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장편 천지개벽... 15

2009.02.10 00:5402.10


15.

암스트롱 기지가 지구 방위를 위한 전진기지가 되면서 아담이 가장 싫어했던 건 보안강화였다. 스카이포트만큼은 아니었지만 간단히 ID카드와 지문만으로 끝나던 암스트롱 기지의 보안검사가 동공과 음성까지 확대됐다. 게다가 무장요원까지 배치되어 있어 기다리는 동안 어색하게 마주 보고 있어야했다. 게다가 아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건 일부 무기고의 보안요원들은 지구방위군 소속이 아닌 일부 강대국의 자국군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자신들의 대량살상무기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고는 하지만 인류를 구원한 다국적의 지구 방위군을 믿지 못하는 강대국의 정치인들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게 현실이었다. 우주개발도 인류문명의 확대보다 자원확보와 자국의 안보를 위한다는 핑계로 상대국을 위협하기 위해 시작한 이들이었다.
아담이 보안카드를 체크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동안 늘 만나는 작전실의 보안요원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아담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신원이 확인되면 그제야 아담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그런 보안요원은 로봇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간적인 매력은 없었지만 군인다운 절도는 있었다.
보안요원의 경례와 함께 작전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온통 하얀 회의실 안은 기지 밖 우주와 정반대의 색이었지만, 우주처럼 그 끝을 짐작할 수 없다.
아담이 작전회의실에 들어서자 분주히 자료를 확인하던 분석팀의 요원들이 몸을 일으켰다. 아담은 그런 형식적인 예의에 얼굴을 찡그리며 하지 말라는 뜻으로 손을 흔들며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우선 암스트롱 기지의 참모장 스티브 위스본드 준장부터 찾았다. 그는 출입구를 향해 등을 보인 채 우주만큼 어두운, 바닥에 놓인 반사경이 만드는 3차원 영상을 보며 심각한 얼굴로 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아담이 위스본드에게 걸음을 옮길 때 위스본드 참모장의 부관이자 정책참모 이즈미 레이 소령이 먼저 아담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그녀는 종현과 함께 아담의 사관학교 동기로 웃을 때면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는 매력적인 미소로 가끔은 아담을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늦었네."
레이는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오늘은 왠지 씁쓸하게 느껴졌다.
"아, 레이. 잠시 좀 씻느라고, 그런데 무슨 일인데 식전부터 날 찾는 거지?"
아담이 살짝 귀를 기울이며 물었다. 대답보다 그녀의 장미향 향수가 먼저 다가왔다.
"너한텐 특히 좋지 않은 소식이야."
레이가 위스본드의 눈치를 잠시 살피더니 소곤거리며 말했다.
"나도 좀 씻고 싶군."
위스본드 참모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담은 가볍게 어깨를 들썩였다. 어차피 대령 이상의 고위급 장교들에게는 개인방과 그에 딸린 화장실 겸 세면장이 있다. 물론 그런 방은 암스트롱 기지에 딱 5곳뿐이었다. 그 중 하나는 위스본드의 방이었다. 그런 위스본드가 씻고 싶다며 한숨을 내쉬는 걸 보며 아담은 도대체 무슨 급한 소식인지 궁금해졌다.
위스본드가 돌아서자 피곤에 지친 무거운 얼굴이 아담의 눈에 들어왔다. 위스본드는 아담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늦게 나타나더니, 그래도 준비는 다 된 것 같군."
아담은 멍하니 위스본드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아침 식사 후에 호이겐스 기지로 가줘야겠네."
"네? 호이겐스 기지요?"
아담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위스본드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멍해졌다. 지구만을 생각하던 아담의 머릿속에는 호이겐스라는 말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아담은 레이를 돌아보며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물었다.
"호이겐스?"
그러나 레이는 아담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는 아무 것도 없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아담은 다시 위스본드를 보며 물었다.
"타이탄의, 그러니까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있는 호이겐스 기지 말씀이십니까?"
"무슨 문제 있나?"
위스본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담을 바라보았다.
그때 아담은 위스본드가 이혼남이라는 걸 기억해내고는 현기증이 났다.
"아, 그게 아니고……. 다음 달에는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흐음."
위스본드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고는 레이처럼 잠시 천장을 바라보며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입을 뗐다.
"다음 달이라. 다음 달. 그래, 그땐 아마 화성을 지나고 있겠군. 원한다면 화성에서 잠시 쉬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그러기에는 우리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네."
시간이 많지 않다는 말에 아담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 그건 지난 외계인의 침입 때, 매일같이 듣던 말이었다. 그땐 빠르게 다가오는 적들이 있었고, 그 적들과 맞설 준비를 해야 했다. 그때 아담은 매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을 했다. 그때 책을 좋아하던 레이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군인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건 곧 죽을 때가 가까워왔다는 얘기지.]
아담은 아니기를 바라며 물었다.
"무슨 말씀이시죠?"
위스본드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다시 돌아서서 3차원 영상을 내려다보았다.
"놀랍지 않나. 우리 인류가 지난 3세기 동안 외계의 생명체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지, 그런데 그땐 그림자도 보이지 않던 생명체들이 이제 앞다퉈 우리를 찾아오고 있네."
"찾아온다고요?"
아담이 다가서며 물었다.
"새로운 놈들이 나타났네."
"새로운 놈들이라뇨?"
불안한 표정의 아담에게 위스본드는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을 넘겨주었다.
"오늘 새벽에 들어온 자료네. 천문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한 달 전에 우주의 중심에서 새로운 은하가 폭발했다더군. 얘기 들었나?"
"아니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위스본드는 의외라는 듯 아담을 바라보았다.
"자네도 지구방위군이면 앞으로 그런 쪽에 관심을 갖게. 이건 지상군이 날씨에 관심을 갖는 것과 같네. 무슨 얘기인지 알겠나?"
"네? 네, 물론이죠."
아담은 사진을 보느라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래, 그때부터 모두의 관심이 그 쪽에 쏠렸지. 그러다가 우리 태양계로 다가오는 이상한 녀석들을 발견했네."
위스본드가 다시 반원형 디스플레이어로 다가서자 아담도 한 걸음 나아가 바닥의 반원형 3차원 영상을 내려다보았다.
어두운 우주를 나타내는 검은 반원 속에 붉은 점이 나타나있었다. 아담은 그저 새로 발견됐다는 초신성이길 빌었다. 그러나 위스본드가 손짓을 하자 그 점이 점점 커지면서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타원형의 점이 됐고, 다시 커지면서 원반이 됐다. 그때부터 점이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원형의 우주선이 됐다. 태양계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형태의 우주선이었다. 게다가 표시된 눈금에 따르면 지름이 5km에 달했다. 그 정도라면 암스트롱 기지를 덮을 수 있는 크기였다. 그리고 높이는 50m를 넘었다. 포화상태인 암스트롱 기지의 현재 인원 전부를 태울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규모였다. 아담을 더욱 놀라게 만든 건 우주선의 크기만이 아니었다. 그런 점들이 언뜻 봐도 수백 개에 달했다. 아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물에 젖은 고양이처럼 몸을 한번 부르르 떨고 싶었다.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요."
외계인들과 함께 사는, 어릴 적 동화 같은 대답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변한 세상이었다.
"저들이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해 우리를 찾아오는 걸까?"
"풋."
위스본드의 말에 레이가 실소를 터뜨렸다.
"아니면, 자넨 그때 1만대의 비행선이 어떻게 우주를 건너왔을까. 궁금하지 않았나?"
"글쎄요."
아담은 어정쩡하게 대답하고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위스본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땐 차라리 우유부단하게 보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딸을 못 본지 석 달이 넘었다. 더구나 딸아이는 아프기까지 하다.
"더 큰 전쟁이 될 거야. 우선은 화성의 이주도시에서 살아남은 방위군과 갈릴레이, 그리고 호이겐스의 방위군을 모아서 토성의 궤도에서 놈들을 맞을 생각이네. 아직 기지 재건이 완료된 건 아니지만 저들이 지난 번 그 녀석들과 같은 놈들이고, 같은 전술을 쓴다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허나 만에 하나 다른 놈들이고, 다른 전술을 들고 나온다면……"
위스본드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끝이겠죠."
아담이 시작도하기 전에 지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나 위스본드의 다음 말은 오히려 활기차게 들렸다.
"그래서 자네가 가줬으면 하네. 그냥 만약을 위해서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게. 어쩌면 우리가 해치운 녀석들이 저들의 적이었을 수도 있을 거야. 놈들을 쫓아 여기까지 온 거지. 그래서 오히려 우리에게 고맙다고 할 수도 있겠지. 긍정적으로도 좀 생각해보자고. ……이제 난 좀 씻으러 가겠네."
위스본드가 돌아서 회의실을 빠져나가자 레이가 다가왔다.
"이번에는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야. 정치인들은 좋아하지만."
"무슨 말이야?"
레이의 말에 아담이 물었다.
"외계인을 막아낸 지 한 달만에 반우주연합전선의 게릴라들이 다시 꿈틀대면서 골치 아파하던 정치인들이야 좋아하지만 또 한편으론 외계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반발하는 쪽도 있거든, 특히 지구방위군에 자금을 많이 대는 쪽도 그리 달가워하지도 않아. 그래서 UN에서도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하지. 아직 멀리 있기도 하고, 또 한 번 이겼던 적이고, 전술적 약점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보다시피 지난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거대한 놈들이야. 그런데 정치인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별로 받아들이지 않아. 치, 악몽을 꿔야할 정치인들이 매일 단꿈만 꾸고 있으니, 우리 같은 국민들만 고생이지."
곱게 빗어 넘긴 머리의 레이는 정책참모답게 전투의 전략적인 면보다 정책적인 판단을 좋아했다. 원래 레이의 정책참모라는 직책은 지구방위군이 세계 각 국에서 모인 연합군이기 때문에 각 국의 정책을 조율할 필요에 의해 생긴 직책이었다. 그러나 지금 레이의 분석은 정책보다는 음모론 쪽에 더 가까웠다. 그런 그를 보며 아담은 회의적인 성격만 고친다면 군인보다 정치인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게 안 좋은 상황이라는 건가?"
레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인들은 뭐든 간단할 건 좋아하지. 그래서 뭐든 간단하게 말해. 하지만, 우리에게는 간단한 일이 아니잖아.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군인이 된 이상 그게 우리 일상이잖아."
아담의 말에 레이는 뜻밖이라는 듯 말했다.
"어머, 아담도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는데."
그러나 아담이 레이를 돌아보자 레이는 미소짓고 있었다.


아담은 갈아입을 옷만을 쑤셔 넣은 작은 배낭만을 어깨에 둘러매고 튜브형 계류장을 서성거렸다. 그는 마치 이국의 항구에 도착한 해병처럼 호이겐스 기지로 자신을 태우고 갈 화물선 블루버드 호를 찾고 있었다.
목을 빼고 양옆의 창문을 번갈아 내다보던 아담은 이내 자신을 태울 화물선을 찾아냈다. 블루버드 호는 그 외형 때문에 유난히 눈에 띄었다.
"보기만 해도 저 놈이구나 하실 겁니다."
하며 팔을 펄럭이던 계류장 담당사관의 말이 떠오르며 피식 웃음이 났다.
블루버드 호는 스카이포트와 스카이포트를 잇는 보통의 화물선과는 달리 거대한 수평날개와 그 밑에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커다란 추진로켓을 달고있었다. 게다가 여객용 셔틀처럼 수직날개까지 달려있어 생김새로만 보기엔 군용 화물선이 아니라 민간셔틀처럼 보였다.
아담은 사뿐히 뛰어올라 화물선과 연결된 튜브를 통해 잠수부처럼 미끄러지듯 화물선에 올랐다.
제일 먼저 그의 눈에 띈 건, 커튼이 처진 객실이었다. 군인이 안락한 객실을 원할 순 없었지만, 400톤급 화물선에는 조종실 뒤로 직경 8m의 회전하는 중력실이 달려있었다. 중력실은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는 우주인이 그곳의 중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초 출발지에서 서서히 목표행성의 중력으로 바뀌게 맞춰지게 돼있었다. 그리고 안에는 2개의 화장실과 함께 2인용 객실이 세 칸이나 있었다.
아담은 여전히 무중력상태인 중앙을 통과해 먼저 수화기가 어디 있는지 찾았다. 떠나기 전, 지구의 가족에게 아침에 하지 못한 전화를 하려던 참이었다.
입구 옆, 벽 속에 숨은 듯이 들어간 인터폰이 보였다. 우선 조종실과 먼저 연결된 회선이겠지만 지구까지 통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담의 기대와는 달리 수화기에서는 어떠한 신호도 들리지 않았다.
"이런."
아담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머리 위에 있는 조종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아무도 호이겐스 기지의 상황을 알지 못하죠. 그저 무인화물선으로 구호물품과 재건용 장비를 투하하고 있어요."
"무인으로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종현이었다.
목소리가 들리는 조종실까지는 사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담은 사다리를 타고 조종실로 올라갔다.
"네. 현재로선 그곳 관제 장비가 모두 파괴돼서 갈릴레이 기지에 착륙한 우주선은 아직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갈 때쯤이면 어느 정도는 복구가 돼있겠죠."
"그럼 혹시 우리가 외계인의 침략 후 처음으로 타이탄으로 가는 인간인가요?"
"그렇죠. 우리가 처음이죠."
종현은 처음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혹시, 그럼 생존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우리가 가는 겁니까?"
"있으니까, 연락이 닿았겠죠."
기장 레이놀드 소령이 웃으며 대답했다.
짧은 머리에 지방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그는 그 자신이 전투기처럼 매섭게 보였다. 그 탓에 새삼 종현의 몸은 조종실에는 어울리는 않는 뚱보처럼 보였다.
"그럼 생존자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확실한 게 아니군요?"
"그렇진 않아요. 군에 인공 대기관리시스템을 납품한 회사에서 그곳의 기술자에게 연락을 받았다더군요. 고장이 났는데 고칠 부품이 필요하다고요. 그래서 우리가 가는 겁니다."
"그래서?"
종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부기장 벅시가 대답했다.
"민간회사의 일이지만 엄연히 그곳은 군사기지니까요."
"그렇군요."
벅시의 뒤에 앉은 종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죽은 줄 알았는데, 그나마 다행이군요."
"꼭 다행은 아니죠."
부기장 벅시 중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벅시는 레이놀드와 전혀 딴판의 조종사였다. 통통한 볼만 봐도 그가 왜 화물선을 탔는지 알 수 있었다.
"무슨 뜻이죠?"
"자네도 가나?"
종현의 물음에 벅시가 대답하기 전에 아담이 종현의 어깨를 짚으며 물었다.
"어, 자네도?"
종현이 되물었다.
"응, 새로운 임무가 생겨서."
"그래? 무슨?"
아담은 대답대신 가볍게 어깨를 들썩였다.
종현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가락을 간질일 듯 흔들어 보였다.
"헤헤히, 석 달 동안 할 얘기도 없다고, 어서 털어놓는 게 좋을 걸."
그러나 아담은 피식 웃고는 레이놀드 기장의 뒷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저었다.
종현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나오면 다신 안 묻는다. 그럼 너만 답답할 걸. ……치, 좋아 맘대로 하시구려 중령님. 아아, 젠장, 소령 계급장을 단지 일주일만에 이게 무슨 고생인지. 차라리 대위였을 때가 좋았는데 말이야."
"자넨 무슨 일로 가는 거지?"
아담이 물었다.
"난 자네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종현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아담이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관제사가 가면 뭐하겠나, 비행기나 띄우고 앉히고 그러겠지. 그렇지?"
"글쎄."
아담은 모른 척 말을 흐렸다.
아담의 표정에 뭔가 미심쩍어하며 턱을 어루만지는 종현을 향해 레이놀드 기장이 말했다.
"아마, 맞을 겁니다. 듣기론 관제탑이 공격을 받아서 관제사가 모두 죽었다더군요. 근처 위성들도 모두 파괴됐고, 그래서 이륙이 불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섣불리 우주로 나왔다간 우주 미아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관제탑이 파괴됐는데 관제사가 무슨 필요라고. 그리고 유로파에서 유도전파만 쏴도 되는데, 굳이 내가 가야하나."
종현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어찌됐든 관제탑을 복구를 하려면 기술병이나 관제사가 있어야하는데 이곳에도 기술병은 부족하니까 별 수 없죠."
레이놀드가 야릇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계속 투덜거리던 종현은 왠지 그 미소가 불안해 다시 물으려했지만 그전에 아담이 먼저 레이놀드에게 말을 걸었다.
"기장, 지구와 연락하고 싶은데 가능합니까?"
"그건 좀 곤란합니다. 현재 우리 통신회선은 모두 스카이포트에서 관리하죠. 그런데 우리 임무가 이미 극비사항이다 보니……"
레이놀드가 말끝을 흐리자 아담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 때문에?"
종현이 물었다.
"응, ……빌어먹을, 보안."
투덜대는 아담의 어깨를 종현이 다독였다.
"안부를 전하는 거라면 스카이포트에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할까요?"
벅시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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