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신음하는 여자들이 있는 테이프를 보러
오셨군요"
주인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를 확신과 함께 대답했다.
" 제 친구 언의 테이프 말이지요 "
주인은 놀라며 외쳤다.
" 아니, 그 고명한 언씨의 친구란 말입니까 "
할일 없는 백수이며 포르노광이었던 내 친구 언.
어느날 그는 말했다. " 나는 모든 쾌락을 실현하겠어"
그리고 또 말했다. " 누구나 흥분할 만한 포르노를
찍겠다 "
그러나 그에게 영장이 날아와 군대를 가버렸고 남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미지들 뿐이었다.
비디오 방 주인은 나를 데리고 비밀스럽고 제일 구석진
방으로 데리고 갔다. 길은 무한하고 삭막했다.
주인은 계속 흥분해서 외쳤다.
" 당신의 고명하신 언은 백수였고 굉장한 에로물
매니아였지요. 그가 말했던 두 가지 것..
쾌락의 실현과 테이프의 제작... 그것 사실 별개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
언이 군대를 가고 그 테이프를 그의 부모는 불태워
버리려고 했었다. 하지만 어느 삼류 감독의 노력으로
그것은 여태껏 살아남아 시장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
다.
" 그 감독에 대해서 그의 부모님은 그를 매우 증오스러워
하고 있지요. 그의 작품은 한마디로 실패작입니다. "
나는 말했다.
" 제가 본 그 테이프는 엉망이었습니다. 여배우들의
얼굴은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고 중요한 순간엔
항상 심한 노이즈가 켜 듭니다. 대부분 신음이라고도
할 수 없는 소란스럽고 신경질나는 잡음만이 그
창백한 화면을 메우고 있지요. "
주인이 틀어준 언의 테이프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 나는 보고 있자하니 짜증이 났다.
주인이 말했다.
" 저도 사실 에로물 매니아 입니다. 저는 항상 생각
해 왔지요. 무한한 포르노를 찍는 방법. 저는
처음의 행위와 마지막 행위가 동일한 그런 순환적인
구조를 생각했습니다. 또 복사를 하며 거기다 복사자
가 다시 그 내용을 덧붙여 가는 그런 무한한 구조를
상상했었지요. 하지만 그 모든것이 언씨의
테이프이 해답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여자들이 끊임없이 신음을 지르게 할 수 있을 것인
가?"
화면에선 너무나 가까이서 찍어 어느 부분인지도 모를
여자의 몸이 나오고 있었다.
" 그러던 중 언씨가 남겼단 어떤 글을 입수했지요. 거
기엔 이런 문장이 쓰여있었습니다.
나는 모든 시선들에게 부재하는, 그래서 실재하는
여자들을 남긴다. "
"그 문장을 보고 나는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왜 언씨
의 테이프가 그토록 혼란스운지. 왜 그런 식으로
촬영되어 있는지"
왜요?
" 남자에게 성이란 시선의 문제입니다. 그건 존재하지
않는 여자,,, 기대와 결코 실현될 수 없는 만족에
대한 것입니다. 그의-끝없이 신음하는 여자들이 있는
테이프-작품엔 평범한 포르노에서 볼 수 있는
적나라하고 즉물적인 장면은 없습니다. 쾌락이
실현될거라는 보장이 계속해서 지연됨으로써 욕망은
무한히 작동되지요. 그의 테이프에선 어떤 여자들의
얼굴도 알아볼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개성을 암시하
는 그런 육체는 없습니다. 대명사처럼 어느 누구도
될 수 있는 그런 여자, 그런 텅빈 공간일 뿐이지요.
관음증의 대상이 되는 육체는 항상 초과이며 과잉입
니다. 그것은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가까이 있어서
우리의 욕망을 부추기지요. "
주인의 말솜씨는 너무도 좋았다. 그의 말을 들으며
테이프를 보고 있자하니 나는 착각에 빠졌다. 저
불투명하지만 친숙한 얼굴. 저것은 가슴일까? 엉덩이
일까? 나는 숨이 가빠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언씨의 테이프는 결국 인간의 성- 더 나아가 욕망
에 대한 거대한 은유인 겁니다. "
밖에서 문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경찰입니다. 단속나왔습니다 "
나는 한숨을 쉬며 주인에게 말했다.
" 제 친구 언의 작품을 복원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
주인은 말했다.
" 뭘요. 관람비를 지불하실 텐데요 "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경찰이 뛰어들었다.
그 뒤의 일은 순간적이며 하찮은 것이다.
증오스럽게도 나도 잡혀갔다. 하지만 곧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경찰은 그것을 음란물
이라고 말할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의 끝없는 쾌락과 피로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그 누구도 알 수가 없으리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게 경의를 표하며
(또한 그가 죽은 사람이라는 것에 안도를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