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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우리들의 슬픈 오마주

2011.08.19 01:5308.19

우리들의 슬픈 오마주

사람들은 텔레비전에 귀를 기울였다. 오늘 밤 국회의사당 앞에서 아주 중요한 연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연설은 3년 전부터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고대하던 것이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텔레비전을 켜고 채널을 돌렸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국회의사당 앞으로 모이는 동시에 연설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연설에 귀를 기울이며 미래를 꿈꾼다.

존경하고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건국 68주년을 맞이해, 이렇게 프로젝트 기획한 위원회를 대표로서 이 연단에 서게 된 것을 무척이나 기쁘고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 연설은 68주년을 맞아 6년 전에 가동을 시작한 프로젝트의 결과에 대해 알려드리는 자리인 동시에 그동안 국민여러분이 프로젝트에 대한 협조를 잘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드리려는 연설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가장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저희는 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쉼 없이 달려오면서 이 나라의 정의와 국민여러분의 자유, 인권과 재산 등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권리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이루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이 나라는 세계의 강국들 앞에서 너무나도 무력해 세계가 우리를 향해 겨누고 있는 위협으로부터 그러한 정책들이 국민여러분들을 지키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과 제약이 뒤따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행정부 수반의 고위관료들과 여러 자문위원들을 회동한 긴급회의에서 한 가지 장기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결의하여 프로젝트의 내용을 구성하고 회의를 소집하고 며칠 뒤 발표하였습니다.
아마, 국민여러분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장기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을 하고도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관료들 사이에서도 그 프로젝트에 대한 실효성과 성공여부에 대한 많은 회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나 지금이나 그 프로젝트만이 이 나라의 영광과 국민여러분의 안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저희는 그때 당시 프로젝트를 발표한 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도 저희는 이 자리에서 국민여러분께 프로젝트를 발표했었습니다. 그때 국민여러분은 그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상당히 궁금해 하면서도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덕분에 그 프로젝트는 일주일 만에 가동이 결정되었고, 국회 법안 발의부터 통과까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으며 게다가 그 법안에 대해서 의원 전원이 만장일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그러한 모습에 감동을 하였고 국민여러분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해야 할 사명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국회 발의와 통과가 끝난 프로젝트는 그 이후로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실시를 총괄할 위원회를 긴급회의 당시의 참석자들로 구성을 하였고, 그 다음으로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을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프로젝트 참가대상은 18세 이상의 청소년들과 30미만의 젊은 사람들로 대상을 제한했는데,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가를 하겠다는 의사와 항의 전화들로 저희는 업무를 할 수 없어 당시 프로젝트를 구성한 긴급회의 참석자들을 다시 소집해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저희는 그 논의에서 프로젝트의 일부를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의 참가대상 선별은 면접을 하고 신체검사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회의에서 이 과정에 서류심사를 추가하기로 하고 전국에 서류심사처를 두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회의에서 그러한 결론이 나자 곧바로 전국에 서류심사처를 설치하고 참가 희망자들에게서 서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서류심사처로 보내온 프로젝트 참가 희망자들의 서류를 보니, 이 프로젝트를 보고 꿈이 없었는데 꿈이 생겼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혹은 자신의 꿈은 이거였는데 이 프로젝트의 내용을 보고 꿈을 바꿔도 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참가 희망자들은 하나 같이 열정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러한 참가자들이 몰린 것에 놀라움과 경의를 표했습니다. 지금도 그러한 국민여러분이 진심으로 존경스럽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서류 심사로 지원자를 선별한 후, 선별한 대상자들의 신체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신체검사에서는 프로젝트의 훈련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선별한 대상자들 중에서 신체검사를 통과한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신체검사를 통과한 사람들로 하여금 프로젝트의 최종참가자들로 선발하였습니다.
그 참가자들은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각오가 전부 새롭더군요. 모두들 이 나라의 존망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리라는 마음이 넘쳐났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들에게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그들로 하여 성공하리라 확신했고 프로젝트를 결의하기 전에 생겼던 회의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모든 국민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이 프로젝트의 훈련은 아주 고되고 힘들었습니다. 프로젝트의 훈련은 대부분이 해병대 등 특수부대원들에게 시키는 훈련들로 구성되었고, 그 외에도 교양 지식 등 각종 지식에 대해 학습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그러한 지시와 훈련을 잘 소화해냈지만, 몇 몇 아주 몇몇은 도중에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 모두 훌륭히 프로젝트를 수행하였습니다.
한 층 한 층 그들의 성장의 소식은 이 나라와 전 세계로 펴져나갔습니다. 몇 몇 국가들에서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도입에 관한 문의를 해오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의 문화열풍이 불려는 조짐 같았습니다.
저희는 이 소식을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 전달하며 자랑스러워해도 좋고 더욱 더 전진하여 이 프로젝트가 이 나라를 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하였습니다. 그러자 우렁찬 목소리로 참가자들은 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소리가 아직까지도 귓가를 맴돌 듯 선명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갈수록 훈련은 더욱 더 고되어 갔고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한 참가자들 중에서도 속속 탈락자들이 속출했습니다. 그런데 저희의 예상과는 달리 많은 탈락자들이 발생했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정말 마지막 단계였습니다. 그 단계를 거치고 나면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탈락자들이 대거 발생하자 위원회의 구성원들이 동요를 하며 긴급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긴급회의에서는 프로젝트의 현재 진행상황과 성과들을 조목조목 집으며 이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따졌습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실패하였다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결정을 내리려는 순간 여전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쉼이 없었습니다. 끊임없이 달련하고 지식을 학습했습니다. 그런 그들을 보니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희생. 희생은 어쩔 수 없었던 거였습니다. 아니, 그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그들이 있었던 거였습니다.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탈락한 이들과의 경쟁에서 성장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들은 없었던 거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프로젝트는 결실을 맺게 되었고,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국민여러분의 성원과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피 땀의 노력 끝에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 지금 프로젝트의 성공을 알리는 그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능력으로 이 사회와 세계를 곳곳에서 이 나라를 존망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계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저는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국민여러분도 그럴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러분들의 희생이 이 나라가 성장하고 여러분을 지킬 수 있는 나라가 되는 한 걸음에 도움을 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참가자들의 가족과 친구 등 참가자들을 응원해주신 모든 국민여러분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얼마나 지켜보는 게 힘드셨습니까? 하지만 그 참고 기다린 시간만큼 참가자들을 자랑스러워하실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정말로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 연설을 끝으로 프로젝트의 위원회는 해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해산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프로젝트를 훌륭히 수행하고 사회로 나온 그들 58명을 끝까지 응원해주시고, 그들을 본받아 꿈을 꾸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제 이 연설을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여러분의 가정에 안녕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심하게 부서진 건물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거리에 사람들은 얼마 없다. 있다고 해도 달리기 바쁘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똑같다. 무엇인가 충격적인 것을 보았다는 표정이다. 가게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모든 가게는 닫혔다. 딱 한 군데 전자제품가게만 열려있다. 열려있다고 할 수 있을까. 가게의 유리창은 깨어져 있고 전자제품들은 모두 망가져 있다. 그나마 멀쩡한 것들도 땅바닥에 화면에 금이 간 채 널 부러져있다. 그런데 그 널 부러진 것들 중 몇 몇의 텔레비전들에서는 대통령의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이, 이 나라가 이 땅에 건국된 이래로 가장 최악의 상황에 부딪혔습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이며 지금부터 제가, 아니 저희가 드리는 얘기는 모두 사실이면서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도 예전에 숨겼던 일들입니다. 다만, 그것을 숨겼을 때에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게 변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 얘기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때 저희는 프로젝트에 성공한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한 프로젝트에 미래로 나아가는 로켓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약자로는 FP(Future Progress)로 하고 이름을 프로젝트FP 라고 명명했습니다. 정말로 그 프로젝트FP가 미래로 이끌어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탈락자들이 대거 발생했을 때 중단했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국민여러분도 아실 것입니다. 그 프로젝트FP를 성공하고 저희가 한 일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저희는 프로젝트FP를 수행한 참가자들의 실적을 홍보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뒤를 이을 이들을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방법은 조금 달랐지만 대체로 똑같았습니다. 차이가 있었다면 서류심사를 없애고 연령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모두 대상자로 포함시켰고, 첫 프로젝트FP에서의 훈련과 지식 학습 방법이 참가자들이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는 판단 하에 훈련과 지식 습득 방법을 참가자들이 소화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실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훈련과 지식 습득 기간을 늘렸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연령은 14세 이상 29세 미만까지였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실시하려는데 많은 이들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소수라고 밝혔지만, 사실은 다수였습니다. 다수의 사람들과 그들이 속한 시민단체들이 저희에게 프로젝트를 그만두라는 항의서한 등을 보내왔습니다. 프로젝트의 결과가 성공처럼 보이겠지만, 후에 되레 인재를 잃고 마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면서 말이죠. 그러나 어떻게 그만둘 수 있었겠습니까? 많은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우려는 구체적인 물증이 없었는데 그 우려만을 믿고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국민들 중에서도 이 프로젝트에 성실히 응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한 모습들을 보며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또 확신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려를 내보이는 사람들이 그런 프로젝트에 참가할리 만무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들은 두 번째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 두 번째 프로젝트를 학교 교육과정 안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 나라를 이끌 인재가 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런 정책을 내놓았을 때 국민여러분이 환호하기도 했지만 반대 측의 우려가 큰 이슈가 된 것을 말입니다. 어찌나 반대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그때만큼은 저희도 그들이 소수라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식석상에서 많은 반대가 있지만 우려한 상황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라면서 애써 무마시켰죠.
그리고 저희는 이 프로젝트의 결과가 그들이 우려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관리했습니다. 첫 프로젝트로 배출한 1기들 중에서도 두 번째 프로젝트의 모니터 위원으로 촉탁하기까지 하며, 프로젝트 1기생들이 첫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반영 수정해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지금의 자라는 세대들은 겪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또 첫 프로젝트 참가자와 탈락자들 사이에서도 별 다른 문제는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런 줄 알았습니다. 미래는 이 나라가 하늘의 태양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든지 돌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프로젝트의 참가자 중 한 명이 자택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투신자살한 참가자는 평소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이라면서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했다. 그래서 단순자살이다, 라고 조사를 결론지었습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쯤해서 유수의 언론들과 인터넷에서는 프로젝트FP에 뭔가 비밀이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습니다. 아주 단단히 참가자들에게 비밀서약을 받았는데 누군가가 그 비밀을 누설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의 정부들처럼 저는 그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압력을 통해서 무마시켰습니다. 그 자살은 절대 프로젝트FP로 인해서 일어난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참가자 개인이 생활을 잘못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했고, 저희는 그것을 그대로 언론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도 무수히 많은 반대 측이 들고 일어나면서 정국은 그 일로 시끌시끌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 중에서 천재라고 보지는 않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자신이 천재라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이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시끌시끌하던 정국은 다시 조용해졌고, 그 이후로는 모든 일이 잘 될 줄 알았습니다. 항상 그렇지 않습니까. 나쁜 일 뒤에는 좋은 일이 있다고.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에는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마친 프로젝트FP의 1기생 두 명이 격투를 벌이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냥 격투가 아니라 프로젝트FP 1기생 둘의 격투였습니다. 여러분도 기억하시겠죠. 그때 그 둘이 벌였던 격투로 인해서 격투가 벌어진 장소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를 말입니다. 저희는 그 사건이 일어나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저들이 저럴 리가 없다고. 저들이 저러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언론은 맹렬히 저희를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희가 우려하는 그런 기사들이 아니었습니다. 프로젝트FP 의 1기생들이 자신들의 힘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프로젝트 당시에 저들에게 능력에 대한 윤리교육은 하지 않았느냐면서 맹렬히 비판했습니다. 저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언론 앞에서 말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시비에서 벌어진 일로 프로젝트FP 당시에 훈련지도관들이 윤리교육을 철저히 했으며, 지금도 훈련 받고 있는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도 윤리교육은 철저히 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측 사람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프로젝트FP 1기들의 격투가 벌어지게 된다면 나라는 더욱 더 위기에 빠질 것이고, 그렇다면 프로젝트FP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고, 더욱이나 어떻게 저런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저 해병대와 특수부대의 훈련만으로 가질 수 있는 능력이냐면서 해명을 해달라며 공격했습니다.
저희는 그러한 공격들에 일절 대답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일관했지만, 그들은 아주 끈질기게 1년 내내 저희를 공격했는데, 모두들 기억하시겠지만 이 모든 상황이 두 번째 프로젝트를 실시 한 지 2년이 되던 해까지 일어났던 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쯤해서 두 번째 프로젝트가 2주년이 된 기념으로 이름을 명명했는데, 프로젝트FP에서 FP는 그대로 두고 앞에 S를 붙여 프로젝트SFP(Second Future Progress) 로 했습니다. 그리고 2주년이 되었다는 것을 크게 홍보했죠.
그러던 그 해에 기억하고는 싶지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프로젝트FP의 1기생들 중 일부가 정부청사에 테러를 한 것이 그것입니다. 그들은 정부청사를 테러한 것도 모자라 근처를 지나는 행인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인질로 삼았습니다. 그들이 밝힌 테러의 이유는 엘리트들인 자신들이, 평범한 인간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을 가진 자신들이 어째서 왜? 그러한 인간들을 위해서 희생해야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그 발언은 이 나라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다주었습니다. 다행히 그들은 재빨리 출동한 프로젝트FP의 1기생들에 의해서 진압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기습테러는 자신들의 희생보다 더 큰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나라가 그들의 행동 한 번으로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었습니다. 네, 그들이 지금의 이 나라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저희들이 이 나라의 미래의 청사진을 수립해야 했는데, 그들이 저희의 모든 청사진을 망쳐놓았습니다. 그들로 인해서 프로젝트FP의 1기생들 중에서도 그들에 동조하는 이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일반 국민들과 두 번째 프로젝트인 프로젝트SFP의 참가자들 중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나타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그들의 발언에 찬성한다와 반대한다, 로 나뉘어져 논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논쟁만으로 끝이 났다면 좋았을 것을, 논쟁은 더욱 발전하고 격화되어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프로젝트 참가자들끼리의 충돌, 프로젝트가 배출한 사람들 간의 충돌, 일반 국민들 간의 충돌. 그러한 충돌들은 저희의 눈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큰 충돌로 보였습니다. 얼마나 끔찍했는지 주위를 돌아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많은 것들이 파괴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습니다. 충돌하는 이들은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특히 저희들의 말은 더더욱 듣지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아니, 저희들은 그 사실을 여러분들이 알고 있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이미 충돌하는 이들이 알고 있는 상태라면 이 방송을 보는 국민여러분 대다수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네, 여러분들이 짐작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프로젝트FP와 지금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SFP에 특수한 약물을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몇 몇의 사람들을 제외하곤 그 약물에 대한 비밀은 알지 못할 것입니다. 이 비밀에 대한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을 말하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입니다. 저희는 비밀리에 인간의 신체능력을 정상 이상으로 만드는 약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당시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부는 바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 세계적으로 부는 바람을 아는 이는 정부 관료들 중에서도 아주 고위급이 아닌 이상은 알지 못했고, 그런 고위급 관료들에게서도 연구에 대한 누설은 결코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연구를 누설하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그를 감금시켰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에 대한 연구가 누군가에 의해 누설되었습니다. 국민여러분 중에서는 짐작하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언론들에서 프로젝트에 무언가 비밀이 있다고 한 그때, 이름은 알려지지 않은 고위관료가 윗나라와의 내통을 빌미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 받았다는 기사가 나온 그때였습니다. 그리고 그때 국가보안법으로 처벌 받은 이름은 알려지지 않은 고위관료가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린 것이었죠. 그러나 다행히도 재빠른 조치로 언론이 모든 사실을 다 알 수는 없게 했습니다. 처벌 받은 고위급 관료가 제공한 정보는 윗나라가 내린 지령에 따라 이 나라의 언론을 통해 국민들을 혼란시키려던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유한하듯 비밀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주 견고한 성이더라도 세월이지나면 지날수록 기울어져 가는 것이었으니까요. 지금 충돌하고 있는 두 집단인 반대세력과 찬성세력들 중 일부는 프로젝트의 비밀에 대해서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현 상황에 다다르게 된 원인의 발언을 한 그들은 비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몇 몇의 사람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지금 찬성 측은 그러한 비밀들에 대해서 이 방송을 통해서 알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반대 측에서 프로젝트의 비밀들에 대해서 말한 것을 바람을 통해서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거나, 이미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할 수 없으며, 그저 상황이 악화되지 않고 하루 빨리 종결되기를 바랄뿐입니다. 여러분! 부디 그들을 비난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들은 그저 못난 저희들 때문에 사회를 그렇게 만든 것뿐입니다. 저희들이 그들을 그러한 대립 속으로 밀어 넣은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을 대립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대립은 언제나 있어왔던 일이었습니다. 그것이 어떠한 이유로 과격하게 변했던 것뿐입니다. 저희는 지금 그러한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양측에 협상을 제의해 설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국민여러분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저희는 국민여러분이 예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건국으로부터 7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이 나라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옛 말에도 나와 있듯이 비가 온 뒤의 땅은 단단하게 굳는 법입니다. 그리고 새벽 직전의 어둠은 그 어떤 밤중의 어둠보다도 짙은 법입니다. 지금 이 나라는 비가 오고 있으며 새벽 직전에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저희를 믿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면 비는 멎고 땅은 단단히 굳을 것이고, 여명을 품은 새벽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러니 국민여러분 부디 그때까지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국민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대통령은 고개 숙여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그때, 그런 텔레비전을 향해 불덩이가 날아왔다. 불덩이는 대통령의 모습을 비추고 있던 텔레비전과 전자제품가게를 함께 불태웠다. 그리고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로 불꽃들이 떨어져 나와 올라가다 사그라졌다. 멀리서 무엇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도시전체에 울려 펴졌다.


13년 전.
대통령궁 지하벙커. 많은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면서 원형탁자에 놓인 명패들을 보고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원형탁자 앞에는 스크린이 있었는데, 스크린 근처에서는 기술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프로젝터 등을 점검했다. 이윽고 지하벙커의 문이 열리면서 대통령이 들어왔다. 담소를 나누고 프로젝터를 등을 점검하던 이들은 모두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대통령이 들어온 문으로 시선을 보냈다. 대통령은 그런 그들에게 간단한 손짓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자신의 명패가 놓여있는 자리에 착석했다. 그러자 방의 불들이 꺼지고 프로젝터가 레이저로 스크린을 비췄다.

“이렇게 이 자리에 모이신 대통령 각하와 장관님들께서는 정말로 세계의 역사상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최초로 듣게 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것을 대통령 각하와 장관님 앞에서 그것을 발표하게 되어 무척이나 영광입니다.”

과학자가 걸어 나와서는 레이저가 비추는 스크린을 가려서고는 말했다. 그리고 레이저가 스크린을 제대로 비출 수 있게 살짝 비켜서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정말 굉장한 유성우가 하늘을 수놓았습니다. 저희들의 천문대에서도 그런 유성우를 놓칠 수 없어서 집중적으로 관찰했습니다. 그런데 유성우들 중에서 유성 하나가 갑자기 대기권을 뚫고 지구를 향해 낙하했습니다. 낙하지점은 이 나라가 보유한 천문대들 중 하나의 근처였습니다. 저희는 그 유성에 대한 보고를 받고 곧장 조사팀을 낙하지점으로 급파했습니다.
조사팀이 낙하지점에 도착했을 때는 중형의 크레이트가 형성되어 있었고, 크레이트 중심에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이 있었습니다. 많은 열로 인해 탔는지 크기는 많이 작아져있었습니다. 저희는 그것을 회수하고 대통령 각하께만 보고 드리고 극비리에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진행하는 도중에 저희는 아주 놀라운 것을 회수한 운석에서 발견하였습니다. 조사팀의 연구원 중 한 명이 실수로 장갑을 벗고 만졌는데, 그 연구원은 원래 다른 사람들보다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일 이후로 그 연구원의 신체능력이 이전보다 향상된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그것을 보고 동물들에게도 실험을 해보고 조사팀의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모두 처음 운석을 만진 연구원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말에 지하벙커에서 과학자의 말을 듣던 대통령의 제외한 사람들이 동요했다. 하지만 과학자는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는 자신이 얘기하고 있던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저희는 그 연구결과에 무척 기뻐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향상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영구적인 것인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실험동물들과 임상실험 대상이 된 조사팀의 연구원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운석과 접촉으로 이루어진 신체능력 향상은 영구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임상 실험 대상 중에서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연구원도 있었습니다. 뜻밖의 성과에 저희는 무척이나 놀라웠고 이 사실을 곧바로 대통령 각하께 보고 드렸습니다.”

과학자는 그 말을 끝으로 말을 잇지 않고 자신의 바로 정면에 앉은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대통령은 그런 과학자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이 연구원의 말대로입니다. 그 어떤 나라도 아니라 이 나라가 신의 선택을 받은 것입니다. 미국도 러시아도 일본도 중국도 이 나라에 떨어진 운석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모르겠지요. 그래서 저희는 그 운석의 힘을 이 나라의 국민 모두에게 사용할까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제안 드립니다. 프로젝트 하나를 만드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떤 나라도 모르는 진실을 모르는 프로젝트를 말입니다. 이미 여러분의 탁자에 놓인 파일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 파일에 적힌 내용이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때 대통령의 말을 끊고 장관 중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대통령은 그런 지적이 있을 것을 예상했다는 듯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프로젝트에 대한 지적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것에 대한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그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극비리에 특수한 약물을 계발한다고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 것입니다. 뭐, 다들 파일을 읽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우리가 운석의 힘을 가지고 하는 프로젝트에 약물을 만드는 게 아주 거짓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그들에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운석이 없습니다. 운석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가 가진 운석의 힘을 담은 약물 같은 것은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은 그들은 우리를 따라하려고 극비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스파이 등을 보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이 프로젝트를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만 알게 할 것입니다. 여기 있는 사람 이외에 그 누구도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설령 이 나라의 국민이라고 해도 이 프로젝트의 진실에 대해서 알게 해서는 안 되고, 그들이 우리를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말을 해서 우리를 믿게 할 것입니다. 어쩌면 운석의 힘을 약물로 계발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생겨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작용은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입니다. 그럼 이제 다시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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