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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작 안내 7월 심사평

2022.08.15 21:4708.15

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2년 7월 1일부터 2022년 7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을 추려 심사하였습니다.

2022년 7월의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은 이아람 님의 「눈의 셀키」와 사피엔스 님의 「가슴 가득, 최고의 선물」 입니다.

라그린네, 「화성, 2164
진지한 sf 서사의 끝에 한국적인 농담을 배치함으로써 공허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익숙한 도식 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지만 간결한 트릭으로 인물이 서있는 세계관을 정반대로 뒤집은 점이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 결말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힘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ㄱㅎㅇ, 「푸른 꽃
푸른 꽃과 저수지, 폐가의 스산함이 맞물려 공포감을 자아내는 고전적인 호러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수다스러운데, 그건 이들이 두려움 앞에서 괜히 말이 많아지는 평범한 인물들이라는 뜻이겠죠. 다만 이들 중 일부는 현상에 대해 믿을 만한 진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이야기는 미스터리의 윤곽을 선명히 그려내기보다 안개 속에 감추어 두는 방식을 택한 듯 보입니다. 결국 선형적인 스토리가 줄 수 있는 공포감은 사라지고 파편화된 이미지만 남은 점이 아쉽습니다.

김성호, 「잃어버린 헌을 찾아서
이 이야기에서 헌은 별 가망이 없는 인물인데, 이런 인물에게서조차 모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작가의 시선이 놀랍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 속 세계는 여전히 헌의 자의식이 과잉 반영된 유아적인 공간이에요. 세계가 헌의 자기연민에 기반하여 굴러가야 할 이유를 저로선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아람, 「눈의 셀키
소외된 인간과 이질적인 존재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가 연상되는 작품입니다. 배경을 묘사하는 톤이 일관적이어서 전체적으로 차갑고 쓸쓸한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셀키는 인간의 연민과 소유욕, 불안과 공포를 동시에 자극하는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결국 이 작품의 장르적 매력은 셀키를 둘러싼 인물들의 서로 다른 반응이 얽히고설키면서 구체화되는데, 그 과정에서 쌓였던 긴장이 익숙한 결말과 함께 극적으로 해소되는군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코아드림, 「개미들의 산
기괴하고 컬트적인 이미지가 주요하게 작동하는 이야기인데, 이게 잘 먹히려면 두 인물이 각기 조금씩 더 나쁘게 뒤틀린 사람들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결말도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 있네요.

김우보, 「집을 파는 법
인공지능 설계가 총체적으로 잘못된 세계에서 일어나는 부동산 계약 이야기네요. 흥미로운 설정이긴 한데 그것 말고는 뚜렷한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의 초점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은결, 「한낮의 탈출
모녀의 서사에 좀비를 소품으로 활용한 이야기네요. 시작부터 좀비로 등장하는 아빠는 형식적으로만 구성된 가족 관계의 공허함을 가시적으로 드러냅니다. 실없는 말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점을 제외하면 대체로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족은 물론 소중하지만, 세상에는 가족을 벗어나야만 보이는 또다른 가치들이 넘쳐나지요.

김오롯, 「괴물
여아선별낙태가 만연했던 시기에 대한 반성이 서사의 굵직한 줄기를 이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학살로부터 살아남은 자'라는 표현을 통해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포악한 집단 의지에 휩쓸려 사라진 여성은 이곳에서 괴물로 형상화됩니다. 그가 괴물이라면, 지금의 나는 과연 무엇일지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네요.

사피엔스, 「가슴 가득, 최고의 선물
선험적으로 부여되―었다고 여겨지―는 역할을 맞바꾸어보는 것만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회가 모성에 당연하게 요구하는 것들 중 상당수는 부성으로도 마땅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것들이지만, 그들에게는 좀처럼 그런 요구가 닿지 않지요. 최소한 모성에 요구하듯 당연시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능수능란한 이야기가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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