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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1년 12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을 추려 심사, 후보작을 추천하였습니다.

2021년 마지막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은 김오롯 님의 「떠오르는 얼굴」입니다.

 

그의 선택 - 희야아범
반지하 원룸에서 살던 직장인이 갑자기 신축 원룸으로 바뀐 상황이 흥미진진합니다. 정체불명의 존재보다도 반지하의 퀴퀴함이 더 강렬하지요.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마지막 결말은 뜬금없습니다. 잘 쌓아가던 이야기가 갑자기 벽에 부딪히면서 마무리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그것의 용도 – 희야아범
갑자기 생활 공간에 나타난 블랙홀과 같은 이공간. 그 정체를 알기 위해 거주자들은 쓰레기를 던지거나 손을 뻗어보고 기묘한 행동을 합니다. <그의 선택>과 함께 묶여야 완성되는 이야기이고 <그의 선택>에서 일어난 기묘한 상황에 대한 해답 편이기도 합니다. 두 편 모두 독립적으로 완결되어 볼 수는 없겠습니다.

등나무 – ㄱㅎㅇ
10대들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감정의 고양감을 잘 그려냈습니다. 유령 사진을 찍은 아이들이 서로 반쪽을 닮아가게 되는 설정이나 시간을 거듭하며 점점 변하는 전설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등나무 줄기의 굽은 모습과 자주색 꽃이 주는 분위기와 어우러진 공포감이 점점 커지다가 몇 년 후 돌아온 ‘나’가 알게 되는 뒷산 칡덩굴과 교내의 등나무 이야기는 괴기스러움을 극도로 끌어올리지요. 마지막 결말은 급격하게 올라간 긴장감을 해소하기에는 다소 아쉽습니다만, 단편 안에서 독자를 휘두르는 긴장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강철도시 – 동록개
팔을 잃은 전직 노동자. 청년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던 사람들의 유골함이 가득한 지하공간을 청소하며 사람들과 단절되어 살아갑니다. 자본의 권력이 절대적이어서 노동력의 효율성을 위해 인공신체들의 결합이 이루어지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새롭지 않지만 세계의 모습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쓴 글은 밀도가 높게 꼼꼼하게 짜여 있습니다. 다만 이야기를 구성하는 세계에 대한 밀도에 비해서 주요 등장인물들의 서사의 밀도는 그렇지 않아 남자와 청년의 이야기가 아닌 세계의 설명에 치우쳐진 느낌이 아쉽습니다.

그 술집 – 희야아범
술집에서 갑자기 알게 된 사장이 들려준 과거의 이야기는 꼭 나의 미래같이 느껴집니다. 기묘한 분위기가 연출되다가 뭔가 이야기가 흘러갈 것 같은 지점에서 갑자기 마무리되는군요. 더 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 같은 글입니다.

떠오르는 얼굴 – 김오롯
서로 권태기가 온 부부. 희망퇴직을 한 뒤에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세영과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 영석의 삐걱댐은 수많은 연인의 삐걱댐과 닮았습니다. 근처에서 여성 대상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을 두렵게 느끼는 여성에게 피해망상이라고 말하고, 두려우면 차라리 일을 그만두라고 말하는 관계. 데이트 폭력의 느낌으로 신고하려는 사람을 오지랖이라고 말리는 사이 말이죠. 세영이 지나온 연대와 실패의 경험들, 상처에도 불구하고 다시 손을 뻗는 용기를 보며 어느새 세영을 응원하게 됩니다. 마지막 이후가 부디 해피엔딩으로 이어지길 바라게 됩니다.

작은 뿔 – 의심주의자
대화가 많고 대화의 맥락을 연결할 서술이 적어서 소설이라기보다는 게임의 스토리보드, 소설의 요약본 같은 느낌입니다. 중편 ‘얼음뿔’의 다른 버전이라고 하셨는데, 이 이야기도 서술과 묘사를 추가해 중편 정도의 분량으로 풀어냈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마지막 결말도 갑작스럽습니다.

 

이번 달은 4분기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을 선정하는 달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10월 후보작인 Sagak-Sagak 님의 「V」, 12월 후보작인 김오롯 님의 「떠오르는 얼굴」 중에서 4분기 우수작으로 Sagak-Sagak 님의 「V」를 선정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A: 중심 제재인 브이 바이러스에 대한 여러 태도를 다루는 시각이 멋진 단편이었습니다. 브이 바이러스라는 현상이 바로 내 가족, 내 딸, 내 딸이 좋아하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로 가까이 좁혀져 오는 솜씨도 탁월합니다. 브이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면서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선택해야하는 게 아닌지, 주인공 은주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국 결단을 내려야 하네요. 은주의 고민을 함께하며 읽다보니 결말에서 은주가 어떻게 결정했는지 나오지 않지만 결론을 이미 아는 느낌이 듭니다.

B: 폭력과 혐오, 소외와 선망의 이야기를 섬뜩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고도로 교육받은 소시오패스는 사회 엘리트와 구분할 수 없다"는 류의 농인지 비유인지 모를 말들이 자연스럽게 형태를 갖추고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C: 사고실험적 성격이 강한 느낌입니다. 사회에 가상의 변화를 가정하고, 그 변화 아래 인간들의 반응을 몽타쥬로 보여주는 게 재밌네요. 아쉬운 점은 소설 자체의 사건과 플롯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장점이 단점보다 더 큽니다.

D: 사회 지도층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의 비인간적인 일탈이 종종 뉴스를 탑니다. 누군가는 사회의 법과 질서를 잘 따르지 않고 허점을 파고들어 이익을 취하는 것이 진짜 똑똑한 사람의 행동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전체 인구에서 소시오패스의 비율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사회의 유지와 안전을 위해서 법을 지키고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과 현재의 전염병 상황이 맞물리면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과 ‘승자로’ 사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여운이 많이 남는 이야기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 폭력을 추출해서 관리할 수 있다면 정말 편리하겠죠. 인간의 감정과 성격도 상당부분 호르몬 같이 물리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인간도 호르몬으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V는 바이러스와 바이올런스의 교차점 안에서 그런 인간의 특성을 흥미롭게 파악합니다. 모성애나 우정, 혹은 가족간의 사랑은 코로나 바이러스 안에서 어떻게 되었던가요. 여러 가지로 던져주는 화두가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가장 문제적이어야 할 은주의 감정이 너무 피상적으로 그려진 게 아쉽습니다. 설정 뿐만 아니라 설정에 결합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도 섬세하게 살펴줘야 서사에 설득력이 생긴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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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gak-Sagak 22.01.16 04:30 댓글

    심사위원님들의 피드백 너무 감사합니다!! 장점은 더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 다른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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