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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잘린 머리들

2018.12.19 14:4912.19

잘린 머리들 표지.jpg

 

 

성안의 사람들은 노인, 여자,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해

마지막 한 사람까지 싸우겠다는 각오로

성으로 침입하려는 병사들을 필사적으로 막았습니다.

 

 

성문을 부수려 달려드는 병사들에게는

화살비를 쏟아 부었고

성벽을 오르는 병사들에게는

끓는 기름을 부었습니다.

 

 

하늘은 천국같이 푸르렀건만

지상에서는 피와 살이 튀는 전투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렇게 성을 포위한지

3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양쪽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고

성벽을 마주한 체

어느 한쪽이 포기하기를 절실히 바랐습니다.

 

 

성을 포위한 군대의 사기는 갈수록 떨어져

부대에서 도망치는 병사들이 잇따라 나타났습니다.

 

 

결국 성을 포위한 군대는 전투를 멈추고

성안으로 향하는 모든 보급로를 끊어

성안 사람들이 굶고 지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성안의 식량이 바닥났을 즈음

성 밖에서 성문이 열리길 기다리던 병사들은

부대 곳곳에서 굴러다니는 잘린 머리들을 발견했습니다.

 

 

그 창백하고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의

머리들을 발견한 병사들은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섰습니다.

 

 

잘린 머리들은 매일 같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나

보초를 서던 병사들의 심장을 격하게 두드렸습니다.

 

 

얼마 안 지나 병사들은 잘린 머리들이

성안에서 날아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잘린 머리들은

매일같이 부대 사이로 날아왔습니다.

 

 

병사들은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매일같이 스무 개에서 서른 개까지도 날아오던 머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뜸해지더니

더 이상 날아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진 병사들은

수색대를 꾸리고 성으로 향했습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성벽을 지키던 보초들이 보이지 않자

수색대는 성벽을 넘어 성문을 굳게 잠그던 빗장을 풀었습니다.

 

 

성문이 열리는 걸 발견한 병사들은

무서운 기세로 달려가

순식간에 성안으로 침입했습니다.

 

 

쏟아지던 화살도

끓는 기름도 없었습니다.

 

 

성안은 마치 죽음이 지나간 듯 고요했습니다.

 

 

자신들이 덫에 걸린 건 아닐까 겁먹은 병사들은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성안의 중심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성안의 중심인 광장에 도착한 병사들은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광장에는 목이 잘린 무수한 시체들이

겹겹이 쌓여 산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병사들을 절망에 빠트린 건

쌓인 시체들의 몸 여기저기에 난

검푸른 자국들이었습니다.

 

 

갑자기 밀려오는 오한에 병사들은

앞으로 다가올 죽음을 예감했습니다.

 

 

흑사병

 

 

부대 사이로 떨어진 머리들은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들의 머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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