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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세뇌 수술의 전사



이 우주는 얼마나 폭력적인 곳인가.
극단적 폭력인 빅뱅으로 태어났고, 우주배경복사라는 거대한 빛의 잔영은 이 폭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인체는 세포들에게 끝없는 죽음을 매순간마다 선사함으로서 유지되고 이것이 어긋나는 것이 암이다. 폭력의 방정식인 물리 법칙이 나를 이루는 물질들과 진공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 이러니 죽음이 생명에 선행하고, 생물의 삶은 우주의 폭력 아래 유린된다. 폭력이 곧 진리이다. 고통과 불행은 폭력의 부산물이다.
나는 느낀다.
남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나의 감수성이 평균 보다 약간 높은 정도가 된다는 것을 느낀다. 사실 윤리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쯤의 윤리 감각이면 능히 21세기 초반의 세상에서 법을 굳이 어기지는 않는 사람으로서 살 수 있었다. 이 윤리를 바탕으로 깊이 사고하고, 이를 귀찮아도 무서워도 실천할 수 있는 정도의 이성이 있다면 이 세상을 착한 세상으로 개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길엔 무수한 악인들이 방해한다. 다시금 총알을 꺼내 그 속의 탄두 속에 담긴 프로그램을 내 사이버네틱스 장치에 주입한다. 윤리가 올라온다.
나는 생각한다.
만약 내가 참여하고 있는 이 전쟁에서 내 진영이 패배한다면, 인류의 모든 역사는 단 1명의 폭력 부자에 의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과 로봇이 1명의 폭력 부자에 대해서만 봉사하고, 1명의 폭력 부자는 효율성과 생산성의 이름으로 스스로의 권력에 방해되는 나머지 모든 인류를 처 죽여 없앨 것이라고. 그 1명의 불로불사하는 폭력 부자가, 2013년에 나사에서 발표된 워프 항법으로 우주로 나아가, 인류의 모든 업적을 자신 속으로 무너뜨리고 우주를 정복할 것임을 생각한다. 어차피 자본주의의 모든 논리는 갑을관계 속에서만 논의되는 것이고, 1명의 폭력 부자가 나머지 인류를 노동면에서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식인종의 논리가 다시금 지구 위에 펼쳐지는 것이다.
막아야 한다.
막고 막아서 이 총으로 모든 폭력배의 대가리를 날려 윤리를 세뇌시켜야 한다. 총탄은 어떤 사고체계이든 윤리를 강화시켜주는 쪽으로 만들어진 도덕적 인공지능을 담고 있다. 이 총탄은 단지 남의 불행과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착한 사람 수준으로 늘려주는 데 한한다. 그 이상이라면 윤리적 세뇌 수술은 도리어 권력층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이성을 마비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윤리는 움직여야 마땅하고, 나 또한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윤리가 강화된 내 진영에서 부자들은 기꺼이 베풀었고, 노동자들은 기꺼이 일했으며, 소심한 이들은 기꺼이 적극적으로 되는 뇌수술을 받았다. 선택과 노력에 의해서만 차별을 받았고, 그 차별에 따른 소산은 빈곤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다. 세상은 그리 되어야 하며 난 스스로 윤리적 세뇌 수술을 받았다. 난 스스로 군인의 길을 선택했다.
난 윤리적 세뇌 수술 기관총으로 중무장하고 몇몇 남은 부자들의 성으로 가고 있다. 부자들을 중심으로 세뇌 기술은 크게 개발되었다. 그들 부자들은 세뇌 기술을 노예를 늘리는 기술로 타락시켰다. 이제 막아야 할 순간이다.
내게 축복을.


Fin.
[201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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