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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2009.03.27 11:3103.27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내 안에 숨어 있던 악의 본능이 깨어난다!

 인간의 마음속에 공존하는 선과 악,
 그 이중성을 날카롭게 파헤친 수작


 최근 몇 년간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가 있다. 바로 ‘사이코패스’라는 의학 용어이다. 이는 뇌의 어느 한 부분의 이상으로 인해 슬픔이나 죄의식, 공포 따위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이들은 거짓말과 변명에 능하고 충동적이며 폭력 성향이 강한 특징이 있다. 이들의 기질은 주로 범행을 통해 외부로 표출되기 때문에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으며, 별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지른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물섬』의 작가로도 널리 알려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미 19세기에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예견한 듯하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중심 캐릭터 에드워드 하이드는 가히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슨이 창조한 사이코패스 하이드는 환경 등 외부적 요인이 더해져 만들어진 산물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선과 악의 본성 중에서 순수하게 악한 본성만을 추출해낸, 그야말로 ‘순수한 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엄격한 칼뱅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스티븐슨은 젊은 시절부터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선과 악의 이중성과 그 극한의 대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고, ‘인간의 두 가지 본성은 분리될 수 있는가?’라는 심오한 주제를 가지고 이 작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써나갔다.

 마우로 카시올리의 삽화와 함께 읽는 전 세계인의 고전 명작!

 1886년에 출간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인류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논쟁거리로 자리 잡아온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주제에, 치밀한 구성과 예리한 심리묘사, 예측불허의 결말을 가미하여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출간 6개월 만에 현지에서 4만 부가 팔리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고,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들에게 두루 읽히는 고전 명작이 되었다. 또한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100여 편이 넘게 제작되어 지금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번역, 출간된 바 있지만, 이번에 문학동네가 선보이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는 아르헨티나의 젊은 화가 마우로 카시올리의 삽화가 곁들여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과연 얼마나 흉측한 몰골일까 궁금증을 품게 했던 에드워드 하이드의 모습과 작품의 주요 장면을 섬세한 터치로 담아낸 카시올리의 삽화는 명작의 감동과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줄거리 _ 내 안에 숨어 있던 악의 본능이 깨어난다!

 높은 학식과 고귀한 품성을 지닌 헨리 지킬 박사는 인간에게 선과 악의 두 가지 본성이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는 생각했지만, 선과 악이 인간의 마음속에서 갈등하는 상황을 “인류가 짊어진 저주”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 두 가지 본성을 분리시킴으로써 인간이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화학약품을 이용하여 실험에 착수한 결과, 자신 안에 숨어 있던 악의 본능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 악의 정체는 바로 흉측한 몰골에 자신과 정반대 성질을 지닌 에드워드 하이드였다. 그러나 ‘순수한 악 그 자체’인 하이드는 죄책감도 못 느낀 채 아무 거리낌 없이 온갖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고, 시간이 흐를수록 지킬 박사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인 하이드를 통제할 수가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하이드로 대변되는 악의 본성이 더욱 강해짐을 느끼고는 절망하는데……

 “그 사내를 처음 본 순간 전 너무 혐오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이 가족들도 당연히 그랬고요. (중략) 그런데 말입니다, 그 의사도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 뭡니까. 사내를 쳐다볼 때마다 얼굴이 하얘지는데, 의사의 눈에서 그자를 죽이고 싶어 안달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제 심정이나 의사의 심정이나 다를 바 없었던 거지요.” _ 본문 13쪽

 그러다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면서 (하녀의 표현을 빌리면) 꼭 미치광이처럼 발을 쿵쿵 구르더니 지팡이를 휘둘러댔다. 노신사는 흠칫 놀라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기분이 약간 상한 듯했다. 이에 하이드는 완전히 자제심을 잃고 지팡이로 후려쳐 노신사를 땅바닥에 고꾸라뜨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유인원처럼 흉포하게 날뛰며 노신사를 발로 마구 짓이기고 지팡이로 사정없이 두들겨댔다. 그런 가운데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노신사의 몸뚱이가 한길로 쿵 떨어졌다. _ 본문 42~43쪽

 그 방 한가운데 한 남자가 엎어져 있었다. 온몸이 뒤틀린 채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까치발로 다가가 남자를 반듯이 누이자 에드워드 하이드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체구에 비해 너무 큰 옷을 입고 있었다. 지킬 박사의 몸에나 맞을 법한 옷이었다. 얼굴의 힘줄은 살아 있는 사람처럼 여전히 실룩이고 있었지만 숨은 이미 끊어진 상태였다.
_ 본문 87쪽

 에드워드 하이드의 외양을 하고 있으면 내 곁에 다가오는 사람은 누구든 먼저 몸부터 떨어댔지. 나는 그 이유가 우리가 만나는 인간은 모두 선과 악이 섞여 있는 존재인 데 비해, 온 인류를 통틀어 유독 에드워드 하이드만 순수한 악 그 자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네.
_ 본문 117쪽

 순식간에 지옥의 악령이 내 안에서 깨어나 날뛰었네. 나는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아무 저항도 못하는 사람을 후려쳤고, 한 대 한 대 때릴 때마다 쾌재를 불렀지. 그런 광란 상태가 한동안 이어졌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지치기 시작하면서 그제야 차가운 공포의 전율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네.
_ 본문 128쪽



 ♦ 지은이와 옮긴이

 지은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obert Louis Stevenson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토목기사인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에든버러 공대에 입학하였으나, 어릴 적부터 병약하고 문학을 좋아했던 그는 법학과로 전과하여 변호사가 되었다. 그 후 폐결핵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요양을 위해 유럽 각지로 여행을 다녔는데, 그 시기에 파리에서 열한 살 연상의 미국인 오즈번 부인을 만나 1880년에 그녀와 결혼하였다.
 귀국 후 잡지에 기고한 여행기, 단편소설 등을 출간하여 이름을 알려가던 스티븐슨은 1883년 『보물섬』을 발표하며 명성을 한층 높이게 된다. 이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빌란트래 경』등 화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였다. 1888년 건강상의 이유로 남태평양의 사모아 섬으로 건너가 그곳에 정착하였고 한때 건강을 회복하였으나, 1894년 뇌일혈로 사망하였다.

 그린이 마우로 카시올리 Mauro Cascioli

 1978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고, 1993년 아르헨티나의 인기 만화 『엘 카사도르』의 삽화를 그리며 본격적인 삽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후로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 나시온>과 어린이 잡지 <빌리켄> 등에 그림을 연재했고, 현재 미국의 유명 만화 출판사인 마블 코믹스, DC 코믹스와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이 강미경

 1964년 제주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며 교양서를 비롯해 영어권의 다양한 양서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번역서로는 『유혹의 기술』 『내가 만난 희귀동물』 『장군의 경영학』 『허기진 두뇌를 위한 지식의 통조림』 『심심한 두뇌를 위한 불량지식의 창고』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서른 살의 레시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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