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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그림자 너머

2011.03.15 01:5403.15



알아차린 것은 이로부터 조금 지난 뒤의 일이나, 그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림자 속에 묻혀 있었다. 번호가 새겨진 팻말이 걸린 침대 위. 쭈글거리는 피부를 들어 희미한 조명을 바라보다가는 침대보에 묻힌다.

푸른 침대보의 붉은 따뜻함. 따뜻함 안에 파묻힌 그를 보며 이를 드러내는 어른들.

어른들을 바라보는 그에게 그의 부모는 말했다. 웃어. 웃으렴. 웃어 보라고. 그러나 그는 웃을 수 없었다. 대신 그는 울음을 터트렸다. 부모의 웃는 얼굴 사이로 흰 조명이 드리운 그림자를 보았던 탓이다.

그림자. 죽음은 어쩌면 친숙한 것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는 자궁 바깥으로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것에 덮여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림자는 그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하얀 조명. 차가운 빛과 세상의 바람처럼 하염없이 차가웠다.

그 차가움에 몸을 떠는 그의 부모에게 간호사는 말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난 것을 기뻐한다고. 그러나 그는 간호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하염없이 쏟아지는 차가움으로부터 몸을 돌렸을 뿐.

그는 당장은 차가움으로부터 구원받았다. 따뜻한 병원의 공기와 아버지의 혈관이 튀어나온 손. 그 때문에 그는 차가움, 그림자를 몰랐다.

허나 그림자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자아라 불리는 것이 그에게 생겨날 적에 그는 다시 그림자를 보았다.

세상에 나온 지 팔 년 가까이 지냈을 때의 일이다. 그는 피를 보았다. 가족이 기르던 개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어릴 적부터 그가 늘 좋아하고, 어머니는 털이 입에 들어간다며 기겁을 하던 개.

그 개를 너무나 좋아했었기에, 그림자를 느낀 기억을 잊었기에 그는 처음에 개가 피를 토한 이유를, 더는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몰랐다. 그러나 몇 번 개의 몸을 흔든 뒤 그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한번 그림자를 깨달았다.

죽음.

그것이 그림자의 이름이었다. 소름끼치도록 차가우며 무정한 것. 그것이 두려웠기에 그는 울었다. 개의 죽음이 별 일 아니라며 그를 달래는 어머니와 우는 그더러 기가 약하다며 혀를 차는 아버지 사이에서 그는 그가 처음 본 그것을 생각했다.

어머니는 낙심한 그에게 말해주었다. 하늘의 이야기를 했다. 그가 본 그림자는 거짓이며 사람은 죽은 이후에 영원한 빛. 천국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거한다고. 그 말에 그는 안심이 되었다. 어린 그에게 있어 가장 큰 진리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어머니의 말을 믿었다. 껄끄러움을 털어버리고 영원한 빛을 상상하며 편안히 잘 수가 있었다.

그러나 평안은 오로지 그때뿐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자아가 커질 수록 그림자는 더욱 크고 무섭게 다가왔다. 동시에 그는 그림자로부터 그를 지켜주던 빛이 허상임을 깨달았다.

하늘 위에는 누가 있을까.

태어난지 열세 살이 되던 때. 그는 우연히 하늘을 올려다보곤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기존까지 배워왔던 말들 쯤이야 얼마던지 늘어놓을 수 있었다. 우주가 있다. 하나의 커다란 폭발로부터 시작한 우주가. 그 우주의 어딘가에 지구가 있다. 지구 가운데는 사람이 산다. 하나로부터 시작되어 진화한 생명이.

그러나 그런 것들만 있다면 다른 것들. 어머니나 아버지가 말해주었던 것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천국과 지옥은 어디에 있는가. 빛은 어디에 있는가.

세간의 말대로라면 인간은 단순히 이루어진 기계일 뿐. 영혼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들은 무정물과 같다.

그렇다면 거기에는 어떠한 숭고함도 고귀함도 없다. 천국도 지옥도 없다. 그리고 천국이 없다면 사람은 선행을 할 이유가 없다. 지옥이 없다면 악행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그는 세간의 말을 따를 수 없었다. 헛된 시도인 줄 알면서도 신을 믿었다. 죽음 이후에 기다리는 영원한 빛을 믿었다. 도리가 실재함을 믿었다.

허나 진짜로 그걸 믿을 수는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생각을 하면 할 수록 그가 믿어왔던 것들은 허망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오로지 그림자만이 그를 휘감는다.

방황하던 나이 열여덟살. 사이가 나빠지던 그의 부모가 이혼하고 이틀이 지난 날. 마찬가지로 학교에 가지 않은 지 이틀이 지난 날. 공원의 긴 의자에 앉아 있던 때의 일이다.

그는 그날 태어나 처음으로 추위와 굶주림에 몸을 떨었다. 사방이 윙윙 도는 것만 같고 감각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온 몸의 감각이 점차 줄어들다가는 마치 불이 꺼지듯 단번에 사라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그 예감 가운데 떨다가 그는 우연히 새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조아리고 사람들의 토사물을 쪼아먹던 새들. 그것이 역겨워 고개를 돌리려던 그는 문득 새들이 자기를 바라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때. 그는 새들의 눈에 서린 이질감과 공포를 느꼈다.

어둠. 어둠을 기억하라.

새들의 고름섞인 눈. 그를 쏘아보는 무정한 노란 눈은 마치 그렇게 외치는 듯 했다. 따뜻함이란 한 때일 뿐, 오로지 차가움만이 영원한 것이다. 세상 어떠한 것에도 의미는 없다. 자신은 기계이며 자아란 허상일 뿐. 언젠가 모든 것이 꺼지고 운동하지 않게 된다. 무질서한 우주 한가운데 흩뿌려질 토사물이 되리라. 죽음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릎꿇고 말리라.

그는 그 생각에 이르자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심장이 떨렸다. 헐떡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안경을 낀 남자와 심드렁한 노숙자 사이에서 벗어나 집으로 향했다.

잠을 자고 있다 게슴츠레 눈을 뜬 아버지 곁에서 그는 주저앉았다. 아버지며 어머니 생각은 이미 뇌리에 없었다. 그는 오로지 죽음을, 온 몸을 떨게하는 차가운 그것을 생각하고 거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는 더러운 손으로 냉장고의 빵을 꺼내어 씹었다. 흐트러지는 알갱이와 침들. 그것은 곧 연료가 되어 그를 움직이게 해주었다.

당장은 만족감이 들었다. 끝없는 차가움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이.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 그러나 몸을 가득 채우고 나서야 그는 정신이 들었다. 그는 진실에 마주했다. 이 연료가 어느 순간 떨어지고 말 것이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는 결국 그림자 속에 묻히리라는 것을.

그때의 기억은 계속 그의 가슴에 남았다. 그의 부모가 마침내 이혼하고 그가 친척집에 맡겨졌을 때도, 그가 낙방을 거쳐 마침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의 차가운 바람에 직면했을 때도 남아 있었다.

아이를 낳으면 나아지겠지.

그의 부모는 각기 그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풋풋한 연애와 이어지는 결혼. 그 끝에서 자기를 닮은 아이의 얼굴을 보았을 때도 그의 어두움은 걷히지 않았다.

아이의 귀여운 얼굴과 행동은 분명 그의 마음을 녹였고 때론 그를 바보처럼 헤실거리게 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모습. 그런 착각도 들었다.

그래도 진실로부터는 눈을 돌릴 수가 없다. 언제까지고 귀엽고 사랑스러울 것만 같던 아이와는 말다툼을 하게 된다. 영원할 것 같은 아내의 얼굴은 짜글거리는 주름으로 덮여간다. 그것처럼 그의 얼굴 역시 주름에 뒤덮인다.

나이와 함께 사유가 깊어질 수록 오로지 허무함만이 그와 함께할 뿐. 마침내 그가 완전히 늙었을 때 그는 그것을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아내는 세월로 떠났고, 아이는 꿈을 찾아 떠났다. 주름진 피부처럼 찌그러진 세월 속에서 그는 마침내 홀로 남겨졌다. 태어날 때처럼 어두움 가운데 그는 침대보를 덮은 채 주름진 입술을 중얼거린다.

모든 것이 허상이다.

그가 느꼈던 사랑들. 아이에게 베푼다고 믿었던 희생. 그것들에는 어떠한 숭고함도 없다. 돌이켜 생각하면 답은 분명했다. 자신은 오로지 짐승처럼 본능에 따라 살았다.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행동했을 뿐이었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 결국에는 아무 소용도 없이 세월 속에 한숨쉴 뿐. 아무 것도 없이 다만 두려움만이 남아있을 뿐.

휘감긴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진 것처럼 그를 기만하는 것도 잠시, 밤이 되면 그것은 늘상 그림자 속에서 기어나와 그의 눈 앞에서 일렁이곤 그의 주름진 심장을 움켜쥐었다. 그것이 어찌나 두려운지. 늙은 그는 몇번이곤 밤에 잠에서 깨어 죽은 아내의 빈자리를 몇 시간이나 바라보았다.

아내가 간 자리. 이제는 없는 아내. 아내는 어머니처럼 늘 하늘에 천국이, 영원한 빛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하늘에는 영원한 빛이 없다. 오로지 태양이 비추는 순간의 거짓이 있을 뿐. 밤이면 누구라도 광활한 우주를 보게 되리라. 의심할 여지 없이 삶의 부재로 가득한 우주를.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다. 그는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림자를 바라보기란 너무 힘이 드는 일이다. 홀로 보내는 밤이 많아질 수록 그는 점점 미쳐가는 것만 같았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놀라고 화를 내다가 어느 날인가는 놀랍도록 조용히 멈추어 죽음과 죽음 이후를 생각했다.

그림자. 그것은 종말 그 자체였다.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바칠 수 없는 저주이자 굴레. 그리고 그것은 어느덧 가까이에 있었다. 그가 두려워하는 사이에 찾아와 그의 주름진 심장을 움켜잡았다.

두렵다.

심장을 움켜잡은 죽음을 바라보며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라진 아내와 아내가 사라진 그림자를 두려워하며 침대 속에서 웅크린 밤을 헤아릴 수가 없다.

그렇다. 그는 두려워했다. 죽음 이후에 빛이 없다는 걸 알기에. 도사리고 있을 그림자가 두려웠기에.

두려움과 상관없이 시간은 흐른다. 시간을 타고 그의 몸은 산산히 부수어지고 흐트러져 간다. 찰나의 순간이 지난 것만 같은데. 그럴 뿐인데 몸은 이미 한계를 맞이한다.

마침내 그는 늙은 몸을 침대에 뉘인다. 물려받을 그의 재산을 생각하고 있을 뿐인 사위와. 죽음의 의미조차 모르고 그저 어른들을 따라 다만 어찌할 바를 모를 뿐인 아이들 사이에서 주름진 입술을 달싹인다.

숨이 헐떡거린다. 시간이 정지한 것만 같다. 혈관을 타고 기어오르는 불길한 감각과 무기력함 끝에서 가느다란 손을 병원의 침대에 놓는다. 멍하니 의사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어둠을 기억하라.

의사의 주름진 입술은 그런 말을 토해내었다. 어둠. 분명 죽음을 말하는 것일 터다. 그러나 대체 무엇을 기억하란 것인지.

그는 화가 났다. 시간이 조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죽음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벌써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는 이를 깨물었다. 온 몸이 떨린다. 죽음을 거부하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그러나 그는 움직이지 못했다. 고통, 부정할 수 없는 죽음의 전조가 그를 꿰었기에.

체념과 고통 속에서 흔들리며 그는 혼란스러워 했다. 자신의 심장을 움켜쥔 그것을 어둠, 죽음 이후의 것이라 믿었다. 고통에 몸부림쳤다.

고통에 눈물을 흘리는 그의 손을 따뜻히 잡는 아이의 손. 그 손이 그의 가슴을 녹인다. 아이의 몸에서 나는 찬란한 빛과 열에 눈이 먼다. 가슴이 탄다.

그를 괴롭게 하는 것은 고통만이 아니다. 아이마저도 언젠가 죽으리라는 것. 결국 그가 남긴 모든 것이 사라지리라는 사실이 그를 괴롭게 한다. 그림자, 죽음은 그것을 계속 속삭이며 그의 등 뒤에서 타버릴 것 같은 심장을 움켜쥔다.

그러나 그 절망의 허덕임 끝에서 그는 문득 보았다.

그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눈물로 젖은 아이의 눈을.

아이의 눈에 비친 자신 뒤에서 꿈틀거리는 그림자.

죽음을.

그것은 놀랍게도 두려운 무언가가 아니었다. 어둠이 아니었다. 다만 그림자. 우스울 정도로 보잘 것 없는 쓰레기이며 뼈조각일 뿐. 그 부스러기는 어둠에 감히 비하지 못할 위정자에 불과하다.

그것을 인지하고서야 그는 깨닫는다. 죽음. 그림자의 참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림자는 죽음 이후에 존재하는 것. 어둠이 아니다. 그렇다. 죽음은 그저 어둠의 그림자. 약하고 꿈틀거리는 것. 질투심이 많은 것이다.

그는 그제서야 자기가 두려워하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것은 어둠이 아니었다. 그림자였다. 어둠의 그림자. 어둠의 형상을 하고 있으되 어둠이 아닌 것. 어둠에 대한 왜곡된 기억이자 환상. 악몽에 지나지 않은 작고 추한 것. 고통으로 작은 이들을 유혹하고, 비열한 고함을 쳐 이성과 감정을 흐트러트리는 것.

그것은 늘 사람을 속인다. 삶이 언젠가 사그라진다는 사실에 기대어 현재의 삶마저 무의미하다고 한다. 스스로의 추악한 모습을 내보이며 이것이 어둠이라 속인다. 삶 이후에 찾아올 죽음 이후의 공허, 어둠이 외롭고 쓸쓸하며 무자비하도록 잔인한 것이라 외친다.

그러나 그것이 어둠이 아니라 단지 그림자라면, 어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어둠.

바로 그제서야 그는 세상이 그에게 외쳤던 것. 외쳤으나 오로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던 진리를 깨닫는다.

어둠을 기억하라.

그 말대로 그는 어둠을 기억한다.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묻혀있었던 어둠. 모든 생명이 묻혀있던 요람, 곧 그가 가게 될 요람을 기억한다. 그것은 침대보에서 보았던 그림자가 아니라, 그 이전에 보았던 것이다. 기억하나 분명 기억하지 못할 터인 어둠. 부드러움도 거침도, 추함도 아름다움도 없는 것.

폭풍처럼 몰아치는 깨달음 속에서 그의 두 눈에 서린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진다. 그는 고통 속에서 해방된 가운데 가만히 눈을 든다. 평안한 눈으로 그림자를 바라보다가는 그를 두려워하고 짖어대는 그림자를 신경쓰지 않고 고개를 돌린다.

두려워마라.

그렇게 말하며 그는 그 말의 의미를 모르는 아이의 손을 꽉 잡는다. 주름진 손으로 주름지지 않은 손을 잡는다. 그 손을 가슴에 가져간다. 아직 뛰는 그 심장으로.

다시 말한다. 진심을 다해서 말한다. 곧은 눈. 눈물조차 없는 눈으로 놀란 아이의 눈을 바라본다.

두려워마라. 어둠의 그림자를.

그 말을 들으며 울음을 멈춘 아이. 이상하다는 듯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이.

아이의 눈은 소리없는 울음을 담고 있다.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울음. 그것을 멈추기 위해 손을 뻗는다. 아이의 어깨를 쓸고, 아이와 손을 맞잡는다. 그리고 그 손을 통해 느껴지는 부드러운 율동. 따뜻한 온기. 그는 그것을 진정으로 느낀다. 그것이야말로 곧 어둠으로 갈 그가 세상에 남긴 빛이다.

물론 그는 안다. 그가 느끼는 가슴의 뜨거움은 그가 어릴 적 느낀 그대로 화학작용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아이의 울음은 본능에 의한 행동일 뿐이라는 것을. 또한 아우성치는 죽음은 속삭인다. 그가 이제 끝났다는 것을 말한다. 아이를 바라보는 것은 의미없다 속삭인다. 아이의 빛은 사그라들고, 그의 대는 언젠가 끊기리라 한다. 그가 남긴 모든 것은 먼지가 될 것이다. 그가 지금 느끼는 감정 역시도.

하지만 이제 그 속삭임은 그에게는 무의미하다. 아이의 따뜻한 빛을 바로 지금 느끼기에, 어둠이 그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어둠을 기억하기에.

죽음이 주는 고통에 그는 괴로워한다. 가빠오는 호흡. 몸이 떨린다. 감각이 사라진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하지만 그는 떨지 않는다. 찡그리지 않는다. 울지 않는다.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당당히 눈을 들어 공허 저 너머를 바라본다.

어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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