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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천지개벽... 26

2009.02.17 00:4502.17


26.

연기가 타이어 타는 듯한 독한 냄새를 피우며 코를 찔렀다. 난생처음 맡은 냄새였다. 부족한 연막을 대신한 고육지계였다. 아담은 냄새도 냄새지만 따끔거리는 눈 때문에 제대로 앞을 보고 걸을 수도 없었다. 이게 전쟁의 냄새였다. 게다가 SC-100 수송기의 엔진은 귀를 먹먹하게 만들 정도였다.
"어서, 어서. 놈들이 오기 전에 이륙해야합니다."
수송기의 앞쪽 출입구로 오르는 아담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벅시 중위가 소리쳤다.
화물선은 암스트롱 기지에서 타고 온 블루버드 호보다 작고, 따로 마련된 객실은 없었다. 출입구 옆으론 바로 조종실로 이어지는 좁은 복도가 있었다. 반대편으로는 연료를 채운 페이로드 캐니스터가 쌓여있었다. SC-100은 단행성간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화물선이었기 때문에 화성까지 갈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마련해 둔 것이었다. 조종실에는 레이놀드와 종현이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화물선에 오른 아담은 잠시 따끔거리는 눈을 비벼 눈물을 지우고 우선 화물칸에 탄 인원을 확인했다. 바랭, 그리고 2명의 앳된 남녀 조종사가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벅시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갈 생각이 없답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명령이라고 당장 오라고 전해."
아담의 말에 벅시는 조종실 창 밖으로 보이는 동쪽 하늘을 가리켰다.
"늦었어요, 당장 이륙해야합니다. 이 둘도 워커 대령의 지시 때문에 탄 겁니다."
푸른 하늘에 검은 점들이 찍히기 시작했다.
"명령이라고?"
"둘이 부부랍니다."
"다른 사람들은?"
"갈 생각이 없답니다."
"하, 하지만……"
"살고 싶다는 사람들까지 다 죽일 참이오?"
망설이는 아담에게 레이놀드가 소리쳤다.
아담이 머뭇거리는 사이 레이놀드는 SC-100를 활주로로 이동시켰다.
"어서, 자리에 앉아요."
아담이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SC-100이 활주를 시작했다. SC-100은 다가오는 외계인의 비행선을 향해 곧장 달려갔다. 그리고 활주로의 끝에서 간신히 바퀴를 접어 올렸다. 거대한 화물기의 출현에 외계인들의 비행선이 놀란 비둘기처럼 흩어졌다.
레이놀드는 이륙과 동시에 기수를 돌렸다. 그리고 다가오는 외계인들의 비행선에 꼬리를 보인 채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충분히 가속되지 않은 화물기의 뒤로 외계인의 비행선이 바짝 다가와 레이저를 퍼부었다. 그러나 호이겐스 기지의 대공포가 SC-100을 엄호하기 시작하면서 꼬리에 붙은 외계인의 비행선들이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기지 주위가 화염에 휩싸이고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담은 검은 연기에 타이어의 독한 냄새를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알았습니다."
레이놀드가 헤드셋을 누르며 대답했다.
"무슨 소리요? 누구와 통신한 겁니까?"
아담이 물었다.
"워커 대령입니다. 지금 기지에 도착했는데, 10분 내로 대기권 밖으로 나가랍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핵을 터뜨리려는 거요. 지난번에도 그랬었지. 다행히 놈들이 돌아오지 않아서 취소했지만 이번엔 정말 터뜨릴 거요."
바랭이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용없는 짓이오, 어차피 저놈들이 전부가 아닌데 자폭까지 할 필요는……"
"어차피 놈들이 살려두진 않을 거 아니요?"

알렌 워커 대령은 착륙을 위해 기체의 수평을 유지하려 했지만 오른쪽 엔진이 고장나 수평을 유지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비처럼 쏟아지는 외계인들의 레이저 때문에 속도를 줄이고 착륙을 시도할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완전히 사격연습용 표적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미 군데군데 파인 활주로에 비상착륙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랜딩기어를 내리고……"
워커는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러나 착지하는 순간 외계인 비행선의 레이저공격에 기체가 두 쪽이 나면서 전투기의 앞부분이 퉁겨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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