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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달밤의 성터에서

2019.02.06 09:0002.06

 

 

밤이 돼서야 옛 성터에 도착한 젊은이는

무너진 기둥들 사이에서 홀로 서 있는 한 노인을

발견했습니다.

 

 

이 밤에 무슨 일로 옛 성터를 찾았을까

호기심이 생긴 젊은이는

노인에게 다가가 인사했습니다.

 

 

노인과 몇 마디 나눈 젊은이는

노인에게서 옛 성터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선대로부터 부유하고 막강한 나라의

왕위를 물려받은 왕은

매일같이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왕에게도 주어진 시간의 마지막이 다가오자

자신의 삶을 연장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왕은 그 방법을 찾았습니다.

 

 

한 사람의 목숨당 1년…

 

 

왕은 600명이나 되는 자신의 백성들을

제물로 바쳐 삶을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분노한 신하들과 백성들은

왕을 성에서 내쫓았습니다.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쫓긴 왕은

가진 것도 없이 몸뚱어리 하나로 600년이란

긴 시간을 살았어야 했습니다.

 

 

그것은 왕에게 재앙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왕을 알아본 성난 백성들에게 몰매를 맞고

도적들에게 잡혀 이유 없이 목이 매달리기도 했으며

전염병에 걸려 온몸이 썩어들어가기도 했지만

왕은 죽지 않았습니다.

 

 

먼 곳으로 떠나 가정을 꾸리고

새 삶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홀로 남아 지독한 고독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강산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부유하고 막강하던 나라도 서서히 기운을 잃다

그 흔적만을 남긴 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젊은이에게

노인은 이야기를 끝마치며 말했습니다.

 

 

바로 오늘이 왕에게 주어진 600년이란

긴 시간의 마지막이라고…

 

 

모진 풍파를 견디고 살아온 왕은

아직도 삶에 미련이 남아있을까 궁금하다고 말입니다.

 

 

노인과 젊은이는

왕이 백성들을 제물로 바쳤던 제단을 바라보았습니다.

 

 

세찬 비바람에 각진 모서리는 둥글게 변했고

매일같이 떠오르는 뜨거운 태양에 본래의 색을 잃었습니다.

 

 

제단은 600년이란 긴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그때…

노인은 젊은이의 볼을 타고 내려온 눈물이

젊은이의 손에 쥔 단도에 떨어져

 차가운 바닥으로 반짝이며 흩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젊은이가 침묵을 깨고 말했습니다.

 

 

물론입니다. 물론이죠…

앞으로도 천년만년은 더 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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