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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fool님과의 대담

2005.08.26 20:5208.26

8월 23일에 fool님과 온라인 인터뷰로 글과 이번 개인작품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fool님은 “레디메이드 보살”로 2004년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전 단편 부문을 수상(이 단편은 ‘2004 과학기술 창작문예 수상작품집(동아사이언스)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거울에는 지난 19호부터 단편 필자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작품집으로 전자책 “전직 흡혈귀의 회고-2097년부터 2202년까지”(바로가기), 2005년 8월에 나온 “우리의 삶을 부수기 전에 부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아스님은 거울 필진이신 askalai님이십니다. - 편집자 주)

아스: 안녕하세요
fool : 안녕하세요.

아스: 얼마전에 개인지 내셨죠. "우리의 삶을 부수기 전에 부숴야 할 것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뒷면에 넣으신 경고문구가 농담이 아니던데요.
fool: 으음. 전 농담으로 넣었는데요. ;;
아스: 정량인 45쪽을 넘겨서 읽는 바람에 며칠간 우울증에 시달렸어요(물론 농담입니다. 반만)


「문제의 문구: 지나친 탐독은 우울증 및 기타 정신 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1일 적정 구독량: 45쪽 이하]



아스: 이 책에 대해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긴 하지만 그 전에
   일반적인 질문을 먼저 드려도 될까요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랄까...그런 사건이 있나요?
fool: 음.. 아뇨.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는 없고,
   많이 했던 얘기지만, SF는 읽다보면 쓰게되는 종류의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아, 나도 이래서 SF를 써야겠다 하는 경우보다는요,
   읽다보면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게 되고
   살면서도 SF라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저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글쓸거리가 생기게 되는 경우.
   그래서 제 초기 습작들은 상당히 팬픽션 혹은 패러디 혹은 오마쥬에 가깝습니다.
아스: 아. 크리스마스 패러디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만 그게 초기작에 해당하나요?
fool: 아뇨. 가장 처음 쓴 SF는 ‘워크맨을낀세종대왕‘이었고,
     제목만 보시더라도 상당히 기존 국내 출간 SF에 기대고 있는 걸 아실 수 있을 거예요.
   그 다음에 쓴 게 ‘달밝은밤‘ 이었고, 이것 역시 ’신들의사회’중 일부가 들어가 있죠,.
아스: 그 글이 몇년도에 쓰신 건가요?
fool: 98년말에 나우누리 2019에요, 거기가 원래 SF팬 사이에서는 암흑 성운으로 알려졌었죠.
아스: 아하하하
fool: (PC)통신 시절에요. ^^;
아스: 아아, 그렇군요. 하이텔 과소동에서는 활동하지 않으신 건가요?
fool: 예.
아스: 98년부터라면, 이제 8년째가 되는군요
fool: 아. 그렇네요. ㅇ_ㅇ

아스: 이번 개인지에는 1999년 작품부터 2004년 작품까지가 들어가 있었지요
      fool님 작품 중에서도 확실히 SF라고 할만한 글을 뽑으셨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다른 기준이 있었나요?
fool: 그런가요, 전 ‘달밝은밤’도 98년으로 생각했는데, 99년이었나보네요. ^^;
     음, 기준이라..
   굳이 SF로만 뽑으려고 했던 건 아니고 습작들 중 그나마 남들에게 보일만한 것들 뽑았어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제가 (저 혼자) 좋아하는 제 글은 좀 없죠. ;;
아스: 아... 그렇군요
   다른 종이책에 들어간 글도 빼셨던데 그 중에도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글은 없는겁니까(웃음)
fool: 아무래도 돈 받고 파는 거니까요. ;;
   예. 그건 그 책 쪽 보면 되시는 거니까.
     음... 예. ;;
   좋아하는 거랑 객관적으로 봤을 때 완성도 높다고 생각하는 거랑은 별개니까요. ;;
아스: 그렇다면... 이번 단편집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글은 없는 건가요?
fool: 음. 아뇨. 세상에 애착 없는 작품을 돈들여서 뽑았을라구요.
     다 좋아하는 데, 그 중 제 취향인 것 보다는 보다 일반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을만한
     것들을 뽑았다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하겠네요. 부끄러운 말이지만, 이번에 출간 준비하면서
     되풀이해서 읽으면서도 좋은 부분은 혼자서라도 계속 좋아했었어요.
아스: 부끄럽다뇨. 좋은데요 ^^
fool: ^^;

아스: 그러고보니 기존에 출간된 전자책과도 수록작이 다르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fool: '전직흡혈귀의회고‘는 진아 님께서 거울 흡혈귀 단편선 구상을 밝히신 바,
     거기에 끼워넣으려고 뺐습니다. 분량 자체도 전자책은 부담 없지만 종이책에선 조금 있구요.
     그리고 ’레디메이드보살’은 수상작 모음집에 수록된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좁은 단편 출판물들에서 벌써부터 수록작 겹치는 건 싫으니까요. ;-)
     ’앨리스변주곡’은 전자책만의 구매 포인트 성격입니다.
     (편집자의 선택이 수록에 많이 작용했던 작품이고,
     개인적으로는 패러디/팬픽션 성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서요.)


[전자책에는 총 여섯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세 작품만 이번 작품집과 겹치고 ‘전직 흡혈귀의 회고-2097년에서 2202년까지’와 ‘레디메이드 보살’, ‘앨리스 수난곡’이 빠졌습니다]


아스: 저는 이번 수록작들 중에선
   디오니소스와 이박사 외계인 만나다
   두 작품이 제일 좋았어요. 다시 읽을 땐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fool: ^^;
     감사합니다. <- 인사치레. ;;;;
아스: 아니 저런. 속으로는 '그 글이 어디가 좋다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fool: 정확히 꼬집어서는 말 못하겠지만 어떤 경향을 좋아하신 건지는 조금 느껴지네요.
     아뇨, 설마요.
     둘 다 저도 좋아하는 작품들이에요.
     ‘디오니소스’는 조금 소품이지만 ‘이박사외계인만나다’는 만족스럽죠.
아스: 디오니소스는 정말로 제 취향 때문에 좋았지만 소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에 비해 이박사...는, fool님 특유의 유머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달까요
   (어이쿠 이런 진부한 표현을)
아스: 보면서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fool: (詩가 아니라 인터뷴데요 뭘 ^^ )
      제 유머 취향은 사실 엽기호러미쳐쇼 쪽.. ;;;
아스: 아. 엽기호러미쳐쇼...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명확하게 평할 재간이 없어서;
fool: 뒤죽박죽이죠, 일관성도 약하고. ^^;
아스: 즐겁게 썼다는 느낌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혹시 록키호러픽쳐쇼도 좋아하시나요?
fool: 예. 본 건 몇 번 안되지만요.
아스: 저도 그 영화 굉장히 좋아해요 ^^
   음악도 정말 훌륭하죠
fool: 예. 멋지죠.

아스: SF작가로는 로저 젤라즈니와 필립 딕을 좋아하시는 것으로 아는데요
fool: 아, 예. 둘 더 곁들이자면 클라크와 깁슨이요.
아스: 아. 깁슨은 제가 빠뜨렸다고 생각하지만 클라크는 조금 의외라면 의외네요
fool: 사실 말씀하신 둘이 딱 취향이고,
   클라크는 존경한달까요.
   좋아하는 거랑 존경하는 것 차이일듯. ;;
아스: 아... 그렇군요. 사실 젤라즈니와 필립 딕은
   fool님 작품에서 영향이 느껴질 때도 있고
   일부러 인용하실 때가 있어서 쉽게 알 수 있는 편이지요
fool: 앗, 젤라즈니가요. +_+
     예.
아스: 예. 느껴지던걸요
      물론 작풍이 닮았다던가 하는 것과는 관계없습니다. 아시죠? ^^
fool: 예. ^^

아스: 그러면 혹시
   "내 인생의 소설이다!" 라고 꼽을 만한 작품이라도...?
fool: 음.. 그건 힘들어요.
   되려 그렇게 되면 튀어나가서 이상한나라의앨리스 가 나올 거 같은데요.
   젤라즈니 작품에서도 가장 좋은 것은 꼽기 힘들고
   딕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그냥 그 작가 전반이 좋은 거지, 특별히 꼽을 수는 없을 거 같아요.
아스: 그렇군요
fool: 질문하신 의도는 알겠지만
   (그렇게 말하자면 아마 신들의사회 ? )
   그렇게 대답하기는 곤란하네요, 웬지. ;;
아스: 신들의 사회가 젤라즈니를 접한 첫 작품인가요 혹시?
fool: 예.
아스: 그렇군요
fool: 80-90년대 계속 읽은 사람들은  대개 그렇지 않나요? ^^;
아스: 사실 저도 그랬어요 ^^
fool: 20대 후반 이상 팬들은 대개 그렇겠죠. ;;

아스: 음.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개인지 관련해서 몇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읽으면서 한 가지 궁금했던 게..
   어떤 작품을 고르셨는지, 그 기준에 대해서는 이미 질문을 드렸고요
     어떤 기준으로 편집하셨는지가 좀 궁금했어요
   연도순으로 배열하신 것도 아니고
   소재에 따라 나누신 것도 아니어서
fool: 일종의 리듬을 줬어요.
     심각-안 심각 웃김-안 웃김
   그런 식으로, 비슷한 분위기들 계속 이어지면 지치잖아요.
   질린달까요.
아스: 아하. 역시 그런 거였군요

아스: 개인지를 내겠다고 생각하신 동기를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생각하신, 이 아니면 결정하신.
fool: 아, 뒤의 발문에 썼는데요.
아스: 그 동안의 습작 활동의 정리, 말씀이세요?
fool: 옙. 원래 작년에, 창작 접을 생각으로 처음 결심했었고,
     (그때는 거울 개인 단편선도 몰랐을 때죠)
     이번 역시 비슷하게 정리 맥락이긴 하지만, 그만 접을 생각은 빠진게 다르죠.
아스: 매듭이군요. 일종의.
fool: 습작이 많아지니까,
   추릴 것도 추리고, 여러 버전들 중에서 정본도 정리하고 싶고.
     예. 매듭이요.
아스: 그렇다면 다음 작품집은 정식 출간본이 되지 않을까 싶은 예감이 드는데요
fool: 그럴 수 있을까요.. ;;;;
아스: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장르 단편집이 나오기 얼마나 힘든가, 하는 부분을 뺀다면
fool: 옙.
아스: 가능하고도 넘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fool: 아, 솔직히 이번에 단편집 묶으면서는 상당한 회의가 들었어요.
     다시 보자니 너무 엉성하고 치졸하고.. -_-;;;
아스: 그거야 작가 스스로 봤을 땐 다 그렇지 않을까요
fool: 그렇지만 다른 작가들 작품도 보니까요, 비교는 되죠, 스스로도. ;;
아스: 실제로 이번 작품집에 습작 냄새가 나는 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하나의 매듭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 짐작이지만 아마, 과학기술창작문예상을 수상하신 뒤에
     특별히 작품이 달라지진 않았더라도 마음가짐이 달라지셨을 것 같아요
fool: 어떤 쪽으로 말씀이신지.. ?
아스: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 전에는 이쯤에서 접으려고 했다는 말씀이 있으셔서 그런지
   수상을 계기로 좀 더, 뭐라고 해야 하나...
   "쓴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
   혹은 각오?
fool: 흐음.. ;;
아스: 이크. 그런 건 없나요? ^^;
fool: 원하시는 답변이 될 지 모르겠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글에 대해서 굉장히 수의적입니다.
   쓰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 써지니까 쓰는 거지요.
   그래서 제 생각에도 이후로도 아직까지 그 글을 넘어서는 건 없었다고 생각되고
   그 글이 기묘하게 튄다는 생각은 들어도
   써지니까 계속 썼던 것 뿐이고요.
   하지만 솔직히 공모전 수상 이후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향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조그맣게 생긴 것도 사실은 사실이에요.
   아직까진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요. ;;
아스: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합니다만, 예.
   만족스러운 답변입니다(엉?(...))
     써지니까 쓴다...로군요.
fool: 예. 사실은 그래서 글쓰기에 대해서 자의식 과시하는 사람들은
     뭐랄까, 온건하게 말해서 이해가 안 된달까
     과격하게 말해서 왜 저러나 싶달까.. ;;;;
아스: "써지니까 쓴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질투하거나 좌절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fool: 써져서 쓴 글에 질이 별로이니까 문제 될 건 없을 거 같은데요.

아스: 아하하하. 그러면 장편은 쓰실 가능성이 없을까요?
fool: 아마도요. 플롯 구성법이 완전히 달라요.
   아마 연작 형태의 장편은 가능하겠지만, 한 권 분량의 이야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오리날다’의 경우에는
   원래 계획은 장편으로 생각했던 아이디어지만 결국 단편으로 잘라냈습니다. ;;
아스: 옙
   연작 장편을 언젠가 꼭 보고 싶네요
   그러면 글을 쓰실 때에 대핸 질문으로 넘어가서...
   한달에, 혹은 어느 기간이든 정해진 기간 동안 글을 몇 편 정도 쓰시나요?
     폐기시키는 것까지요
fool: 음. 직장 잡기 전엔 대략 한 달에 한 편 꼴.
   직장 이후로는 반년에 두세 편 정도일까요. ;;
아스: 반년에 두세 편입니까...
fool: 사실은 정해진 기간 없이 써질 때 쓰는 편이라 쓰다가 쉬다가 쓰다가 쉬다가 합니다.
   어떤 건 몇 년씩 걸릴 때도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뭔가 굉장해보이는 데 사실 그 몇 년의 태반은 처박아 두고 안 쓰던 기간이라.
   대개 한 편에 순 작업 기간은 한 달 꼴이겠죠.

아스: 웹진 거울에 합류하신 뒤로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글을 주시기에
     한달에 여러 편씩 쓰시는 줄 알았어요! 매번 새로 쓴 글을 올리지 않으셨나요?
fool: 아, 그건 개학 전까지 무리했던 거예요.
   예. 거의 그랬습니다. 첫 작인 ‘잘가거라.. (19호 수록. 2005 거울 중단편선 수록작)’만
   좀 전에 썼던 거구요.
아스: 그렇군요. 음.

아스: 작업은 늘 컴퓨터로 하시나요? 아니면 손으로 쓰고 옮기시나요?
fool: 컴퓨터요.

아스: 혹시 쓰실 때 배경음악을 깔아놓는 편이세요?
    음악도 좋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요
fool: 음.. 음악을 많이 듣긴 하지만 글을 위한 배경음악으로 쓴 적은 거의 없어요.
     컴퓨터 쓸 때 대개 같이 틀기 때문에 들으면서 쓰는 거죠.
   정말 배경음악으로 글 쓴느데 도움 받은 적은 한 번 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패러디류였죠. ;;

아스: 글이 막혔을 때 들으면 좋은 음악 리스트를 갖고 계신 분도 있던데요
   그런 건 없습니까 ^^
fool: ^^;
   그런 건 잘 모르겠네요. 저는 음악의 무드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음악에 대한 접근법이랄까, 그런 것을 되려 도움 받아 하기 때문에.
아스: 접근법이요? 조금만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fool: 펑크나 아트록, 얼터너티브들의 각기 음악에 대한 접근법은 각각 작법에 도움받을 수 있죠.
     어떨 때는 펑크처럼 플롯이나 문체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달려버리듯 쓰고 싶어질 때가 있고
   어떨 때는 아트록처럼 이해받을 수 없어도 그냥 내가 좋아하는 구성, 기교를 아낌없이      
   쏟아붓고 싶어질 때가 있고.
아스: 아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재미있네요
fool: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당연히 그 다음에는 그 아이디어를 어떤 그릇에 담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럴 때 생각해볼만하죠. 이번엔 펑크 애들처럼 달려보자, 라던가
   이번엔 아트록 애들처럼 꽉꽉 짜고 비틀어보자라거나. ;;
아스: 하하하

아스: 그러고보니, 향후 계획을 여쭙는 걸 깜박했네요
      어쩐지 답변이
    "그냥 쓰는 거죠 뭐" 가 아닐까 싶은데요
fool: 음. 아까 '다른 방향에 대한 글'이 조금
     오해의 여지가 있을 거 같아 겸사겸사 같이 말씀드리자면,
아스: 예. 말씀해주세요 *_*
fool: 역시나 SF인지 판타지인지 모를 것들, 써지는 것들 쓰겠지만요,
   지금까지 쓴 글들에서 보이는 제 특징들을 조금 바꿔보고 싶어요.
     특히나 약점들을요.
   더 나은 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달라진 글이 될 수는 있겠죠.

아스: 약점이라고 하시니...
   스스로 생각하시는 약점이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fool: 음..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심리 변화나 표현이 굉장히 표면적이고
   플롯과 사건 전개도 상당히 작위적이고
   작위적이랄까, 작가의 의도에 너무 휘둘린달까..
   그런 것들, 조금 바꿔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글들이 굉장히 단성적이라면,
   조금 다성적인 글 쓰고 싶어요.
아스: 작가가 생각하는 약점은 독자가 보는 단점보다 많은 법이지만...
   동시에 작가만큼 자신의 약점을 잘 아는 사람도 없지요
   말씀을 듣기로는 약점을... 보완하겠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계신 것 같네요
fool: 예. 그런 의미에서의 '다른 방향'이요,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겟지만. ;;
아스: 그래도 새로운 방향 모색은 즐겁지 않나요? ^^
fool: 예. 그러니까 하는 거겠죠. 멈춰선 건 뒤로 가는 것보다도 못해요.

아스: 이번 작품집에 넣으신 삽화가
      무척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림 자체도 좋지만 글과 무척 잘 어울렸어요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신 겁니까
fool: 에.
     고등학교 때요.
   물론 전에도 그렸지만
아스: 오... 그렇다면 글보다 먼저군요?
fool: 요즘 그리는 건 고등학교 때 그림입니다.
   아뇨. 사실 고등학교 때 계속 일기도 썼었고,
   일기 중간 중간에는 만화도 있었지만
   엽편이나 아이디어 스케치도 꽤 있었습니다.
아스: 오. 다 보관하고 계세요?
fool: 예. 문제는 다시 본 적은 없다는 거지만요.
     그냥 묶어놓고 있죠.

아스: 자, 그럼 아마도 이게 정말 마지막 질문이... 될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지만
   알코올이 글쓰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fool: 아, 별로 안 좋아요.
   마시면 기운이 떨어져서.. ;;;;;
     쓰는 의욕은 솟는데 몸이 안 따라요.
아스: 푸핫
fool: 물론 개인차가 많겠지만요.
   마시면 굉장히 쓰고 싶어지지만
   결국엔 계속 더 마시다 그냥 엎어져 잡니다. ;;

아스: 아하하. 과연, 그렇네요
   글이 아주 심하게 막혔던 적 있으세요?
fool: 음.. 글쎄요, 막혀도 쓰고 싶다 라면서 초조해지지 않고
   언젠간 다시 써지겠지, 안 써지면 말고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네요.
아스: 와
fool: 2, 3개월 씩 안 써질 때는 있어요, 종종
아스: 알겠습니다. 시간관계상(...) 이 정도로 마무리하기로 하지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fool: 전자책 나왔을 때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코멘트입니다만,
      ...한 푼 적선하는 셈 치고 사주세요.. OTL
      로 할까요? ;-)

fool님, 번잡한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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