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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천지개벽... 36

2009.02.25 02:5002.25


36.

지하 진찰실의 문이 열리면서 안나가 나비를 안고 들어섰다.
"그, 그건 뭐죠?"
수의사인 호세는 이제 동물이라면 경기라도 일으킬 것처럼 놀라며 물었다.
비록 동물들이 자신을 지켜주고는 있지만, 언제 돌변해서 자신을 공격할 지 그로서도 불안했다. 그런 그에게 작은 고양이를 안고 들어서는 안나는 그리 반갑지 않았다.
혹시 호랑이 새끼는 아닐까?
안나는 다짜고짜 호세에게 나비를 넘기며 말했다.
"우리 최고의 무기니까 잘 돌봐야해요. 이름은 나비예요."
나비는 자신의 최고의 무기인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미치겠군."
이어 아담과 레이놀드, 제임스가 커다란 자루에 오징어 외계인을 싣고 진찰실로 들어섰다.
호세가 화들짝 놀라 벽에 붙어 서며 소리쳤다.
"아니, 이 빌어먹을 녀석을, 당신들 미쳤어요? 뭐 하는 짓이에요?"
아담은 대답대신 먼저 진찰실 가운데 놓인 의료용 침대 위에 외계인의 시체를 올렸다.
"놈을 해부해서 녀석의 약점을 알아야겠소."
외계인의 시체를 가리키며 아담이 호세를 향해 말했다.
"그래요? 그럼 잘 해 보세요."
호세는 넓은 아량이라도 베푸는 듯 손을 들어 보이고는 곧장 진찰실을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제임스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 무슨 짓이에요."
"여기서 동물의 배를 갈라본 사람은 당신뿐이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아담이 호세의 등뒤로 다가서며 말했다.
"아, 알긴 알죠. 하, 하지만, 내가 왜 그래야 하죠? 이 오징어를 해부하면 내가 놈들을 다 죽이고 이 빌어먹을 화성의 새 주인이라도 되는 건가요?"
"새 주인은 안되더라도 인류의 구세주는 되겠죠. 놈들이 조금 전에 지구의 대기권에 진입했답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로얄 드레곤(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의 식당)에 간 거지. 녀석들이 이번엔 제대로 갔군요."
호세는 나비를 안고 손톱을 깨물며 비아냥거리더니 진찰실에 모여든 사람들의 얼굴을 힐끗거리며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에 한숨을 내쉬고 침대로 다가섰다.
"젠장, 빌어먹을, 빌어먹을. … 알았어요. 이 빌어먹을 놈들에게 내 친구들을 맡길 순 없지. 젠장."
호세가 나비를 내려놓고 해부용 고무장갑을 꼈다. 그리고 메스를 들자 아담과 동료들이 진찰실을 나섰다.
"아니, 이봐요. 잠깐만요. 그냥 나가요? 이 녀석이 다시 번쩍 살아나면 어쩌려고?"
"최강의 무기를 줬잖아요."
제임스가 나비를 가리키며 말하고는 문을 닫았다.
나비는 기다렸다는 듯 책상 위로 뛰어올라 송곳니를 들어내며 으르렁거렸다.
"고맙군. 젠장, 녀석 방아쇠는 어디 달렸죠?"
호세가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모두 방을 나간 뒤였다.
비록 죽은 외계인이었지만 단 둘이 남게 되자 호세의 손이 다시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그냥, 오징어야. 오징어. 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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