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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천지개벽... 02

2009.01.31 02:1401.31


2.

노랑코스모스는 그녀의 이름이다. 환하게 웃는 12살 소녀 루시아(Lutea).
아침 햇살처럼 상큼한 루시아의 미소가 창문으로 부서져 들이치는 햇살보다 투명했다. 살은 노을처럼 신비로운 보랏빛이었다. 일출이었을까?
루시아는 얼굴 가득 햇살을 받으며, 마치 언덕 위 화초처럼 침대 위에 평안하게 앉아있었다. 그러나 머릿속은 곧 떠날 가족 여행에 들떠있었다.
"오늘 독감 예방 주사 맞는 거 잊지마."
출근 준비를 서두르던 지애의 말에 루시아는 얼굴을 간질이는 따뜻한 햇살에 한가득 머금고 있던 미소를 거두고 입술을 뽀로통하게 내밀었다.
"이제 따뜻한 남쪽으로 여행을 가는데, 무슨 독감 예방 주사야, 남쪽 가면 독감 안 걸려."
거실 쪽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맞아야해."
루시아의 볼멘소리에 지애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싫어!"
루시아는 비록 싫다고 투정을 부렸지만 재빨리 문 옆으로 달려가 살짝 지애의 눈치를 살폈다.
"싫어도 할 수 없어. 그러게 누가 아프래. 네가 재작년에 결핵만 안 걸렸어도 내가 이러지 않아."
루시아가 입술을 한 발이나 내밀며 말했다.
"아프고 싶어서 아팠나."
"너 때문에 나만 아빠한테 나쁜 엄마로 찍혔어."
루시아의 가방을 챙겨온 지애는 돌아선 루시아의 어깨에 가방을 메주며 말했다.
가방을 멘 루시아의 어깨가 힘없어 주저앉았다.
"엄마, 안 맞으면 안될까?"
잔득 불쌍한 표정을 짓고는 엄마를 향해 큰 눈을 깜빡이며 루시아가 말했다.
그러나 지애는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루시아의 기대를 저버렸다.
"안될걸."
다시 루시아의 입술이 뽀로통해졌다.
딸아이의 가방을 챙긴 지애는 다시 방과 거실을 오가며 자신의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루시아는 그 모습을 문틀에 기대어 말없이 바라보았다.
"주사 안 맞으면 안 데려간다."
지애가 못을 박았다.
엄마의 말에 루시아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다시 입술을 깨물고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엄마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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