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뜬 남자는
자신의 방 천장 대신
높고 고요한 하늘과 마주쳤습니다.
주위를 둘러본 남자는
전쟁이 휩쓸고 간 듯
쑥대밭이 된 마을의 풍경을 보았습니다.
남자는
아내와 자식들의 이름을 외쳤지만
죽음처럼 고요한 적막뿐
폐허가 된 마을에는
사람 코빼기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불안해 어쩔 줄 모르던 남자는
사라진 가족들과 이웃을 찾아
옆 마을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남자가 도착한 옆 마을도
폐허의 잔재만 남아있을 뿐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려줄 사람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다른 마을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도착한 그곳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다음 마을도…
그다음다음 마을도…
남자는
마치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흔하던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고
생명의 신호를 알리는 조짐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길 위에서 떠돌아다니던 남자는
저 멀리 지평선 위로
우뚝 솟은 성을 발견했습니다.
남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을 향해 달렸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한 남자는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절망감에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해 보이던 성은
그 흔적만을 남긴 채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남자는
자신이 다른 성과 착각한 게 아닌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남자가 보았던 그 성이 있던 자리가
틀림없었습니다.
순간
무시무시한 생각이
남자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지 못한 남자는
자리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잠시 후
세찬 바람과 함께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남자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은
괴물 같은 힘으로 남자를 낚아채더니
저 높은 하늘로 남자를 날려버렸습니다.
남자는
줄곧 태풍의 한가운데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곳은
태풍의 눈이었습니다.
https://youtu.be/afDRCV4FF5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