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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잃어버린 헌을 찾아서

2022.07.16 17:2207.16

헌은 책 한 권을 빼돌렸다. 훔쳤다. 김성희 작가의 <천국 아래 이불>이라는 소설이었다. 다시 말해 그는 희숙, 그러니까 애니(‘아니’의 변형, Annie)에게 거짓말을 한 거였다. 일산의 A고등학교 내 1층에 위치한 도서관이었다. 그러나 헌은 부정했다. 오후 2시, 애니가 점심을 먹기 직전인 동시에 헌이 점심을 먹은 직후였다. 애니는 미심쩍은 눈길을 거두지 않은 채 연신 오른손으로 왼팔의 살갗을 비볐다. 냉방이 지나치게 잘 되어 오돌토돌 소름이 돋은 때문이었다. 애니는 “아니,”라고 입을 떼며 재차 말을 되풀이했다. 분명 <천국 아래 이불> 한 권이 없다고, 여기 주문내역서를 보라고, 스물여섯 권인데 스물다섯 권만 도착하지를 않았느냐고. 헌은 그녀의 말이 맞는다는 걸 알면서도 파티션 아래 쌓아둔 책을 다시 느릿하게 세기 시작했다. 스물다섯에 가까워질수록 긴장이 두드러기처럼 가슴 곳곳에 퍼져나갔다. “스물다섯.” 헌은 나지막이 말했다. 고개를 들었다. 의기양양한 얼굴로 애니가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몸을 일으켜 허리를 곧추세웠다.

“스물다섯 권이네요. 뭔가 착오가 있었나봅니다. 물류센터에서. 저는 배달만 하니까요.”

“아니, 다 제쳐두고, 제 말이 맞는다는 거 아니에요. 그렇죠?”

그녀는 어서 인정하라는 듯 재빠른 어투로 대답을 종용했다.

“네, 아무래도 그런가봅니다. 다시 확인해보겠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우기긴 우겨요. 내가 아무리 사서라지만, 산수는 할 줄 알아요.”

헌은 죄송하다는 말을 하긴 싫었다. 특유의 오기랄까, 아니라면 배달기사의 전문성이 폄훼당한 듯한 기분 때문일까. 그때, 하필이면 뱃속에 작은 악마라도 발을 들이밀었는지 아랫배가 꼬이고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점심에 먹은 편의점 샌드위치가 탈을 일으킨 모양이었다. 화장실이 급했다. 그는 저, 하고 운을 뗐다. 애니는 응? 하는 얼굴로 모니터에서 시선을 옮겼다. “휴지 좀 주실 수 있나요.” 그녀는 휴지는 왜요, 말끝을 내리며 반문했고 그는 화장실이 급해서요, 말끝을 흐렸다. “아니, 여긴 기사 아저씨한테 줄 만큼 휴지가 남아도는 곳이 아니에요.”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는 뒤편에 위치한 탕비실로 슬리퍼를 끌고 갔다. 잠시 후, 몇 장 남지 않은 두루마리 휴지를 헌 앞으로 내미는 애니였다. 그는 빼앗듯 받아들고 화장실로 종종걸음 쳤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 한 마디 해도 됐을 텐데 하기 싫었고 끝내 하지 않았다.

하릴 없이 책이나 뒤적이는 여자 주제에.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빈 칸으로 들어가 변기 위에 엉덩이를 걸쳤다. 얼굴을 찌푸리며 힘을 주었다.

손 물기를 채 털어내지 못하고 도서관으로 돌아온 그는 책을 마저 옮기려 했다. 애니가 “잠깐!” 하고 소리친 건 그 순간이었다. 그녀는 재빨리 가방에서 뭔가를 뒤적였다. 이내 그가 받아든 건 두툼한 티슈 몇 장이었다. “얼른 손 닦아요. 신성한 책에 물 묻기 전에.” 헌은 마지못해 티슈에 물기를 닦으며 그녀를 흘겨보았다. 구루마에서 책을 내리고 옮긴 뒤 그는 도망치듯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빼돌린 책을 생각하며 결국엔 자신이 몸집이 비대하고 신경질적인, 스티븐 킹의 소설 <미저리>에 나오는 ‘애니 윌크스’를 닮은 사서교사를 이겼다는 승리감에 도취되었다.

멍청하긴.

그는 소형트럭 포터에 올라타며 생각했다. 누가 봐도 어설프게 훔친 걸 눈치를 못 채다니. 애니가 서가에서 정리를 하는 틈을 타 책 하나를 몰래 구루마 밑 부착한 자신만의 보물상자인 감색 봉투에 숨긴 걸 그녀는 몰랐던 것이다. 그 책 한 권 값인 만 오천 원을 번 셈이었다. 그것이 헌과 애니, 그러니까 본명 성희숙과의 첫 만남이었다. 도서관은 곧 독서수업으로 아이들로 가득 찰 터였고, 그의 트럭 짐칸은 빠르게 비워질 것이었다. 햇빛이 두텁게 켜켜이 쌓인 하늘은 파랗다 못해 창백한 잿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공기는 델 듯 달궈진 상태였다. 그의 트럭이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학교를 빠져나갔다.

 

헌은 F서점 물류센터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배달기사였다. 매일 물류센터에서 수도권 각지로 수천 권의 책들을 날랐다. 일을 한 지는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각종 요령이 생길 법도 했지만 아직 미숙했다. 일자리를 구한 건 2년 전 죽은 아내의 오빠, 그러니까 형님을 통해서였다. F서점 인터넷 MD인 그가 물류센터 배달기사 자리가 났다고 귀띔을 해주었다. 물론 국회의원 누구처럼 ‘꽂아준’ 건 아니고, 정당한 서류평가와 면접을 통과해야 했다. 수습기간이 있고,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하는 비정규직이었지만. 살아생전 아내가 해보라고 그토록 권했던 것인데, 그때 그는 가장은 당신이고 나는 소설 쓰는 사람이니 안해도 된다, 는 논리로 응수했다. 집안 가장이던 아내는 한 이삿짐센터 회사의 팀장이었다. 그리 적지도 많지도 않은 돈을 버는 월급쟁이. 반면에 그는 소설을 쓰며 언젠가는 등단하고 사람들이 알아주겠지, 하며 키보드나 두드리는 한량에 불과했다. 술, 담배, 게임을 하지도 않고 어쩌다 레고를 사 조립하는 취미를 가진 남자였지만 그 자신도 무언가 인생이 고루하고 순탄하다 못해 바닥을 기는 것 같다고 느끼던 차였다. 그럴 즈음, 아내가 이삿짐센터 현장으로 나갔다 사고를 당했다. 소식을 받고 병원으로 향하며 그는 왜 사무직인 그녀가 현장에 있었는지,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의문의 꼬리라도 잡기 위해 애를 썼다.

이삿짐 낙하 사고입니다. 고장이 난 사다리차를 계속 썼기 때문이지요.

현장 동료와 의사의 말이었다. 헌은 써지지 않는 소설의 결말을 백지로 내버려두는 것처럼 아내의 죽음을 그렇게 내쳐두었다. 일을 시작했다. 알고 보니 아내는 그 해 계약기간이 만료라 회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말년에 변을 당한 거였다. 나이 마흔 다섯. 그는 특유의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여 어차피 내가 일을 나갈 타이밍이었네, 위안을 삼았다. 그럼에도 죽음까지 위안이 될 수는 없었다. 그리 살갑진 않아도 어쨌거나 한 이불을 덮고 일요일마다 성실히 교회에 나가 기도를 하며 평범한, 불행하지 않은 삶을 꿈꿨던 삶의 반려자의 생멸은 다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뭘 처먹지도 않았는데 똥이 마렵고 지랄이야, 지랄이. 하필 그때. 쪽팔리게.”

늦은 밤, 그는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며 아까 도서관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말머리마다 아니, 아니, 덧붙이기 일쑤고 생김새나 성격으로나 스티븐 킹의 소설 속 인물을 닮은 그 여자 말이다. 그는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이 점점이 호를 그리며 몸에 옅은 줄기로 피어났다. 물집이 터지고 굳은살이 박이고 살갗이 까지기 시작한 두 발을 뒤집어 들여다보았다. 이게 무슨 흔적이란 말인가. 문득 그는 애니의 두 발을 상상해보았다. 아주 터질 듯 곱고 매끈하겠지. 온종일 앉아있는데 뭐 아프고 힘들 게 있겠어? 그는 천천히 뒤로 허리를 피고 비쩍 곯은 배를 더 내밀었다.

목이 늘어나고 구멍 뚫린 흰 셔츠로 갈아입은 그는 침대에 몸을 누였다. 잊지 않고 챙겨온 <천국 아래 이불> 책을 펼쳐 들었다. 김성희 작가는 그가 문청 시절에 필사와 독서를 그야말로 ‘오지게’ 했던 작가들 중 한 명이다. 그런 작가의 신작이 나왔으니 읽어야 하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만만찮았다. 아내의 장례비용과 대출금 등을 비롯한 갖가지 구멍으로 돈이 새고 나면 남은 건 치킨 한 마리의 여유가 있는 한 달 식비 정도였다. 예전처럼 영화, 전시, 연극, 독서 등 문화생활을 할 잉여시간과 돈이 없었다. 답은 ‘책 도둑’이 되는 것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들킬 염려도 적고, 물류 쪽으로 책임을 돌리면 되었으니. 그 때문에 알바 몇몇이 혼이 나고 나중에 잘릴 수도 있겠지만 그는 그런 선(善)의지 따위 내다버린 지 오래였다.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그리고 이견 엄연한 ‘경쟁’이야. ‘능력’이고. 그의 논리는 독을 품은 복어처럼 끊임없이 부풀어 올랐다. 언제고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지 모를 정도로.

어느 순간일까. 녹아내리듯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꿈에서 커다란 돼지 한 마리로 변해있었다. 자신을 키우는 여자가 있었다. 다름 아닌 어제 낮에 만난 A고등학교 사서 애니였다. 그녀는 자신을 어떨 땐 학대하고 어느 땐 자상히 보살펴주는 등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보였다. 특이한 건, 자기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이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미오, 우리 미오>라는 장편동화였다. 그는, 돼지는 꿈을 꾸었다. 비루한 소년에서 아버지가 왕으로 있는 왕국으로 친구 윰윰과 함께 여행을 떠나 왕자가 되어 기사 카토를 무찌르는.

이내 눈꺼풀을 치뜬 헌은 흠뻑 땀을 흘린 상태였다. 그 사서가 나온 것도 불쾌했고, 돼지였다는 것도 불쾌했다. 친구도 왕자도 필요 없었다. 영웅도 되기 싫었다. 다만, 그는 자신이 돼지가 아니라 책을 읽어주는 그 여자가 되고 싶었다. 부러웠다. 현실에서 헌은 숱 없는 머리를 정리한 뒤 씻고 출근해야 하는 50대 초반의 남자였다. 차라리 돼지가 나으려나. 그의 허탈한 웃음이 욕실의 깨진 타일에 부딪쳐 울렸다.

 

그가 A고등학교 도서관을 다시 방문한 건 애니와 처음 만난 날로부터 정확히 이틀이 지나서였다. 물류센터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실수와 잘못을 완강히 부인했고, 그도 호되게 주의를 받았다. 그러고 보니, 책을 훔친 것도 벌써 다섯 권 째였다. 이쯤 되면 들킬 지도 모르니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헌은 그녀가 추가로 주문한 책들과 함께 <천국 아래 이불> 한 권을 챙긴 후 도서관 문을 두드렸다. 이윽고 여학생 한 명이 문을 열어주었다. 아이는 예의바르게 인사한 뒤 책 옮기는 걸 도와주었다. 그는 애니가 없나, 하고 도서관 곳곳을 눈대중으로 훑었다. 여학생이 그의 의중을 알았는지 “선생님은 점심 드시러 잠시 집으로 가셨어요,”하고 말했다. 그는 그게 아니라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짓다, 이내 입꼬리를 실룩이며 학생에게 말을 건넸다.

“이 작은 도서관에서 하는 일이 뭐가 그리 많겠어? 그렇지 않나?”

여학생은 책을 척척 잘도 날랐다. 서가정리 역시 능숙했다. 그는 자신보다 나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글쎄요. 선생님은 늘 바쁘세요. 한 시도 쉬고 계시지 않고요.”

“책을 읽느라 바쁜 거겠지.”

“컴퓨터만 들여다보시던데요. 여러, 서류하고요.”

그 애는 딱히 선생을 항변하는 것 같지는 않은 투로 대꾸했다.

“할 게 없으니 일하는 척 하는 거야. 너도 커서 나처럼 열심히 일해야지, 책 좋아한다고 책만 읽으면 안 된다.”

여학생은 딱히 대꾸가 없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안녕히 가세요.”, 하고 도서관을 나서는 헌에게 인사한 게 전부였다. 그는 괜한 말을 했나,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미 내뱉은 후였다. 말은 소설처럼 삭제할 수도, 고칠 수도 없다. 그건 컴퓨터 워드 파일에서나 가능한 거였다. 복도를 돌아나가는데, 일순 그는 하마터면 덩치 큰 무엇과 부딪쳐 뒤로 나자빠질 뻔 했다. 오후 일곱 시의 해가 가물가물한 학교는 복도에 제때 불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자세히 보니 애니였다. 그녀는 두 손 가득 책과 서류를 든 채로 비틀거리다 이내 중심을 잡았다. 헌이 뭐라고 말을 하려는 찰나 그녀가 선수를 쳤다.

“아니, 모퉁이에서 갑자기 그렇게 나타나면 어떡해요?”

헌은 어이가 없었다.

“아줌마가 먼저 달려왔잖아요. 그 덩치로 그렇게 좌회전을 하면 어떡합니까.”

“아줌마요? 아줌마? 아니 근데 이 아저씨가.”

그녀가 창틀에 책을 올려두고는 그를 향해 바로 마주섰다.

“얻다대고 아줌마래요? 나도 선생이야, ‘사서교사’라고. 지금 계약직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뭐야?”

그는 뭐라 응수하려다 알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아줌마’라는 표현은 조금 멸시적인 표현이었다. 헌은 “미안합니다. 어쨌거나 달려온 건 선생님이잖습니까.” 조금 정중히, 소설을 썼던 예술가답게 사과를 하는 동시에 따졌다. 그녀는 대답은 않고 “책은 다 왔어요?” 말을 돌렸다. 그는 그렇다고 싱겁게 대꾸했다. “<천국 아래 이불> 나머지 한 권도 왔고요. 다른 책들도.” 헌은 더 이상 상대하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이만, 하며 몸을 돌려 후문으로 비척비척 걸어갔다.

헌은 후문으로 나와 트럭을 댄 정문 쪽으로 움직였다. 가는 와중에 남자가 몇 섞인 한 무리의 여자들이 중앙현관으로 들어가 도서관으로 향하는 광경이 시야에 잡혔다. 중앙현관에 무슨 안내 표시가 있었다. 그는 멈칫하다 안내판을 보기 위해 중앙현관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안내판은 ‘A마을 지역주민 독서토론글쓰기모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A마을에 사는 성인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학부모, 학부형인 경우 우선 선정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슴 한 구석에 감정의 잔물결이 이는 것을 느꼈다. 헌도 아내가 죽기 전까지 소설을 쓰고 책을 탐독하던 문청이었다. 근 몇 년 새에 그런 삶이 180도 뒤바뀌어버렸고. 부양할 가족은 없지만 빚을 갚고 조금이라도 평범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노동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더불어 그는 자격요건에 부합하는 A마을 주민이었다. A학교에 다니는 자식은 없지만, 그래도 왠지 지원하면 될 것만 같았다. 그런 용기가 가슴에 스민 것이다. 하지만 지원기한은 엊그제까지였다. 오늘이 1차 정기모임이었다.

“그럼 그렇지.”

헌은 한숨을 쉬고는 떫은 웃음을 터뜨렸다. 트럭으로 가는 발길을 재촉했다.

오늘은 똥이 안 마려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천국 아래 이불>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소설이었다. 주인공이 알고 보니 유부남 인물의 외도 대상이었고, 그것도 동성애자였다는 설정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아내처럼 어딘가 불편하고 급작스러웠다.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요즘은 소설을 이렇게들 쓰는구나. 여느 날처럼 씻고 구멍 난 흰 셔츠를 입은 뒤 침대에 누운 참이었다. 베란다로 어스름한 달빛이 넘실거렸다. 장마로 습도가 높아 샤워하고 닦지 않은 양 몸이 축축했다. 김성희도 명 다했구먼. 그는 무심코 책상 앞으로 가 앉아 노트북을 켰다. 기사 일을 시작한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계속 이어 쓰던, 절반 정도 초고가 완성된 장편소설이 그의 눈앞에 떠올랐다. 노트북 밝기를 최대로 올렸다. 눈만 아플 뿐 소설의 진부한 내용은 그대로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어느 부분이 잘 쓰였는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주인공 인물의 회상 장면이 문제인 듯싶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서부터 소설은 비롯된다는 모 작가의 말을 떠올렸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문예창작과에서 만난 아내는 실기가 아니라 성적에 맞춰 과에 들어온 학생이었다. 뒤늦게 글쓰기에 흥미를 붙이지도 못했다. 곧 그녀는 경영학과로 전과를 했는데, 우연히도 취업을 위해 경영학과 전공수업을 청강하던 헌과 연이 맞닿았다. 조별과제도 같이 했고, 그 연이 더 이어져 연애라는 것도 해보았다. 그의 아내는 지금으로 치면 매우 PC(정치적 올바름)하고,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 동물권에 대해 관심이 많고 주의를 기울이는 타입이었다. 문학에 더 어울릴 법한 사고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경영학과 졸업장을 받고는 그와 결혼했다. 아내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을 위해선 우선 돈과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기부를 하고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부분적으로 동의했다. 아내의 가치관에도 동감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헌은 그러는 체 했고 그녀는 진정 오직 그것을 위한 돈과 힘을 원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그가 책을 사고 글을 쓰고 읽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그게 무슨 가치가 있고 돈과 힘이 되냐고 시비를 걸기 부지기수였다. 그것으로 그들은 자주 다투었다. 소정의 원고료와 상금을 제외하고 돈은 그녀를 통해서 그녀로 들고 나갔으니 헌은 항상 질 수밖에 없었다.

사고가 난 날 현장에 간 것도 성미가 못되기로 유명한 남자 상사가 그녀가 잘못 처리한 일을 직접 책임지라며 현장으로 나가라고 성화를 낸 탓이었다. 그리고 사고가 났고, 아내는 돈과 힘을 채 갖기도 전에 떠났다. 산재처리가 되지 않아 헌은 모든 비용을 빚을 내서 처리해야 했다. 아내는 알았을까. 자신이 돈과 힘을 가져 헌신하려던 대상인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자신이 포함될 줄은. 그런 그녀를 기억할 수 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오직 헌 자신이었고, 그걸 알았기에 배달기사 일을 마다하지 않고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마음 한쪽에선 어마어마한 양의 대출상환금을 비롯한 빚을 무시하고 죽어버릴까, 하는 충동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를 구제한 것은 책의 몇 안 되는 문장들이었다.

그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책상 한 쪽의 서류철을 뒤졌다. A고등학교 도서관 전화번호를 찾아냈다. 어쩔까, 생각하다보니 어느 새 통화음이 귓가를 간질이고 있었다. 이윽고 애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헛기침을 하고는 목소리를 일부러 엷게 벗기며 아직 독서모임 지원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그렇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아직 인원이 다 차지 않아서요. 최대 스물여섯인데, 지금까지 오신 분은 10명 남짓이라.” 그는 “아 그렇군요.”하고 대답했다. 딱히 다른 말이 오가지 않고 다시 정적이 들어섰다. 둘 다 동시에 “저기,”라고 말하는 바람에 어색한 적막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건 애니였다. “제가 지금 퇴근이라, 내일 학교로 직접 오시겠어요? 중앙현관에서 오른쪽 보면 도서관 있어요. 그리로 오시면 돼요. 오후 1시까지요.” 그는 알겠다고 대답을 하려다 “근데, 지금까지 근무하십니까? 밤 10시가 넘었는데요.” 라고 물었다. 애니는 도서관 업무가 많다고 했다. “아니, 글쎄 제가 일 벌리길 좋아하는데 그러다보니 운영하는 학생들 동아리만 해도 세 개고, 거기다 지역주민 동아리도 두 개지 뭐예요. 오늘은 그나마 일찍 퇴근하는 거예요.” 그는 오늘은 왜 ‘일찍’ 퇴근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망설이다 “남편 기일이라서요.” 답했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남편 기일. 헌은 그 네 음절의 단어를 입으로 우물거리며 곱씹었다.

헌은 천천히 그렇군요,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궁금했지만 더 묻는 건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답게 그는 그 정도의 예의와 매너는 지킬 줄 알았다. 헌은 불을 끄고 책상 앞에 다시 앉았다. 원고지 500매 분량의 기나긴 글이 그를 멍하니 맞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 결국 노트북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 어둠이 그를 감쌌다. 온 감각이 딱딱했다. 포근하지도, 따듯하지도 않았다. 시신 곁에 나란히 누워있는 것처럼, 시푸르게 차가운 감각이 송곳니로 그의 온 감각을 꿰뚫었다.

 

그는 아침 여섯 시에 기상하여 일곱 시까지 파주에 위치한 F서점 물류센터로 향했다. 수없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젊은 단기아르바이트생들이 바삐 책을 포장하고, 나르고, 옮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동료 기사 박 씨에게 어제는 몇 명이나 도망쳤느냐고 물었다. 박 씨는 도망친 게 아니라 잘렸다고 말했다. “잘렸다니?” 그는 반문했다. 박 씨는 담배를 태우며 “그 왜, 책 발주 실수한 애들 있잖아, 걔들 잘렸어, 오늘. 일 잘하는 사람 들어와서 편하면서도 한편으론 안타깝던데, 왜냐면 학비 마련하려고 학기 끝나고 온 스무 살짜리 애들이었거든.” 이라고 말을 이어나갔다. 헌은 겨우 그거 가지고 자르냐고 누구에게랄 것 없이 화를 냈다. “안타까워할 시간에 우리 일이나 하자고. 그러다 우리가 그 안타까움의 대상이 될라.” 박 씨는 그렇게 말하곤 트럭 운전석에 올라탔다. 떠나는 트럭을 그는 아무 생각 없이, 하나 아무런 생각으로 가득 찬 눈길로 지켜보았다.

한창 배달 일을 하던 도중이었다. 다음 배달주소지를 살피는데 A고등학교가 눈에 띄었다. 아줌마라는 말에 화를 냈던 애니가 일하던 곳이었다. 그는 마침 오늘 1시까지 가서 지역주민 독서토론모임 지원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냈다. 가지 말까, 헌은 갈등했다. 마주치면 서로 어색할 테고, 바빠서 참여할 시간도 없을 것이고, 보나마나 불합격 할 텐데, 라는 생각들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트럭은 그곳으로 가야 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A고등학교 앞이었다. 헌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학교 중앙현관으로 들어가 도서관 쪽으로 구루마를 끌었다. 오늘은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박 씨를 만난 아침부터 배가 고프지 않았다. 똥을 쌀 일도 없을 것이다. 물 묻은 손으로 책을 만질 일도.

그는 도서관 앞에서 우물쭈물하며 안을 기웃거렸다. 데스크에 앉아 바삐 무언가를 살피는 애니가 눈에 들어왔다.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여태까지 하지 않던 행동이었다. 그녀도 그걸 눈치 챘는지 약간은 놀란 표정이었다. 그들은 별 다른 말 없이, 인사치레도 하지 않고 책을 옮기고 정리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시 도서관의 에어컨 바람을 쐬던 헌에게 애니가 불쑥 말을 꺼냈다.

“아니, 어젯밤 늦은 시간에 어떤 남자가 전화를 해왔지 뭐예요, 독서모임 신청하겠다고.”

헌은 난데없는 대화에 당황했다.

“사실 정원 다 찼는데, 받아준 거였어요. 하도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전화로 책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압니까?”

“도서관 책도 훔치고 그랬거든. 이번 독서모임 1차 주제 도서가 <천국 아래 이불>인데, 그걸 읽고 싶었는지 한 권을 몰래 빼돌렸어요. 아니 책 살 돈도 없나, 싶다가도 이해가 가거든. 그런 기사 일 하는 사람이 그렇게 책 훔칠 정도면, 책 얼마나 좋아하는 건지 다 눈에 보인다니까요.”

“어떻게 이해하지? 어떻게 이해합니까?”

그는 정말 궁금해 물었다. 순진하게 교수에게 질문하는 문창과 대학생처럼.

“아니 내 남편이 트럭운전 일을 했어요. 음주운전 차량 때문에 저세상 간진 꽤 됐고. 그 양반도 책을 하도 좋아해서 집에 책이 쌓여있어요. 지금은 여기 도서관에 다 기부하고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니까요. 세상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어. 오늘 오기로 했는데 올지 모르겠네. 어떨 것 같아요, 기사님은?”

그녀가 처음으로 기사님, 이라고 부른 것을 헌은 알아차렸다. 마음 한 구석이 풀어진 기분이었다.

“안 올 것 같은데.”

“왜요?”

“남편이 기사일 하셨다면서. 바빠서 책 읽을 시간도 돈도 없을 텐데, 오겠어요?”

헌은 짐짓 목소리를 빼며 말했다.

“하긴, 그렇겠죠? 괜히 오라고 했나 봐. 나 참, 주제를 알아야지.”

누가 누구의 주제를 알아야 한다는 건지 몰랐지만, 헌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구루마를 끌고 중앙현관으로 나가 트럭에 올라탔을 무렵엔 어느 새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라 팬 주름이 팽팽히 당겨진 상태였다. 애니는 다 알고,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기사’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기사 일 한다고 은연중에 실수인지, 의도인지 말한 걸 보면. 가슴 한 쪽에서 달큰하게 끓은 눈물이 그의 눈두덩에서 흘러내렸다. 몸 전체가 들썩였다. 목젖이 제멋대로 구멍을 열고 닫았고, 울음과 비명이 혀뿌리에서부터 혀끝까지 바닥 위를 굴러다녔다. 다행히 바깥으로 내뱉지 않은 건 그의 끊임없이 단련된 ‘문학적 의지’ 덕분이었다. 그는 부연 눈앞을 재빨리 해치우고 트럭을 몰아 학교를 나섰다. 갑자기 또 아랫배가 아려와 휴지를 빌릴 것만 같아서.

 

헌은 물류센터 기사 일을 관두지 않았다. 더 열심히, 집착적으로 일했다. 아내가 원했던 것처럼 돈과 힘을 갖기 위해 열성적이었다. 알바가 몇이나 잘려도, 동료의 실수를 밀고해서 그 몫까지 일해 돈을 더 벌게 되어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마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A고등학교 도서관에서 그의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다. 애니였다. 요 근래 A고등학교에 갈 일이 없어 잊고 있던 그녀를 그는 목소리로 마주했다.

“택배기사님 맞으시죠?”

“아닌데요.”

무작정 그는 아니라고 잡아뗄 생각이었다. 더 이상 A고등학교 도서관에도, 애니한테도, 책에도 관심을 두기 싫었다. 그런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론은 그것이었다. 자신은 아내처럼 허망하게 죽지는 않을 거라는.

“아니에요?”

그녀는 당황한 목소리였다.

“진짜 아니에요?”

“아니라니까요.”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속이 시원했다.

정말 애니였나.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끊었나. 그렇지만 이미 불을 끈 뒤였다.

 

한 주가 흐르고, 다시 한 주가 들렀다. 여느 때처럼 배달주소지를 살피던 헌은 A고등학교를 발견하고는 낮은 탄성을 내질렀다. 책을 무슨 육백 권씩이나. 오늘 받은 저 수많은 책의 몇 할이 거기 거였단 말인가. 다음에 근무지역을 바꿔달라고 말하던가 해야지. 하지만 배달기사는 지역이 눈에 익을 때쯤에서야 비로소 조금 편해지기에 함부로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할 수 없이 차일피일 A고등학교 배달을 미루었다.

어느 날, 팀장이 그를 불렀다. 한 곳에서 클레임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보니까 A고등학교 배달을 빼먹었던데. 지금 장난해? 또 책 훔쳤을 때처럼 모릅니다, 몰라요, 모르쇠로 일관할 텐가?”

헌은 당황했다. 책을 훔쳤다니. 그는 당황한 나머지 묵묵부답이었다.

상사는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그놈의 글 가지고 유세 떨던 거 알고 있어서 봐줬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곤란하지. 당장 여기 배달하고 와. 그리고 오늘부터 자네는 계약 위반으로 해고야. 퇴직금? 없어. 이번 달 야근, 초과근무 수당도 없어. 다 계약서에 쓰여 있는 거고, 노동청에 신고해봐, 그럴수록 자네 돈만 늦게 받으니까.”

헌은 망연한 표정으로 물류센터에서 나왔다. 그는 트럭으로 향하려다 자판기 근처의 박 씨를 쳐다보았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다른 동료와 시답잖은 음담패설을 주고받고 있었다. 순간 허공에서 그와 박 씨의 시선이 맞닿았다. 입술을 이죽거리는 박 씨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그 때문이었다. 그가 찌른 게 틀림없었다. 그는 트럭에 올라타면서 그대로 박 씨를 들이받을까, 생각하다 오른쪽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어찌 되었든 A고등학교로 가야 했다.

오늘따라 A고등학교로 가는 길이 느렸다. 차가 자주 막히고, 걸핏하면 빨간불에 걸렸다. 도착했을 땐 비가 내렸다. 산들바람에 실린 빗줄기가 사선으로 허공을 그었다. 그는 휘어져 몰아치는 빗줄기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도서관으로 발을 옮겼다. 구루마를 덜덜 끌면서.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소나기다, 곧 지나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맨몸으로 트럭에서 내렸는데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도 잠잠해지질 않았다. 물 속 깊은 곳에서 막 숨을 참다 헤엄쳐 나온 것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도서관 앞으로 발을 돌렸다. 폐에 물이 들어찬 듯싶었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애니가 뭐라고 할까봐, 책을 온몸으로 내내 가리며 이동했다. 그럼에도 책엔 물이 젖었다. 습기가 배어들고, 빗방울이 스며들어 흐물흐물해지고 각질이 일었다. 꼭 제 몸처럼.

도서관 앞에 도착한 그는 책을 훔칠 때 그러했듯 숨을 참았다. 이번엔 이장세 작가의 <남자를 산책시키는 고양이>를 한 권 구루마 밑 보물상자 봉투에 숨겼다. 같은 대학교 문창과 동기 출신인 작가였다. 나보다 못썼는데, 어느 새 등단을 했구나. 마음이 헛헛한 동시에 무언가가 뜨겁게 차올라 그 비워진 곳을 채우는 기분이었다.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얼핏 살피니 칠판에 ‘제1차 A고등학교 지역주민독서모임’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린 모습이었다. 안에서 목소리가 솟쳤다. “들어오세요.” 이어 뒷말이 들려왔다. “마지막 회원 분일까요? 늦게 오신다고 했는데.”

그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 문고리를 쥔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간, 헌이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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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훈 22.07.23 14:25 댓글

    잘 읽었습니다. 4번 정도는 읽었네요. 작가님의 이번 글은 가독성이 좋습니다. 읽으면서 바로 상황이 떠올라서 흡입력도 좋다고 할 수 있죠.

    일단, 인물이 무척 선명합니다. 밤 10시가 넘어 도서관에 전화를 걸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를 지키기 위한 돈을 더 벌기위해 동료를 밀고하는 삐뚤어졌으며 옛날 예술가의 모습을 잃어버린 헌과, 남편을 잃은 상처를 겪었지만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은 애니의 모습이 생생합니다.(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좀 툴툴거리지만, 진짜 차갑다면 사람이 그러지도 않죠.)

    둘 모두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약직 근무로 일하기 때문에 궁핍과 고용불안에 시달립니다. 이런 점을 더 부각시키는 것은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헌의 아내와 희숙의 남편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환경에 대처하는 헌과 희숙(애니)의 모습은 분명 다릅니다. 헌은 책을 훔치고 동료를 밀고하며 다른 약자에 상처를 주어 자신을 채웁니다. 반면 희숙은 자신의 남편을 떠올리며 헌을 이해하고 배려합니다. 헌은 자신의 업보로 결국 실직하지만 애니가 그를 품는 결말은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있습니다. 적어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 경우라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뿐인가요 쪽방에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과 어려운 장사를 이어가는 사람들, 혹은 이도 쉽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결국 보통의 우리는 살기 위해 거대한 사회와 미약한 구성원에 맞대어 살아갑니다. 되게 고된 삶입니다. 우리가 어려서 품은 꿈은 점점 작아지고 일하다가 자신이 세운 뜻을 현실과 타협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이 잃어버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헌은 자신을 잃어버린 것이죠.

    하지만 배려와 이해 덕분에 헌은 다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희숙의 모습에서 어떤 삶이 바람직한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소설입니다. 이전의 댓글처럼 무척 많은 고민이 있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추신.

    1. 헌의 탄식과 제 탄식은 무척 닮은 것 같네요 ㅋㅋ. 김성호와 김성희도요.

    2. 헌이 희숙을 끝까지 애니라고 일컫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직 마음이 풀리기 전인가요?

  • 정상훈님께
    No Profile
    글쓴이 김성호 22.07.23 17:12 댓글

    정성 들인 리뷰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독자분과 소통하니 기분이 좋네요. 제목을 지을 때 많은 고민을 했는데, 말씀하신 감상과 더불어 저도 다시 읽어보니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에요. 남겨주신 말씀 큰 힘이 됩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추신

    *2번에 대한 답? 힌트? 를 드리자면, 사실 저도 많이 고민한 지점이었습니다. 호칭에 따라 사람이 사람을 대하고 인식하는 가치와 사고가 다르니까요. 저는 마음이 풀리기 직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에 따라선 희숙이 더 어울린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 김성호님께
    No Profile
    정상훈 22.07.23 22:05 댓글

    :D 힌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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