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초승달 두 개.

2009.02.06 02:0002.06

재웅이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선 건 뿔난 어머니의 성화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달 전만 해도 어머니는 은근히 기대에 들떠있었다.
어머니는 한 집 건너에 있는 2차선 도로가 4차선으로 넓어지면, 분명 도로 쪽 앞집은 헐릴 것이고, 그럼 대지 100㎡의 우리 땅에 작은 건물을 새로 짓고 상가를 새낼 계획이었다. 어머니는 어디서 들었는지 도로가 넓어지고 집이 도로에 인접하게 되면 일반주거지역에서 분명 준주거지나 상가지역으로 용도변경이 이뤄지고, 50%이하였던 건폐율도 70%까지 늘어날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상가건물은 주택보다 건축비용이 적게 들고 다달이 세도 들어오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서 해볼 만 하다고 하셨다.
그런데 도로가 넓어진다고 좋아했던 어머니가 급변한 건 구청에서 [도시계획 확인원] 한 장을 발급 받으면서였다.
어느 날, 집을 시세의 반도 안 되는 헐값에 팔라는 복덕방의 제안에 상가를 짓겠다며 큰소리치시던 어머니가 중계인의 말을 듣고는 구청에 가서 [도시계획 확인원]을 발급 받았다. 태어나고 평생 그런 도면을 본 적 없던 어머니는 구청 직원에게 물었다고 한다.
"32-9호가 우리 집인데 이게 도로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 거유?"
대답은 어머니의 한숨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집까지 반 토막이 난단다."
반 토막.
재웅은 제일 먼저 50㎡에 지울 수 있는 건물을 계산해보았다.
35㎡, 바닥이 10평 남짓한, 3층으로 짓는다면 건물이라기보다 타워에 가까울 건물이었다.
'과연 그런 건물을 짓는다고 새가 나가긴 할까? 여기가 땅값 비싼 명동도 아닌데.'
그날부터 어머니와 이웃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팻말을 만들더니, 두툼한 외투에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구청을 찾아갔다. 대부분 도로 확장으로 집이 반 토막나는 사람들과 아예 가게가 없어지는 도로변 상가 입주민들이었다. 그러나 구청장을 만나는 건 하늘에 별을 따는 것보다 힘든 일이었다. 심지어 구청 건설과 사람들도 그들을 피했다. 선거철에는 가는 사람 쫓아와서 억지로 손잡고 허리 숙여 인사하던 시, 구의원들도 이제는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아니 오히려 시끄럽다며 역정을 내며 경찰들을 시켜 사람들을 내쫓았다. 결국 시위대는 그나마 만만한 공사현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미 4차선으로 넓어진 사거리 아래쪽을 향해 결사반대를 외쳤다. 그러기를 한달 남짓.
오늘도 주민들의 시위는 이어졌다. 그리고 그 중에 재웅이 있었다.
어머니가 구청과 구의회로 찾아가 시위를 할 때만 해도 재웅은 그저 집에서, 마치 산전수전 다 겪은 역전의 용사라도 되는 냥 경찰과의 대치를 읊어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그러다 주말을 맞아 닫힌 구청 대신 집에서 고작 100m도 떨어지지 않는 사거리에서 반대시위를 하자 재웅도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따라 나와야 했다.
공기 단축을 위해 주말도 잊은 공사장 인부들은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커다란 드럼통에 허문 건물에서 나온 폐목재를 태우며 사거리 건너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재웅과 동네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전 직원들은 넓어진 도로에 맞게 전신주를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생존권 위협하는 도로확장 결사반대!"
"구청은 생존권을 보장하라!"
"이주대책 없는 공사 강행. 서민들은 죽으란 말이냐!"
재웅은 어머니가 쥐어준 팻말을 어깨에 기대어 들고 그저 입만 뻥긋하며 흉내내고 있었다. 재웅은 이런다고 공사가 취소되진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한테, 특히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에게 쌍욕이나 먹겠지.
그런 재웅의 눈에 이상한 사내가 띄건 그가 담배 생각이 간절해 잠시 어디 짱박혀 담배 피울 곳을 찾던 무렵이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는 금빛 나는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재웅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그 광택이 진짜 황금처럼 보였기 때문인데, 그건 정말 황금, 조금 찌그러지긴 했지만 정말 황금처럼 보이는 안전모였다. 그리고 사내는 흔치 않다기보다 처음 보는 황금색 서류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50, 60대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주축인 시위대는 그런 사내의 안전모와 서류가방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공사관계자로 보이는 그의 안전모와 옷차림새 때문에 사람들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왔다, 왔다, 왔다. 왔어."
"얘를 보냈구만."
"아이고, 그래도 디뎌 한 달만에 비싼 얼굴 내밀어주시네."
앞에선 한 아주머니가 차가운 시선을 던지고 돌아서며 말했다.
사내는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걸음을 재촉하며 다가와 꾸벅 인사를 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 계셨군요. 어제 소식을 듣고 구청에 갔었는데 한 분도 안 보이셔서 어디 가셨나 했습니다."
입술을 옹골지게 다물고 작정하고 선 시위대를 향한 사내의 미소는 뭐가 그리 좋은지 환하기만 했다.
재웅은 공사관계자로 보이는 그가 저렇게 즐겁게 웃다가 어떻게 돼서 돌아갈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했지만, 사내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계속 웃고있었다.
사내는 잠바 안주머니에서 안전모와 같은 황금색 만년필을 꺼내며 말했다.
"여러분은 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거죠?"
"당연한 거 아니유? 30년 동안 살아온 집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성난 주민의 대답에 사내는 아랑곳없이 황금색 서류가방에서 노란 종이 꺼내며 말했다.
"예, 그렇죠. 사실 저도 이번 도로 건설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충분한 우회도로가 있는데 굳이 넓힐 필요가 없죠. 기껏해야 30분 정도? 그 정도밖엔 단축 효과가 없어요.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죠."
"그런데 왜 공사를 강행하는 거유?"
키 작은 한 할머니가 사내의 턱 밑에서 사내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저야 드릴 말씀이 없네요. 계획은 이미 20년 전에 세워진 거죠. 제가 기어다닐 때요."
"그렇게 오래된 구닥다리 계획 취소하면 되는 거 아니오?"
누군가 소리쳤다.
취소? 재웅은 얼굴을 찡그렸다. 재웅의 생각에도 그건 어림없는 소리였다.
어머니가 떼어온 [도시계획 확인원]을 보니 이미 20년 전에 뒷산에 경기도와 연결되는 터널을 뚫겠다고, 그리고 그 터널과 이어진 도로를 확장하겠다고 계획선이 그어진 상태였다. 반대하려면 20년 전에 했어야 했다.
그러나 사내는 여전히 미소를 띈 채 말했다.
"취소는 어렵죠. 이미 공사가 진행중이니까요."
사내의 말에 재웅은 이미 4차선으로 넓어진 사거리 아래를 돌아보았다.
"그럼 여긴 왜 온 거요?"
흡사 멧돼지를 연상시키는, 거무튀튀한 피부의 담뱃가게 김씨 아주머니가 사내의 미소에 주먹이라도 날릴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는 여러분의 요구조건을 알아보려고 온 겁니다. 이미 공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최대한 여러분의 요구를 들어주려는 거죠. 그게 저희 회사 방침이고요. 지구를 통째로 옮겨달라거나 하는 터무니없는 요구만 아니라면 저희는 여러분의 요구를 들어드릴 겁니다."
사내의 말에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요구가 터져 나왔다.
"내가 원하는 건 딱 하나요. 어차피 공사하면 토막난 땅에 뭘 지울 순 없으니까. 아예 그 땅도 수용하고 100% 보상을 해달라는 거지."
"보상만으로 되나. 공시지가가 얼만데, 그 보상으로 어디 전셋집이나 장만할 수 있어? 차라리 우리에게 이주할 집이나 뭐 장사라도 할 그런 걸 요구해야지."
누군가 구시렁대며 말했다.
"그래요. 시영주택 같은 거 주면 좋잖아. 지금 보상금으로는 우리 식구들 같이 살 방 한 칸 구하기도 어렵다고요."
"여러분의 요구가 그런 겁니까? 가족들이 같이 살 집?"
사내가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뭐, 그래 준다면야."
사내의 말에 시위대 여기저기서 수군거렸다.
그러자 사내는 마치 보험 계약을 채결하러온 보험사 직원처럼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황금색 서류가방에서 노란 종이를 꺼내 돌리기 시작했다.
"그럼, 여러분의 주소와 연락처를 적어주시겠습니까. 그럼 저희 회사에서 여러분 요구조건을 수용해 조치를 취하도록 하죠. 그 정도라면 제가 생각해도 정당한 요구 같군요."
사내의 말에 재웅은 뜨악한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어딘가 애송이 티가 나는 초짜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 이 사람들에게 시영주택을 지급하다니. 사실 준다면야 이 보다 좋을 순 없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해줬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나 사내는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자신이 무척 뿌듯한 듯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몰려드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종이는 충분하니까 염려 마세요. 우선 여러분 성함과 주소, 가족수, 그리고 요구조건이 다른 분은 따로 요구조건을 적어주세요. 적지 않으신 분은 모두 시영주택으로 이주를 원하는 걸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여기 오늘 안 나온 사람도 있는데."
누군가의 말에 사내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종이를 드릴 테니, 좀 전해주시겠어요? 내일 제가 다시 와서 회수해 가겠습니다."
사내의 친절한 말에 사람들은 마치 당장 시영주택에 입주하게 되기라도 한 듯 좋아라하며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아, 그럼, 그럼. 내가 종려네 갖다주고. 몇 장 필요하지? 안 온 사람 더 없어?"
"교식이네, 윤재네, 성준네."
"용배네. 남식이네, 순현네, 그리고 또 누가 안 왔지?"
"용태네, 종주네, 광재네, 대일이네, 그 집들은 왜 안나온 거야?"
"용태네는 친척 결혼식 간다고 갔고, 광재네랑 대일이네는 교회 갔다온다고 했는데."
"강식이네도 안 왔잖아, 사돈 생일이라고 같이 밥 먹는다고."
"만수네는?"
"그 집은 벌써 집 팔고 갔어."
사내는 전단지를 뿌리듯 사람들이 달라는 대로 종이를 나눠주고 내일 찾아오겠다며 돌아갔다.
재웅은 멀어지는 사내의 뒷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보면서 '이거 혹시 사기꾼이 개인정보 도용을 위해 사기를 치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종이에는 그저 이름과 주소, 가족수와 같은 인적사항과 요구조건만 적는 공간이 있을 뿐, 주민번호나 은행계좌 같은 중요한 개인정보, 심지어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항목조차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사람들이 인적사항을 적은 종이를 들고 다시 사거리에 모이자 사내는 종이를 걷으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처음에 나눠줬던 종이보다 더 노란 딱지를 나눠주며 말했다.
"종이 받아가세요. 1가구당 한 장입니다. 이게 있어야 집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근데 정말 집을 주는 거요?"
한 아주머니가 묻자 사내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어제 회사와 연락했는데, 오히려 그 정도의 요구에서 끝난 걸 다행으로 여기던 걸요. 아마 내일이면 이주가 시행될 겁니다."
"그렇게 빨리?"
"구청에선 아무 말 없었는데."
사람들이 못 믿겠다는 듯 수군거리자 사내가 말했다.
"이주대책은 구청 같은 정부기관과 상관없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단독으로 처리하는 거죠. 그러니 저희를 믿고 따라주시면 됩니다."
"이거 완전 사기 같은데."
혹시나 하고 나와본 재웅이 어머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나 재웅의 어머니는 오히려 성을 내며 말했다.
"코 빠뜨리지 마라잉!"
아무도 재웅의 말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한번 믿어보자는 마음뿐이었다.

집에 돌아온 재웅은 시영주택을 준다는 사내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구청 홈페이지에서 집 앞 도로공사 시행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시행사에 전화를 걸어 정말 이주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는 비아냥거림뿐이었다.
"이주대책이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재개발도 아니고 도로 하나 뚫는데 무슨 이주예요? 참 너무들 하시네. TV를 너무 보셨어."
재웅은 수치심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재웅은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어머니에게서 노란 딱지를 잘 보관하라고 말하고 자신의 방에 들어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내일 그 사내를 경찰에 사기혐의로 고소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찍 잠들었다.


                                          *              *              *


재웅이 눈을 뜨자 눈앞에 어머니가 자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 재웅은 자신의 방에서 잠들었다.
재웅은 잠결에 '내가 안방에서 자고 있었나?' 생각하다가 낯선 침대의 감촉과 늘 요를 깔고 바닥에서 주무시던 어머니가 하얀 시트에 하얀 이불이 덮인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서히, 그리고 확실히 느껴지는 감촉에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높고, 거대한 체육관처럼 보이는 건물 안. 정신병원에 어울릴 것 같은, 온통 하얀 칠을 한 건물이었다. 재웅은 침대 위에 올라서서 다른 침대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재웅이 기억하는 한, 도로 건설에 반대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건물 안에 놓인 철제 침대 위에서 세상모르고 단잠을 자고 있었다. 마치 집단 난민수용소 같았다.
'어찌된 거지?'
재웅이 아직 깨지 않은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고 할 때, 어제 본 그 사내가 하얀 가운을 걸치고 첫날 그들을 찾아왔을 때처럼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깨셨네요?"
"어, 어떻게 된 거죠?"
재웅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아무래도 오시는 게 불편하셨나보네요. 우선 좀 더 주무세요. 모두 일어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내는 친절하게 말했지만 재웅은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들렸다.
재웅은 우선은 다시 침대에 누우며 생각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정신병원? 납친가? 혹시 도로 건설에 반대한 사람들 모두 정신병원에 가둔 건가? 젠장, 어쩌지?'
재웅은 모두 깰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불안했지만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탈출을 한다고 해도 자신 혼자선 어려울 터였다. 그리고 어머니를 두고 갈 수도 없었다. 모두 일어나면 그때 함께 힘을 모아야한다.
그러나 재웅은 긴장한 탓에 뻐근해진 목을 느끼며 서서히 잠들었다. 마치 공기 중에 잠을 재우는 가스가 뿌려진 것 같았다.

재웅이 다시 잠을 깬 건, 어머니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이 녀석이 지금 세상 모르고 자고 있네."
그 목소리에 재웅은 '그래, 그저 꿈이었구나.' 생각하며 서서히 눈을 떴다.
그러나 환자복 같은 하얀 옷을 입고, 아니 어쩌면 아기천사(?) 같은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어머니를 보자 재웅은 다시 정신이 바짝 들었다.
"어떻게 된 거죠?"
재웅이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낸들 아나. 어여 모여봐. 어제 그 사람이 설명해 준단다."
재웅은 어머니의 뒤를 따라 사람들이 모인 벽을 향해 다가갔다.
커다란 커튼이 드리워진 무대 위에 어제 그 사내가 마이크를 잡고 여전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선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하죠. 여러분의 이주 책임을 맡은 깐다리우 파르나쵸 입니다. 저는 [Mega Band Way] 건설사의 대외 서비스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사내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왜 우리를 여기로 데려온 거요."
"집에 가게 해줘요. 출근해야 한단 말이에요!"
"이건 납치요. 고소하겠어!"
사람들의 성화에 그제야 깐다리우는 놀란 표정으로 손을 들어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우선 제 말을 들어보세요. 진정들 하세요. 이건 납치가 아닙니다. 납치란 말은 우리 행성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이러시면 곤란해요."
"우리 행성?"
재웅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우리 행성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립니까?"
재웅의 말에 그제야 사람들이 조금 조용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소곤거리며 깐다리우의 대답을 기다렸다.
"행성? 그게 뭐야?"
"화성 옆인가?"
"화성? 경기도 화성."
사람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자 깐다리우가 말했다.
"여러분은 도로 건설을 반대하셨죠? 그래서 제가 여러분의 요구사항을 접수했고요. 그리고 여러분은 이주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오시게 된 겁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이주야. 납치지 우릴 정신병원에 가두려는 속셈 아냐!"
도로변 건물 뒤에서 구두수선을 하던 김 씨 아저씨가 소리쳤다.
"그게 아닙니다. 그건 오해예요. 이제 설명 드리겠습니다."
"근데 왜 우릴 이 꼴로 만들어 놓은 거요?"
담뱃가게 김 씨 아주머니가 흰옷을 쥐고 흔들며 물었다.
"아, 예. 그건 우선 여러분의 옷이나 사용하던 물품은 이주지에서 사용할 수 없거나, 금지된 뭐 그런 거라 가져올 수 없었습니다. 대신 새로운 가제도구를 이주행성에서 지급해 드릴 겁니다."
"이주행성이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재웅 또래의 한 젊은이 소리쳐 물었다.
"네, 제가 처음부터 차례대로 설명 드리죠. 그러니까 지구 연대로 1983년에 은하계 초공간 개발 위원회에서 은하계 변두리 개발 계획에 따라 은하계 초고속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태양계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뚫기로 했습니다. 물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태양계를 돌아가는 국도가 있었죠. 그런데 그게 돌아가면 멀다고 해서 민자를 유치해 태양계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내기로 한 겁니다.
그리고 은하계 초공간 개발 위원회에서 저희 [Mega Band Way] 건설사를 시행사로 지정했죠. 이 고속도로 건설 계획은 지난 20년 간 알파 켄타우리 행성 은하계 건설부에 개재됐었습니다. 그런데……"
"켄타, 뭐요?"
"켄타우리요."
"그게 뭐죠?"
"은하계 건설부가 있는 행성이죠."
깐다리우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거기에 뭐가 개재됐는데요?"
"은하계 끝으로 가는 고속도로 건설 계획이죠."
"고속도로?"
"네, 은하계 끝으로 곧장 가는 고속도로요."
"근데 그거랑 우리가 여기 있는 거랑 무슨 상관이죠?"
한 아주머니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깐다리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하지 않으셨나요?"
"뭐? 고속도로? 아니 우리 집 앞에 나는 도로가 고속도로였어?"
재웅을 돌아보며 묻는 어머니의 말에 재웅은 그저 묵묵히 무대 위 깐다리우만 바라보았다.
보기엔 멀쩡하게 생긴 녀석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재웅이 다시 손을 들고 물었다.
"근데 왜 우리는 몰랐죠?"
"네. 그게 그러니까 지난, 지구 연대로 1986년 저희는 세계 각 국의 정부에 우주고속도로 건설 사실을 팩스로 통보했습니다. 아마 정부에서는 여러분에게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겠죠."
"팩스로 통보했다고요?"
재웅이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네, 팩스요. 은하계 초공간 개발 위원회와 저희 [Mega Band Way] 건설사는 지구 각 국의 통신 암호가 모두 달라서 그걸 일일이 해독해 건설 계획을 알리는 것보다 지구를 직접 방문해서 각 국 정부의 대표 팩스로, 그러니까 간단하지만 원시적인 유선망으로 일괄적으로 보내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팩스로 계획안과 도면을 각 정부에 보냈죠. 저희가 팩스를 보낸 이유는 각 국이 고속도로 건설에 대해 혹시 이의를 제기하거나 공사에 대한 이견이 있으면 그걸 접수받으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프랑스와 쿠바가 자신들의 국토를 그대로 놔둔다면 공사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보냈죠. 물론 지금 그들은 그때 그 회신은 그저 농담인 줄 알고 그렇게 답변했다고 했지만, 저희 회사는 분명 공식문서를 발송했기 때문에 지금 저들의 얘기는 지구인들 농담으로 버스 떠난 뒤라고 해야겠군요.
하여튼, 프랑스와 쿠바 외에 다른 정부에서는 이의나 다른 의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Mega Band Way]는 프랑스와 쿠바를 놔두고, 또 그들이 기존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보존해주기 위해 2년 동안 고속도로 설계를 변경했습니다. 그 결과 12항로 중에 2개 항로를 그들의 영공 위로 우회시키는 걸로 설계 변경을 맞췄죠. 그리고 오늘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공사를 시작했다고요?"
"네, 보시겠어요?"
깐다리우가 벽을 향해 리모콘을 누르자, 무대를 가리고 있던 커다란 커튼이 서서히 열리면서 어두운 우주가, 그리고 멀리서 빛나는 태양이 보였다. 그리고 초승달이 두 개.
초승달이 두 개였다. 그 중 하나는 바다처럼 푸른빛의 초승달이었다.
"저게 어떻게 된 거죠?"
"뚫어버렸죠."
깐다리우가 아무렇지도 않게, 간단히 대답했다.
"뚫어요?"
"네, 어젯밤에 지구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뚫었습니다. 이제 도로공사가 30% 진행된 거죠."
"그럼 거기 있던 사람들은요?"
"한국 시간으로 오늘 01시에 공사 시작을 알려줬으니, 다 이주했겠죠."
"이주했겠죠?"
재웅이 어처구니없어하며 말했다.
"네."
깐다리우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어떻게요? 그 많은 사람이 어떻게, 어디로 간다는 말이죠?"
"그건 그들의 자유입니다. 알아서들 갔겠죠. 우리가 어디로 가라 마라 할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지구인들은 탈출할 우주선이 없잖아요."
한 젊은이의 말에 깐다리우는 무슨 소리냐는 듯 바라보았다.
"여러분은 잘 모르시는군요. 지구인은 이미 지구 연대로 1969년에 자신들의 행성, 지구를 벗어났습니다. 즉, 40년 전에 이미 이주할 기술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구를 관통할 도로를 내도 지구인들이 알아서 이주할 거라고 판단했죠. 그리고 지구 궤도에는 수만 개의 발사체와 부품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인간이 우주로 날아갈 때 버린 쓰레기들이죠. 그건 여러분이 모르셨다고 해도, 분명 지구인들이 기술이 있다는 증거죠."
깐다리우의 대답에 재웅이 어처구니없어 할 때, 한 사내가 따지듯 그러나 조금은 두려워하며 물었다.
"근데, 우리는 왜 납치한 거요?"
"납치라뇨? 그런 말은 정말 곤란합니다. 이건 납치가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은 도로건설을 반대하면서 이주대책을 원하셨잖습니까? 저희 [Mega Band Way] 건설사는 개발구역 내의 주민들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과 은하계 초공간 개발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우주선을 탈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층 외계인을 위한 이주 및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그 프로그램에 따라 여러분이 원하는 행성으로 이주시키기 전에 우선 이곳으로 안전하게 모셔온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이곳에서 원하시는 행성을 결정하시고, 저희는 여러분이 그곳으로 이주하시기 전에 그곳 행성에 바로 적응하실 수 있도록 적응 프로그램을 실시할 겁니다."
"적응 프로그램이요?"
"네, 그곳의 언어와 문화, 역사, 지구와 다른 생활도구들의 이용방법, 직업교육까지 가르쳐드리고 성적이 우수한 분은 저희가 적극 추천해 일자리까지 알선해 드리죠."
재웅이 다시 손을 들고 물었다.
"잠깐만요. 그럼 우린 집으로, 아니 지구로 돌아갈 수 없는 겁니까? 지구가 완전히 없어진 건가요?"
"지구가 다 없어진 건 아니죠. 보시다시피 프랑스와 쿠바, 그리고 두 나라를 잇는 바다가 남아있으니까요. 그저 여러분의 집과 나라만 없어졌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하지만, 이건 지구인들, 아무도 몰랐던 일이에요. 만약 알았다면 다 반대했을 겁니다."
"지구에도 정부가 있잖습니까? 그들이 국민의 대표 아닌가요? 그들은 반대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그래도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선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요."
한 젊은이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맞습니다.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각 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대부분 정부의 결정에 따라 일을 처리하죠. 왜냐면 그들이 국민을 대표하고 또, 그게 편하니까요. 그리고 정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면 국민투표를 했어야죠. 물론 그것 역시 각 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사실 저희가 각 국에 팩스를 보내기 위해 지구를 방문했을 때, 뜻밖에도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자칫 자발적으로 이주하지 않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그러니까 저희는 생명을 무척 존중하거든요.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저희는 설계 변경 기간을 이용해 각 국을 돌아다니며 공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여기에 오시게 된 겁니다. 현재 저희는 각 국에서 도로건설을 반대하는 분들을 모아 각 나라별로 수용했죠. 그렇게 해서 정확히 13,178,974명이 이주를 했습니다. 물론, 프랑스와 쿠바는 그들 정부가 공사를 반대해서 아예 조사도 하지 않았죠."
"그럼 프랑스와 쿠바 인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
"우리 [Mega Band Way] 건설사의 건설기술은 100% 친환경적입니다. 그래서 프랑스와 쿠바는 그들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완벽하지 않아요. 그 나라만 남으면 어떻게 살죠? 수출이나 수입, 자원도 없고, 특히 먹을 식량 같은 건 해외에서 수입도 하는데."
"그들을 걱정해주시다니 정말 좋으신 분들이군요. 하지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중간기착지 겸 리조트를 건설해 프랑스 인과 쿠바 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겁니다. 그럼 우리 은하계에서 나는 모든 식품을 먹을 수 있죠. 오히려 더 좋아지게 될 겁니다. 게다가 저의 고향행성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음식 중 하나인 뚜뚜깜깜도 맛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되는 거유?"
한 아주머니가 물었다.
"여러분은 우선 여러분이 산소호흡을 하기 때문에 지구와 같은 대기가 있는 행성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우선 우리 은하계에 그런 행성은 3곳이 있습니다. 그 중에 여러분도 잘 아시는 깐따삐야 행성이 여러분과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별입니다만, 대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자네지비 행성을 추천합니다. 아직 야생이 그대로 살아있는 미개한 행성이죠. 거기서 새로운 문명을 이룩해보시는 것도 좋은 도전이 될 겁니다. 그리고 짜린곱 행성은 여러분의 이주를 환영한다고 발표는 했지만, 저라면 가지 않겠습니다. 거긴 여러분과 같은 영장류를 가끔 잡아먹기도 하거든요."
한 사내가 자포자기한 듯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시 돌아갈 순 없는 겁니까?"
깐다리우는 잠시 멍하니 그 사내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미 다 뚫어버려서 복구가 불가능합니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 줄 수도 있겠죠. 지구궤도에 떠도는 파편들이 모여서 다시 하나의 행성이 된다면요. 물론 그게 지구라고 할 순 없겠죠. 그리고 그때까지 여러분이 살아 계실 확률은 0고요."
"그럼, 여기 없는 우리나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죠?"
한 중년 아저씨의 물음에 깐다리우는 왜 자기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모두 알아서 떠났겠죠."
깐다리우의 대답에 성난 아저씨 서넛이 무대로 뛰어올랐고, 여자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재웅의 어머니도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영숙아! 아이고, 영욱아!"
이모와 외삼촌의 이름이었다.
재웅은 다시 고개를 들어 깐다리우를 보았다. 깐다리우는 멱살을 잡힌 채 허수아비처럼 흔들리더니 '꽥'하는 비명과 함께 무대에 쓰러졌다. 그 위로 사람들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야이, 미친 새끼야. 너 사기꾼이지!"
"야, 이 새끼야. 우리 어머니 살려내! 살아있다고 말해! 말하란 말이야!"
재웅은 눈을 들어 그 풍경 뒤로 보이는 우주를 바라보았다.
두 개의 초승달이 서서히 기울어가며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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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Laputan (writtenmoon@naver.com)


예전에 더글러스 애덤스가 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외계인 포드 프리펙트가 지구인 친구 아서 덴트와 함께 떠나는 부분을 깐다리우가 지구인을 이주시키는 것처럼 해도 재미있지 않을까... 그런데 괜히 좋은 소설에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말았던 이야기인데...

또 보트를 타고 강을 따라 가며 [대운하]를 주제로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대운하 찬성 측 어느 교수가 '하천준설을 시작하면 물고기들은 어떻게 되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알아서 피해가겠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고.... 뭐, 그저 생각만 하다가, 생각만 하다가  함 올려봅니다.

은하계 초공간 개발 위원회, 은하계 초고속 도로, 켄타우리 등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그대로 차용하였음을 밝힙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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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깐따삐야행성 둘리와 세계관 연결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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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퓨탄 09.02.07 01:40 댓글 수정 삭제
    인가요... ? 물음표 생략된 거 맞죠? ^^;
    제 답변은... 아니요.. 그냥 웃자고 넣은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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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 09.02.07 21:03 댓글 수정 삭제
    저도 잘 읽었습니다.
    재웅은 엄마 덕에 살았군요. 엄마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 얻어 먹는다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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