움과 낯섬이 더 크다.

굉장히 침착하구나. 나를 보면 부지기수가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데 말이다.

자신이 진정하라고 해 놓고 이게 무슨 궤변이던가. 아니, 솔직히 말해서 소년은 지금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참 대단한 아이구나. 대단해. 허허허허.

"...."

탈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소년은 대체 왜 저렇게 신나게 웃고 있는 건지, 또 이 큰 목소리를 왜 아무도 듣지 못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혹시 자신에게밖에 들리지 않는 걸까?

아가야, 아까 네가 나한테 왜 웃을 수밖에 없냐고 물었지?

어느새 웃음을 그친 탈이 넉살좋은 표정으로 물어온다.

"예에...."

허허허, 겁먹지 말라니까. 이 할애비가 그 소리를 듣고 오랜만에 얘기나 잠깐 해 볼까 하고 나왔단다. 괜찮겠느냐?
"예, 괜찮아요..."

소년은 살짝 긴장감이 풀렸는지 좀 더 뚜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도 단아한 탈의 목소리 덕일 것이다. 동시에 소년의 심층 속에 묻혀 있었던, 나이에 걸맞은 호기심이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이 탈은 왜 이런 이상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을까? 언제, 어디서, 무엇을 위해 만들어 진 걸까? 소년은 의문을 삼키며 탈의 이야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래... 그게 언제였던가...크흠.

탈이 품격 있게 헛기침을 하면서 과거의 기억들을 더듬는다. 추억을 맛보듯 탈의 표정은 손자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할아버지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때 난 한 꼬마 아이의 손에 들려 있었단다. 나이는 열 한 둘 정도 됐을까. 너보다도 어린 아가였지. 말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는 조용한 아이였어. 나도 그땐 지금과도 다르게 색칠도 안 되어 있는 상태였단다. 모양도 조금 어색하고 투박하게... 그냥 만들다 만 물건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날 만든 건, 그 아이의 아버지였어.

소년은 천천히 그것의- 아니, 그의 이야기로 빠져들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사농공상 중 공에 속하는 장이였다. 지금은 무형 문화재라고 치켜세워주지만 당시에는 그저 물건이나 만들 뿐인 그저 그런 계층이다. 장이 중에서도, 탈을 만드는, 장이라기 보단 광대나 천민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밝고 명랑하게 사는 어린아이 같은 사내였다.

그는 늘그막에야 사내아이 하나만을 얻었으나, 그와 동시에 부인이 죽어버려 결국 손수 아이를 돌봐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어째 자연스럽게 팔불출 아비가 되고 말았으니, 자식 일이라면 용변을 보다가도 뛰쳐나올 정도로 끔찍하게 여겼던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식에게 장난감이라며 쥐어 준 것이 바로 미완성 된 탈이었다.

탈이 미완성 된 상태로 소년에게 주어진 지 몇 해. 소년의 아비와 소년은 이사를 가게 되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이사였고, 또한 도성 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주하는 큰 이사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쟁이 일어났던 것이다.

청, 오랑캐라고 불리는 자들이 조선으로 밀고 내려왔다. 소년의 가족들은 임금을 따라 산성이라는 곳으로 피난을 왔으나, 딱히 벌이가 될 것도 없었을 뿐더러 산성 안에는 식량조차 부족했으니 그들에게 돌아갈 밥공기의 빈 공간은 클 수밖에 없었다. 피난 간 지 얼마 안 되어 초근목피는 그들의 주식이 되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계절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고 그 하찮고 소중한 나무껍질마저 동이 나 버렸다. 그렇게 백성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모조리 먹어치웠건만,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었다. 인간으로서 먹을 것이 없었던 백성들은, 이제 인간이기조차 포기하기 시작했다. 살인, 강도, 식인. 이미 그 곳은 법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나 소년의 아비는 인간으로 남은 몇 안 되는 존재였다. 그에게 있어 이미 늙어 빠진 자신의 안위는 중요치 않았다. 조그맣고 연약한 자신의 아이만큼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그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아비의 희망이고 미래였던 것이다. 그는 채 꺼지지 않은 영혼의 불꽃을 자식에게 쏟아 붓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가 굶어죽는 일 만큼은 피해야 했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소년이 묻자, 탈이 씁쓸하게 웃었다.

먹을 것을 얻는 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개인이 직접 구하는 것과 나라에서 지원을 받는 것. 안타깝게도 전쟁 중인 나라에서 소년이나 소년의 아버지에게 식량을 보태 줄 여유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개인이 조달할 수 있는 식량은 이미 다 먹어치운 뒤.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식량은 필요했다.

그래서 늙은 아비는, 자신의 왼쪽 정강이를 잘라내어 국을 끓여 아들에게 먹였다.

"......!"

소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그런 소년을 보면서 탈은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다리를 잘라낸 아비는 모든 기력 짜 내어 아들에게 탈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내일, 모레, 혹은 몇 개월 뒤가 될지라도 전쟁이 끝나면 이 아이는 밥을 벌기 위해 탈을 만들고 살아야 할 터였다. 그렇다면 힘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가르쳐놓는 것이 최선. 그래서 아비는 악착같이 아들을 붙잡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기술을 전수했던 것이다.

약도 치료법도 부족했을 그 시대와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아비가 쉬이 죽지 않았던 것은 아들을 살리고자 했던 집념 덕이었을 게다. 그렇게 어린 아들이 아비의 기술을 모두 다 물려받았던 그 때, 전쟁이 끝나고, 마지막 국물이 떨어지고, 소년의 아버지도 결국 숨이 끊어졌다. 추운 겨울의 한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

아비가 죽은 것을 확인한 소년은 땅을 맨 손으로 파서 그의 아비를 뉘였다. 겨울에 시퍼렇게 얼어버린 땅을 파느라 소년의 손톱은 뜯어지고 손가락은 시체의 것과 하등 차이가 없게 변해버릴 정도였다. 어찌해서 간신히 봉분을 올린 소년은 그 옆에서 사흘 밤낮으로 아비에게 전수받은 솜씨를 부려 어릴 적 장난감처럼 가지고 다니던 미완성의 탈을 완성시켰다.

완성된 탈은 소년의 피로 흠뻑 젖어 흉흉한 붉은 색이었다. 탈의 표정에는 지금이라도 사단을 낼 것 같은 광인의 성정이 비쳤다. 그 누구도 가지고 싶어 하지 않을 탈이었다. 그 탈을 앞에 두고, 소년은 이번엔 사흘 밤낮으로 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물은 가슴 속에 든 피멍을 얘기하는 듯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눈물이 닿은 탈은 검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깊고도 풍부하고 따뜻한 검정색이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제 아비와 똑같지 생기지 않았더냐.

탈의 모습은 밝게 웃으며 살던 소년의 아버지와 판박이였던 것이다.

소년은 그렇게 만든 탈을 아비의 무덤 위에 올려놓고는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
그 후로는 아무도 그를 찾지 못했다 한다.

"......."

탈의 이야기가 끝났건만, 소년은 아무 말도 없이 서 있었다. 탈 역시 소년에게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다.  

"안녕히, 계세요."

오냐. 조심해서 가거라.

눈물이 잔뜩 고인 표정으로 소년은 몸을 돌려 전시관을 나왔다. 마침 그의 어머니도 낮잠에서 깨어난 참이었다. 울고 있는 소년을 보며 어머니는 어찌된 일인가 물었지만 소년은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소년은 꿈을 꾸었다.

사각, 사각, 사각.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사각, 사각, 사각.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니 어떤 사람이 주저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좀 어려보이는 체구의 그 사람은 소년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작업에 열중한다.

웃으면서, 살거라.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소년은 놀라서 몸을 돌린다. 그 목소리는 낮에 들었던 것과 많이 비슷한 낯익은 것이었다.

탈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곳에 보이는 건 전혀 다른 형상이었다. 한쪽 다리가 없는 늙은이가 자식처럼 보이는 아이의 손을 꼭 쥐어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입가에는 곧 꺾어질 꽃과 같이 애절한 아름다움이 박혀 있다.

꺼지는 미소와 함께 내려가는 눈꺼풀. 그것을 보면서 오열하는 아이.
소년은 그 광경을 보고 알았다.
지금 저기에 있는 두 사람이, 탈이 얘기했던 바로 그들이다.
아비의 눈이 완전히 감기자, 그때서야 비로소 자식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피를 긁어 모아 소리를 내는 것처럼 그 소리는 가슴을 누르는 한이 가득했다. 스치는 바람마다 눈물이 흐를 정도로 애절하다. 계속 듣고 있다가는 머리가 이상해질 정도로 무겁고 슬픈 곡소리였다.

소년은 물끄러미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단순히 아비를 잃은 슬픔에서 저렇게 우는 것만은 아닐 것이었다.
오히려, 아버지의 유언대로 웃지 못했던 자신.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니었을까.

사각, 사각, 사각.

다시 뒤를 돌아보자 아까 작업에 집중하는 그 사람의 등이 다시 보였다. 저 반대편에서 아비의 죽음에 슬퍼하던 자식이었다. 소년은 자식이 만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닮은 바로 그 탈이었다.

칼로 나무를 깎고, 몇 번이나 선을 다듬고 표면을 정리한다. 자식을 돌보듯, 애인을 어루듯 정성스레 만지는 그 손길에는 허튼 마음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붉은 핏빛이 가득했던 그 탈은, 낮에 들었던 대로 자식의 눈물과 함께 검은색으로 물들어갔다. 깊고 고운 멋으로 가득한 독특한 모습이다. 과연 맑게 웃는 얼굴이 숨을 거둔 아비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을 완성시킨 자식은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그리고 몸을 돌려 소년을 마주보았다. 그는 그 탈을 들어 소년에게 건네준다.

.....너도.

알 수 없는 한 마디가 소년의 귓속으로 파고든다. 그의 목소리는 아비와도 같으면서 또한 낮에 들었던 탈의 목소리와도 같았다.

"응."

소년이 차분하게 대답한다.
그는 소년이 대답하는 것을 보더니 가만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조용히 몸을 돌려 어딘가를 향해 걸어간다. 풀이 길게 난 푸른 들판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홀가분해 보였다.
하염없이 걷는 그 모습을 보면서, 소년은 그가 더 이상은 울지 않을 거라 짐작했다.
자신이 들고 있는 탈과 같이, 또한 함께 미소 짓고 있는 자신과도 같이 말이다.
더군다나, 방금 그의 미소는 아비와 닮아 있었다.

-그래.

소년은 조심스럽게 깨달았다.

-그래서

탈은 그렇게 웃고 있었나 보다.




다른 한 명의 소년은 이미 저 멀리까지 가 보이지 않았다. 방금 그가 건네 준 탈을 따뜻했다.


댓글 1
  • No Profile
    라퓨탄 08.11.16 01:48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탈이 웃는 이유..... 흐음... 잔잔한 감동...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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