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잡지 월간 ‘먹거리’ 사무실은 다음 달에 내놓을 기사 준비로 분주했다.

“이기자! 그 햄버거 집, 취재 아직 안 끝났나?”
“죄송합니다. 워낙 그쪽에서 인터뷰를 완강하게 거절해서요.”
“아니! 왜 거절한다는거야! 요즘 맥도널드나 롯데리아보다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햄버거 집이 말이야!”

동안의 이기자는 국장의 잔소리에 답답해 죽을 지경이였다. 유명한 햄버거 집의 취재를 맡게된 그녀는 몇 번이고 햄버거 집의 맛의 비밀을 캐내고 그에 대한 특집을 잡지에 실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쪽에서 인터뷰를 거절하는 탓에 기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취재를 하도록 해! 그렇지 못하면 책상 치워!!”

국장의 고함소리를 뒤로하고 이기자는 한숨을 푹푹 쉬며 책상에 앉았다. 그런 그녀를 옆에 있던 동료가 그녀를 토닥거려줬다.

“이기자, 또 실패야?”
“그래, 정말 저쪽이 너무 완강해. 선전도 될것이니 인터뷰에 응해달라고 몇 번이나 말해봤는데.... 요지부동이야.”

햄버거 전문점 ‘천국’. 햄버거 전문점 이름으로는 특이한 이름이였지만, 그 이름은 최근 사람들의 입을 타고 널리 알려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각종 TV나 잡지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그 곳은 어떤 일인지 완강히 그 모든 인터뷰를 거부한채 묵묵히 햄버거만 만들어 팔고 있을 뿐이였다. 하지만 그들이 인터뷰를 거절할수록 이기자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얼마나 비장의 조리법이 있기에 그렇게 인터뷰를 거절하는 걸까?

“차암, 진짜 이러면 잠입취재라도 한번 해볼까?”
“왠 잠입수사?”
“으음... 예를 들면 알바생으로 변장하고 몰래 취재를 한다던가. 하는 거 말이지..”
“응? 그래서 기사에 낼 수 있겠어?”
“뭐 외부 정보원을 이용한 취재라고 둘러대면 될 것 같은데. 한 페이지라도 간단히 그 사람들 특집을 만들고 싶단 말이야.”
“흐음.... 그런데 니가 아무리 동안이라지만 안들킬까?”
“후후... 마침 좋은 기회가 있는 것 같아. 동생 주민등록증을 빌려서 한번 가봐야 겠어.”

이기자는 자신의 책상에 놓인 ‘천국’의 알바 모집 광고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후와... 여전히 사람이 많네.”

햄버거 전문점 ‘천국’은 여전히 햄버거를 사려는 사람들로 발딛을 틈이 없었다. 이기자는 그런 사람들을 해치고 나가서 점원에게 문의를 했다.

“저기, 햄버거 사실거라면 줄을 서주시겠습니까?”
“아니요! 전 알바 모집 광고를 보고 온건데요.”
“어머, 잠시만요. 사장님! 알바 지원생 왔어요.”

그 말에 왠지 후덕해 보이는 몸매가 푸짐한 주인장이 나와 이기자를 맞았다.

“허허, 알바 지원하러 왔다고요?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이소연, 이라고 해요. 여기 주민등록사본이랑 지원서...”
“음... 이제 20살이라. 일은 성실히 잘 할 수 있나요?”
“예!”

정말 다행이였다. 자신보다 10살정도 어린 동생은 몸집이나 얼굴 생김새가 자신과 많이 닮아 동생 주민증을 내밀면 자신의 나이를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주인도 이기자를 마음에 들어했는지 씩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마음에 들었어요. 내일부터 와서 일하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앗싸, 성공.’

이기자는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다음 날, 이기자는 지정된 시간에 나와 일을 시작했다. 그래도 첫날이라. 주인이 직접 주방이나 카운터등을 안내하며 앞으로 할 일을 알려주는 정도였다.

“자, 여기가 조리대에요. 2교대로 고기를 굽고 햄버거를 조립해야 하니깐 조리대 기구 쓰는 법도 잘 익혀두세요.”

이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리대 쓰는 방법을 받아적는 척 하며 내장된 팬 카메라로 주방 내부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이기자의 눈에 특이한 것이 들어왔다.

“십합일인사?”

주방 맨 꼭대기에 무척이나 달필인 붓글씨로 十合一人死라는 글이 써있었던 것이였다.

“아아, 그거 우리 가게의 좌우명이에요.”
“좌우명이라니요?”
“열사람이 먹다 한사람이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음식을 만들자는 거죠.”

하지만 이기자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도 제법 한자에 대해서는 많이 알았지만 점장의 설명과 족자의 한자는 전혀 맞지 않아다.

“그런데 한자가 좀 이상한거 같은데요.”
“아, 소연씨는 잘 모를지도 모르겠네요. 저건 파자로 만든 한자입니다.”
“파자?”
“삼국지의 조조 아나요? 조조가 예전에 어떤 사람이 진상한 타락죽을 한모금 마시고는 그 그릇 뚜껑위에 合 자를 적고 말없이 가버렸죠. 다른 사람들은 그게 무슨 뜻인가 몰랐는데 한 현명한 신하가 그 뜻을 알아채고는 자신도 그것을 한모금 마시고 이리 말했죠 ‘合을 물어내면 人一口, 즉 한 사람당 한입씩 먹으라는 소릴세 어서 들게나.’ 그래서 저 합자는 人一口 즉 풀자면 열사람이 햄버거를 하나씩 먹고 있는데 한 사람이 죽어도 모른다 라는 뜻으로 저렇게 쓴거죠. 뭐 엉터리 한자긴 하지만요.”
“헤에....”

이 후덕해 보이는 사장에 높은 학문에 이기자는 놀라며 그 족자도 몰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며칠 후 저녁, 이기자는 자청해서 가게 정리를 맡아 혼자 남게 되었다. 며칠동안 가게에서 일을 했지만 가게 냉동고에는 한번도 출입 못했던 것이였다. 가게 냉동고에는 항상 점장만이 출입 할 수 있었으며 그는 항상 신선한 고기를 그곳에서 꺼내왔었다. 특히 원재료에 관한 모든 관리를 사장이 직접해서 이기자의 의심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분명 이 가게의 비밀은 고기에 있어! 무슨 고기를 쓰는지 꼭 밝혀야 해.”

그리고 이렇게 기회가 온 것이였다. 점장도 왠일인지 냉동고 열쇠까지 딸린 가게 열쇠를 통째로 그녀에게 맡기고 일찍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이기자는 얼른 청소를 끝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냉동고를 열었다. 싸늘한 냉동고 안에는 잘 잘린 고기들이 가지런히 걸려있었고, 그 안쪽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

“흠.. 그런데 처음 보는 고기네. 소고기나 돼지고기랑은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희귀한 고기를 쓰나?”

이기자는 정신없이 카메라로 냉동고 안에 풍경을 찍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냉동고의 문이 덜컹하고 닫혀버렸다.

“무, 무슨!”
“여기서 뭘 하는거죠 소연씨?”

냉동고 안에는 집에 돌아갔다던 사장이 여전히 그 후덕한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아.... 아하하하!! 실은 저도 이런 햄버거 가게를 하나 차려볼까 하고 한번 보고 있었어요.”
“아하.. 그런 거군요. 그래도 잘 알았네요. 우리집의 맛의 비밀이 고기에 있다는걸.”
“아, 아예. 냉동고는 사장님만 들어가시니깐..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렇군요. 그럼 한번 안쪽도 볼래요? 기왕 소연씨가 마음에 들었으니 내가 잘 가르쳐 주지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사장은 이기자에게 냉동고 열쇠를 받더니 덜컹거리며 안쪽 문을 열기 시작했다. 안쪽은 불도 잘 안켜져서 어두침침하기 그지 없었다. 이기자는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들어서며 어떻게든지 안을 샅샅이 보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때 사장이 말했다.

“아, 소연씨. 우리 가게에 걸려있는 족자의 뜻, 다른 뜻이 있는거 아나요?”
“예? 다른 뜻이요?”
“흠.... 뭐냐하면.... ‘열사람의 입으로 한 사람의 죽음이 들어간다’라는 뜻이 숨겨져 있답니다.”

그 순간, 이기자는 냉동실의 모습을 모두 보고 경악을 하며 눈을 크게 부릅뜨며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장의 손에는 날카로운 사각 식도가 들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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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안녕하세요. 실은 이런 곳에 올리기 참 부족한 퀄러티의 글이지만
버리기 아까워 올려봅니다. 이 글은 아는 지인과 대화방에서 이야기를 하다 소재 3개를 가지고 50분 안에 소설을 만드는 '놀이'에서 탄생한 작품입니다. 소재는 '햄버거, 잡지, 한자'였죠.... 급하게 별 생각없이 떠오른걸 쓰다보니 너무 뻔한 소재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냥 예쁘게 봐주세요(굽신굽신)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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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복솔 09.01.09 23:05 댓글 수정 삭제
    잘 봤습니다.. 합 = 십인구라는 것은 예전에 본 기억이 있는데.. 여튼 제목이 괜찮네요. 결말은 예상한 대로였지만, 그래도 제목과 연관 짓는다는 점이 독특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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