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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천지개벽... 46 - ③

2009.03.09 02:3403.09


46. - ③

아담과 레이는 달란에게 이끌려 보라색 고치처럼 생긴 달란의 우주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우주선은 달란이 스카이포트에 왔을 때부터, 위험에 빠질 때부터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우주선은 달란의 분신 같은 존재였다.
우주선의 내부는 우주선이라기보다 하나의 생명체 같았다. 두근두근, 누구의 심장 뛰는 소린지 구별할 수 없는 심장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당신들은 이제 선택된 거요."
조종실에 들어선 달란이 우주선의 문을 닫으며 말했다.
"선택되다니?"
아담이 혹시 함정이 아닐까하는 불안한 마음에 물었다.
"당신들은 영원불멸의 삶을 살 게 될 거요. ……물론 긴긴 고독 속에서 살게 되겠지."
"긴긴 고독?"
"그렇소. 당신들은 이제 나와 함께 영원의 시간을 함께 하게 될 거요."
아담은 주사기를 부여잡으며 달란을 위협했다.
"무슨 헛소리야. 빨리 말해."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소. 이제 우리가 선택할 수 있건 하나도 없소."
"말해. 어서!"
아담이 소리쳤다.
그러나 달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우주선이 서서히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반원형의 천장이 열리면서 넓은 우주의 어둠이 우주선 안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짓이지?"
레이가 물었다.
"난 내 임무를 완수했소."
달란은 아담과 레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담과 레이는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혹시 고치처럼 생긴 이 우주선이 거대한 생명체로 저 오징어 외계인들을 낳은 여왕오징어가 아닐까, 스스로 놈의 뱃속에 들어온 게 아닐까 두려웠다.
"이제 곧 새로운 처방이 내려질 거요."
"그게 뭐지?"
"당신들은 어떻게 하지요? 만약 환자가 어떤 약에도 차도가 없다면 말이오."
"수, 수술을 하겠지."
레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소. 이제 마지막 처방은 수술뿐이오."
아담의 머릿속에 칼을 세운 외계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빌어먹을."
아담은 달란의 목에 꽂힌 주사기를 흔들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네 놈들의 함대는 어디에 숨겨놓은 거지?"
아담은 달란이 고통스러워할 거라 생각했다. 아니면 최소한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달란은 비록 고통에 신음했지만 태연했다.
"말했잖소. 내 임무는 완수했다고. 난 이제 두려울 게 없소."
"이 빌어먹을 녀석."
아담이 주사기의 끝을 밀어 넣었다.
그러나 달란은 여전히 태연했다.
"어서, 말해, 어서!"
"아담, 그래봤자 소용없소. 이미 끝났소. 이제 곧 천지가, 우주가 개벽하게 될 거요. 보시오, 저기 저 우주를."
아담이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멀리 검은 우주에 빛이 새어들었다.
"저게 뭐지?"
"우주가 열리고 있소."
달란이 말했다.
"우주가 열리다니?"
레이가 보랏빛으로 번지는 검은 우주를 보며 말했다.
"수술이 시작된 거지."
"수술이? 난, 난……"
아담이 서서히 커지는 우주의 구멍을 바라보며 더듬더듬 말했다.
"난, 작별인사도 못했어."
달란이 힘겹게 손을 들어 벽을 어루만졌다. 꽃처럼 생긴 마이크가 불쑥 튀어나왔다.
"영원의 이별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오."
- 여보세요?
아담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내의 목소리였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야."
아담은 아내가 몹시 그리웠다. 그녀를 만지듯 마이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 웬일이야?
아내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 너무 미안해. ……화난 거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내일은 꼭 갈게."
그러나 아담은 이제 내일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도 정말 보고싶어. 정말이야. 그러니까 ……"
아담은 말없이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직이 속삭였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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