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Agitpunkt]

2011.08.27 02:2508.27

"Agitpunkt"

Å 아침에 이빨을 닦다가 생각해본다. 거울에 비친 내가 나와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런데 거울 속의 웃고 있는 내가 나일까, 거울 밖에서 당황하는 게 나일까? 어느 쪽이든 전혀 유쾌하지 않는 건 분명, 아니 자명한 사실이고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나는 미친 게 분명, 아니 자명하지만 미쳤다는 걸 자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는 셈이니 나는 정상이다.
Å 오직 핸드폰의 기능에 충실한 똑똑한 전화기를 살펴보자. 단축번호 1번으로 지정된 사람이 누구일까. 살펴봤더니 내 번호였다. 이제 의심하지 말지어다. 아니, 시작하지도 말지어다. 반이라도 한 번 가보자.
Å 이게 꿈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깨어나지 못한다면? 새로 구입한 책에서 수년 전에 쓴 문장을 발견한다면? 더욱이 그 문장이 새벽에 뜬눈으로 써내려간 연애편지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된다면 내 표저―

문장을 써내려가다가 색칠공부가 짜증나버린 아이처럼 새까맣게 칠해서 덮어버린다. 누구도 볼 수 없도록. 그리고 노트 위를 차분하게 걸어 다니던 연필의 머리를 어금니로 살짝 깨문다. 이빨 위로 전해지는 파버 카스텔의 감촉은 메마른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다. 그 맛을 음미하기위해 혀를 굴리자 강렬한 거부감이 조각조각 갈라진 껍질들에서 피어오른다. 기묘한 불쾌감을 퉤퉤 뱉어버린다. 시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고로 유서라는 건 위트가 넘쳐야한다.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게 있어야 고인 물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법이다. 진실? 호소? 동정? 아니아니. 다 아니다. 다 틀리다. 다른 게 아니라 틀렸다는 표현을 명확히 전달하는 바이다. 웅덩이 바깥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까지 뒤흔들 수 있는 전달력에는 단 한 가지의 요소만 갖춰지면 된다.
입증.
다른 단어로는 증명이라고도 말한다. 이런 개소리를 적어 내려가는 내 손이 심심해지려고 한다. 그만큼 지루한 문장이다. 허나 믿어라. 개소리가 확실하니까. 멍멍! 아니, 왈왈이던가?
당신이 이 유서를 여기까지 읽었다면 감사할 일이다. 적어도 당신은 이 소리들을 개가 짖는 것으로 여기지 않으니. 심각, 심란한 표정이겠지만 부디 만면에 미소를 활짝 꽃피우기를 권하는 바이다. 즐거운 증명 시간이 이미 시작되었으니 부디 즐겨주시기를. 그건 무엇보다도 이것을 읽고 있는 당신이 더욱 잘 알거다. 세상은 이미 정상이 아닌데 사람들은 그걸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러니 입증, 증명을 해보이겠다. 여기에 정상은 없고, 누구도 테두리 바깥에서 안주할 수 없음을 보여주겠다.
Å 하나는 적고, 셋은 많다. 둘이 적당하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아서 더욱 손이 무겁다. 겨우 잉크를 머금은 편지지 한 장일 뿐인데 그 안에 담긴 독기는 어마어마하다. 개소리? 아닌 게 확실하다. 예고장인데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건지는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다. 아마 맞춰보라는 의미겠지. 성수형이 어째서 내게 연락했는지 이해가 됐다. 다짜고짜 사건 현장으로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사실 짐작은 했었지만. 막상 마주치니 두려웠다. 그리고 흥분도 된다.
“강 형사님? 저쪽 방에서 이상한 옷이―”
“선배라고 불러라.”
“아, 예. 선배님.”
신참 형사다. 내 발로 박차고 나온 직장의 호칭은 귀가 간지럽다. 무슨 뜻이냐면, 욕처럼 들린다는 의미다. 옛 생각이 나자 곧장 우울해진다. 직장을 그만둔 건 이혼 사유가 되기도 하더라.
젠장. 우울증은 내가 앓고 있는 병 중 하나다. 뇌리 속에서 기억의 잔재들이 춤을 추다보면 어느 사이엔가 나는 소주병과 함께 스텝을 열심히 밟고 있다. 미친 건 아니지만 우울하다는 건 어느 누구도 감히 무시 못 할 중병이다. 오랜만에 들어온 일을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지만 가까스로 억누른다. 과거의 잔해 속에서 파묻혀 있는 건 딸애의 얼굴도 있다. 그 애를 생각하자니 무너지려는 다리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무슨 옷인데?”
“그 구속복 같습니다. 세 벌이나 있던데요.”
셋인가. 아니 넷이겠지. 아니면 그 이상. 아아, 모르겠다. 세상에 미친놈이 워낙 많아야지.
“실종신고― 아니, 가까운 정신병원에 연락해서 병동에서 탈출한 환자 있는지 찾아.”
“네?”
나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구속복이 발견되었다는 쪽으로 간다. 지나칠 때 자존심이 상했다는 신참의 일그러진 얼굴을 봤지만 신경 쓰진 않는다.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 병신이거나 반박도 못할 소심한 놈이라면 쓸모가 없다. 그런 주제에 이런 험한 길을 택했단 말인가. 한숨이 나오려고 한다. 성수형이 괜히 내게 보낸 건 아마 이 녀석의 정신머리를 고쳐주라는 의미도 있겠지. 하긴 사건이 터졌는데 적어도 고양이가 아닌 게 어딘가.
시멘트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들이 넓게 퍼져있는 바닥을 밟으니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 그뿐만이 아니라 냄새도 고약한 게 며칠 썩은 빨래에서나 나오는― 구역질이 날 것 같아서 생각을 멈춰버린다. 손수건을 꺼내 입과 코를 막았지만 그다지 큰 효과는 없다. 그저 작은 위안이 될 뿐이다. 괜찮다고 최면을 걸어보지만 이미 뇌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파고든 악취는 좀처럼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유리가 없는 창문에는 안개처럼 희뿌연 비닐로 막혀있다. 바닥이 이처럼 더러운 데 비닐은 막 설치한 비닐하우스처럼 깨끗하다. 그 덕분에 방은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온도. 옷을 갈아입기에는 적당하진 않지만 충분하다. 신참의 말대로 오른쪽 벽 구석에 구속복 세 벌이 널브러져 있다. 이상했다. 유서에서 발견한 마지막 문장에 따르면 셋은 많다고 했다. 사람이 아니라는 뜻인가. 아직 확신하지는 말자.
“저기 선배님?”
신참 형사는 여기로 들어오는 게 싫은 지 입구에서 나를 부른다.
“서에 문의하니까 M병원에서 세 명의 환자가 행방이 묘연하다고 합니다. 그쪽에서 먼저 3일 전에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이 근처는 아니지만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거 같습니다.”
용의자라는 단어가 거슬렸다. 그들이 한 건 아직 없다.
세 명이라. 숫자가 확실해지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냄새 탓인지 두개골을 드릴로 찌르는 것처럼 점점 심해진다. 숫자가 3이라는 건 적어도 세 건의 사고가 동시에 터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지하철 방화, 예를 들면 문화재 방화, 예를 들면 사찰 방화와 같은. 그 녀석은 불을 좋아한다. 제길. 생각은 그만.
“감식반 여기로 부르고. 수배 내려.”
“어디부터 시작할까요?”
사건의 출발점은 이곳이다. M병원은 여기와 정 반대편에 위치해있다. 하지만 그놈들은 녀석에게 이끌려 여기까지 도달했다. 버려진 병원건물. 사실 정신병원이 들어올 예정이었으나 입주민들의 반대로 지금은 폐건물이 되어버렸다. 이건 결코 우연적인 요소가 아니다.
“입구에 바퀴자국이 없으니 도보로 이동했겠지. 일단 가까운 번화가부터 검문을 시작하라고 해.”
지하철. 문화재. 사찰. 같은 목표는 노리지 않는다. 어쩌면 사람들이 많은 백화점이나 극장을 노리겠지. 그러나 이번에 그 녀석이 고른 도구는 결코 심상치가 않다.
신참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악취가 새롭게 느껴진다. 구역질을 유발하는 단계를 넘어서 악마의 방귀처럼 지독하게 변해간다. 코가 떨어져 나갈 거 같다.
비닐을 뜯을 생각으로 창문으로 다가갔다가 움찔하고 멈춰 섰다. 로또라도 당첨된 기분이다.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이 바람을 따라 이동했는지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비닐에 뭔가 써져 있다. 뒤로 물러나서 비닐을 통과한 햇빛이 닿는 바닥을 쳐다봤다. 아주 옅은 그림자가 생긴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았다면, 햇빛이 적절한 타이밍이 비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갔겠지만, 어쩌면 모르는 게 더 나았을지도.
-BooM-
번화가부터 찾는 건 옳은 선택인 거 같았다. 하지만 그게 녀석의 계획을 추월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급해하지는 말자. 이 미친놈은 이걸 분명 즐기고 있을 테니 서둘러 끝내려고 하지는 않을 거니까.
자칭 유서라는 소개장은 반으로 접어 안주머니에 넣었다. 감식반에서 이걸 조사해봤자 지문 하나, 침 한 방울 건지지 못할 게 틀림없다. 구속복. 비닐. 글씨. 세 가지 말고는 더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리자 시간이 아까워졌다. 서둘러 방에서 빠져나오자 으슥한 한기가 목덜미를 간질인다. 몸에서 장미덩굴이 자라나는 것처럼 등부터 따가워지더니 이내 온몸으로 퍼진다. 목이 말랐다. 물을 마셔야 이게 진정이 되려나. 아니, 그럴 리가.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그냥 참자. 죄인이 된 심정으로 고통이 수반된 길을 묵묵히 견디자. 이를 악물고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이 기다림은 곧 끝날 거 같지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녀석을 계속 생각한다. 하지만 녀석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폭탄? 아니, 하이라이트. 그러니까 녀석이 바라는 클라이막스는 언제나 화끈한 불장난으로 집결된다. 장난이라고 표현하기에 규모가 꽤 과격한 편이지만 녀석의 입장에서는 분명 한 번의 장난질에 불과하다. 그 불씨가 바람에 번져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녀석이니 심심하면 또 저지르게 되어있다. 거기에 망설임이나 죄책감은 없다. 그런 모습에서 나는 녀석에게 배트맨에 나오는 조커의 이름을 붙여줬다. 다만 아무도 정체를 본 적이 없으니 더욱 두려울 뿐이다. 녀석의 특기는 등을 툭 밀어주는 거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찾아 슬쩍 등을 밀어버린다. 지하철 선로 위로 추락하지만 구해주지 않고 거기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고는 동동 발을 구르며 재미있어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녀석의 정체고, 녀석이 무서운 이유고, 녀석을 아무도 찾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 녀석은 내가 가진 우울증과 같이 일종의 살아있는 정신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인내해야한다. 결국 사람이 저지르는 일이니 분명 어디선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모사는 재인이오, 성사는 재천이라 하였다. 분명 저지할 수 있다. 제길. 정신병자 세 명을 가지고 뭘 입증하겠다는 거냐.
단서는 -BooM-이다. 붐?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게 뭐지. 대포 소리. 놀라게 하는 소리. 벼락. 천둥. 내가 아는 건 고작 이 정도다. 다른 것들과 연결하기에 애매한 단어. 쉽게 폭탄일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어쩌면 단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최초에 이 단어와 대면했을 때의 느낌.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알려주려는 거다. 그건 실수가 아니었고, 그러므로 단서가 될 수도 없다.
부르르르.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떠는 게 느껴졌다. 한 번으로 끝났으니 문자다. 꺼내서 확인하니 진서, 딸이 보낸 문자였다. 확인 버튼을 누르고 메시지 내용을 눈으로 보자마자 벼락이 번쩍였다. 뒤이어 천둥소리도 들렸다.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은 아니다. 내 머리에서 시작해서 발바닥까지 짜릿하게 관통한다.
-BooM!-
액정화면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해본다. 그렇다고 글자가 변하지는 않는다. 정신병자 세 명이서 뭘 할 수 있느냐고? 나는 후회했다.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저지를 수 있겠지. 그러니 못하는 일을 세어보는 게 더 빠를 거다.
그놈들이 내 딸을 납치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다짐한다. 딸의 번호를 이용해 겨우 문자 하나를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 확인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 순간 다음 문자가 연이어 도착했고, 거기에는 게임에 참여한 것을 환영한다는 글귀가 저수지 표면 위로 떠오른 시체처럼 표시된다. 글자들은 한껏 물을 머금은 것처럼 눈에 거슬릴 정도로 굵고 진했다. 눈을 몇 번이나 깜빡여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녀석은 도발하고 있었다. 애초에 여기에 온 게, 어쩌면 성수형의 연락을 받은 것부터 잘못이었을 지도 모른다. 지하철에, 문화재에, 사찰에 불을 지를 정도로 미친 녀석이 내 보물을 건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넌 선을 넘었다. 이 개자식아. 자고로 대한민국에서는 소녀를 이웃으로 둔 전당포 아저씨와 딸애만 바라보고 살던 자영업자 아버지는 건들지 않는 게 진리이거늘. 내 딸은, 그네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나도 모르게 납치범 쪽을 걱정하고 말았다.
이혼서류에 군말 없이 도장을 찍는 내 모습을 보고는 그녀는, 그러니까 내 아내였던 여자는 기가 찬다는 목소리로 “당신 정말―”이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녀는 변호사다. 입으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게 직업인만큼 필요 없는 말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혼은 필요한 거였고, 그때 하려던 말도 내게는 분명 필요한 말이었을 거다. 아내는 지워버렸던 말을 다시 내뱉는 대신 이런 부탁을 했다.
“진서는 당신이 데려가줘. 난 그 애랑 있으면 가끔 숨이 막힐 정도로 소름 끼칠 때가 있어.”
대한민국의 많은 아버지가 나와 비슷하겠거니, 고백하자면 나는 딸의 인성교육에 관여한 적이 거의 없다. 강력계로 부서를 옮기면서 침대보다 더 사랑하게 된 건 냄새나는 자동차 시트였다. 스토커의 소양을 갖추는 건 기본이며 잠복은 필수였고, 그런 삶에서 집에 들어가지 않는 건 세계를 움직이게 만드는 톱니바퀴인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 굴러갔다. 범죄는 끊이지 않았고 범죄자들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숨 가쁘게 달려갔다. 아내도 나와 비슷했지만, 그녀는 적어도 딸을 위해 학교에 찾아가 수업참관을 할 정도의 애정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내의 입에서 소름이 끼친다는 표현은 의외였다.
진서는 이제 고등학생이다. 2학년이고, 딱히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성적도 상위권이고, 친구들과 싸웠다는 얘기 한 번 하지 않은 아이다. ‘착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못한 까닭은 단순하다. 딸과 눈을 마주치고 얘기를 나눈 게 10년도 더 된 일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그 시간동안 사람은 환경에 따라 수만 번도 더 변할 수 있다. 갑자기 나도 딸의 실종보다, 딸의 존재 자체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워졌다. 정신 차리자. 나는 진서를 되찾아야한다. 게다가 놈들도 잡아야한다. 이상한 생각은 여기서 그만.
아내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주저하고 말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학교에는 잘 갔냐고 물어볼 수 없다. 이상한 연락이 왔냐고 물어본다면 단번에 사건의 전모를 추리해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그녀가 잘 알고 있는 검사나 형사에게 연락이 갈 거고, 수사권이 없는 나는 자연스레 사건에서 제외되어버린다. 상황이 내게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학교. 그래. 학교에 물어봐야한다.
바깥으로 나가는 동안 수사 수첩에서 진서의 학교 전화번호를 찾았고, 차문 앞에서 차량 절도범처럼 서성거리며 전화번호를 입력했고, 통화음이 들리는 동안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부착된 내비게이션이 작동된다. 현재 위치는 지도 바깥이다. 길 바깥에 홀로 버티고 앉아있는 자동차를 보니 괜히 한숨이 나온다. 진서야. 넌 어디서 날 기다리고 있니. 누구를 거쳐, 누구를 거쳐, 누구를 또 거친 다음 5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진서의 담당 선생과 통화가 되었다. 그녀는 오늘 진서가 학교에 오지 않아서 전화한 것이냐고 물었다. 내 입은 진서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갔다고 말했다.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한 건 아니었는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뇌에서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입이 선수를 쳐버렸다. 공백이 없으니 선생은 의심하지 않는다. 전직 형사가 설마 거짓말을 할 거냐는 믿음도 작용했겠지. 하지만 이건 진서의 평소 생활 태도를 알 수 있는 좋은 징조다. 요 며칠 동안 이상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등교 하는 길에 납치 되었다. 범인이 기다린 구간은 한정적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나가면 곧장 큰길이 나온다. 거긴 학생들이 많이 다닌다. 타인의 눈을 피해서 납치하려면, 그러니까, 집 앞에서 바로 납치하는 게 최적이다.
덜컥. 차문을 강제로 열려는 누군가의 의지에 놀라 생각이 끊겼다. 전화도 끊어졌다. 조수석 창을 보니 신참이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 녀석을 여기에 버려두고 갈 뻔 했다.

사건은 인생과 비슷한 면이 있다. 수사관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단 터지고 본다. 형사들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한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대체로 맨주먹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휘젓고 다니다가 우연히 하나의 단서라도 발견하면 며칠 굶주린 승냥이처럼 물고 늘어진다. 마치 그게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매달리는 나머지 주변에 뭐가 더 남아있는지 신경조차 쓰지 못하고 눈앞에 놓인 것만 헐떡거리며 뒤좇는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면,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한다. 그 주름진 두 손에 배춧잎이 한 장도 없다면 그 인생, 그쯤에서 포기하는 게 답이다. 해결하지 못한 사건에 목을 매달 기세로 달려들어 봤자 인정해주는 사람 하나 없고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며 사표를 내던진다.
“저기 강 선배님.”
“…….”
“반장님이 그러시는데, 탈출한 환자 신원 조회해보니 모두 선배님께서 과거에 체포했던 녀석들이랍니다. 아시는 게 좋을 거 같아서…….”
“…….”
“사표 내신 얘기 들었습니다. 반장님께.”
그래. 대표적인 케이스가 나 같은 인간이다.
“정말로 동일범, 아니 진범이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생각이 아니라 확신이다.”
처음부터 의심했던 건 아니다. 세상에는 워낙 정신 나간 인간들이 많으니, 지하철에 불을 지르고 도망치려고 했던 그 정신병자, 그놈도 그저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사건이 터졌을 때, 느낌이 이상했다. 형사의 직감일 거라고 성수형이 말했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어쩌면 음모론에 환장한 병신의 주절거림이라고 매도해도 좋을 정도로 난 이상할 정도로 매듭지은 방화사건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국보급 문화재를 불태운 방화범은 홧김에 저지른 일이라고 실토했다. 사람들은 그걸로 만족했고, 나라고 사실 다를 건 없었다. 다른 단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방화 말고도 세상에 사건은 많았고, 그보다 미친놈들은 더욱 활개를 치고 다닌다. 하지만 세 번째 사건은 특이했다. 사찰의 입구에 설치된 목조 건물에 불을 지른 거다. 어느 종교에 심취한 나머지 타 종교를 억압하려는 사람의 짓이 아니었다. 그녀는 무교였고, 두 아이의 어머니였고, 남편도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오히려 어떤 미친놈이 저지른 일이겠거니 생각했으면 편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여자는 정말로 멀쩡해보였고 자신의 죄를 크게 뉘우치기도 했다.
“그 사람 말만 듣지 않았어도―”
한 가닥이 보였다. 다 죽어가는 병자의 마지막 날숨처럼 다가온 단서였다. 지금까지 내가 붙잡은 세 명의 방화범. 이들의 행동이 모두 동일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을 거라는 추측이 시작된 계기였다.
“이번에는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신참과 같은 질문을 벌써 몇 번이나 내 속에다가 물어봤을까. 심연이 묻혀있는 우물 안으로 두레박을 던져봤지만 찰랑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바라보는 것도 무서운 어둠이 아가리를 벌리고 내가 고개를 처넣기를 기다린다.
처음에는 정신병자. 다음에는 인생의 낙오자. 마지막은 평범한 사람. 이건 녀석의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보통 사람마저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려, 우물 안의 어둠에 두레박처럼 던져 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녀석이 할 짓이라면 언제나 그 이상을 상상해야겠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단서는 반드시 존재한다. 게임의 진행에 항상 힌트 하나가 따라다니는 것처럼. 진행을 원활하게 만드는 요소는 분명 어디엔가 있다.
“그런데 선배님,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슬쩍 눈을 굴러 내비게이션을 살펴봤다. 지도상에 나타난 차량의 위치는 여전히 도로 밖이다.
“가장 가까운 대중교통이 있는 곳부터 찾아간다. 운이 좋으면 목격자라도 발견할 수 있겠지.”
탈출한 녀석들에게는 차량이 없었다. 멀쩡한 차량을 제공할 정도의 부가 진범에게는 없다는 게 내 추측 중 하나다. 녀석이 가장 유용하다고 여기는 것은 사람이니, 이번에 이용하는 도구들에게도 지원하는 자금 따위는 사실 없다고 봐야한다. 광신도들이 모인 종교단체가 돈을 긁어모으는 것처럼, 녀석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서 상상 밖의 일들을 벌인다. 그리고 그건 실패하지 않는다.
신참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의 주소를 찾아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2킬로미터가 남았다. 비로소 길을 찾은 것인지 붉은 선이 지도 위에 그어진다. 처음으로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저곳에 도착해도 단서는 없을 거다.”
“네?”
“목격자도 없겠지.”
나는 방금했던 말을 뒤집는다.
“그럼 왜 가는 겁니까?”
“이 짓거리가 원래 이런 거니까.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레이스에 참가한 거야. 원래의 기준이라면 지금쯤 책상 앞에 앉아서 기다려야겠지. 신고가 들어올 때까지. 하지만 그런 방법으론 녀석을 절대 앞지를 수 없어.”
“첫 단추가 어긋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 녀석. 낙하산이라고 넘겨버리기에는 질문이 제법 예리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거나, 이런 모습만 반복해서 보인다면 결국은 낙하산이다. 세월아, 네월아, 고민만 하는 인간에게 진보라는 달콤한 꿀은 주어지지 않는다.
나는 되도록 천천히 달렸다. 시험시간에 다리를 떠는 학생처럼 액셀을 밟았다가 때는 동작을 반복한다. 손톱을 깨무는 건 내 버릇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다. 몸이 스스로 불안하다는 표현을 바깥으로 내비친다. 신체의 한계를 넘으면 안에서 고통으로 호소하는 것처럼 안정감을 찾지 못한 정신이 극도의 불안을 외치는 거다. 아직 남아있는 형사의 직감으로 확신하건데, 이건 잘못되었다. 비로소 길 위에 안착한 건 맞지만 어긋났다. 본능이 외치는 대로 핸들을 꺾어 돌아가야 했다. 바른길을 놓쳤다. 길잡이가 등불을 놓쳐버린 게 아니라 길잡이 자체를 잘못 고른 것이다. 지나쳐버렸다. 아주 단순한 사실이 있었는데 과거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보여준 환영에 혹해서 이해하지 못했다.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나는 차를 멈췄다. 우리 뒤를 따라오던 버스 한 대가 급정거를 한다. 하느님으로 변한 버스 기사가 입으로 천둥을 쏘아댄다. 하마터면 코가 깨질 뻔했던 신참은 허겁지겁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야, 성수형에게 전화해봐.”
“예?”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아내에게, 아니, 아내였던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잘 가다가 곧 끊긴다. 내 허락도 받지 않고 소리샘으로 연결하겠단다. 짜증은 밀려오지 않고, 불안감이 씩 웃으며 더욱 몸을 부풀린다. 핸드폰 액정의 시계를 본다. 법원에 있을 시간인가. 어느 가해자 혹은 피해자를 변호하고 있을 때는 반드시 핸드폰을 꺼놓는다. 결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녀의 습관이다. 아니, 원래 법정에서는 그래야한다. 그게 원칙이다. 그러니 지금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건 아내가 법원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다.
“예. 반장님? 아? 네. 네. 아니오. 아직 못 찾았습니다. 예? 감식반을 못 보내겠다고요? 법원― 우왁!”
핸들을 최대한 꺾고 액셀을 급하게 밟았다. 불안감이 보여준 미소가 떠오른다. 나는 스스로에게 욕을 퍼붓는다. 입이 고생하지는 않는다. 어금니가 쪼개질 정도로 턱에 힘을 주고 있다. 나는 지금 악을 삼키는 중이다.





병원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냄새는 알코올이다. 소독하기위한 약품에서 나오는 특유의 냄새는 하얀 병동의 분위기에 뒤섞여 아이들의 특정 반응을 유발시킨다. 그리고 이 나이쯤 되면 알코올 향이 어떤 냄새를 덮어버리기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아내가 한참 변호를 하고 있던 재판 도중 사건이 터졌다. 내가 언급했던 것처럼 처음은 불길로 시작했다. 매캐한 악마의 가스가 문틈을 비집고 법정 안으로 들어가 짙게 깔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바깥을 향해 몸부림쳤다. 개구리가 담긴 욕조는 서서히 달궈지는 중이었다. 방청객들은 연기가 들어오는 정문 대신 양쪽에 비치된 비상구로 몰렸다. 어찌된 일인지 문은 열리지 않았고, 판사는 광분한 사람들을 진정시키려고 쉴 새 없이 정의의 망치를 두들겼다. 그가 13번째로 망치를 두들겼을 때, Boom이 일어났다.
첫 번째 Boom이 왼쪽 비상구에서 터지자 판사는 망치를 내던졌고,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로를 얼싸안고 뒹굴었으며, 방청객들은 끽 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렇게 잠깐의 정적이 지나자 살아남은 모든 사람들이 죽은 이들을 밟으며 반대편 탈출구를 향해 뛰었다. 성난 파도를 헤치며 항구로 들어가는 범선처럼 사람들은 절실히 살고자 하는 욕망을 목구멍 바깥으로 내뱉었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 속에서 두 번째 Boom이 터졌다고 한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도착한 녀석은 방청객들 사이에 섞여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걸로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 한 명은 보다 확실한 방법을 골랐다. 그는 정육점에서 고기를 다루던 아버지였다. 경찰은 그가 아내와 아들을 토막 내어 인근 야산에 매장했을 거라 추측했지만 증거가 부족하여 재판까지 끌고 가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가족이 행방불명된 이후부터 그는 한밤중에 고기 써는 칼을 가지고 돌아다녔다. 경찰은 이걸 빌미로 그를 정신병원에 수감시켰다.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몽유병은 신경정신과에서 치료받아야 할 정신병 중 하나가 분명하다.
오늘 제 2의 고향에서 탈출한 그 남자 역시, 신문지에 둘둘 말린 식칼을 품에 숨기고 방청객들 사이에 앉아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내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아내는 침착하다. 최초의 폭발을 목격한 그녀는 문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된다고 여긴다. 악질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린 다음, 사태의 추이를 자세하게 관찰한다. 눈으로 동영상을 찍는 것처럼 사건 하나하나를 시간 별로 각인시킨다. 경찰에 증언하기 위해서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을 바라보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의 시선에 악의가 가득 차있다는 걸 발견한다.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지독한 악의에 이를 악물고 속으로 생각한다. 정말 악질이라고. 그녀는 직감적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법한 일들을 상상해본다. 변호사를 맡으면서 보게 된 생지옥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손들이 무의미한 저항을 해본다. 가슴과 배를 가려보지만 쓸모없다. 남자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꺼낸 식칼로 마치 보란 듯이 도망치던 어떤 여자를 붙잡아 그녀의 몸으로 쑥 넣어버린다. 바깥으로 도로 나온 식칼은 이제 붉은 빛이다. 아내는 더 이상 침착해질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 두 번째 폭발이 남자의 뒤에서 터졌다. 사람들은 이제 바닥에 널브러진 고깃덩어리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복부에 바람구멍이 생겨버린 여자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살기위한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진 않는다. 그런 광기가 남자를 더욱 흥분시킨다. 신이 내린 계시라도 받은 사도처럼 그는 가슴을 쫙 펴면서 아내에게 다가간다.
저항은 무의미하다. 아내의 몸에 상처가 늘어갈수록 남자의 움직임도 둔해진다. 그리고 남자는 현장에서 사망한다. 그는 자신의 뒤통수에 신용카드 한 장이 박혔다는 걸 몰랐을 정도로 고통에 무감각했다. 그러니 아내와 아들을 난도질할 수도 있었던 거겠지. 성수형에게 들은 사건의 전말, 의사에게 들은 아내의 상태, 찾았던 정신병자들의 죽음, 어디를 살펴봐도 진서에 대한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잠깐 숨을 골랐다. 아내는 지금 삼도천의 입구에서 뱃사공을 기다리는 중이다.
진통제는 더 이상 소용이 없을 거라 한다. 그녀는 천막을 손으로 밀치고 들어오는 나를 발견하기가 무섭게 떨리는 손으로 산소호흡기를 벗어냈다. 나는 의사에게 비켜달라는 눈짓을 보냈다. 성수형은 의사를 따라 바깥으로 나간다. 죽어가는 목격자를 방치하는 건 원칙적으로 하지 말아야할 일이었지만, 사람은 감정적인 동물이다. 게다가 이 만남을 원한 건 아내였다.
“날 보러 온 게 아니지?”
놀라웠다. 아내는 침착했다. 어쩌면 내 상상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반겼다. 웃는 걸 보니 통증이 마비된 모양이다.
“하나는 적고, 셋은 많다. 둘이 적당하다.”
그녀의 말이 잠깐 끊겼다. 웃던 얼굴에 순간 고통의 꽃이 피어난다. 시퍼런 색이다.
“이게 무슨 뜻이야?”
나는 지금 아내의 입에서 나온 문장을 의심했다. 혹시 지금도 내 상상이 만들어낸 세계인가?
불꽃이 흔들린다. 한숨을 뱉으려다가 꿀꺽 삼킨다. 목구멍이 아프다. 저 가녀린 촛불 앞에서 숨을 쉬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고민해본다. 죄의식, 미안함은 아니다. 나는 그녀가 걱정이 되어서 그토록 급하게 핸들을 꺾은 게 아니다. 단지 확신하기 위해서였다. 녀석이 진서를 납치한 것 자체가  결정적인 힌트였다. 다음은 아내일수도 있다는 걸 예고해주는― 아주 단순한― 딸이라는 연결고리를― 결코 떨어질 수 없었던― 이제 진서에게만 집중하라는― 경고.
“진서가 납치됐어.”
그녀의 눈이 감긴다.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울분을 삼키고 있는지 목 주변이 파르르 떨린다. 나는 아내의 손을 두 손으로 덮었다. 차갑다. 이토록 차가운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스르륵 빠져나간다. 마치 때를 알고 밀려나가는 썰물 같다.
“당신, 형사 그만 뒀잖아.”
우리의 이혼은 내가 형사를 때려치웠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해졌다.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내는 눈을 뜨지 못한다. 그녀는 내가 보험회사에서 보험 조사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의 상상력은 빈곤하여 그것만으로 진서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사립탐정의 일까지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잖아.”
갑자기 그녀의 호흡이 가빠졌다. 나는 호흡기를 들어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 놓았다. 이미 대답한 걸 추궁하자, 궁색한 변명들이 떠오르다가 어뢰를 맞아 심해로 침몰한다.
나를 노리고 있는 녀석의 메시지라고 분명 말했다. 아내의 판단력을 잠시 의심해본다. 이내 고갤 가로저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이토록 차분한 여자가 이해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내가 인정할 수 없었다. 내가 가만히 있자 그녀가 호흡기를 때고 말했다.
“당신, 진서랑 똑같아.”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무서워. 두려워.”
그녀는 자신에게 시간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다소 다급하게, 이어 말한다. 나는 침묵의 자물쇠를 내 입술에 주렁주렁 매달았다. 익어서 떨어지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당신 정말 우리가 왜 이혼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무서워서?
내 속에 있는 말을 꺼내는 대신 그녀의 맺음을 기다린다. 자물쇠에 맞는 열쇠가 오려면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했다. 아내는 아까의 나처럼 스스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입술 바깥으로 피가 흘러나왔다.
“당신은 아픔을 알기나 한 거야?”
내 대답은 전자음이 대신한다. 삐― 삐― 삐이이이이― 리듬이 사라지고, 높낮이가 없는, 일정한 기계음이 목소리를 삼켜버린다.
침묵의 자물쇠가 열렸지만 아내는 더 이상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신참을 대동하고 법원 CCTV를 확인했다. 그러던 도중 문자가 도착했다. 딸애의 번호다. 나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경비병이 험한 표정을 짓자, 바깥으로 나갔다. 메시지를 확인했다.
“하나는 적고, 셋은 많다. 둘이 적당하다.”
스스로에게 들려주기 위해 문장을 읽어본다. 낭비가 심한 녀석이군.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려는데, 문자가 하나 더 왔다. 역시 진서의 번호였다. 문자를 확인한 순간 내 뿌리가 도려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선물은 마음에 들어, 아빠?-
문장이 꼭 딸애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지워지기를 바라며 차에 묻은 까만 얼룩을 닦아본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새까만 차체에 반사되는 내 모습을 닦아내려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아내가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누군가를 만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는 신참의 말에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침이 고였다. 흐릿한 CCTV 화면에 나타난 것은 진서였다.
“여기에만 나타난 게 아닙니다.”
신참의 말처럼, 진서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확인할 수 있었다. 큰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처럼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과시라도 하는 것 같았다. 진서는 CCTV가 있는 모든 구간을 지난 이후 아내를 만났다. 모녀는 그리 긴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아내는 재판이 바로 직전이기 때문인지 어딘지 모르게 급해 보인다. 갑자기 나타난 진서를 경계하면서도 그녀의 얼굴에는 모정이 드러난다. 진서는 그런 아내에게 손을 흔든다. 작별 인사다. 이후부터 진서의 모습은 법원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당장에라도 혐의를 덮어씌워 사건을 종결시키려는 경찰이 아니기에 나는 차로 돌아갔다. 신참에게 커피를 사오라고 시킨 다음 운전석에 앉아 퍼즐 조각을 처음부터 다시 맞춰본다.
진서가 범인이라고? 터무니없는 상상이다. 겨우 여고생이다. 이 나라의 상상력에 걸맞게, 아이의 말에 현혹될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여자애 혼자서 모든 일을 꾸밀 수는 없다. 그래. 이해가 된다.
하나는 적고, 셋은 많다. 둘이 적당하다.
둘이 적당하다는 건 공범이 있다는 뜻이다. 녀석은 정신병자를 부추기는 것도 모자라 진서마저 자신이 속한 경계선 안으로 끌어들였다. 하긴, 이미 멀쩡한 주부를 방화범으로 몰아넣었으니, 이제 이런 건 일도 아니라는 것일까. 이제야 혼자 이해를 해봐야 소용없다. 답은, 해답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모두가 그런 것처럼 진실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몰라 지나쳤을 뿐.
정리가 된 한 가지가 확실해진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나는 진서를 찾아야만 했다. 기어를 중립에서 드라이브로 바꾸고 엑셀을 밟았다. 그러나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시동이 꺼져있다. 한숨에 리드미컬한 욕설을 실어서 되지도 않는 랩을 지껄여본다. 지랄 맞게 아름다운 멜로디다.
시동을 걸지도 못하고 핸들에 대가리를 딱 붙이고 염불을 외고 있는데 운전석 창문을 똑똑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신참이었다.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 대신 캔 두개가 들려있다. 창문을 내렸다.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선배.”
그래. 난 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를 바꾸고 차가 출발한다. 목적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반장님이 보셨습니다.”
내 눈치를 보더니 신참은 조심히 말을 잇는다.
“따님이요.”
역시 진서 얘기였다.
“진서가 왜 거기에 있느냐고 하시더군요. 하긴 애들은 법원이 아니라 학교에 있어야죠. 대충 둘러댔습니다. 선배에게 잡힌 녀석들이 복수를 한 게 아닐까라고 떡밥을 뿌렸죠.”
관심 없다. 내비게이션에는 찍혀 있는 경로가 없다.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차는 방황하지 않는다. 눈에 익숙한 상호들이 보인다. 어떤 이름들은 어디에나 있지만, 배치까지 같을 수는 없다. 안심이 아니라 불안해진다.
“연락은 왔습니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락이 왔어도 그게 진서가 보낸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확인할 방법은 있다. 진서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만 누르면 된다.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미취학 아동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못한다. 망설임이 손가락 끝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게 붙잡고 있다.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질문을 받아주지 않자 신참은 운전에 집중한다. 공기 중에 흩어져있던 침묵들이 자력을 받은 것처럼 우리 주변으로 끌려온다. 그 속에서 진서의 목소리가 밀려나온다.
‘아빠, 왜 이혼한 거야?’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날이었다.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진서를 바깥으로 데리고 나왔다. 근처 피자집에 들어가 주문을 하기도 전에 아이는 이혼에 대해 말했다.
왜 이혼 했을 거 같아?
‘나 때문이야?’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감이야.’
감?
‘응. 아빠가 엄마랑 더 같이 있고 싶다면 내가 집에서 나갈게.’
아니. 아니야. 그것 때문이 아니야.
‘그럼?’
엄마는 아빠가 싫다고 했어. 그래서 헤어지는 거야.
‘거짓말.’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빠가 싫어도 나랑 같이 살겠다고 안 하잖아.’
―그건 어떻게 알았어? 엄마가 먼저 말했어?
‘역시 그렇구나. 아니. 아니야. 엄마가 말한 게 아니야. 나랑 같이 살고 싶었다면 앞에 앉아 있는 게 엄마였겠지. 엄마는 아빠가 싫은 게 아니라, 내가 무서운 거야. 그렇지?’
아빠는 이제 경찰이 아니야. 그러니 거짓말 좀 해도 될까?
‘응. 아빠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해.’
사람들이 말하는데, 사는 것에 있어서 하나는 좀 적고 셋은 지나치게 많다고 하더라. 그래서 당분간은 아빠가 우리 둘만 나가서 살아보겠다고 했어. 엄마는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데. 혹시 진서는 아빠랑 같이 사는 게 싫어?
‘아니. 나도 아빠랑 사는 게 훨씬 좋아.’
엄마가 싫어―
차가 멈춘다. 익숙한 풍경이라는 설명은 진부하다. 스케치북 하나를 주고 이 아파트 단지의 구조를 그리라고 한다면 눈을 감고 그릴 수 있을 정도다. 매일 볼 수 있는, 매일 볼 수밖에 없는 곳에 도착하자 신참은 시동을 끄고 히죽 웃었다.
“저희들 아직도 연극하는 건가요? 아참, 이건 금지사항이었죠. 올라가시죠. 아까 전화해보니 진서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내비게이션이 꺼졌다. 더 이상 경로를 지정할 일도, 위치를 표시할 일도 없는 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 머물러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진서의 목소리가 여전히 귓속을 간질인다.
아이는 피자에 관심이 없었다. 단지 확인하고자 자리에 앉았다. 관계를 정리하려고 이야기할 뿐이었다. 진서에게 필요한 건 아버지의 엄한 모습도 아니었고, 어머니의 따스한 애정도 아니었다. 자신의 일을 막을 손이 아닌, 자신의 등을 한번만 툭 밀어줄 손이 필요했던 거다.
‘둘이서도 잘 살 수 있어.’
어금니가 쪼개지는 것 같다. 잘 사는 게, 꼭 행복한 건 아니다.
차에서 내려 앞장서서 아파트로 들어가는 신참을 뒤따라갔다. 녀석은 내 차키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버린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게 괜히 거슬린다. 그를 멈춰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안의 무엇인가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까지 나는 입을 열지 못했다. 집은 17층이다. 신참은 내게 묻지도 않고 17층을 누른다. 이 아파트의 가장 높은 층이다. 세워둔 직사각형 모양의 창문 16개는 모두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그 공간 속에 발을 내딛고 나서야만 불이 깜빡거린다. 지루함이 끝났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들어가시죠, 선배님.”
아이의 말은 이미 끝났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모습만 보일 뿐이다. 둘이서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던 여자애는 지금 피자를 먹고 있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현관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진서의 모습을 상상하는 게 무서워졌다.
“뭐해, 거기서?”
환상이 현실의 벽을 뛰어넘어 내 시야에 도달했다. 진서의 고개가 살짝 옆으로 기울어져있다. 마치 피사의 사탑처럼.
“아빠. 아직도 연극 중이야?”
고개뿐만이 아니었다. 진서의 몸은 좌측으로 지구의 자전축만큼이나 기울어져있었다.

문은 뒤에서 닫혔다. 단단한 주먹이 옆구리를 먼저 꾹 눌러준다. 사자가 안마하는 수준이다. 입 바깥으로 창자가 튀어나올 거 같다. 강력계 형사 시절의 악다구니가 반격을 허가한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뒤돌아보면서 날린 주먹은 허공을 가른다. 상대의 몸은 나보다 더 젊고 빠르다. 닫힌 문 때문에 뒤로 물러설 공간이 없었지만 애초에 그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주먹은 다시 왼쪽 옆구리를 깊숙이 찌른다. 이번에는 꽤 충격이 크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고 상체가 오른쪽으로 기우뚱 거렸다. 회복할 틈도 없이 다시 상대의 주먹이 날아온다. 머리로 날아드는 주먹을 간신히 막아냈다고 생각했다. 맙소사, 생각할 시간을 가지다니. 그는 때릴 생각이 아니었다. 방어하려고 올린 손을 그대로 눌러 밀어버린다. 신발장에 붙어있는 붙박이 거울에 쿵. 순식간에 거미줄이 주르륵 낙서처럼 퍼져나간다. 이질적인 느낌의 액체가 눈두덩이 위로 쏟아진다. 눈을 감아버리자 검붉은 어둠이 찾아와 나를 비웃는다. 아프다. 아프다. 충분히 아팠다. 신음과 같은 웃음이 고통에 뒤섞여 꽉 닫혀있는 입술 사이를 비집고 새어나간다. 여보, 나도 아픈 거 알아. 그런데 당신이 말한 아픔이 이런 거야?
“아시겠지만 선배. 이것도 당신이 지시한 겁니다.”
그 목소리가 내게 고통을 잊게끔 만들었다. 작은 손 하나가 내 등을 떠밀었다. 간신히 눈을 뜨자 세상이 잠깐 붉게 보였다. 그리고 얼굴로 구두가 날아왔다.





조명이 켜지자 의자 하나가 보인다. 주위는 새까매서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한 남자가 새까만 휘장을 걷고 나타난다. 유일하게 불빛이 비추는 의자 앞까지 다가온 그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다음 의자에 앉았다.
삐. 전자음과 함께 정면에 빨간 점이 나타난다. 그리고 사방에서 조명이 쏟아졌다. 그는 조금 눈이 부셨지만 얼굴을 전혀 찌푸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오히려 즐기는 듯, 만면에 미소를 머금는다. 정면에서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들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어깨를 쫙 폈다.
“이번에 시행한 정책이 옳다고 주장하시던데 근거는 무엇입니까? 막연한 대답 말고 확실한 걸 제시해주십시오.”
그는 조리 있게, 그러나 누구도 이해할 수 없게끔 대답한다. 오른쪽은 환호하고, 왼쪽은 야유한다. 질문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공약을 지키실 겁니까?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어떤 심정이십니까?”
그는 침착하게, 그러나 누가 실망해도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한다. 그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대부분이 실망하지만 어째서 그가 공약을 지키지 않는 지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정치가 원래 그런 거라고 스스로 납득하고 만다. 오른쪽에서 환호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야유 소리도 작아졌다.
“얼마나 더 해먹이실 겁니까?”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질문이 잘못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잘못되지 않았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좌중을 쑥 훑어본다. 그리곤 자신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CEO니 남은 임기동안만이라도 좀 믿어달라고 말한다. 의자에서 일어나자, 정면의 빨간 점이 사라진다.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눈을 떴다. 그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아직 새벽이었다. 해가 뜨려면 아직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는 누구도 들을 수 없게 속으로 중얼거린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해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겠군. 그리고 오늘 아침에 메고 나갈 넥타이의 색을 고민했다. 빨간색 같은 감색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손에는 넥타이가 쥐어있었다. 얼굴로 성난 벌처럼 날아드는 구두를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이제야 뜬 거 같은데, 넥타이가 보였다. 갑자기 옆구리가 아팠다. 이마가 아팠다. 손목이 아팠고, 발목도 아팠다. 온몸이 아팠다. 그런데 정신만은 멀쩡하다. 일어서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엉덩이가 푹신―하다. 침대? 아니, 방바닥이다. 그럼 아래는 뭐지? 아래를 내려다보자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남자 하나가 뻗어있었다. 살아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목을 조르고 있는 건 넥타이였고, 내 손에 쥐어진 것과 같은 색이었다. 그것을 손에서 놓자 분홍색 수건 하나가 눈앞에 쑥 마술처럼 나타난다.
“여기, 아빠.”
진서였다.
“역시 셋보다는 둘이 좋지?”
나는 수건으로 피가 잔뜩 묻은 두 손을 닦았다. 분홍색 손수건에 꽃들이 마구 피어났다. 이제 일어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얼굴도 닦아. 괴물 같아.”
딸애의 말에 일어서서 화장실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바닥에 까만 비닐 봉투 여러 장과 톱 한 자루가 놓여있는 게 보였다. 그것들의 용도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거울이 보였다. 이마가 찢어진 것도 보였다. 물을 틀어 수건을 적당히 적신 다음 흘러내린 피와 흘러내리는 피를 닦았다. 그러자 줄곧 내가 찾아다니던 녀석의 얼굴이 나타났다. 울상을 지어보자 녀석은 새하얀 송곳니를 드러내며 씩 웃는다.
나는 수건 양쪽 끝을 꽉 움켜쥐었다. 수건은 절대 끊어질 거 같지 않았다.
“진서야. 이리 와봐라.”
그래.
하나는 적고, 셋은 많다. 그러니 둘이 적당하다.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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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 단편 돌산 2011.08.25 0
401 단편 최후의 무기(The Last Weapon) DOSKHARAAS 2011.08.25 0
400 단편 감옥과 동정에서의 탈출 Leia-Heron 2011.08.23 0
단편 [Agitpunkt] K.kun 2011.08.27 0
398 단편 모래 늪 조미선 2011.08.2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