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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레스토랑

2014.03.10 18:5103.10

새벽2:30분 빅밴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상당히 독특한 식당 가게 안에는 창가쪽 테이블 소파에 뻗어있는 웨이터 복장을 한 규빈만 있는 것 같다. 테이블에는 몇번이나 커피를 받아는지 모를 만큼 커피때에 찌들어있는 잔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접시들과 샌드위치반쪽 노트북과 테이블 흩어져 있는 무엇인가 빡빡하게 쓰여있는 종이들 과 신경질 적으로 노트북을 쳐대고 있는 규빈의 손이 올려져 있다. 규빈의 한쪽 손이 쳐대는 자판소리는 묘하게 빅밴드 재즈 음악과 어울린다. 규빈은 천장을 응시하고 있다. 천장에는 홍콩영화에나 나올법한 천천히 돌아가는 커다란 선풍기 날 같은 것이 돌아가고 있다. 규빈은 허탈하게 웃는다. 아마 자신이 홍콩영화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지 모른다. 눈을 감은 규빈은 자판을 치던 손을 더듬어 샌드위치 반쪽을 가져와 입에 넣는다. 빅밴드 음악은 어느새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이제 자판 쳐대는 소리는 듣기 싫은 음색으로 변해있다. 빅밴드 음악이 끝나고 또 다른 빅밴드 재즈 음악이 시작될 때 심프슨 블루 색과 붉은 점박이 원피스를 입은 지아가 들어온다. 지아의 낮은 굽 구두에서 나는 소리 규빈의 자판 쳐대는 소리에 빅밴드 재즈 음악이 섞이면서 지아의 발과 규빈의 손이 같이 춤을 추는 것 같다. 지아는 규빈 머리 바로 앞에 선다. 규빈은 눈을 뜬다. 그리고 지아는 어깨 한쪽에 매둔 가방에 손을 집어 넣는다. 지아는 몸을 낮추고 총을 규빈의 머리에 대고 귀에 아주 매력적인 목소리로 가게에 있는 모든 현금을 종류별로 나누어 담으라고 속삭인다. 역시 재즈음악은 이럴 때 어울리는 것 같다. 규빈은 그녀의 가방을 들고 돈을 종류별로 정리해서 집어 넣고 있다. 지아는 규빈의 1/3정도 남은 샌드위치를 손에들고 테이블에 있는 종이 뭉치들을 하나 하나 찾아 가며 읽고 있다. 물론 담배는 필수다. 규빈은 돈을 종류별로 담은 가방을 지아 앞으로 내민다. 규빈은 신문을 읽는게 어떠냐는 권유를 한다. 지아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총구를 규빈의 주요 부위에 가져대며 입을 좀 조심하는게 어떠냐는 권유를 한다. 지아는 총으로 규빈이 앉을 자리를 가리킨다. 규빈이 자리에 앉는다. 지아는 식어빠진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그가 쓴 글이 재미 있다고 칭찬을 한다. 규빈은 그게 재미있냐고 살짝 비꼰다. 지아는 살짝 웃으며 방아쇠를 당긴다. 머리에 총알이 박힌 규빈은 쓰러진다. 지아는 담배를 마저 피며 아쉬워한다. 지아는 문쪽으로 가면서 많이 해본솜씨로 옷에다 총의 지문을 지우고 바닥에 버린다. 천장에는 앞에서 나온 커다란 선풍기 날이 돌아가고 있다. 빅밴드 재즈 음악은 계속 흘러나온다.
지아는 꽤나 비싸보이는 날씬한 붉은색 자동차에 타 창문을 내리고 출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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