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예전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실물을 그린 것은 아니다. 내가 그리는 것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는 것. 그중에서도 제일은 천사의 그림이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천사의 모습은 미소년 혹은 미소녀의 모습에 한 쌍의 새하얀 날개가 달린 모습. 하지만 내가 그린 것은 네 개의 날개와 네 개의 얼굴이 달린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특별하고 싶었던 거다. 남들과는 다르고 싶었고 남들이 나를 주목해 주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 성경의 묘사에 그런 모습의 천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다시는 그런 모습을 그리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그렸던 모든 것을 버렸다. 제일 좋아했던 천사 그림도 적당히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 이후로 그림은 그리지 않았다. 사실 실물을 반영하지 않은 그림이란 것은 영 봐줄 만한 것이 못 된다. 오로지 독특하기 위해, 실제와 다른 것이 되기 위해서만 그려진 것은 내가 보기에도 점점 괴로운 모습이 되어갔으니까.


그림을 그릴 때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두었을 때 부모님의 표정이 더 밝아졌던 것 같다. 대화도 더 많아졌던 것 같다. 내가 그리던 수많은 알 수 없는 것들이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모양이다. 그랬기에 나는 더욱 후련하게 그림을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성인이 되었다. 평범하게 공부를 하고 대학에도 진학하고 취직을 하고 모처럼 산 양복이 맘에 들어 입고 나갔더니 편한 사복을 입고와도 된다며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상사와 어떻게 잘 지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나는 그 낙서를 보았다.


굳이 말하자면 낙서의 한가운데가 인간의 머리와 비슷하다. 양옆으로 뻗은 것은 날개와 비슷한 것 같다. 몸통처럼 보이는 것은 각진 아령의 옆모습 혹은 알파벳 H자처럼 생겼다. 어떻게 그린 것인지 모양이 짓뭉개져서 뭐라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 한마디로 말해 처음 보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모습은 아니었다. 나의 어린 시절, 머릿속에서 무수히 많이 떠올랐던 나의 망상이 구현된 모습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이름은 없었지만 나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의 천사 중 하나였다.


동네의 개울가 작은 다리 밑 개울 한가운데로 뻗은 단 하나의 기둥에 새겨진 낙서를 나는 매일 가서 확인했다. 그린 사람은 돌아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실망해서 돌아오는 길에 마을 담벼락에 그려진 낙서를 보았다. 마구 일그러진 아메바 같은 형태의 무언가. 그냥 추상화라고 해도 통할 것이다. 하지만 그 패턴에서 분명히 뭔가가 보였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뭔가의 형태가 생존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이 보였다.


그날부터는 매일 마을을 순찰했다. 엄청난 정성이 들어간 그림이다. 매일 순찰한다면 어디서 그리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 후 나는 그 녀석과 만났다.


어두운 골목 어느 담벼락에 가로등 불빛에 의존해 낙서를 하는 소년. 후드티를 눌러써서 생김새가 보이진 않지만 덩치를 봐서는 아마 15세 정도일 것 같았다.


“여기서 뭐 하니?”


내 목소리에 소년은 어깨를 들썩였다. 그리고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다. 명백하게 경계하는 눈치다. 키는 분명히 큰데도 나를 올려다보지 않는 소년. 어디를 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고개의 방향을 봐선 나를 의식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여기서 뭐하니?”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세계의 적을 그리고 있었어.”


“뭐?”


변성기가 채 오지 않은 목소리가 울린다. 어딘가의 중2병스러운 대답에 잠시 벙찌고 말았다.


“세계의 적을 그리고 있었다고.”


“세계의 적이라니? 이게?”


“그래.”


조명도 없고 소년의 입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앙다문 입이 다부져 보였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것이 우스웠다.


“세계의 적이라니 그런 건 왜 그리는 거야?”


솔직히 말해 내 안에서는 물어볼 것도 없이 답이 나와 있었다. 어린 시절 내가 그림을 그린 것과 같은 이유. 사람들의 관심을 사는 것.


“그거야 용사가 있기 때문이잖아.”


예상 밖의 대답이긴 하지만 아직은 진실을 스스로도 모를 시기이다.


“그래? 용사가 어디 있는데?”


그러자 소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여기 있잖아.”


소년의 손가락은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뭐? 나?”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년은 뒤로 돌아 어두운 골목 속으로 사라졌다.




소년이 말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봤다. 역시 답은 하나일 것이다. 소년은 단순히 관심을 원했고 그런 이유를 대기 싫어서 자기합리화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묘한 그림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세계의 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거기다 갑자기 나타난 나란 사람에게 용사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일 뿐, 소년이 말한 것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


그림이 비슷한 것도 그렇다. 내가 그린 것은 온통 실물이 없는 묘한 것. 그렇다 보니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 사람 얼굴도 10년 이상 지나면 잊어버리기도 하는 법이니 내가 그린 그림이라도 잊어버렸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단지 느낌이 비슷했던 것이다. 사회 초년생으로 긴장을 하다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났는지도 모른다.


뭐 그래도, 별거 아닌 일이었어도 나는 소년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또 일주일 후 그 탐색이 결실을 보았다. 저번과 같은 옷차림이었다. 오렌지색 후드티를 푹 눌러쓰고 낙서를 하는 소년. 다만 저번과는 다르게 등에 얇은 가방을 하나 메고 있다.


“또 그림을 그리고 있어?”


소년이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이번에도 세계의 적인가?”


소년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나보고 용사라니 그건 무슨 소리야?”


소년이 고개를 들고 나를 응시했다. 눈썹이 진하고 이목구비가 단정한 미소년이었다. 소년은 조용히 등에 멘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 종이에 그려진 것은 날개가 넷 달리고 얼굴도 네 개인 천사였다. 내가 그린, 내가 초등학교 시절 아직 철없던 시절에 그린 그 그림이었다.


“이거 그렸지?”


“어,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저씨가 이걸 그렸으니까. 그리고 무찔러 버렸으니까 용사야.”


무찌르다니 꾸기고 버린 걸 말하는 건가.


“아니, 그 그림을 어떻게?”


소년은 그제야 “이거?”라며 그림을 가리켰다.


“어머니가 가져왔다고 했어. 잘 그린 건데 아까워서. 가져와서 액자에 넣어뒀었어.”


“어머니?”


“응. 선생님이셨으니까.”


“어, 그래.”


그 당시 선생님의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솔직히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내 그림을 그렇게 간직해준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선생님이셨다고? 그럼 지금은?”


“돌아가셨어.”


소년의 목소리 톤이 낮아졌다.


“응? 어, 그래. 미안.”


“미안? 아냐, 이제 괜찮으니까. 다 지난 일인걸.”


소년이 묘하게 어른스럽게 대답했다. 그렇다는 건 아직 저 말은 소년의 진심이 아닌 그저 모방일 거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아저씨 이름이 하늘 맞지?”


“아, 응.”


하늘은 맞다. 아저씨는 아니지만.


“나는 저상이야. 아저씨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그래? 뭔데?”


반론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래 저 나이 때는 군인도 아저씨니까 그보다 늙은 나는 아저씨지 뭐.


“아저씨 아직도 그림 그리고 있어?”


“음. 아니. 지금은 그리지 않아.”


저상은 한순간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럼…. 아니, 괜찮아! 그러면 내 그림 어때 보여?”


저상이 힘차게 팔을 펼치며 자신의 그림을 가리켰다. 하얀 가로등 불빛이 무기질적으로 저상의 낙서를 비추고 있다. 이번의 낙서도 난생처음 보는 물건이다. 빨강이 바탕을 채우고 있고 파란 점으로 뭔가가 강조되어 있다. 나는 여전히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저 그림 안에 스며든 불안함 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불안, 공포, 그… 뭐라고 할까. 보고 있기 무섭네.”


저상은 내 반응에 다시 기가 죽은 듯했다. 하지만 아직 내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눈을 끄는, 아니 마음을 잡아당기는 뭔가가 있어.”


이어지는 내 말을 듣고 저상은 눈에 띄게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진짜? 그렇지! 괜찮지!”


“그래.”


“하하. 그래 괜찮다고 할 줄 알았어. 이 그림을 그린 아저씨라면 괜찮다고 할 줄 알았다고. 하하….”


저상의 목소리가 조금씩 잠겼다. 그리고 저상은 고개를 숙이고 훌쩍이기 시작했다.


“너, 울어?”


“아냐.”


 대답하고는 눈을 훔친다. 이건 100% 울고 있는 거 아닌가. 나는 당황해서 저상에게 몇 걸음 다가갔다.


“왜 그래?”


“모두… 내 그림을 이상하다고 했어. 친구들도, 선생님도, 아빠도…. 이 세계에 도움이 안 되는 놈이라고.”


나도 초등학교 때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혼자서 신 나 있던 당시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빨리 그리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나도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겠지. 저상의 나이라면 한창 공부를 시킬 때다. 적당히 포기해버린 나와 달리 계속해왔던 이 소년이라면 분명 상상 이상의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해줄 말을 찾지 못하고 가만히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용사라면….”


저상이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용사라면 어떻게 할 거야?”


“무…”


용사라니 갑자기 무슨 소린가. 순간 얼굴을 굳혔으나 이내 뜻을 알아차렸다. 천사그림을 최초로 그렸으나 결국 짓뭉갰던 사람. 스스로 세계의 적을 만들어내고 스스로 없애 버린 용사에게 저상은 답을 구해왔다. 지금 새롭게 세계의 적을 만들고 있는 싱싱한 유망주가 내게.


하지만 내게는 어떤 답도 없다. 나는 그저 먼저 포기해 버린 사람이니까.


나를 올려보는 저상의 눈은 그리 크진 않다. 하지만 물기 어린 눈에는 너무나 눈부신 반짝임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내가 천사 그림을 버린 이유, 혹시 알고 싶어?”


“천사? 아, 그…. 어, 응.”


저상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끄덕거렸다.


“그 그림 꽤나 열심히 그렸는데 말이야. 뜻밖의 사실을 알아버렸거든.”


나는 그 당시를 생각하자 왠지 나 자신이 한심해서 한숨을 쉬었다. 저상은 눈을 깜빡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보다 먼저 그런 그림을 그린 게 있더라고. 그것도 성경에 묘사된 대로 그린 그림이.”


말하면 할수록 당시의 감정이 떠오르면서 이를 악물게 된다. 나는 이렇게나 분했었나.


“그런 그림이 성경에 묘사된 대로라고?”


“그래. 난 딱히 종교가 있지도 않고 성경도 없으니까 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더라고. 하지만 성경은 안 봤어도 그림은 봤지. 그건 정말 잘 그렸더라.”


특별히 목적도 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그 그림은 정말 충격이었다. 나는 정말로 특별한 것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런 게 옛날부터 있던 거라니.”


저상도 조금 놀란 듯하다. 아무래도 우리 선생님도 그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다. 하긴 그런 걸 신학공부라도 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알까.


“그러니까 용사라면 공부를 할 거야.”


“뭐?”


“공부는 뭐든 좋아. 뭐든 좋지만 어떤 것과도 겹치지 않는 특별한 걸 그려내려면 모든 걸 알 각오로 공부를 해야겠지. 내가 학교 공부를 말하고 있지는 않다는 걸 확실히 해뒀으면 해. 너는 네게 도움이 될만한 걸 뭐든 공부하면 돼. 스스로 생각해서. 그리고 최고의 걸작을 그려내는 거야. 아무도 그리지 못했던 세계의 적을.”


용사는 이 편협한 꼰대질이 세계의 적에게 통하길 기원했다.


그리고 아마도 이 공격은 비록 통한의 일격은 아니어도 평범한 타격은 준 것처럼 보였다.


“나한테 도움이 될만한 걸. 스스로 생각해서.”


“그래. 미안하지만 용사는 뭐가 도움이 될지 세계의 적에게는 말해줄 수 없어.”


나도 모르니까. 나는 그 길을 가보지 못했거든.


“그래. 응. 잘 모르겠지만. 말해줘서 고마워. 하늘 아저씨!”


“그래. 한 가지만 더 말하자면 나는 아직 아저씨보단 형이다.”


저상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씨익 웃었다.


“알았어! 하늘이 형!”




저상은 나와 연락처를 교환한 뒤 골목을 뛰어 사라졌다. 나는 밤거리를 서성이다 벤치를 발견하고 거기에 앉았다.


용사라. 세계가 돌아가기 위해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을 용사라 한다면 나도 용사라고 할 수 있겠지. 용사의 대표로서 세계의 적과 마주치기엔 조금 부족하지만. 그래도 결국 마주친 것이 이런 자격 없는 용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용사는 세계의 적에게 가차 없는 응징을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지만 나는, 부적절한 용사 대표는 생각한다. 사실 용사는 세계의 적을 동경한다고. 그러니까 용사는 세계의 적이 진정으로 세계를 뒤흔들길 바란다. 용사를 혼돈의 도가니를 빠뜨릴 어마어마한 대작을 그려내서 이 세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보길 바란다. 그때까지 격려 정도는 해줄 테니까 말이야.


무책임한 말을 해버렸단 건 안다. 하지만 정말로 실물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그림은 봐줄 만한 것이 못 된다. 그런데도 저상이 그린 그림은 내 마음을 강하게 붙들었다. 그렇다면 그 그림은 비록 이 눈으로 보진 못했어도 내 마음에서 항상 보던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없던 재능. 혹은 피어나기 전에 버렸던 재능. 그러니까 그 재능을 맘껏 발휘했으면 좋겠다. 용사의 마음을 흔들어 버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는 반성을 하는 척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동성인 꼬마한테는 뭐라고 문자를 보내면 되는 걸까. 결국엔 쓸데없는 고민으로 도망치면서 나는 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오늘도 10년 후 세계의 적이 용사를 무찌르는 망상을 한다.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2040 단편 만우절의 초광속 성간 여행 (본문 삭제) 노말시티 2019.04.12 0
2039 단편 이상하고 아름다운 꿈 빗물. 2021.06.25 0
2038 단편 아낌없이 주는 남자 사피엔스 2020.07.09 0
2037 단편 빨간 꽃신 사피엔스 2020.07.09 0
2036 단편 부러진 칼날 차라리 2023.12.22 0
2035 단편 숟가락 침공. 젊은할배 2019.07.03 0
2034 단편 미저리 피헌정 2024.04.15 0
2033 단편 레코드 적사각 20시간 전 0
2032 단편 용석아! 바닐라된장 2014.09.14 0
2031 단편 유작(遺作) 이니 군 2014.08.19 0
2030 단편 그들의 방식 2014.09.14 0
2029 단편 마법단추 이름없는신입 2014.08.15 0
2028 단편 태초의 책 윰밍 2014.08.14 0
2027 단편 소녀, 소년을 만나다 지음 2014.08.15 0
2026 단편 지구를 먹어요! 바닐라된장 2014.08.13 0
2025 단편 지구를 먹어요! 바닐라된장 2014.08.13 0
2024 단편 기억이 남긴 흔적들 Nikias 2014.08.02 0
2023 단편 왼쪽 눈썹이 흔들리는 여자. 이니 군 2014.08.01 0
2022 단편 외계인 슈트 알렢 2014.07.27 0
2021 단편 항로 미드 2014.07.24 0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1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