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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사이버 펑크 120분


옛날 영화에서 무서운 내용의 전화가 걸려 올 때에는 날카롭게 따르릉거리는 소리를 들려 주는 장면이 나오곤 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항상 진동으로 맞춰 두는 요즘, 그런 소리는 흔하지 않다. 애초에 소리를 들려 주지 않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 전화기의 빠른 움직임이 탁자나 책상을 떨게 할 뿐이다. 대신 불길한 전화가 올 때에는 귀에는 소리를 들려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바로 그 기능이 만들어내는 소름 돋는 떨리는 소리가 들린다.

“거기 회사에서 정보 이용 세금 처리 담당하시는 담당자 분 맞으시죠?”
“정보 이용 세금 처리요?”
“인터넷 정보 관련 사업하시는 분 아니신가요? 정보 이용 세금 보고 법령이라는 게 있는데, 모르세요?”
“제가 우리 회사 인터넷 요금 내는 것 담당하고 있기는 한데요.”
“이 달 말까지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를 저희 관리청으로 제출하셔야 하는 것 아시죠? 지금 그 회사에서는 아직까지 보고서가 제출이 안 되어 있거든요.”
“잠깐만요. 정보 이용… 뭐요?”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요.”
“네, 그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라는 게 뭔지 제가 처음 들어 보거든요.”
“정보 세금 정산 센터 홈페이지에 가면 떼실 수 있는건데.”
“네? 그걸 떼 와야 돼요?”
“작년에 통과된 구글세 법이랑 망중립 특례법 때문에 생긴 법적인 의무 사항이거든요.”
“구글세법이랑 망중립 특례법이요? 그게 뭐 어떤 것에 대한 건가요?”
“지금 파악하셔야 되는 게 뭐냐면, 그 새 법령 때문에,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를 꼭 매년 내셔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는데, 모르시고 계시나요?”
“구글세법이랑 망… 그 망 무슨 법 때문에 무슨 의무가 생긴다고요?”
“선생님, 중요한 게 뭐냐면요. 보고서 제출 마감이 이달 말까지예요. 저희가 몇 번 공지를 해 드렸는데, 지금 이거 파악이 안 된 업체들이 너무 많네요.”
“보고서요? 어떤 보고서인데요?”
“다시 한번 말씀 해 드릴게요. 메모 해 두시겠어요?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요.”
“그게 무슨 보고서죠?”
“이달 말까지 법적으로 꼭 제출하셔야 되는 보고서세요, 선생님.”
“이달 말까지요. 그런데 오늘이 이달 말 일 아닌가요?”
“그렇죠. 저희 업무 마감 시간이 지금 두 시간 남았거든요. 그러니까 두 시간 내로 보내주시면 돼요. 이거 안 보내주시면 법령 위반입니다.”
“법령 위반이면, 불법이라는 이야기인가요?”
“탈세 혐의랑 공무 중대 방해 혐의로 처리 되고요. 양벌 규정이 있기 때문에, 회사 법인 자체도 처벌을 받고, 회사 대표님도 처벌을 받고, 담당자님도 아마 처벌 받으실 거예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네? 뭐라고요? 징역이요? 누가요?”
“담당자님이요.”
“그게 누구인데요?”
“저희한테 물어 보시면 안 되고요. 인터넷에서 뗄 수 있는 서류니까 지금이라도 얼른 떼셔서 놓치지 마시고 2시간 내에 접수하셔야 하세요.”

그렇게 해서, 김 박사는 회사 공용 전화기가 내는 진동 소리에 먼저 반응하여 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문제의 업무를 담당하는 담당자가 되고 말았다.

생각해 보면 관공서 직원의 태도는 상당히 친절한 편이었다. 우리가 법을 어기지 않도록 어쨌거나 미리 안내해 준 것 아닌가? 보통 국회의원들이 임기 동안 발의 하는 법안의 건수는 도합 2만 건에 달한다. 2만 건의 법이 각각 뭘 어떻게 바꾸고 또 만드는 것인지 누가 다 알겠는가? 그 많은 법 중에 결국 뭐가 어떻게 바뀌었고 그래서 잘못하면 위법이 된다는 사실을 이렇게 전화라도 걸어서 알려 주는 관공서 직원이 있다는 자체가 감사할 일 아닐까? 김 박사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다잡았다.

게다가 적어도 결론 부분은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새로 생긴 어느 법 때문에 2시간 내로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라는 것을 구해서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는 법을 어긴 것이 되고 잘못하면 회사 대표와 자신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겁에 질린 김 박사는 서둘러 허겁지겁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를 출력하기 위해 정보 세금 정산 센터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일단 가장 자주 쓰는 검색 엔진에서는 그 “정보 세금 정산 센터”라는 곳이 검색이 되지 않았다.

촘촘하게 설치 해 놓은 Robot.txt 설정 때문에 웹사이트 자체를 검색 엔진이 인식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김 박사는 이런 경우를 이미 다른 업무 때문에 몇 번 당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해결책을 갖고 있었다.

김 박사는 우선 지도를 보여 주는 포털 사이트로 들어 갔다. 그래서 정보 세금 정산 센터 건물을 먼저 검색했다. 그리고 지도에 그 건물이 표시 되자, 그 건물을 클릭했다. 그러자 포털 사이트에서 보여 주는 홈페이지 주소가 나왔다.

“알아 냈어. 침착하자. 아직 시간 얼마 안 지났어.”

김 박사는 그 홈페이지에 들어 갔다. 그러자 번쩍 하면서 무엇인가 첫 화면이 나오는 것 같더니 곧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제대로 된 사이트에 왔는지 아닌지 알 수도 없었다. 하얀 빈 화면만 나와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곧 무슨 다운로드를 시작할 거냐고 묻는 화면이 나왔다.

“보안 프로그램 CyberX를 설치 하십시오.”

그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실행해야만 첫 화면이라도 보여 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설치해도 되는 프로그램일까? 애초에 제대로 된 웹페이지 온 것은 맞을까?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일단 시키는 대로 프로그램을 설치하기로 했다. 다행히 다운로드는 생각 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실행시키자, 화면은 저절로 새로고침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뭔가 번쩍 거리며 다시 화면이 나오는 듯 하더니, 다시 새하얀 화면으로 바뀌었다.

“보안 프로그램 CyberX를 설치 하십시오.”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같았다. 김 박사는 새로운 버전의 웹브라우저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물론 김 박사는 옛날 버전 웹브라우저 또한 이미 컴퓨터에 설치해 두었다. 김치, 고추장과 함께 한국인들의 필수품이라고 하는 옛날 버전 웹브라우저. 한국에서 업무를 보려면 꼭 필요하니까. 다행히 김 박사는 평균적인 한국인이었기에 필수품을 구비해 놓고 있었다.

“이번에는 되겠지.”

기대를 품고 옛날 버전 브라우저로 정보 이용 세금 정산 센터로 들어 가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방금 접속했던 그 웹사이트의 주소를 알 수가 없었다. 컨트롤C-컨트롤V 기능을 이용해서 분명히 주소를 복사해 두었는데. 왜 웹사이트 주소가 복사 붙이기가 안 되는 거지? 가만 보니, 그 보안 프로그램이 동작하면서 무엇인가가 복사 되어 있는 클립보드 영역이 어떤 보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삭제해 버린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김 박사는 옛날 버전 웹브라우저를 이용해서 다시 지도를 검색해서 다시 인터넷 주소를 찾아 내서 사이트에 접속했다. 혹시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날 지 모르니까, 이 웹 주소를 메모장에 써놓고 저장해 놓거나 즐겨찾기에 저장해 놓을까? 아니야. 내가 앞으로 인생 살면서 정보 이용 세금 정산 센터 홈페이지에 또 올 일이 얼마나 있겠어? 시간도 없는데 그냥 진행하지 뭐.

김 박사는 잠시 후 이 판단을 후회하게 된다.

옛날 버전 웹브라우저에서는 정보 이용 세금 정산 센터 홈페이지의 첫화면이 일단 제대로 보였다. 김 박사는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여 세금 정산 보고서를 어디서 출력하는 지 알아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 전에 갑자기 화면에 팝업 창이 하나 열렸다.

“이 사이트는 크롬 웹브라우저에서 정상적으로 동작합니다.”

크롬은 또 왜? 구글세와 관련된 법령 때문에 서류를 떼려고 들어 온 사이트에서 왜 구글이라는 회사의 제품을 써야 하는 걸까? 지금 이 옛날 버전 웹브라우저로도 내용은 깔끔하게 다 잘 보이는 것 같은데. 이대로 그냥 진행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지만 혹시 1시간 진행하다가 갑자기 중간에 더 이상 브라우저 문제로 막혀 버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어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된다면? 그냥 시키는 대로 처음부터 크롬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닐까?

아직 시간은 10분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크롬을 설치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있어 보였다. 그래서 김 박사는 우선 크롬 웹브라우저를 설치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5분 정도의 시간을 더 소요한 뒤에 크롬 웹브라우저를 실행시키자, 무슨 이유인지 다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화면이 나왔다. 크롬이 이전에 설치해 둔 보안 프로그램과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CyberX (3).exe”라는 이름으로 보안 프로그램 다운로드가 또 다시 시작 되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실패했는지 조롱하듯이 보여 주는 파일 이름이었다.

그래도 다시 설치하니 이번에는 정말 보안 프로그램 설치가 잘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새로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 되어 실행되면서, 또 클립보드를 지워 버렸다. 즉 아까 들어갔던 웹사이트 주소를 또 잃어 버리게 되었다. 보안 설정 때문에 방문했던 웹사이트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다. 김 박사는 다시 지도를 검색해서 건물을 찾고 건물에 딸린 웹사이트 주소를 알아냈다. 김 박사는 혹시나 싶어 이번에는 그 주소를 종이 쪽지에 메모해 두었다. 아무도 모르는 지식이지만, 김 박사는 이후 109세로 인생을 끝마치는 마지막 순간까지 단 한 번도 그 메모를 다시 사용하지는 않았다.

김 박사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한 때로부터 22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드디어 컴퓨터 화면에는 정보 이용 세금 정산 센터 홈페이지가 정상적 나타났다. 아직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이제 세금 정산 보고서를 출력하는 메뉴를 찾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화면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세금 정산 보고서 메뉴가 보이지 않았다. 마우스를 어떤 낱말위에 올리면 1초 정도 후에 그 아래로 메뉴가 1초 정도에 걸쳐 스윽 열리는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화면에 낱말 12개가 있었기에 메뉴를 다 살펴 보는 데만 1분 정도가 걸렸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세금 정산 보고서 출력 메뉴는 없었다. 이 웹사이트에서 지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을 만한 메뉴인데, 왜 그 메뉴를 이렇게 찾기 어렵게 꽁꽁 숨겨둔 것일까?

사이트맵 이라는 메뉴를 찾아 들어가 보았지만 다른 자료를 볼 수 있는 메뉴 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정보 이용 세금 정산 센터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정보 이용 세금 정산 센터의 센터장 인사말은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정보 이용 세금 정산 센터로 오시는 길은 어디인지, 정보 이용 세금 정산 센터를 상징하는 로고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등등을 알려 주는 내용 밖에 없었다. 정보 이용 세금 정산 센터 로고를 디자인한 의미에 대해 알아 보는 것도 나름대로 삶에 어떤 도움이 될 때가 올 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 긴박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김 박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뻔히 알면서도 웹사이트에 달려 있는 검색 란에 “세금 정산 보고서”를 입력하고 검색을 해 보았다.

세금정산보고서 – 검색 결과 8,352건”
“부산 금정산! 센터 직원들의 즐거운 신년 산행의 추억 ….”
산보의 즐거움 – 센터 주변을 걷는 즐거움 …”
“종로의 세검정에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 그래서 세금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왜 누가 “세검정”이라는 말을 “세금정”이라고 오타를 낸 것일까 잠깐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하여튼 의미 있는 정보는 없었다. 역시 지푸라기는 잡아 봐야 지푸라기일 뿐이었다.

김 박사는 “자주 묻는 질문” 메뉴로 들어 갔다. 그곳에 가니 “무슨 영수증은 어디서 출력하나요?” “무슨 보고서의 양식은 어떻습니까?” 같은 질문들이 올라 와 있었다. 가만 보니 그 중에는 어디에서 세금 정산 보고서를 출력하는 지 물어 보는 글도 있을 것 같았다. 김 박사는 빠르게 자주 묻는 질문에 올라온 글들을 훑어 보며 읽기 시작했다. 시간은 흘러 갔다. 비슷한 다른 보고서 같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질문들이 있었다. 곧 김 박사가 원하는 세금 정산 보고서 떼는 법도 어딘가에 적혀 있을 듯 싶었다.

10분 정도의 시간이 더 흘렀을 때였다. 총 34분 가량의 시간이 소모된 시점에서, 김 박사는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에드가 앨런 포가 창조한 옛 탐정 소설의 주인공, 오귀스트 뒤팽은 추리 소설의 기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잘 찾을 수 없는 물건은 어이 없을 정도로 눈에 뜨이기 쉬운 곳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잘 뒤져 보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 김 박사는 그 말이 영감처럼 떠올랐다. 김 박사는 바로 웹사이트의 맨 첫 페이지로 돌아갔다. 그리고 새로 고침을 눌렀다.

“팝업 차단됨”

예상 대로였다. 브라우저 한 켠에 그 말이 보였다. 김 박사는 팝업 창을 허용한다는 옵션을 선택하고 웹사이트를 다시 표시하도록 했다.

그러자, 사이트의 맨 처음 시작 화면과 함께 커다란 팝업창이 튀어 나왔다.

“세금 정산 보고서 온라인 출력”
“>> 클릭 <<”

한 눈에 보기에도 급하게 만들어 적당한 아이콘조차 붙이지 못한 모습의 팝업창이었다. 그렇지만, 그런만큼 진솔해 보이고, 절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문제의 링크를 클릭하자, 완전히 별도의 새로운 웹사이트가 드러났다. 출력을 위한 웹사이트는 지금까지 보고 있던 정보 이용 세금 정산 센터 홈페이지 만큼이나 거대한 곳이었다. 그 자체를 위한 검색 기능과 사이트맵까지 따로 갖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래도 들어가자 마자, 눈에 잘 뜨이는 곳에 “세금 정산 보고서 출력”이라는 메뉴가 있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남은 시간은 1시간 25분. 이 정도면 아직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아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이 웹사이트를 찾아낸 것에 성공했으니 나머지는 잘 풀려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김 박사는 자기 자신을 진정시키기로 노력했다.

그렇지만, 어디 옛말 중에 틀린 말이 있던가? 시작이 반이라는 그 말 그대로, 정말 시작은 업무 부담의 절반에 해당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세금 정산 보고서 출력 웹사이트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이 모든 고생의 반 만큼이나 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우선 “세금 정산 보고서 출력”이라는 메뉴를 누르자 나타난 것은 세금 정산 보고서나, 그것을 출력을 위한 화면이 아니었다.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말이 나타났다.

“아이디:”
“패스워드:”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이디가 없으시면 회원가입을 하십시오.”

회원가입이라니? 이런 게 필요해? 그렇지만 김 박사는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자기암시를 걸기 시작했다. 하자. 회원가입. 하루 이틀 하는 회원가입도 아닌데. 어차피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류의 일원인 이상 쓰잘데 없는 웹사이트에 회원가입 하는 일은 매일 같이 할 수 밖에 없는 일 아닌가? 회원가입 또 하지 뭐. 익숙한 짓이다. 빠른 손놀림으로 가입하면 된다. 2분, 3분이면 가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출발부터 자잘한 문제가 사람을 성가시게 하기는 했다. 예를 들어, 이 웹사이트는 가입할 때 가입자의 국적을 고르는 란이 있었다. 그런데 세계의 2백 개의 가까운 나라들 중에 한국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시간이 걸렸다. 기본으로 선택되어 있는 선택지는 “한국”이 아니라, 그냥 “선택”이라는 말이었다. 한국이라는 선택지를 그 많은 나라들 중에서 하나 골라야만 했다. 김 박사는 잠시 “내가 ‘선택’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그 나라의 시민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국민투표로 우리나라 이름을 대한민국 대신에 ‘선택’으로 바꿀 수 있을까” 같은 공상에 잠깐 빠졌다.

그런데 선택지에 있는 수 백개의 나라 이름들이 가나다 순서로 정렬되어 있지도 않아서 어디쯤 어느 나라가 있는지 찾아 보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나라 이름 발음이 비슷한 나라들끼리 모여 있어서 자꾸만 가나다 순으로 나라 이름이 정렬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착각을 하게 되었다. 마치 함정 같은 정렬순서였다.

김 박사가 한참 보다 보니, 원래 어느 영문 사이트의 나라이름 목록을 가져 와서는 그것을 한국어로 번역만 해서 그대로 집어 넣어 놓은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아르헨티나-벨기에-중국-덴마크” 순서처럼 적혀 있어서 그냥 한글로 나오는 화면을 얼핏 보면 아무 규칙이 없는 순서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은 “Argentina-Belgium-China-Denmark”라는 나라 이름의 영문 표기 순서를 따른 것이었다. 김 박사가 이런 숨겨진 규칙성을 알아낸 것은 작은 앎의 즐거움이기는 했으나, 아무도 칭찬해 줄 사람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 와중에 한국이 Korea 로 들어 가 있는지, South Korea로 들어 가 있는지, Republic of Korea 로 들어 가 있는 지, 뭘로 표기되어 있는지를 상상하며 찾아 보는 일이 더욱 성가셨다. 자세히 보니, 케냐와 쿠웨이트 사이에 북한과 대한민국이 있었다. Kenya와 Kuwait 사이에 있으니까, Korea, South 라는 표기로 되어 었던 것을 번역해서 넣은 모양이었다.

다른 문제로 괜히 타이핑을 여러 번 하게 하는 문제도 있었다.

보통 김 박사는 한 항목을 입력하고 다른 항목을 입력하려고 이동할 때에는 손놀림을 빠르게 하기 위해, 마우스로 클릭하지 않고 키보드의 탭 키를 눌러서 이동했다. 예를 들어서 이름을 입력한 후 나이를 입력할 때에는 이름을 입력하고 나이 입력하는 칸을 마우스로 클릭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탭 키를 눌러 이름 입력 란에서 나이 입력 란으로 이동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게 쓸데 없는 회원가입에 익숙해진 21세기 인류의 발전된 습성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전화번호 입력하는 란에, 이 웹사이트는 편리하게 입력하는 것을 도와 준답시고 맨 앞자리 010을 입력하고 나면 자동으로 바로 다음 칸으로 이동해 버리는 기능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 친절함을 김 박사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와 같은 배려심을 모르고 습관적으로 탭 키를 같이 눌러 버리니까 두 칸 연속으로 이동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국번을 입력해야 할 자리는 건너 뛰어 버리고 그 다음 번호를 입력할 자리에 무심코 국번을 입력하게 되었다. 그것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다시 일부러 국번 입력 칸을 클릭해서 돌아가 입력하고, 그리고 잘못 입력한 번호 부분을 지우고 다시 입력해야 했다. 별것 아닌 동작이기는 했지만, 재빠른 손놀림으로 빨리 회원가입을 하겠답시고 탭 키를 누른 것 때문에 일부러 이런 더 귀찮은 추가 동작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뒤틀린 자괴감으로 다가왔다.

물론 모든 것이 짜증스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이메일 입력란에는 혹시라도 누군가 오타를 낼 까봐, 여러 대중적인 이메일 계정 제공 사이트에서쓰는 주소 본보기들 중에 고르도록 해 놓은 대목이 있었다. 이런 대목은 잠시 옛추억에 젖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 이메일 주소 선택란에는 netian.com , hanmir.com , paran.com 같은 흘러간 옛 인터넷 닷컴 기업들의 주소가 보였다. 그래, 옛날에는 그런 사이트들이 있었지. 그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이트는 망했지만 그래도 다시 일자리를 찾아 가서 잘 살고 있을까?

생년월일을 입력하는 순간도 마음에 와닿는 것이 있었다. 도대체 이런 사이트에서 왜 생년월일을 입력 받는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기는 했지만, 그보다 이 사이트는 그냥 곱게 년월일을 타이핑해서 입력 받는 방식이 아니었다. 대신에 클릭을 하면 달력 모양이 나오고 그 중에서 날짜를 클릭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김 박사가 태어난 해의 달력을 보기 위해서는 한 해 전 달력을 보는 버튼을 여러 번 클릭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있는 만큼 클릭을 한참이나 해야 했다. 년도 숫자가 하나 둘 줄어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내가 태어난지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구나” “나도 벌써 이만큼 나이가 먹었구나” 하면서 잠시 상념에 빠질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상념에 빠질 느긋한 시간은 오래도록 이어지지 않았다. 회사 대표의 이름을 입력하는 란에서 골치아픈 일이 발생했다.

김 박사가 다니는 회사 대표의 이름은 박여호수아 였는데, 그 글자를 써넣자, 화면에 예상치 못한 팝업 창이 열렸다.

“성명에는 최대 4자까지만 입력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사이트는 내 입력을 거절했다.

어떻게 하지? 앞 네 자리만 써야 하나? 그러면 박여호수가 되는데, 이러면 대표의 이름이 아닌게 되지 않나? 차라리 이름이라도 정확하게 살리기 위해 성을 빼고 “여호수아”라고 입력하는 게 도리어 나을까?
그러나 김 박사가 어렴풋하게 임의로 결정한 대책을 웹사이트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데이터베이스 상의 회사 대표 성명과 입력하신 성명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김 박사는 “박여호수”라고 입력하기도 해 보았고, 부질 없이 “박호수아”라고 입력하기도 해 보았다. 모든 경우의 수를 시도해 본다고 “박여호아”라고 입력해 보는 쓸데 없는 행위도 해 보았다. 그러나 웹사이트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데이터베이스 상의 회사 대표 성명과 입력하신 성명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 걸까? 여기서 막히는 걸까? 김 박사는 지금 입력해 놓은 것이 모두 날아갈까봐 조심스럽게 웹브라우저를 하나 더 열어서 거기에서 같은 웹사이트에 다시 들어 갔다.

이런 문제를 상담할 사람의 연락처와 전화번호를 찾아 보았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 웹사이트에는 자주 묻는 질문 게시판도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webmaster”라는 매우 권위있어 보이지만 너무나 흔한 이름의 이메일 주소가 아주 작은 글씨로 화면 한 켠에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뿐이었다. 1년전 급하게 이 웹사이트를 개발해 주고 불경기를 견디다 못해 망해서 흩어진 어느 웹 개발 업체에서 당시 급하게 고용했던 제일 불쌍한 아르바이트 생의 이메일 계정과 연결되어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주소였다. 그 사람에게 이 문제를 이야기하면 누구, 누구에게 전달 되어, 어느 세월에 해결될 수 있을까? 그래도 그것이 당장 이 웹사이트의 관리자 쪽과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경로인 듯 싶었다.

“[긴급]” “[지급]” 같은 말을 제목에 넣어서 이메일을 보내면, 설마 몇 십 분 만에 답이 올 수도 있을까? 남은 시간은 1시간 8분이었다.

“저희 회사 대표의 성함이 다섯 글자인데 회원가입 시에 대표입력 란에서 네 글자 이상을 입력하면 오류가 납니”

까지 이메일을 쓰기 위해 타이핑을 했을 때, 김 박사는 한 가지 새로운 돌파구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돌파구는 웹사이트 첫 화면 한쪽 구석에 있었다. 돌파구라고 해서 구멍이나 문이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 웹사이트 한쪽 구성에는 영국 국기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1차 대전 당시의 프랑스군도 아닌데, 영국 국기를 반가워할 까닭이 있을까? 물론이다. 한국 웹사이트에서 한쪽 구석에 있는 영국 국기의 모양은 이 웹사이트를 영문판으로 보여 준다는 뜻이었다. 그 말은 회원가입도 영문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을 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그러면 이름도 영문으로 받도록 해 놓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아무래도 이름에 다섯 글자 밖에 안 되는 제한을 걸어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호수아 박을 영어로 쓴다면, Joshua, 그것만으로 벌써 여섯 글자다.

“그렇지!”

김 박사는 짜릿함의 환호를 욕설처럼 내뱉았다. 생각대로였다. 영문판 웹사이트에서 처음부터 다시 회원 가입을 진행하자, 이름을 다섯 글자 이상을 입력해도 막아 서는 것은 없었다. 성공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소요 되어 남은 시간은 54분 뿐이었다. 이 정도면 아직 여유 있어 보였다. 힘겨워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웹사이트 한 군데에 가서 서류 하나를 떼서 보낸다, 그 작업이 해야 될 일의 전부 아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한국의 초고속인터넷으로 그 정도 작업을 하는데, 54분이면 넉넉하다고 봐야겠지.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주문처럼 말하며 되뇌이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초조함이 느껴지는 것을 피할 대책은 없었다.

그리고 과연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나타났다.

주소에서 우편번호를 입력하는 란이 보였다.

우편번호를 그냥 곱게 타이핑해서 입력할 수는 없게 막혀 있었다. 우편번호 조회 버튼을 눌러서 우편번호를 검색해서 자동으로 우편번호가 입력 되도록 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주소의 앞부분도 자동으로 들어 가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우편번호 조회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우편번호를 조회하는 창이 열리지 않았다.

주소에서 우편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이 웹사이트는 회원가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회원가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보고서를 뗄 수도 없고, 보고서를 뗄 수가 없으면 제출할 수가 없고, 제출하지 못하면 감옥에 갈 지도 모른다. 우편번호. 어떻게든 우편번호 입력 창이 열리게 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우편번호. 우편번호. 김 박사는 부질없이 회색으로 칠해져 있는 우편번호 입력칸을 마우스로 몇번 클릭하고 키보드를 몇 차례 눌러 보았다. 소용 없었다. 아무 글자도 입력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다고 내가 뻔히 알고 있는 우편번호를 그곳에 입력할 수 있게 허락해 주지는 않는다.

김 박사는 다시 webmaster라는 이메일 주소로 이메일을 하나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또다시 화면에 보이는 것이 있었다. 아까도 보였던 바로 그 메시지.

“팝업창을 차단했습니다.”

그렇지. 우편번호 입력하는 창은 무슨 이유인지 차단 당해야만 하는 팝업창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팝업을 허용하면 다시 우편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창이 뜰 것이다. 그러면 주소를 입력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 보고서를 뗄 수 있고, 그러면 시간 안에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어서, 법령을 준수하고 감옥에 가지 않게 된다.

“이 사이트의 팝업을 항상 허용하시겠습니까?”

항상. 언제까지나. 영원히.

김 박사는 허용했다. 그런데, 그러자 팝업창을 다시 보여주려는 일념에만 사로잡힌 웹브라우저는 전체 웹페이지를 새로고침시켜 버렸다. 그러자, 지금까지 회원가입을 하겠다고 입력한 그 긴긴 내용들은 다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하얀 화면에는 이런 말만 나왔다.

“자료를 다시 전송하여야 합니다. HTTP-POST”

다시 모든 회원가입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두번째 하는 작업에서는 실수가 없었다. 전화번호를 입력할 때에는 굳이 빠르게 입력하겠다고 탭 키를 눌러서 이동하면서 잘난 척 하지 않고 겸손하게 자동으로 웹사이트가 다음 칸으로 옮겨 지는 기능을 따라갔다. 달력을 빠르게 클릭하여 생년월일을 고르는 손놀림은 더 빨라졌다. 여러 번 보다 보니, 김 박사는 자신이 태어난 날이 금요일이구나 하는 점을 괜히 깨닫게 되었다. 우편번호 검색 창이 정상적으로 뜨는 모습은 큰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 다만 영문판 웹사이트로 가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주소를 정식 영문주소로 다시 알아 와서 검색을 해야 했기에 조금 골치 아프기는 했다.

모든 회원가입 작업을 다 수행하고 성공적으로 처리한 후, 김 박사는 “완료” 버튼을 클릭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작업이 진행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 웹사이트는 가련한 김 박사를 회원으로 가입시켜 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웹사이트가 멎어 버렸다.

남은 시간은 41분. 어차피 의지와 의향이 없는 웹사이트가 굳이 김 박사를 싫어해서 가입을 막는 것일 리는 없었다. 뭔가 어떤 프로그램이 내부에서 작동하다가 오류를 일으킨 듯 싶었다. 김 박사는 절망적인 기분을 최대한 억누르며 차분한 이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애틋한 노력 덕분에 김 박사는 화면에 보이는 한 가지 특이한 상황을 알아챌 수 있었다.

“CyberX가 고객님의 정보를 안전하게 처리 중입니다.”
“CyberX가 고객님의 정보를 안전하게 처리 중입니다.”

김 박사의 정보를 안전하게 처리 중 – 잘도 안전하게 처리하고 있겠다 – 이라고 밝히고 있는 CyberX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상태를 보여 주는 창이 화면에 표시 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창이 이상하게 하나가 아닌 둘이 동시에 열려서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CyberX 프로그램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둘이 열려서 둘이 동시에 실행되고 있다는 뜻 같아 보이기도 했다.

“혹시, 보안 프로그램이 두 개가 동시에 실행되면서 서로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건가?”

김 박사는 혼자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누가 보면 정신이 이상해진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큰 오해는 아닐 것이다.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돌아 보면 김 박사가 이 짓거리를 처음 시작할 때 브라우저를 바꿔서 두 번 웹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했다. 그때마다 한번씩 CyberX가 실행이 되고, 그 후에도 정상적으로 종료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CyberX가 동시에 둘이 실행되고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자, 머리 속에서 빌 게이츠인가 스티브 워즈니악인가 에이다 러브레이스인가가 말했다는 컴퓨터 작동 오류 해결 이론의 제1원리가 떠올랐다.

“껐다가 켜보든지”

김 박사는 컴퓨터를 종료하고 다시 켜서 이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다 수행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결론은 감격의 회원가입 완료.

물론 회원가입의 마지막 관문인 휴대전화 실명인증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는 했다. 휴대전화 실명인증은 마치 여진족의 군대를 혼자서 방어하고 있는 고려의 명장, 척준경처럼 굳건히 사이트를 가입하기 어렵도록 막고 있었다. 가까스로 인증번호를 전화기에서 확인하려고 하는데, 전화기에 배터리가 모자라서 꺼져버렸고, 그 때문에 전화기 연결 케이블을 옆자리에 앉은 동료에게 빌려서 다시 충전을 하고, 전화기를 다시 부팅하고, 전화기에서 다시 꼭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OS 변경 사항을 반영하고, 그러기 위해 용량이 부족해서 전화기에서 뭘 지울지 고민해서 지우고, 결국 인증번호를 받기는 받았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는 동안 날아온 아까 번 인증번호와 동시에 날아 와서 뭐가 먼지 헷갈려서 한번 틀리고, 뭐 그런 난관을 다 넘어서야 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 모든 난관을 김 박사는 꿋꿋이 헤쳐 나갔다. 김 박사는 서류를 제때 제출하지 못해서 난생처음 감옥 신세를 지느냐 마느냐를 결정하게 될 절체절명의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 출력 웹사이트에 마침내 가입하는데 성공하고야 말았다. 남은 시간 32분.

“이예에!!!”

김 박사는 흥분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보고서 출력 웹사이트 회원가입 성공.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에 가입했다고 한들 이렇게 기쁘랴. 주변의 동료들 중에는 이상한 눈길로 그쪽을 보는 사람이 있었지만, 이미 그런 것이 중요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이 다음에도 문제가 술술 풀리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우선 회원가입을 마친 후 새로 다시 로그인을 하라고 했는데, 이때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하자 “세 번 오류시에는 계정이 잠깁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그렇게 위협할 거면 미리 말이라도 해주지.”

김 박사는 떨리는 마음으로 키 하나하나에 씌여 있는 글씨를 보면서 어린시절 처음 키보드라는 것을 접하던 때의 태도로 돌아가서 차근차근 눌렀다. 특히 이 웹사이트는 비밀번호에 특수문자를 꼭 끼워 넣으라고 했기 때문에, 특수문자를 입력하기 위해 시프트 키를 누르면서 동시에 다른 키를 누르는 동작을 취할 때는 각별히 신중해야 했다.

어지간한 문제가 다 해결된 뒤에도 보고서를 출력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출력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보안프로그램을 또 설치해야 하고, 그러면 기껏 작업을 해 놓은 후 보안프로그램이,

“현재 열려 있는 모든 브라우저를 닫습니다”

라는 개 같은 소리를 하면서 다시 모든 것을 다 닫고 처음부터 시작하도록 강요하는 일도 있었다. 그 일이 벌어진 때에 남아 있는 시간은 28분.

그 순간, “현재 열려 있는 모든 브라우저를 닫습니다”라는 말 밑에는 “확인”이라는 버튼 밖에 없었다. “닫기 싫은데”라든가, “확인하기 싫어”, “꺼져라 개자식” 같은 버튼은 달려 있지 않았다. 확인을 누르면 그 모든 것이 다 날아가고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사용자가 뻔히 알면서도, 그래도 어떤 다른 방법이 없어서 제 손으로 “확인”을 눌러 모든 브라우저를 닫히게 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 심정.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안타깝게도 다들 겪어 보았겠지만.

그 후에도, 보고서가 그냥 바로 프린터로 출력되는 것이 아니고, 출력 되는 프린터가 있고 안 되는 프린터가 있어서 쉽게 출력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보고서 출력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그냥 쉽게 프린터로 출력하도록 되어 있지 않고 굉장히 까다롭게 프린터 연결 방식을 통제하고 있었다. 만에 하나 혹시라도 보고서를 PDF로 뽑아 두면 요한계시록에 따라 세상이 종말을 맞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사탄을 봉인해 두듯이 철저히 봉인해 놓는 기능이 겹겹이 갖추어져 있어서 멀쩡하게 네트워크로 잘 연결되어 있는 프린터로도 보고서를 출력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김 박사는 휴대용 컴퓨터를 새로 구하고, 재빨리 회사 건물 지하에 있는 사무용품 점에서 USB 케이블도 사와서, 직접 프린터 옆에 가서 프린터에 휴대용 컴퓨터를 연결해서 인쇄를 해야 했다. USB 케이블을 사고 사무실로 달려 올 때 빨라진 그 발걸음. 그때 남은 시간은 17분이었다. 그 휴대용 컴퓨터에 다시 크롬 설치와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하는 작업도 신나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 중에서 무엇보다 고통스러웠던 일은 공동인증서를 처리하는 문제였다.

이토록 엄정한 절차를 통해서만 인쇄할 수 있는 문서인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는 너무나 중요한 자료였기 때문에, 출력 직전에 마지막으로 공동인증서 시스템이라는 별도의 심각한 프로그램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것이야 말로, 이 작업이 갖고 있는 최후의 난관이었다.

공동인증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회사의 공동인증서 파일을 회사 내부의 담당자에게 받아 와야 했다. 회사 내부절차부터가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게다가 그 공동인증서의 export 파일이란 것을 다운로드 받은 후에는, 그 공동인증서를 설치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 절차는 지금까지 사용했던 이 모든 웹사이트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제3의 공동인증서 처리 전문 기관에서 운영하는 제3의 웹사이트를 이용해서 다시 진행해야 하는 절차였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공동인증서라는 것을 설치하면, 그 다음에는 다시 그 공동인증서를 인식하기 위한 세금 정산 보고서 쪽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해야 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동작해야만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접근하기 어렵도록 양 방향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여러 장벽을 통해 겹겹이 막혀 있는 철벽수비와 같은 모양새였다.

그 한 단계 한 단계는 고통스러웠다. 보고서를 떼는 작업을 가로 막는 관문이 여럿 있다면, 공동인증서 설치 작업은 마치 4백년 전 울돌목 바다에서 일본군의 대함대를 홀로 막고 있는 충무공처럼 굳건해 보였다. 사람의 의욕에는 한계가 있고, 좌절감에는 끝이 없는 법 아니던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통과해서 보고서를 인쇄할 수 있단 말인가? 김 박사는 눈에서 조금씩 식염수와 같은 성분이라지만 그보다 훨씬 따뜻한 액체가 자기도 모르게 차오르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제발, 제발.”

공동인증서 인식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김 박사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만약 공동인증서 인식 프로그램이 너무 엄청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 컴퓨터의 관리자 권한을 요구한다면? 만약 그렇다면 김 박사는 바로 설치할 수가 없었다. 그런 프로그램은 회사의 IT관리팀에 가서 따로 조치를 받은 뒤에만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러면 시간이 더 걸린다. 그래서는 안된다. 제발 관리자 권한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은 아니기를. 제발. 제발!

아무리 21세기 첨단기술의 집약체라고 하는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먹이사슬의 정점에 군림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라 하는 공동인증서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고 할 지라도, 인간 본연의 원시적인 주술적 기대에 의지하는 심리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마치, 고대의 어느 사냥꾼이 오늘은 산에서 호랑이에게 물리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물을 떠놓고 칠성님에게 빌듯이, 김 박사는 실리콘과 광케이블을 오가는 0과 1의 신호가 마법처럼 변하여 공동인증서 인식 프로그램이 관리자 권한을 요구하지 않기를 빌었다.

“관리자 권한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미신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김 박사는 결국 컴퓨터 본체를 들고 허겁지겁 관리자 권한을 받으러 IT팀에 찾아가 통사정해야 했다. 그리고 6분 후에, 프린터에게 연결하기 위해서 마련한 휴대용 컴퓨터를 들고 다시 IT팀을 또 찾아가 사정해야 했다.

그러나 결국, 절정의 순간은 오고야 말았다. 김 박사는 프린터가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를 출력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한 페이지의 A4 용지가 프린터가 쏘아 대는 레이저의 파편을 얻어 맞으며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뜨거운 레이저가 작렬하는 동안 종이 위에는 검은 무늬가 조금씩 새겨졌다. 프린터는 서서히 그 종이를 토해냈다. 마치 거대한 괴물이 용사의 칼에 맞아 쓰러지면서 입으로 뱃 속에 든 것을 토해내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충무공 같았던 공동인증서조차 김 박사는 뚫고 나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충무공은 노량해전에서 장렬히 전사하였는데, 충무공을 쏘아 맞힌 일본군의 심정이 바로 이러했을까? 김 박사는 아주 부적절한 비유법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감격과 흥분 속에서 뭐가뭔지 알 수는 없었다.

“정산액: -37원”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에는 도장 몇 개와 함께 그런 말이 적혀 있었다. 세금을 37원 내야 한다는 뜻일까? 세금 37원을 이미 냈다는 뜻일까? 이미 낸 세금 중에 37원을 돌려 주어야 한다는 뜻일까? 그게 아니면 이미 낸 세금 중에 37원을 돌려 달라고 우리가 요청해야 하고 요청하지 않으면 처형하겠다는 뜻일까? 알 수 없었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뭐 하여튼 어떻게 37원이 알아서 잘 되겠지, 뭐. 이 보고서를 이제 관리청에 제출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만 생각하자고. 그것만.

남은 시간은 4분 16초 정도였다. 분명히 관리청의 제출 사이트도 가입절차나 확인절차 같은 것이 있을 지 몰랐다. 이제 시간은 빠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마음은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거나 37원 문제 아닌가. 37원 문제라면 설마 이 모든 것이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정말 감옥에 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좀 귀찮게 검찰청과 법원을 들락거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37원 때문에 사람을 감옥에 가두는 그런 세상은 아니지 않는가? 설마? 혹시? 김 박사는 자신의 책상 위, 유리 저금통 속에 수북하게 들어 있는 은빛 동전들을 보면서, 곧 보고서가 제출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제출 사이트에 보고서를 스캔한 PDF파일을 업로드시켰는데 – 잠깐만, 어차피 인터넷에서 증명서를 출력하게 되어 있고, 증명서 받는 곳에도 인터넷으로 증명서를 받게 되어 있는데, 그  증명서를 볼만한 유일한 기관이 뭐하러 자료를 바로 컴퓨터 파일로 받아 보지 않고 굳이 종이로 한 번 인쇄를 했다가 다시 그 인쇄된 것을 스캔한 파일을 올리도록 해 놓은거지? 이런 생각은 굳이 하지 말고 마음을 비워야지 – 하여튼 그렇게 고생 끝에 얻은 스캔한 PDF파일을 올렸는데, 업로드가 진행되지 않고 갑자기 그냥 인터넷 연결이 끊어진 것 같은 모양이 나왔다. 왜 이런 거지?

“파일 명에 특수문자를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직전에 보았던 유의 사항 메시지가 생각났다. 김 박사는 파일명을 다시 확인했다. “정산 보고서.pdf” 어려울 것 없는 이름이었다. 설마 한글도 특수문자라고 취급하는 것일까?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아닐까? C에서 isalpha() 함수를 돌리면 한글은 false라는 결과가 나오던가. 먼 옛날 학교에서 처음 프로그래밍 개론을 배우던 때의 지식도 스쳐지나갔다. 그러면 파일 이름을 “balance report.pdf”로 바꾸어야 할까? 잠깐만, 혹시 balance와 report라는 말 사이의 한 칸 띄운 공백 부분이 문제인 것은 아닐까? 공백은 특수 문자야, 아니야?

김 박사는 “balancereport.pdf”라는 이름으로 파일 이름을 바꿔서 올리고 다시 한참 기다렸다. 하지만 여전히 화면에는 오류만 나왔다. 남은 시간은 17초. 잘못된 것은 없는데. 다 잘했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왜 이런거지. 왜?

아무래도 마지막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관리청 웹사이트가 감당하지 못해서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김 박사는 주어진 자신의 120분을 모두 소모하고 말았다.

128분이 지났을 때, 김박사는 부질 없이 다시 보고서 파일을 업로드했다. 이번에는 얼핏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지만, 더 절망적인 결과가 화면에 나왔다.

“업무 시간 중이 아닙니다. 서류를 제출할 수 없습니다.”

김 박사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끓어 오르는 깊은 원한의 눈물이 얼굴을 서서히 적시는 것을 얼굴 뿐 아니라 온몸으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지나가던 최 박사는 자리에 앉아 처절하게 울고 있는 김 박사를 보았다. 최 박사가 김 박사에게 물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이게, 이 놈들이. 이게 법에 오늘까지라고 되어 있으면, 상식적으로 오늘 밤 12시까지가 오늘 아니에요? 왜 업무시간이 아니면 접수를 안 받아요? 왜?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으면, 제가 처음부터 고속버스를 타고 관리청 앞에 가서 그 앞에서 작업해서 바로 실제 서류를 그냥 던지고 왔겠죠. 왜 이걸 꼭 될 것처럼 해 놓고는… 이 놈들은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 놓았냐면 딱 자기들이 생각한 그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제일 평균적인 사람 딱 한 사람만 할 수 있게 해 놓았어요. 거기서 한 치라도 어긋나면 허락하지 않는 거에요. 이게 뭐예요? 이게 뭐냐고요.”

최 박사는 정말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김 박사는 앞도 뒤도 없이 감정에 차올라 울부짖고 있을 뿐이었다.

최 박사는 김 박사의 컴퓨터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관리청 웹사이트가 나와 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도 “업무 시간 중이 아닙니다. 서류를 제출할 수 없습니다.”라는 글을 읽자, 최 박사는 해결책 한 가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잠깐만요. 관리청 웹사이트 만든 놈들 특징이 있거든요. 이거 웹 페이지 소스코드를 한번 열어 볼게요.”

그러자 화면에 알아 보기 힘든 많은 글자들이 나타났다.

“맞네. 관리청 얘네들은 여기서도 현재 시각을 클라이언트에서 받아가도록 짜 놓았네.”

최 박사는 김 박사 컴퓨터의 시계를 십오분 전으로 바꿔 맞췄다. 그리고, 다시 보고서를 관리청 웹사이트에 올렸다. 그러자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왔다.

“성공적으로 서류가 제출 되었습니다.”

보통 성공이라는 말은 백만장자가 된다거나, 커다란 회사의 임원이 되거나, 혹은 바람 피우는 것이 잘 풀릴 때 즈음은 되어야 쓰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 박사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화면에 보이는 말대로 “성공적으로”라는 말이 충분히 어울릴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김 박사는 제 때 -37원짜리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공적 덕택에 아무도 검찰 조사를 받지 않고 감옥에도 가지 않을 수 있었다.

이후 보고서 제출이 너무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이 발생해서, 다음 해에는 시스템 전면 개편이 이루어졌다. 또한 관련 법도 다시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 되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다음 해에는 그 모든 처리 절차와 설치해야만 하는 프로그램들이 전부 다시 바뀌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을 다 새로 해야 하게 되었다.

그러나 김 박사에게는 행운으로, 다음 해에 벌어지는 그 모든 일들은 김 박사의 고통은 아니었다. 대신 그 날은 또 다른 누군가가 진동하는 전화를 받아 들었다.

- 2020년, 경부고속도로에서
 

댓글 6
  • No Profile
    한때는나도 20.12.31 13:12 댓글

    첫 대화에서 이후 모든 내용을 짐작하고서도, 압도적인 디테일 앞에 무릎꿇으며 배를 움켜쥘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연말정산 무사히 잘 마치시기 빌겠습니다.

  • 한때는나도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0.12.31 17:45 댓글

    그런 것이 또 사이버펑크 아니겠습니까

  • No Profile
    Mono 20.12.31 14:47 댓글

    회사에서 평소 괴짜로 유명한 동료가 지나가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기에 간단히 설명해줬더니..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지. 이럴 때일수록 지금 여기의 풍경을 즐기는게 필요할수 있어" 하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으며 주인공의 시간을 더 소모하는 장면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남 이야기가 같지 않은 이야기 아주 잘 읽었습니다.

  • Mono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0.12.31 17:45 댓글

    상상하신 내용을 집어 넣어서 읽어 주셔서 더 재미있다면 더 좋겠지요. 감사합니다.

  • No Profile
    윤새턴 21.01.03 02:45 댓글

    바람 피우는 것이 잘 풀릴 때가 성공이란 말을 쓰기 적절하다니, 위험한 아저씨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윤새턴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1.01.04 05:45 댓글

    다음 업데이트도 기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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