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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강철의 왈츠 3

2009.05.01 09:3405.01

“브란틴 ‘서’ 체스웍스 경이 황태자의 수호기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벽난로가 타오르는 따뜻한 방 안. 벽을 잔뜩 채운 책장과 빼곡히 꽂혀있는 책은 집 주인의 성품을 짐작하게 하고 있었다.
집 주인은 청년이었다. 청년은 벽난로 앞의 의자에 앉아 앞에 앉은 사내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청년의 무릎에는 책갈피가 꽂힌 책이 한 권 놓여있었다.

“그가 우리 쪽에 오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R.R.K.(Royal Round Knights)의 전, 현직 수뇌부와 가까운 그가 우리 편이 되어준다면 큰 힘이 되어주었을 테지요. 하지만 사우스빌 공작가의 사람이 되지 않았으니 우리에겐 크게 나쁘지 않은 결과입니다. 사우스빌 공작가의 위세에 R.R.K.의 지지까지 얹으면 게임은 끝났을 테니까요.”

청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내, 체스트 ‘반’ 인테바랄은 중늙은이였다. 체스트는 흔들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의자 아래에는 목발이 놓여 있었다.
“전도유망한 자유기사가 저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제가 부족하다는 소리겠지요.”
청년은 자기자신에게 다짐하듯 낮은 어조로 이야기했다.
“아닙니다. 황자님. 그가 사람을 보는 눈이 없는 탓이지요. 오히려 그가 황태자에게 검을 바친 덕에 사우스빌 공작가의 일이 방해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우스빌 공작가의 일이라……”
소년은 눈가를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아, 사우스빌 가문이 태자 형님도 두 번째 형님 꼴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나 보군요?”
소년의 질문에 체스트는 고개를 끄떡였다. 거의 동시에 급사한 두 번째 황자와 네 번째 황자의 죽음이 세 번째 황자를 지지하는 사우스빌 가문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은 누구도 소리내어 의혹을 제기하지 못할 뿐 거의 진실처럼 사교계에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상당히 비슷합니다. 저번 겨울에 퀴즐랜드 대공이 수도에 올라온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콘월에 단 하나뿐인 대공이 영지를 팽개치고 올라온 이유는 단 하나, 그의 누이동생이 낳은 다섯째 황자께서 차기 황제가 될 수 있도록 로비하려는 이유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대공이라도 이미 수도는 사우스빌 공작가가 장악하고 있는 상태, 수도에 기반이 없는 시골 대공으로서는 이 추세를 한 번에 역전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공은 이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이벤트를 열기로 했습니다. 브레이브 벤디트를 토벌하여 그들에게 시달리는 하급 귀족들의 지지를 얻는 것. 그것이 공작이 곧 선언할 이벤트의 내용입니다.”
“그 도적들을요? 슈바르트발츠의 엘프들이라도 용병으로 고용했답니까?”

소년의 말에 체스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브레이브 밴디트를 숲에서 상대할 수 있는 건 엘프부대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몇 십 년 이상이나 수도를 여행하는 귀족들의 악몽이 되어 왔으면서도 그 간의 모든 토벌 작전을 방어한 산적들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용병단장들이 내리는 평가였다. 그런 평가를 왕족인 소년이 내뱉은 것이다. 젊은 귀족 특유의 허영심 없이 객관적으로 말이다. 체스트는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꼈다.

“브레이브 밴디트 토벌이 실패해서 대공의 위신이 실추되면 사우스빌 공작은 경쟁자가 없는 탄탄대로를 걷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황제의 자리가 눈앞에 있어도 지금의 황태자가 살아있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죠. 체스웍스 가의 유망한 도련님이 황태자의 수호기사가 된 이상 사우스빌 가문이 황태자를 제거하려면 상당히 어려운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대공의 계획을 취소시킬 수는 없겠습니까?”
“아쉽지만 퀴즐랜드 대공은 여러모로 젊습니다.”

체스트는 혀를 찼다. 보통 귀족들은 권력을 지키고 유지하는 지혜를 나이를 먹으면서 깨닫게 된다. 그러나 퀴즐랜드 대공은 그 지혜를 얻을 틈도 없이 대공이 된 것이다.
“지금 다섯 번째 형님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인테바랄 경께서 대공께 한 번 다녀오시지요.”
“대공의 결심이 이미 확고해서 성공할 확률은 낮습니다. 다만 전하의 뜻이시니 한 번 해보겠습니다.”

체스트는 소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이대로 오 황자의 세력마저 꺾여 삼 황자를 지지하는 사우스빌 가문을 견제할 세력이 아무도 남지 않게 되는 상황은 이 저택의 주인에겐 굉장히 암울한 전망이었다. 이렇게나 총명한데, 짐승에 한없이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황태자나 외척에 빌붙을 줄만 아는 다른 황자들에 비해 황제의 자질에 한없이 가까우면서도 황제의 자리에는 한없이 멀리 있는 황자. 신은 왜 이런 부조리함 들을 세상에 내놓는 것인가? 체스트는 생각했다. 내가, 바로 내가 이 황자를 황제로 인도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이튿날, 첫닭이 울기가 무섭게 브란틴은 황태자의 자택으로 향했다. 문을 열어준 건 붉은 머리털을 가진 하녀였다. 다른 하인들은 아직 자는지 건물 내는 어두웠고 조용했다. 황태자의 소재를 묻는 브란틴에게 시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전하께서는 어제 저녁에 친구 분들과 함께 나가셨습니다."
"어디로 가셨는지 혹시 알고 계십니까?"
“전하께서는 행선지를 잘 알리지 않으십니다. 전하께서 오실 때까지 잠시 기다림이 어떠신지요?”

브란틴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시녀는 응접실로 브란틴을 안내했다. 브란틴은 시녀가 권하는 대로 잠자코 따라갔다. 시녀는 잠시 밖으로 나가더니 검은 빛깔의 뜨거운 차가 담긴 자기를 내왔다.
"요즘 길드 동맹 도시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차입니다. 커피라고 부르더군요. 전하께서는 이 차를 굉장히 좋아하셔서 집안에 차라곤 이것 외엔 없습니다."

그래. 커피! 브란틴은 그 때 어제 맨 처음 보았던 시녀, 에이린이 누굴 닮았는지 기억해냈다. 크로우백작. 콘월 황국에서 황실에 의해 기사로 서임된 자들은 반드시 웨스트사이드 기사단에 들어가 2년간의 자원복무를 해야 했었다. 브란틴 또한 R.R.K.의 현 단장 서 블루코렐의 종자를 마치고 기사가 되면서 웨스트사이드 기사단에 들어가 서쪽 국경의 반독립적인 영주들과 그 너머 대국 마에가다르, 마에가다르 아래 앙리자르 지방의 소국들을 대비하며 복무해야 했다. 그 국경의 반 독립적인 영주 가운데 하나였던 크로우백작의 얼굴이 에이린과 겹쳐 보이는 것이었다. 사실 중년이 넘은 늙은이와 갓 피어나는 젊은 처녀의 얼굴은 같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처음 본 순간 크로우백작이 떠오른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크로우백작은 도시 국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커피의 애호가로 웨스트사이드 기사단원 사이에서 유명했다.
웨스트사이드 기사단을 농락하던 철혈귀족에 대한 생각에 잠겨 커피에 대한 다른 소문을 미처 기억하지 못한 브란틴은 무의식적으로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그대로 입 밖으로 커피를 내뿜었다. 황급히 손수건을 꺼내 입을 닦으며 브란틴은 중얼거렸다.

"매우 쓰군요."
입 안에 악마가 들어온 것 같다는 쓴 맛으로 유명한 음료였지.
"익숙해지면 편하다고 전하께서는 항상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매우 부드러웠다. 브란틴은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혹시, 모니카 양이십니까?”
시녀의 얼굴이 붉어지며 시녀는 고개를 숙였다.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브란틴은 입을 다물었다. 황태자의 애첩이라는 세 명의 시녀를 이틀 사이에 모두 보게 되는군.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났다. 브란틴은 화제를 돌릴 필요를 느꼈다.

"그런데 전하의 친구 분은 어디의 누구십니까?"
"기사님도 들어서 아시는 분일 겁니다. 소류 람슈타인 씨라고 요즘 굉장히 유명한 음유시인이시지요."
소류 람슈타인. 브란틴의 낯이 찌푸려졌다. 그는 조각상 같은 외모와 여성의 혼을 빼내는 현란한 말솜씨로 콘월 사교계를 점령해버린 음유시인의 이름이었다. 게다가 무척 빠른 그의 검은 아내나 딸의 스캔들에 화가 난 수많은 귀족들의 결투신청에서도 그와 상대방 모두를 무사하게 만들었다. 어찌됐든 황태자가 가까이할만한 인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람슈타인은 여자 대하는 법 하나 친구에게 안 가르쳐주는 사내였던가?
그 때 문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응접실을 나온 브란틴은 몇 명의 사내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음유시인의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카널드 '반' 이스트월이었다. 그는 인사불성인 상태로 한 사내에게 업혀 있었다.

"전하께서 만취하셨다. 빨리 침실로 모셔라."
카널드를 업은 사내는 시녀의 뒤를 따라 침실로 향했다. 검은 긴 머리카락을 한 묶음으로 묶은 이국적인 인상의 사내였다. 브란틴은 첫 눈에 그가 소류 람슈타인임을 알아보았다. 소문으로 들은 인상과 한치도 다름이 없는 생김새였다. 만취한 카널드를 넘겨받으며 브란틴은 소류를 노려보았다.
"이 저택에서는 새로 뵙는 분이군요. 혹시 체스웍스 경이십니까?"
"예. 제가 브란틴 ‘서’ 체스웍스입니다. 귀하는 소류 람슈타인 아닙니까?"
브란틴의 적의가 담긴 말투에 소류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오! 이런. 그 소문에 자자한 체스웍스 가의 영재께서 미천한 소인을 기억해주시다니 이거 영광이군요.”
“사교계에서 화제가 자자하신 분을 모를 정도로 세상사에 어둡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최근에 꽤 어리석은 평판을 얻을 행동을 하셨더군요.”

브란틴이 쓴 웃음을 지었다. 이 남자, 음유시인 주제에 기사를 비웃어?
“대 콘월의 황태자가 수호기사 한 명 없이 되겠습니까?”
“사교계에서는 모두 삼 황자 우드로우 반 이스트월을 진짜 황태자로 알고 있더군요.”
뿌득. 브란틴이 이를 갈았다.
그 때 소류가 카널드의 침실 문을 열었다. 침대 주변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술병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브란틴은 카널드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브란틴은 왼쪽 장갑을 벗어 소류에게 던졌다.

“어허, 무슨 뜻이십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오! 토너먼트 3관왕에 빛나는 전설적인 기사께서 미천한 음유시인에게 결투를 청하시는 이유라도 알 수 있을까요? 최근에 친하게 지내는 영애라도 있으신지요?”
“결투를 피할 방법이 있소. 앞으로 황태자를 만나지 마시오. 그럼 결투신청을 철회하겠소.”

그 때 침대에 누워있던 카널드가 들썩였다. 브란틴과 소류가 카널드를 돌아보자 카널드는 몸을 뒤적이며 낮게 코를 골았다.
소류가 낮게 웃었다.
“이렇게 앞뒤 없는 분이란 소문은 못 들었었는데. 일단 연병장으로 가면서 이야기를 하지요.”
소류는 몸을 돌렸다.
“왓슨, 마틴. 두 명은 결투의 증인으로 참석하도록. 서 카널드께서는 누구를 증인으로 삼으실 생각이십니까?”
“기사와 평민과의 결투에 기사는 증인을 둘 필요가 없소.”
“그렇군요. 아직 이 검은 백조의 홀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으시겠죠.”
소류는 지명한 두 명의 음유시인과 함께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브란틴은 그 뒤를 따라갔다.


연병장은 넓고 황량했다. 소류는 자신의 증인들과 함께 연병장의 한 쪽 끝에 섰다.
“그런데 저를 황태자님과 못 만나게 하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브란틴은 칼을 뽑았다. 클레이모어라 불리는 고지인들의 거대검이었다.

“황태자께서 황제가 되시는데 당신 같은 친구는 장애요.”
“허허, 저 황태자를 황제로 만드시려고요. 그건 제국에 불행이 될 텐데요. 제가 태자 전하와 가깝기 때문에 잘 압니다.”
“적합한 장자가 황제로 상속되는 것은 쓸데없는 피가 흐르지 않는 좋은 방법이오.”
“적합한 장자인지 의심하는 귀족 분들도 있습니다.”

그 때 브란틴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 뻔뻔한 입이 언제까지 나불댈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무거운 중검이 순식간에 횡이동을 하며 소류를 습격했다. 소류는 몸을 낮추며 검을 뽑자마자 브란틴에게 찔러 들어갔다. 둘 다 다음 수는 생각하지 않는 무모한 검놀림이었다. 브란틴의 검이 소류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 때 브란틴의 무릎이 소류의 머리를 향해 움직였다. 소류는 몸을 비틀어 그 공격을 흘렸다. 그러나 덕택에 소류의 검도 빗나갔다. 그 때 브란틴이 빠르게 자세를 잡았다. 쾅, 수련장의 바닥이 움푹 파였다.

“토너먼트에서도 견식 했었지만 대단한 괴력이오. 이런 걸 천력이라 하는가보오.”
브란틴은 소류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대로 검을 다시 휘둘렀다.
소류의 꼴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옷이 찢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파여진 바닥에서 나온 자갈과 먼지로 온통 흙투성이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재차 검을 휘두르는 브란틴의 기세에 그런 것을 신경 쓸 상태가 아니었다. 브란틴에게서 나오는 괴력에 그의 장기인 세검으로 적의 검을 흘리지도 못한 채 이리 저리 몸을 움직여 브란틴의 검을 피했다. 기세에서부터 몰린 완연한 수세였다. 그런 둘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멈췄다. 브란틴의 검은 어느덧 소류의 목에 닿아 있었다. 소류는 혀를 찼다.

“허허, 이거 진짜 명불허전이군. 이렇게 철저히 져 본 기억이 얼마만인지.”
“그럼 약속대로 앞으로 황태자를 만나지 마시오.”
“나는 그럴 것이오. 하지만 황태자께서도 나를 안 만나려 하실지는 장담할 수 없소.”
“최대한 다른 약속을 잡으시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닌데도 내 눈에 띈다면 이 나라를 떠날 각오를 하셔야 할 것이오. 그리고 이제 얼마 안 있어서 전하께서는 당신께 신경을 쓰실 여유가 없으실 것이오.”
“한가지 충고를 해도 되겠소?”
“충고는 언제나 고맙게 들을 것이오.”
“전하를 귀족답게 만드려는 시도는 여지까지 모두 실패했었소. 발렌타인 대학 학장 맥나라마 교수를 포함해서 당대의 많은 지성들이 손을 놓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는 것이오?”
“충고 고맙소. 하지만 그건 내가 고민할 문제요.”
소류는 한숨을 쉬었다.
“뭐 젊음은 실수를 통해서 성장한다고들 하니……, 마틴! 다른 음유시인들에게 알려라. 나간다고.”
소류는 몸을 털며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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