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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4년 3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을 심사하였습니다.

 

2024년 3월 독자 단편 후보작은 없습니다.

 

겁쟁이 행성 – 507378
지구를 침략한 곤충형 외계인들의 최후를 그린 작품입니다. 외계인들의 판단미스가 주된 코미디 포인트입니다. 그러나 이런 재미있는 소재는 후반부 가서 힘을 잃고 맙니다. 작품 후반부가 설명투로 진행되는 게 문제입니다.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것보다 중심이 되는 인물을 설정하고 그 인물의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외계인들이 처참하게 몰락했는지 보여주는 편이 좋을 듯 싶습니다.

데스건 혁명 – 빌린
vr게임 속 유저 간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우정 뒷면에는 화성과 지구의 분쟁과 같은 정치적인 요소들이 숨어 있습니다. 데스건의 작동 메커니즘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으며, 이는 이 작품의 미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VR게임이 너무 현대의 VR쳇의 영향을 깊이 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현재 존재하는 VR쳇조차 초창기와 지금 버전이 상이한 걸 고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미래의 게임은 감히 상상도 못 할 만큼 변해 있을 겁니다. 여기서 미래 게임의 경이로움이 더 첨가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작중에서 상당히 엄중한 관계로 그려지는 지구와 화성 간의 갈등이 주인공 일행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제한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언급만으로도 사람을 구금할 수 있는 정도인데 결말부에서는 극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조금 작위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해피앤딩은 언제나 배드앤딩보다 대략 2배에서 3배 정도 잘 팔리는 법이죠. 그러니 지금 결말은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대신 중간에 주연들 간의 관계를 넘어 사회적 변화를 조금 더 그려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타요리가나이의 사람들 – 김은애
자전거 여행을 하던 주인공이 어느 숨겨진 마을을 방문하고서 겪은 일을 그린 소설입니다. 목가적인 분위기와 갑작스러운 재난을 보면 언뜻 일본 설화의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렇기에 후에 반전과 결말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지만, 인물의 감정선을 잘 그렸습니다. 다만, 몇몇 장면은 감정이 너무 절제된 것이 아닐까싶었습니다. 물론, 후에 등장하는 반전을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멍한 상태라 할지라도 조금 더 환희에 찬 주인공의 심정을 드러냈다면 어땠을까요? 조금 로봇 같은 면이 보여 아쉬웠습니다.

블랙체리 – 피헌정
닥터 스트레인지 광란의 멀티버스를 본 주인공이 평행우주를 여행하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타 작품의 스포일러가 들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새로운 것이 없는 내용입니다. 작가의 공상, 그것도 타 작품에 압도적인 영향력에 휩쓸려서 쓴 작품으로 보입니다. 이런 경우는 경험상 당장 쓰기보다는 조금 더 내면에서 체득시킨 뒤에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해서 쓰면 좋을 듯싶습니다. 그리고 문장과 이야기 구성이 미숙합니다. 조금 더 연습이 필요할 듯 합니다.

/조유, 점프하다 – 김성호
‘홀’은 정신과에서 보안요원을 맡은 주인공이 정신과를 자주 찾던 환자의 발자취를 쫓는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과 환자의 비밀이 드러나게 됩니다. 평면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성소수자의 이야기가 조금 더 풍부해졌습니다. 그러나 충분히 반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떡밥을 신중하게 잘 뿌렸으나, 개인적으로는 조금만 더 불친절하게 두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조유, 점프하다’는 조유의 죽음과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문장은 안정되어 있고, 이야기 구성도 좋습니다. 하지만 앞선 작품들과 분위기가 같습니다. 자살 혹은 타살당한 성 소수자. 그 들이 품은 한을 푸념하는 서술자의 시선에서 그려지고 있죠.
소재의 확장과 플롯의 변화가 필요할 듯싶습니다. 지금은 소수자의 이야기가 평가에 가산점을 부여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마다 대중이 원하는 소재가 달라지는 법이고, 결국에는 어떤 장르든 유행을 타고 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입니다. 한때는 영원할 것 같았던 홍콩 영화나 히어로 무비, 서부극이 그랬듯 말이죠. 따라서 조금 다른 소재의 이야기를 쓰시길 추천드립니다.

엄마는 히어로 – 천가연
제목 그대로 히어로인 엄마를 둔 주인공의 시점에서 그린 작품입니다. 여성 히어로가 없다는 통념으로 가득한 사회에서 주인공 엄마는 초능력을 발휘하는 히어로임이 들통나며 사회 통념과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 여성주의적인 시각이 다수 들어가 있습니다. 상업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여성주의 소설은 지금까지 잘 팔리고 이 작품은 이미 충분히 여성주의 소설의 문법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히어로물이란 장르를 택했다면 적어도 최소한의 히어로물로서의 문법과 장르적 재미를 챙겼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제목과 설정에 비해 이야기가 너무나도 평이하게 진행되었으며 대부분의 이야기가 기존 히어로 코믹스에서 한차례 언급은 된 주요 이슈들입니다. 스파이더맨은 시빌워에서 정체가 들통나 메이 숙모를 킹핀이란 악당의 손에 잃을 뻔했습니다. 메피스토에게 메리 제인과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고 사는 미래를 팔아서 숙모를 되살릴 수 있었죠. 인빈시블에 등장하는 아톰 이브는 가부장적인 의붓아버지의 학대에 못 이겨 집을 나갔습니다. 엑스맨은 그 자체가 소수자의 시점에서 그린 히어로물입니다.

퀴블리오쿠스의 구(球) - 김병식
세상을 바라보는 해석과 시선의 변화를 그린 연대기적 작품입니다. 초반에는 기자가 취재한 어느 사이비 교단에 관해 중국인들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미래의 몰락한 인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습니다. 조금 문체가 딱딱해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설정과 배경 설명 역시 늘어지는 부분도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특히, 설정과 배경 설명은 항상 한 문장으로 요약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작가도, 독자도 길을 잃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옛 소설 느낌이 납니다. 결코 대중적인 소설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드 SF를 표방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설정과 현실 사이 기계적으로 맞물리는 부분이 부드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옛 그리스 인의 해석을 설명하는 부분은 흥미로웠지만, 너무 길었습니다. 그렇다고 연대기적 소설이라기에 시간의 흐름 사이 빈공간이 너무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더 깔끔하게 다듬어야 할 작품입니다.

 

1분기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을 선정합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1분기 우수작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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