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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천지개벽... 01

2009.01.31 02:1301.31

1.

거대한 우주에서 점보다도 작은 지구.
46억 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지구 위에는 무수히 많은 생명이 출현과 멸종을 반복했다. 화석 기록에 따르면 5억 년 동안 지구는 크고 작은 절멸을 24번 반복했다. 그 중 거대한 대량 멸종 사건도 다섯 차례나 있었다. 5번의 대량 멸종은 생명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습까지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것은 싹이 자라 꽃을 피우고, 그 꽃이 씨를 품고 시들어 거름이 되고, 그 거름 속에서 다시 싹이 나는 것과 같은 우주의 순환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그런 지구의 윤회를 막연하게나마 알게 되자 점점 두려워했고, 과학자들은 그 두려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멸종된 생물의 화석과 지층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 두려움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파멸의 시작은 태양계를 감시하듯 맴돌던 혜성군에서 출발했다. 지구의 표면에 생명이 번성할 때, 지구로 날아든 혜성은 지구의 대기를 오염시키고, 바꿔놓았다. 먼지 구름은 태양을 삼켜버렸다. 온실효과로 기온은 급상승했고, 극지방의 빙하는 녹아 내렸다. 급격한 빙하의 붕괴는 전 지구에 엄청난 빙하기를 가져왔다. 인간은 이를 지구동결이라 불렀다. 바다까지 수십 미터의 빙하에 뒤덮였다. 그러자 살아남은 생명체는 따뜻한 화산지대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대우주가 만들어놓은 함정이었다. 이어진 화산 폭발은 얼어붙은 대지에 내린 햇살 같은 축복이 아니었다. 뜨거운 용암은 극한의 추위를 피해 화산지대로 모여든 생명들을 불태웠다. 이것이 대량 멸종이었다. 이런 대량 멸종은 수십, 수백만 년에 걸쳐 일어났지만 46억 년이라는 지구 역사의 긴 시간에 비하면 찰나와 같이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다.

충돌, 추위와 불.
지구의 순환을 깨달은 인류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리고 이어진 연구에서 마침내 그 파멸의 윤회가 일정한 주기를 갖고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인류는 지구의, 아니 생명의 운명인 대량 멸종을 막아 자신들이 얼마나 위대한 생명인지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인간은 우주의 뜻을 거스르기로 했다. 차근차근 윤회를 거스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인류보존을 위해 인류가 선택한 방법 중 가장 어려웠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인류를 다른 행성들로 이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처 이주를 시작하기도 전, 서기 2036년. 멸종의 운명을 쥔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날아왔다.
일부 종교지도자들은 씨앗이 흙 속에서 때를 기다리듯이 지하 벙커를 파고 지하로 들어가 훗날을 기약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모든 것이 대우주의, 신의 섭리라며 순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제안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인간은 두더지 같은 삶을 거부했다. 그렇다고 멸종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자신들과 닮은 신의 시험일 뿐, 신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자신들은 이에 순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탐욕스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쾌락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했고, 누군가는 영웅이 되고 싶어했다. 그리고 나타난 구원자는 파멸에 순응하는 종교인들을 종말론자라며 비난했고 영웅이라도 된 듯 세상을 향해 자신이 인류를 구하겠다고 떠벌렸다. 그리고 마침내, 결코 손잡아본 적이 없던 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핵미사일을 우주정거장 [스카이포트]로 보냈다. 자신들의 머리 위에 핵을 두고 싶어하지 않았던 이들도 있었지만 직면한 파멸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들은 파멸을 막은 후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하면서도 모든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그렇게 인류는 생존을 위해 지구방위군을 창설하고, 결코 자신들이 가져본 적이 없는 막강한 군사력으로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냈다.
거대한 혜성이 구약성서의 홍해처럼 갈라지며 지구를 지나 달을 스쳐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됐고, 대기권으로 떨어지는 파편은 이제 기념품이 되었다.
그 순간부터 우주, 섭리. 그 모든 게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인류는 대자연이, 대우주가 정해놓은 윤회의 사슬을 끊었다. 감기조차 치료하지 못하던 인류가 이제는 마치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은인이자 신이 된 듯했다.
잠깐의 영광은 교만을 부채질했다. 분노한 신의 심판을 기다리던 이들은 과학이라는 마법 앞에 무릎꿇은 신을 보았다. 이제 더 이상 최후의 날은 없을 듯했다. 마음껏 권력과 부를 쌓을 일만 남은 듯했다. 누가 뭐라 할 것인가. 이제 인류는 마음만 먹으면 지옥도 파괴할 것이다.
그렇게 자연이 파괴되어갔다. 가장 아름답고 용맹한 맹수는 제일 먼저 사냥되었다. 겁쟁이 맹수만 살아남았고, 살아남은 맹수는 인간을 두려워했다. 결국 과거 인류를 위협하던 맹수는 보호라는 미명 하에 숲을 빼앗기고 동물원의 작은 우리에 갇혔다. 그러나 그게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천적이 없어진 초식동물들이 마치 애벌레처럼 숲을 갉아먹었다. 이에 뒤질세라, 인간 역시 숲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숲을 태우고, 땅을 파냈다. 자원은 급속도로 고갈됐고 도둑맞은 지구는 신음했다.
이제 지구의 금고를 바닥낸 인류는 새로운 금고를 찾아 태양계의 다른 행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달을 지나 화성과 멀리 토성의 타이탄까지, 그것은 또 다른 [식민지 열풍]이었다.
강대국들에 의해 주도되는 외계 식민지 열풍에 많은 나라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막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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