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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천지개벽... 45

2009.03.08 00:1803.08


45.

텔레비전에서는 곧 전쟁이 끝날 거라는 기대감에 흥분한 사람들과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지애는 당장이라도 채널을 돌리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대기실 사람들이 모두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수술환자들의 보호자대기실이었지만 모두의 관심은 여전히 전쟁과 재건사업에 쏠려있는 듯했다.
사실 그들의 관심도 전쟁은 아니었다. 텔레비전 위에 설치된 안내판이었다. 그 안내판에는 수술중인 환자들의 상태가 표시되고 있었다. 결국 시선은 모두 안내판을 향해있었던 것이다. 그건 지애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귀로만 텔레비전을 듣고 있었다.
여러 명의 이름이 지난 후 루시아의 이름이 나왔다. 루시아는 아직 수술대기자에 올라있었다.
텔레비전에선 여전히 전쟁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지애는 애써 뉴스를 외면하고 있었다.
삐리리.
휴대폰이 울렸다.
지애는 번호를 확인했다. 물음표로 가려진 번호였다. 지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세요."
- 나야.
지애는 고개를 떨궜다.
"웬일이야?"
지애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 응? 아니, 무슨 일 있어?
"루시아 수술실에 들어갔어."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애가 아팠어."
- 뭐? 아니 왜 그걸 이제 말하는 거야.
"이제 말하냐고? 언제 옆에 있었어."
- ……아, 너무 미안해.
"미안하다고?"
지애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 화난 거야?
"아니."
-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됐어."
- ……
"도대체 언제 올 수 있는 거야?"
지애가 참다못해 물었다.
- 내일, 내일은 꼭 갈게.
"……정말이야? 약속할 수 있어? 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이라면 하지도 마. 애가 얼마나 당신을 보고 싶어하는 지 알기나 해?"
- 나도 정말 보고싶어. 정말이야. 그러니까 ……
지애는 전화를 끊었다.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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