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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탑과 낚시

2008.11.05 04:4011.05

-탑과 낚시


일찍이 신은 세계와 인간을 창조했다.

신은 그의 자녀들을 사랑하고, 그의 자녀들은 신을 경애했다.

세월이 흐르고, 신의 가호 아래 인간은 처음에 비해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신은 여전히 인간을 사랑했으나, 많은 것을 알게되고, 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 인간은 점차 오만해져갔다. 이윽고, 자신들은 신이 없어도 살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은 분노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자녀를 사랑하던 신은 그들에게 벌을 내리는 대신 하나의 계시를 주었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이제 내가 이 땅에 높고 높은 탑을 세울것이다. 교만한 아이들아, 이 탑을 오르거라.

탑의 끝에 이르는 자는, 너희가 나보다도 더욱 사랑하는 네가지, 부와 명예와 권력, 그리고 영생을 갖게 될 것이다.

부는 이 세상 모든 금은보화를 합친 것의 배의 배가 넘을 것이요, 명예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는, 모든 이가 우러를 빛나는 것이 될 것이다. 권력은 온 세상을 손아래 두고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이 될 것이며, 이 셋을 받은 자는 이 모든 것을 영원히 향유할 수 있도록 주어지는 불로불사의 영원한 생명 또한 손에 넣을 것이다.

그러나, 이 탑에 들어선 자, 정상에 이를때 까지 이 탑을 영원히 떠나지 못하리라. 오르다 지친 이들은 이 탑에서 그 생을 마감할 것이다.

이것을 기억하라. 나의 어리석은 아들 딸들아. 내가 세운 것은 ‘탑’일지니, 너희는 정상을 향해 오르라.’




계시가 있은 후 신은 자신의 계시대로 탑을 세웠다. 세계의 중심에 생겨난 신의 탑. 웅장하고 한없이 우뚝 솟은 탑을 상상하던 사람들은, 신이 세운 탑을 보고 경악하고 말았다. 그것은 마물이 득실거리는 거대한 탑도, 구름을 뚫고 하늘 저편으로 치솟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은 탑도 아니었다.

신이 이야기한 높디 높은 탑의 실체는 나즈막한 단층 건물이었던 것이다.

신에 대한 존경을 예전에 잃어버린 사람들은 그런 탑을 비웃었다.

‘이게 뭐야. 한없이 높은 탑이라더니, 단순한 단층 건물이잖아?’

‘제일 높은 꼭대기라는게 1층을 말하는 것이었나봐.’

‘그렇다는 건 들어가기만 하면, 부와 명예, 권력과 영생을 얻을수 있단 말이야?’

‘마치 애들 장난 같은걸. 이런 곳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겠어.’

수백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동안, 탑을 만만하게 본 무수히 많은 자들이 부와 명예와 권력과 영생을 얻기위해 탑에 도전했다.

대륙에서 제일가는 기사도 있었다.

자신의 용맹을 드러내기 위해 나선 왕자도 있었다.

애달픈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탑으로 들어간 음유시인도 있었다.

수천의 정예를 이끌고 몸소 들어간 황제도 있었다.

각 분야에서 내노라 하는 전문가들을 대동해서 들어간 대부호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중 그 누구도, 단 한명도 두 번 다시 신의 탑이라 불린 그 단층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탑은 더욱 유명해져 갔으나, 그와는 대조적으로, 탑에 오르려는 자들은 손에 꼽을 만큼 줄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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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이 있는 대륙의 중심. 탑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던 곳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느순간부터인가 탑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가 생겨나 있었다. 통칭, 등정자의 도시.

한명의 젊은여성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등정자의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곳은 탑의 등정자들이 탑에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한 곳이기도 했다.

“그 탑은 말이야, 겉보기에는 단층건물이지만, 그 안쪽은 하늘 저편까지 무한히 솟아있는 탑이라고 하더라구. 다들 실패하는 이유가, 그 끝이란게 없기 때문이래.”

“이런 소문도 있더군. 안은 무척 넓은미로로 되어 있어서 올라가긴 커녕 그 미로조차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어 있다고 말이야.”

“안으로 들어가면 마물들이 층층이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더군.”

“그 이야기는 나도 제법 많이 들었지. 들어가자마자 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잡아먹힌다는 이야기 말이야.”

“뭐, 그렇다고는 해도 자네들이나 나나, 그런 이야기는 전혀 믿고 있지 않지 않은가.”

“왜 그렇게 생각하나?”

“죽을 걸 알면서도 들어갈 리가 없기 때문이지.”

“그건 그렇군.”

“와하하하하하”

왁자지껄한 웃음이 주점 구석의 테이블을 차지한 남자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뭔가 대단한 정보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하여 남자들의 잡담을 듣고 있던 그녀는 고개를 내 저었다. 익히 듣고 있던 소문들뿐이었던 것이다.

‘하긴, 대단한 정보를 가진 사람이 있을 리가 없나. 살아나온 사람이 없으니 말이야.’

달리 할 일이 없었던 관계로, 이어지는 쓸데없는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며 술을 홀짝이고 있자, 남자들은 만족할 만큼 술을 즐겼는지 하나둘 떠날차비를 시작했다. 한결같이 자신의 몸집만큼 큰 배낭을 짊어지고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녀는 그들의 배낭안에 들어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해냈다. 아마도, 말린과일과 건육, 약간의 옷과, 도구들, 그리고 물일 것이다. 추측은 무척이나 쉬웠다. 자신역시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크기의 배낭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탑의 안쪽엔 무엇이 있는지, 어떤 구조를 하고 있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모든 것에 대하여 준비를 해야만 했다. 적이 있을지 모르니 무기를 빠트릴수도 없었다. 얼마나 긴 일정이 될지도 모르니, 최대한 많은 물과 식량을 준비해야만 했다. 운이 좋다면 자급자족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밧줄을 비롯한 도구 역시 빠트릴수 없었다. 먼저 들어갔던 자들은 어쩌면 밧줄 하나가 없어서 눈앞에 있는 정상을 두고도 굶어 죽었는지도 모른다.

같은 이유에서 사람들은 파티를 구성해서 등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사람의 어떤 능력이 요긴하게 쓰일지는 아무도 알수 없는 것이다. 지금 떠나려는 이 네명의 남자들 역시 선이 여리고 안경을 쓴 사람부터 근육질의 거구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아마 안의 환경이 어떠냐에 따라서 그들중 누군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그들이 주점의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갈등을 느꼈다.

‘일행에 넣어달라고 부탁을 해 볼까. 혼자가는 것 보단 훨씬 가능성이 높을텐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선 채로 있던 그녀는 그들이 주점문을 열고 시야밖으로 사라지자 다시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두어번의 경험을 통하여 부탁 해 봐야 소용이 없음을 알았던 것이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생명을 걸고 하는 등정이었다. 지인들로 이루어진 팀에 제 3자인 자신을 넣어줄 리가 없었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팀에 넣었다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능한 자란 때로는 무엇보다 큰 짐이 되는 법이었다.

기분이 썩 유쾌하지 못했다. 그녀는 목만 축일생각으로 시켰던 술을 몇병 더 추가했다. 얼마나 마셨을까, 그녀는 자신이 당일 등정하기에는 지나치게 취했다는 것을 깨닫고, 등정을 하루 미루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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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꼭 가야 하겠느냐? 비록 네 아비가 새외로 추방되고, 가문이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네가 있고, 내가 있고, 또 네 남동생이 있지 않니. 어째서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려고 하느냐. 넌 아직 젊다. 네 동생 또한 그래. 살다보면 언젠가는 이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게다.’

‘어머니.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살다보면 언젠가는 우리 가문이 예전의 그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거라고? 정말 어떻게든 될거라고 생각하시나요?’

‘......’

말없이 눈물을 글썽이는 모친을 바라보던 그녀는 14살의 어린 동생을 향해 눈을 돌렸다.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 이 누나가 돌아오지 않거든 네가 어머니와 가문을 지켜야 한다. 알겠지?’

‘누나. 꼭 탑에 가야 하는거야? 어머님 말씀대로 그냥 같이 살면 안돼? 나도 안단 말이야. 그 탑에 가서 돌아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걸...’

‘걱정하지마. 난 성공할거야. 반드시 최초의 등정자가 되어서 돌아올게. 그땐 우리 가문을 내친 황제도, 우릴 적대시하던 가문도 모두 우리의 발 아래서 엎드려 조아리게 될거야.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마. 이 누나, 믿지?’

14살의 소년은 물기어린 목소리로 힘들게 대답했다.

‘...응. 믿을게 누나.’

‘고마워.’

‘누나, 이걸 받아줘.’

소년은 그녀의 손에 무언가를 꼭 쥐어주었다.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자그마한 돌이 실에 꿰여 있었다.

‘...돈이 없어서 이런것 밖에 못했어. 누나 생일 축하해.’

‘아...’

그랬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너무나 혼란스러운 탓에 그녀 자신조차도 잊고 있던 생일. 그녀는 목이 메였다.

‘...고마워. 내생에 최고의 생일선물이야. 부적삼아서 소중하게 간직할게.’

‘응. 다녀와 누나.’

그녀는 소년에게 미소로 화답한 후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모친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 믿고 기다려주세요.’

모친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딸을 힘껏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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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꿈을 꾸었다.

그녀는 자신의 베갯머리가 축축이 젖은 것을 깨닫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 쉬었다. 여관 밖 우물을 길어 가볍게 세면을 하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막 동이 트고 있었다. 다시 잠을 청하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생각한 그녀는, 이왕 눈을 뜬 김에 계획보다 조금 일찍 탑으로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신의 탑이라 부르기엔 지나치게 낮고 자그마한 건물이 코 앞에 다가오자 그녀의 굳센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진다. 아무런 장식이 없는 나무문. 탑의 입구가 눈앞에 다가오자 그녀는 발을 멈추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성공하기 전에는 두 번다시 나올수 없겠지...”

문고리를 잡고 문을 가볍게 민다. 문은 아무런 저항없이 삐꺽 소리를 내며 열렸다.

두려움 때문일까. 그녀는 움찔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문에서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무슨 추태를...’

얼굴을 붉히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른 아침이라 탑의 주위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아랫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다시 열린 문 앞으로 다가선다. 건물안은 뿌연 유백색의 빛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있었다.

‘난 성공할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좌절치 않을 것이다.’

허리춤의 레이피어를 뽑아든다. 건물 안에 들어가는 순간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손에 괴인 땀을 옷에 닦고는 무겁기만 한 배낭을 추스른다.

그리고는 탑의 안으로 힘껏 안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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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1층.

구르듯 뛰어든 그녀는 레이피어를 곧추 세우고 사방을 경계했다. 말로만 듣던 마수가 자신이 들어오는걸 보고 덤벼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취한 행동이었지만...

‘...대체 이곳은...’

그녀는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레이피어를 거두었다. 그리고는 당황해서 주위를 살폈다. 아무것도 없었다. 소문이 무성한 신의 사도도 흉폭한 짐승이 우글거리지도 않았다. 한없이 높은 탑의 내부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넓게 펼쳐진 평원에 미로가 첩첩이 쌓여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곳은 밖에서 본 그대로였다.

쉽게 말해 그곳은 너무나 평범했다.건물의 모양 그대로 원통형의 나무로 된 벽과 광장과 같이 넓고 둥그런 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고풍스런 문양이 바닥과 벽을 수놓고 있긴 했지만 단지 그것 뿐이었다. 창이 없어 외부로부터 빛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벽마다 걸려있는 횟불은 사물을 인식하는데 지나칠 정도의 빛을 제공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본 건물에 비해 더 높지도, 넓지도 않은 평범한 내부의 정경에 그녀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일단 위로 가는 계단을 찾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올라갈 수가 없어.’

혼란스런 생각을 다잡으며 그녀는 천천히 건물의 안쪽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한시간 후, 그녀는 자신이 조금씩 지쳐감을 느꼈다. 목이 빠져라 천정을 살펴보았지만 그 어떤 곳에도 위로 향하는 계단따윈 없었다. 어딘가 장치가 있지 않을까 해서 벽의 돌기란 돌기는 모조리 살펴보기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설로 전해지는 주문 몇가지를 허공을 향해 외쳐보기도 했으나, 건물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녀는 배낭에서 물을 꺼내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은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적인 얼굴로 이리저리 뛰어다닌지 다시 한시간, 으례히 있을법한 출발점표지나 화살표 조차 없는 건물 안을 헤매던 그녀는 문득 어떤것을 깨달았다. 건물내에 울려퍼지는 자신의 발소리가 일정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곳 한군데만 바닥의 소리가 달라. 여긴 비어있는 건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닥을 필사적으로 조사한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그녀는

지하로 통하는 비밀문을 발견했다. 실마리를 찾아냈다는 희열에 찬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바닥의 문을 열었다. 무거울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문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볍게 열렸다.

문을 열자 아래에서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움찔하며 물러서려던 그녀는, 자신을 냉혹하게 꾸짖었다.

‘여기와서 물러설수 있을까보냐!’

용기를 내서 계단을 향해 발을 옮긴다. 조심 조심 발을 옮기던 그녀는 그래도 망설임이 남았는지 위를 향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응? 저게 뭐지?”

천정에는 조금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글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다행히 대륙 공용어였다. 거기엔...

‘축하합니다. 용케 성공하셨군요.’

라는 밑도 끝도 없는 말이 쓰여 있었다.

‘성공하다니? 뭘 성공해? 용케 비밀문을 찾아냈다라는 의미인가?’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글씨에 대해 미련을 버렸다. 뭐가 어찌되었건 두시간 넘게 뒤져서 찾은것이라고는 지하로 향하는 이 비밀문 하나 뿐이었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는 망설임을 털어버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문을 열었을때 저 글자가 떠올랐으니, 적어도 길은 맞게 찾았다는 이야기겠지. 좋게 생각하자.’

용기를 다시 한번 북돋우고는 내려가는 발걸음에 힘을 불어넣는다.

위에서 ‘스릉’ 하는 문이 닫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하 1층.

지하로 내려가자 마자 주위의 모습이 일변했다. 그녀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지하를 향하는 끝도없이 뻗어있는 원통형의 수직 동굴. 아니 동굴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넓고, 아름다웠다.  원통형의 수직 통로를 감싸고 나선을 그리며, 아래로 아래로 뻗어있는 넓고 무한한 계단은 자신이 밟고 있는 계단과 이어져 수직 통로와 같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층을 나누기라도 하듯 수직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을 두르고 있는 횟불은 끊임없이 타오르며 통로를 환히 밝히고 있었다.

“여긴, 회랑. 거대한 지하 회랑인가... ”

배낭의 끈을 꼭 붙잡고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내려가던 그녀는 계단의 난간을 붙잡고 수직공동의 아래쪽을 조심스럽게 내려다 보았다. 빛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아, 무한이라고 느껴지는 깊고 깊은 나락. 어딘가로부터 올라온 서늘한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그녀를 소스라치게 만들었다. 침을 꿀꺽하고 삼키는 소리가 회랑에 울려퍼진다. 그녀는 허리춤의 레이피어를 꼭 잡은 뒤 멈춰버린 발걸음을 다시 떼었다.

지하 50층

아무것도 없었다. 층계를 지키는 괴수도, 방심을 유도해 허점을 찌르는 트랩도 없었다. 지하 특유의 습한 공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있는것은 서늘하고 맑은 바람뿐.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바람소리에는 소름이 돋았으나, 그 외에는 모든 것이 괜찮았다. 매 층마다 잊어버리면 큰일이라도 난다는듯 빠지지 않고 벽을 두르고 있는 횟불은 지나칠 정도로 밝아 어둠에 의한 공포를 느끼지도 않았다. 클 뿐만 아니라 무겁기까지한 배낭을 짊어지고 50층이나 왔는데도 불구하고 몸이 지치기는 커녕 오히려 가벼워 지고 있었다. 등짐의 무게도 어째서인지 더욱 가벼운 듯 느껴졌다. 그녀는 조금은 편안한 기분이 되어가는 자신을 느꼈다.

지하 200층

반복되는 계단, 계단. 반복되는 계단의 층계는 어딘지 모르고 몽환적이다.

지하 300층

배낭의 무게는 점점더 가벼워 지고 있다. 아직 묵직한 느낌은 나지만, 이정도라면 거의 신경이 쓰이지 않는 수준이라 할만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단 걸음을 멈추었다.

‘식사라도 할까.’

배도 고프지 않고 목도 마르지 않았지만, 마냥 걸어내려가는 행동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에게 변화를 주기 위해 그녀는 발을 멈추고 배낭을 벗었다.

약간의 건육과 마른과일을 꺼내 입으로 밀어넣는다. 애초에 맛을 포기한 양분공급만을 위한 식량들이라, 식사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물로 입을 헹군 그녀는 정말 배가 고파오기 전에는 다시 식사를 하지 않으리라 결심하며 배낭을 꾸렸다.

지하 600층

스무시간은 족히 걸었을 것이다.

‘계산해 볼까. 한 층을 내려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2분이라고 한다면, 1200분. 역시 스무시간이네’

그녀는 지금 지금 자신이 스무시간동안 거의 쉬지도 않고 계속 걸어내려왔음을 상기했다. 그럼에도 피곤치도 졸리지도 않는다. 아니, 애초에 땀한방울 흐르지 않는다. 그것뿐인가, 배도 고프지 않고 목도 마르지 않았다.

등에 짊어진 배낭은 지금에 와서는 등에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손을 뒤로 돌려 확인해 본다. 큼지막한 배낭은 여전히 거추장스럽게 자신의 등에 메달려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곳은 신의 탑.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놀랄일은 아니지만...




지하 1500층

여긴 시간이 멎어있다.

그녀는 그렇게 느꼈다.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있다면 자신이 몇층이나 내려왔는지를 이용해 계산하는 방법뿐. 하지만 자신이 몇층에 있는지를 잊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곳엔 몇층이라는 표시조차 없으니...


지하 3000층

마냥 걷기를 반복한다.

시간을 계산해 본다. 3000층이니, 6000분이다. 그렇다는건 100시간. 대략 4일이 지난 셈이다. 그녀는 자신이 4일간을 단 한숨도 쉬지않고 줄곳 걸어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피로한일은 없다. 항상 기력은 충만. 이곳이 세상과 동떨어진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한다. 신은 과연 탑을 오르는 자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일까.

지하 5000층

엄습하는 고독감. 앞선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서둘러보기도 하고, 뛰어도 보았다. 그리고 네시간 가까이를 뛰어본 결과, 그녀가 깨달은 것은 소용없는 짓이라는 것이었다. 바람소리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정적뿐인 지하회랑이라면 작은 소리도 하나도 크게 울릴법도 한데 이제껏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자신보다 하루 앞서간 남자들이 문득 떠올랐다. 그들은 어찌 된 것일까. 대충 10시간 정도를 두고 출발했으니 그들과의 차이는 300층.  그정도 차이라면 소리가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겠지.

지하 8000층.

고독을 잊기 위해 노래를 불러 보았다. 이리저리 반사되며 지하 회랑에 울려퍼지는 자신의 노랫소리. 그 소리가 너무나 공허해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외롭다. 외롭다. 외롭다.

두 번다시 혼자 노래를 부르지 않으리라.

지하 12000층

등짐은 벗어던진지 오래였다. 이곳에선 전혀 쓸모가 없었다. 그녀의 이런 선택은 다른 이들에 비하면 꽤나 늦은편이었다. 대략 지하 8000층을 지난 후 그녀는 계단을 내려가며 온갖 물건들을 발견했다. 그녀가 등에 지고 있는 것과 같은 용도의 배낭을 비롯하여, 갑옷, 로프를 비롯한 각종 등반도구, 그리고 그녀로서는 용도를 짐작할 수 없는 각종 공구까지 말이다. 귀금속을 비롯한 각종 보석들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처음엔 아까운 마음에 보이는 족족 귀중품을 주워담았으나, 얼마 못가 모두 바닥에 버려버렸다. 등정에 실패하든 성공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물건들이었던 것이다.

“이것도 필요없겠지...”

허리춤의 레이피어도 바닥에 집어 던진다. 이것 역시 여기선 쓸데없는 물건일 뿐이었다.

지하 15000층

이상한 것이 있었다. 사람형상을 한 돌로된 석상이었다. 이전에도 먼저 길을 간 사람들이 버리고 간 많은 물건들을 보았지만, 이런건 처음이었다.

석상의 모습은 기이했다. 바닥에 주저 앉은 채로 눈을 감은 모습.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듯한 그 모습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그녀는 그만 눈을 돌리고 말았다.

‘등정자가 저런 석상을 여기까지 갖고 왔을리는 없을테니... 애초부터 놓여있던 장식품이겠지.’

하지만, 이제껏 내려오면서 단 한번도 본일이 없는 장식품 따위가 이제와서 놓여있는 이유는 뭐지.



지하 20000층?

이곳이 정말 지하 20000층인지는 알 수 없었다. 멍한상태에서 내려오다 그만, 이제껏 단 한번도 빠트리지 않은 셈을 그만 잊어먹고 만 것이었다. 애써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애썼지만, 같은 풍경만이 반복되는 이곳에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어버린 그녀는 몇층인지 셈하기를 아예 포기해 버렸다.

지하 ?????층.

이전에 본 석상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결같이 바닥에 주저앉은 모습. 눈을 감은 모습도 있었고, 시선을 위로 향한자도 있었다. 고개를 숙인 모습도 있었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모습의 석상도 눈에 띄었다. 그녀는 한 석상앞에서 발을 멈춰 세웠다. 눈을 부릅뜨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듯한 모습의 남자를 묘사한 석상이었다.

‘절망에 젖어버린 눈동자를 이렇게까지 리얼하게 묘사하다니...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야... 그렇다면 신의 작품일까...’

간혹 길을 막고 있는 석상들을 밀어내기도 하고 뛰어넘기도 하며 그녀는 계속 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지하 ???????층.

이곳이 몇층인지는 알 수 없었다. 더불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걷기를 계속 할 뿐이다.

무언가가 자신의 안에서 마모되고 있었다. 몇층인지 셈하기를 그쳤기에, 어느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수 없지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자신은 지금 1년이 넘도록 휴식한번 없이 줄곧 지저를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에는 활력이 넘쳤다. 그렇다면 마모되고 깎여나가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정신이고, 자아였다. 의지가 있던 자리는 어느샌가 비어버리고 그 안을 절망이 대신 채워가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짓씹었다.

‘난 절대 포기하지 않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내려가줄테다.’

지하 ?????????층.

계단의 군데군데에 놓인 석상의 수는 늘어만 갔다. 무심한 눈동자로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석상들을 둘러보며 기계적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발을 멈추고 말았다.

‘내가 왜 멈춘걸까... 발을 멈출 이유가 없는데...’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한순간 크게 벌어졌다. 경악의 눈동자. 수년간 이길을 걸으며 단 한번도 이만큼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겪어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그녀가 한 석상 앞으로 다가갔다. 안경을 쓴 학자풍의 호리호리한 남자의 석상. 여느 석상이 그러하듯 그 석상의 눈동자 역시 절망에 물들어있었다.

“이건... 이 사람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 석상의 남자는 그녀가 몇 년전 탑에 들어오기전 등정자의 도시에 있던 한 주점에서 본 그 남자였다.

“아아아...”

그녀의 입에서 알수없는 신음소리가 새 나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제껏 보아온 모든 석상들은 이전에 탑에 들어왔던 등정자들이었던 것이다.

지치고 좌절해버린 등정자들. 가던길을 포기하고 주저앉기를 선택한 등정자들. 그들이 변해버린 모습.

“아아아아악!!!”

지하 ??????????????????층

이제야 이해한다 .신이 제시한 문제는 이 끊임없는 지하를 걷고 또걸어 포기하지 않고 그 끝에 도착하는 것일게다. 피곤치않는 몸. 갈증이 무엇인지, 배고픔이 무엇인지는 잊은지 오래다. 이것은 정신력의 강인함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엄습하는 고독을 얼마나 버텨낼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인것이다.

외롭다. 외롭다. 외롭다.

이순간에 말 한마디를 나눌 동료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무언가가 북받혀 올랐다.

눈물이 흐른다.

탑에 들어온 이후 수도 없이 흘렸던 눈물이었다. 그리고 울 때마다 결심했다.

‘난 지지 않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착할테다.’

그래서 그녀는 슬프고 괴로울때마다 눈물을 참지 않았다. 그녀에게 남은것이라곤 이제 그것 뿐이었다.

지하 ????????????????????????????층

몇 년이 지난걸까? 아니면 몇십년? 어쩌면 몇백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간혹 바닥에 떨어진 거울을 통해 얼굴을 비춰볼때마다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자신의 젊은 모습이 보이곤 하는 것을 보면, 몇백년이 지났다고 느끼는 것은 나의 착각일뿐, 탑에 들어온지 단지 몇일밖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난 왜 내려가는 걸까.

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난 누구지?

내려가는 것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려가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목적도 없다. 남은것은 오로지 내려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뿐.

그녀는 걷고 또 걸었다.

또박, 또박, 또박...


최하층.

다시 시간이 흘렀다. 무한같기도하고, 한순간 같기도 한 시간이 흘렀다.

한칸 한칸 밟아내려가던 계단이 보이질 않고 있었다.

그녀는 계단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내려가야해. 내려가야해. 왜 계단이 없는거지,... 난 내려가야 하는데...’

졸졸졸...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왔다. 계단을 찾아 사방팔방을 찾아 헤매던 그녀는 물소리에 이끌려 비틀거리는 걸음을 옮겼다.

작은 샘이 있었다. 샘에 다가간 그녀는 멍한 눈동자로 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졸졸졸...

졸졸졸...

졸졸졸...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몇일이고 몇일이고 주저앉아 바라보던 그녀의 눈에 문득 목에 걸린 목걸이가 들어왔다. 조잡한 문양이 새겨진 돌에 실을 꿰어놓은건 뿐인 하잘것 없는 목걸이. 가슴 한구석이 쿡 하고 쑤셔왔다.

“아아... 아아아...?”

그녀의 눈동자에 조금씩 이성의 빛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혼탁하던 의식이 조금씩 맑아진다.

난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난 무엇을 하던 도중인가.

한순간에 모든 해답을 떠올린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계단이 없어. 내려가는 계단이 없어.”

목소리에 희열이 섞여들어간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다는 이야기는 여기가 최하층이라는 의미였다. 더 이상 내려갈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한량할수 없는 고독과 절망을 이겨내고 드디어 목적한 바를 이루어 낸 것이었다.

“난 해낸거야!!! 아아아아!!!”

지하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함성을 올린 그녀는 기쁨에 찬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려온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소원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조금 진정이 된 그녀는 그제서야 여유를 갖고 최하층을 차분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곳은 무척이나 넓었다. 마을 하나가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거대한 광장. 그녀는 그 공간에서 무척이나 눈에 익은 것을 발견했다.

“석상...? 왜 이런곳에...?”

좌절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석상. 석상이 이미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이 변해버린 모습이란걸 알고 있는 그녀는 혼란에 쌓였다. 이 석상이 지하에 있다는 것은 이 사람은 이곳에 도착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지하까지 와서 좌절했다는 이야기인데... 있을수 없는 일이였다. 최하층까지 찾아오지 않았던가. 이제 부와 명예와 권력을 거머 쥘 일만 남은 자가 절망할 일이란게 대체 무엇인가...

혼란스러운 머리를 흔든다. 그리고는 다시 지하광장을 둘러본다. 석상은 하나뿐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석상. 열 개 스무개가 아니었다. 적어도 백개가 넘어보였다.

“어떻게 된 일이지....? 이 사람들은 여기까지 와서 대체 왜!!!”

조금전까지 가슴속에 가득하던 희열과 기쁨의 감정이 한순간에 참을수없는 불안으로 변한다. 무언가가 있었다. 여기까지 내려온 자들이 원하는것도 이루지 못하고 절망할 만한 무언가가. 그렇다면 그걸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을 극복하고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애써 진정하며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던 그녀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광장 저편에 석상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이 있었다.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석상과는 비교할수도 없는 밀도. 그녀는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무더기로 모여있는 석상을 발로 차고 손으로 헤치며 그 중심을 향해 달려간다.

“뭐가 있지? 이들을 이렇게 절망의 나락으로 빠트려 버릴만한게 대체 무엇이지? 약속된 부가 적었던 걸까? 만족할 만한 명예를 얻을수 없었던걸지도 몰라. 아니면, 영생이란건 거짓이었던 걸까?”

빽빽한 석상을 뚫고 들어가자 그 석상무더기의 중심에 꽃혀있는 작은 팻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저 팻말이 이들이 이렇게 되어버린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 그랬듯이 팻말을 앞에 둔 그녀는 서서히 발걸음을 늦췄다. 두려웠다. 여기에 무엇이 적혀있는지 알수는 없지만, 자신과 같은 과정을 겪으며 여기까지 내려온 자들을 한순간에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트려버릴만한 어떤것이 적혀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아냐. 난 괜찮아. 난 어떠한 것을 보더라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어. 부와 명예, 권력중 하나만 선택하고 나머지 둘은 포기해야 한다고 적혀있더라도 괜찮아. 그래.’

마음을 단단히 다잡은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눈을 떴다. 그리고는 팻말에 적혀있는 글자를 큰 목소리로 소리내어 읽었다.

“여기가 출발점입니다! 꼭대기까지는 앞으로 몇층?”

지하 광장에 석상이 또 하나 늘어났다.

fin.

aomezase@naver.com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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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퓨탄 08.11.13 01:59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근데 왠지 결말이 코믹하게 느껴지는데.. 그렇게 느껴도 되는 건지....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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