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수조

2013.10.07 11:1910.07

0,

 

1,

천장에서 물이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느 한 사람의 얼굴만이 계속 떠오른다. 이름도 모른다. 성격도 모른다. 그저 계속 그 사람이 웃고 있는 모습만 떠오른다.

2,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눈을 붙였다 뜨니 물이 얕게 차있었다.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잔 터라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불쾌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온통 벽이었다. 기껏해야 2평이나 될까한 공간이었다. 이 정도로 작은 공간을 이제야 인식하다니. 그저 멍하다. 자기 전에 끊임없이 생각나던 그 사람의 얼굴도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

3,

물이 계속 떨어진다.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은 더욱 차올라 신발에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럴 바엔 그냥 신발을 벗는 것이 낫겠다 싶어, 벗은 다음 보지도 않고 던져버렸다.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둔탁한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하긴 이 좁은 곳에서 던져봐야 얼마나 멀리 날아가겠는가.

처음엔 차갑던 물이 이젠 무덤덤했다. 물이 미지근해진걸까, 내 몸이 익숙해 진걸까.

뭘까. 미영아.”

내가 말하고도 흠칫 놀랐다. 누굴까. 미영이라니. 순간 생각났던 모든 것이 다시 사라져버렸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4,

한참을 시간을 가늠해보던 중에 내가 시계를 차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보 같은 놈. 스스로를 욕하며 손목을 들어올렸다.

[MON 12.24 23:10]

크리스마스이브인가. 아니, 이브도 거의 다 지났다. 50분만 지나면 크리스마스이다.

약속 지켜야하는데.”

내 입이 제멋대로 지껄였다. 이젠 그게 뭔지 스쳐지나가지도 않는다. 그저 입만 움직인다. 약속? 무슨 약속? 한참을 생각해도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짜증이 치솟는다. 머리를 쥐어뜯어도 아프기만 할 뿐이었다. 고통은 기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계속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거지? 소용없음을 암에도 내 손은 전혀 멈추지 않았다. 뭐지, 뭘까.

억지로 손을 내린 뒤에야 진정이 되었다. 머리카락이 꽤 많이 빠졌다. 계속 쥐고 있을 수도 없어 그냥 물 위로 털어버렸다.

물은 이제 발목까지 차있었다. 이 물은 어디까지 차오르는 걸까. 이렇게 천천히 천장까지 차오르는 건가?

천장을 올려다보니 환풍구가 중앙에 있었다. 낡은 듯 살짝 틈이 벌어져 살짝 힘을 주면 금방 열릴 것 같았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가? 잠시 시도해볼까 생각해보았지만 귀찮았다.

5,

[TUE 12.25 13:16]

시계를 차고 있었단 것을 깨달은 뒤로 틈만 나면 시간을 확인했다. 초침소리가 들리지 않는 전자시계라 무언가 아쉽다. 대신이라도 될까 싶어서 알람소리를 켜보았지만 시끄러울 뿐이다.

물은 어느새 종아리까지 차있었다. 축축하다. 물은 차갑진 않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몸은 계속 떨렸다. 냉기가 뼈 속까지 파고든 것 같았다. 입고 있던 겉옷을 여며보지만 몸은 영 데워지지 않았다.

서있기조차 힘들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버렸다. 허리 윗부분까지 물에 잠겼다. 좀 더 있으면 앉지도 못 할 것이었다.

천장에서 끊임없이 쪼르르 떨어지는 물줄기를 올려다보았다. 멈출 것 같지 않았다. 내 기억이 옳다면 어제 처음 봤을 때부터 물줄기는 더 거세지지도 약해지지도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귀찮다.”

나지막이 중얼거려 보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게으름이 그 정도면 병이야, ! 그렇게 귀찮아서 난 어떻게 만나는 거야?]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 울렸다.

[그거야 내가 귀찮아하는 것들과 너는 전혀 다르니까. 널 만나는 것은 귀찮지 않아. 하루 종일 너만 따라다녀도 귀찮지 않을 거야. , 그런데 그럼 네가 귀찮겠구나. 이 보람찰 것 같은 하루 일과를 포기해야하다니.]

지금의 거친 내 목소리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내 목소리였다. 그렇다면 저 여자의 목소리는 누구지?

, .”

 한 글자만이 계속 내 뇌리에 맴돌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단어는 내가 포기해도 지치지도 않고 계속 내 주변을 날아다녔다.

6,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을 때 쯤 처음으로 이 방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딘가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묘한 목소리가 내가 갇혀있는 방을 가득 채웠다.

[네 잘못이 떠오르는가?]

내 잘못? 그게 뭔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답답하다. 나와 기억 사이에 새카만 안개라도 낀 것 같다.

내가 무언가 큰 잘못이라도 한 것인가. 그래서 이런 곳에 날 가둔 것인가. 저항의 의지는 없었다. 죗값을 받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포기인가, 책임인가.

삶의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삶은 필요 없는 것이다. 애초에 삶의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삶은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가치 없는 목숨으로 죗값을 치룰 수 있는 것인가.

몰라, 그런 것.”

포기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내 모든 삶을 이 작은 방 안에서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애초에 이 밖에서의 기억은 떠오르지도 않으니 사실일지도 몰랐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그저 귀찮다.

대답은 없었다. 애초에 그 목소리가 정말로 들려왔던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잊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몸을 일으키자 물에 젖은 옷이 나를 바닥으로 잡아당겼다. 무거운 발걸음을 들어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으로 몸을 옮겼다. 정수리로 차가운 물이 떨어져 내린다. 갈라진 물줄기들이 내 얼굴, 뒤통수, 목을 따라 흘러내린다.

좀 더 이 방 안의 물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 내 체취 속에서 절명의 괴로움을 느기고 싶다.

물이 점점 차오른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지금도 서서히 차오르고 있다. 이 물들은 곧 내 무릎을 넘어 내 온 몸을 덮어올 것이다.

지금 내 몸을 타고 흐르는 이 물들이 이 세상에서 나를 쫓아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이 물들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7,

[WEN 12.26 20:11]

서서 졸다가 갑자기 입 속으로 물이 들어와 깨버렸다. 물속이 미끄러워 넘어져 얼굴이 빠져든 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크리스마스가 지나있었다.

항상 불이 켜져 있어서 낮인지 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잠은 대체로 밤 시간에 자곤 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부터 이상하게 물줄기가 거세져 그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 했다. 그 동안 유지되던 물줄기가 갑자기 세지니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알아보려고 하거나 위의 물구멍을 보려고 해보지는 않았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다고 해서 내가 무언가 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 애초에 나는 여기에 갇혀있다. 그리고 저것을 조절할 수 있는 기계는 밖에 있을 터였다.

물이 허리 윗선에서 너울거렸다. 물이 떨어지는 곳 근처라 그런지 꽤 파고가 있었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거슬려 물구멍에서 제일 먼 구석 쪽으로 몸을 옮겼다. 하지만 사방이 벽으로 막힌 곳에서 피해봐야 거기서 거기였다.

물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여유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이미 포기한 사태에서 그 시간이 당겨지든 늦춰지든 별 상관은 없었지만, 아쉬운 감은 없지 않아 있었다. 머리에 자꾸 맴도는 어떤 것. 조금만 더 다가가면 잡힐 것 같은 무언가가 자꾸 신경에 거슬렸다.

그것은 물이 차오를수록 더더욱 가까워져 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와 이 세상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것과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저승사자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문든 그녀의 이름과 얼굴이 떠올랐다. 전에 떠올랐던 그 대화도 그녀와의 대화였다. 그리움이 온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마지막에 그녀를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정신도 점점 명확해져갔다. 몸이 젖을수록 정신은 늪에서 점점 빠져나오고 있었다.

[너의 죄가 떠오르는가.]

전의 그 소리가 다시 한 번 물소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이 공간을 울렸다. 이젠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이 방에 스피커 따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나, 내 의식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내 죄가 무엇인지 나는 정말로 몰랐다. 누가 알고 있다고 하면 지나가는 말로라도 한 번은 물어는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기억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었다. 기억해내야 할 기억이라면, 그녀와 관련된 죄라면 내가 죽기 직전이라도, 살아있을 때 기억날 것이라는 묘한 확신감이 들었다.

물은 계속 차올랐다.

내 정신은 더욱 무언가를 추구해갔다.

8,

어느새 서있어도 물이 목 부근에서 넘실거리고 있었다. 물의 세기가 더 강해졌는지 약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이미 물줄기는 거세질 대로 거세져 내 육안으론 도저히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고,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물이 내 키를 넘어설 것이었다.

힘겹게 겨우 팔을 들어 올려 시계를 보았다. 이제 막 28일이 되었다. 곧 있으면 새해다. 아마 나는 그 이전에 죽을 것 같지만.

정신은 더욱 명료해졌다. 그렇다고 살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샘솟거나 하지는 않았다. 죽는 것이 두려워지기는 했지만, 지금 이 곳에서 죽는 것이 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있을 때는 운명론을 믿지 않았건만, 역시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이제 조금씩 밖에서의 기억이 났지만, 정작 중요한 잘못이나 죄라거나 그녀, ‘미영에 관해선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겨우 서있기만 할 뿐이었다. 저체온증이라고 하던가. 이미 온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내 몸은 굳어가고 있었다. 사람의 체온이 몇 도까지 내려가야 죽는다고 하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물에 빠져 죽기 전에 얼어 죽다니, 참 웃긴 결말이었다.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한 번 눈을 감았다 떴다고 느껴지는 순간, 물이 서서히 따뜻해졌다.

마지막 배려인건가. 아니면 절대 편하게 죽게 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배려와 살의 사이의 애매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몸이 서서히 풀려갔다. 힘은 쉬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몸을 가눌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물 위에 몸을 띄울 수는 있었다. 급하게 입고 있던 옷가지들을 벗어 끝을 묶고, 간이 튜브를 만들었다.

이걸로 모든 것이 생각날 시간정도는 벌 수 있을 테고,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기억은 서서히 돌아왔다. 마치 또 다른 내가 어디선가 그 일을 겪는 것처럼 하나하나 돌아오고 있었다.

그녀와 나는 행복했다. 남부럽지 않은 커플이었고, 또 결혼까지 약속했었다. 그녀라면 평생을 함께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녀가 내게 말한다.

[함께 하자. 헤어지지 말자.]

내가 그녀에게 말한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녀의 말에 부끄러워 쩔쩔매며 대답하는 내 모습에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녀를 마주보며 웃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고, 모든 면에서 행복했으며, 내 앞에 행복한 미래만이 놓여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9,

곧 물이 천장까지 들어찬다. 더 이상 시간은 알 수 없다. 내 시계는 계속 물에 닿아 방수 기능이 다 되어버린 건지 고장나있었다. 시간조차 알 수 없다. 그 사이 계속 내 기억들이 돌아왔다.

눈물이 차오른다.

나의 잘못.

나의 죄.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나는 여기서 죽어야 한다. 난 이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이곳에 가둔 사람이 누군지 간에, 나는 그 사람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부탁하고 싶다.

나를 죽여주세요.

내버려두세요.

최대한 괴롭게 죽도록.

간이 튜브를 놓았다. 힘이 빠진 몸은 점점 물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숨이 막혀온다. 억지로 숨을 참으려 하지 않았기에 물이 그대로 몸속으로 들어왔다.

괴롭다.

순간 발을 박차 수면위로 떠올랐다. 다시 간이 튜브를 붙잡았다. 죽는 것은 괴롭다. 내가 그 동안 잘못 생각해왔던 것이 틀림없다. 살고 싶다.

물줄기는 계속 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두 손으로 물을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탈출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환풍구가 떠올랐다. 그 쪽으로 향해 보니 환풍구의 쇠틀이 쇠사슬로 묶여 완전히 막혀있었다. 쇠틀을 들어 올리려 해봤지만, 거친 쇳소리만 요란하게 울릴 뿐이었다.

뭐야, 뭐야. 정말 나 죽이려고 이러는 거야?”

살고 싶다. 살아야 한다. 괴롭다. 괴롭기 싫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순 없다.

젠장! 꺼내줘! 꺼내달라고! 난 아직 부양할 가족도 있다고! 여기서 날 죽이면 너도 결국 살인범이야! 나랑 다를 거 없다고! 넌 곧 잡힐걸? 지금 꺼내주면 신고 안 하고 넘어가줄게. 넘어가 준다고!”

쇠틀을 아무리 잡고 흔들어도, 소리를 질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누구인건가. 누가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건가.

물은 계속 차올랐다. 물은 곧 환풍구의 구멍조차 메워버렸다.

더 이상 소리도 못 지른다. 소리를 질렀다간 물이 몸속으로 곧바로 흘러들어올 터였다. 내가 이렇게 큰 잘못을 했던 건가. 이렇게 괴로울 정도로 잘못했던 건가.

참지 못 하고 입을 벌리자 곧바로 몸 안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의식이 흐려진다.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돌아가고 싶었다.

결국 나는 이렇게 그녀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순간 환풍구 밖으로 무언가가 보였다. 그녀였다. 그녀가 손짓으로 나를 부른다.

아아, 역시 그녀는 아름답다.

F,

괴상한 영상이 인터넷을 떠돌기 시작했다. 그 영상의 제목은 어떤 남자의 자살이었다. 그 영상의 길이는 꽤나 길었다. 편집되지 않은 원영상의 길이는 무려 5일 정도 되었다.

그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폐쇄된 방에서 한 남자만을 찍고 있었다. 환풍구를 통해 들어 온 그는 곧 자신이 들어온 환풍구를 쇠틀로 막아놓고선 쇠사슬로 묶어버렸다. 그리고 그가 벽엣 무언가를 만지작거리자 위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물이 그 방에 가득차기를 기다리다가, 마지막 날 결국 발악하며 죽어갔다.

다행히 경찰의 빠른 조치로 동영상은 그리 확산되진 않았지만, 소문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부검 결과 대량의 약물이 검출되었습니다. 영상 초반에 멍하니 뻗어있던 것도 아마 그 약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형사는 보고를 받으며 그 영상의 마지막 부분을 보고 있었다. 고통의 찬 몸부림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도대체 이 미친놈은 뭐야?”

대기업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잘 나가는 놈이 왜 이따위로 자살을 해?”

형사는 담배를 깊이 들이마셨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되었다. 자살을 하더라도 이렇게 비참한 방법으로 죽다니. 자신에게 지독한 살의가 있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다가 임신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것 때문에 다투다가 결국 그 여자를 살해하고.”

, 이놈이 그 임산부를 살해한 그 놈이라고?”

, 그 임산부의 손에서 발견된 피부 조직의 유전자와 이 사람의 유전자가 일치한다고 합니다.”

형사는 혀를 찼다. 이래서 불륜이란.

둘이서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확인하니 크리스마스에 둘이서 보내자고 약속도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날 끼어 넣어서 자살한 거야? 이거 정말 미친놈이네. 덕분에 새해부터 여기에 붙어 있어야 하는 우린 뭐냐고.”

형사는 재떨이에 침을 뱉었다.  다시 한 번 담배를 양껏 빨아드리곤 연기를 내뿜었다담배 연기는 덧없이 허공 속에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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