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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심사제외]자유는 구속

2014.05.24 08:3305.24

자유는 구속


  

 

 

김자유(金自由)186cm120kg의 엄청난 근육질 몸집이었다.

 

19608월의 거리에서 김자유는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을 두들겨 패 피떡으로 만들었고 이를 멀찍이서 보고 혀를 차는 노인을 주먹 한 방에 죽여 버렸다.

 

자유란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김자유는 그렇게 외치고는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애초에 김자유는 100미터를 11초대로 뛸 수 있었고, 45km를 뛰어도 별로 지치지 않았다. 또한 경찰은 이 거리엔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고, 깡패들이 사실상 치안을 담당했다. 100여 개의 정당들이 정치적 자유를 외치며 난립하면서 장면 내각을 흔들었다. 이 주변의 깡패들은 모두 김자유를 두려워했다. 김자유는 정당에도 깡패에도 연줄을 대고 있었고, 서울역에서 살 길을 달라면서 데모하는 소매치기들을 패 죽이는 것을 재미의 하나로 삼았다.

 

김자유는 운전수에게 90도로 허리 굽혀 하는 인사를 받고 자신의 자동차에 올랐다. 김자유는 서류를 보면서 자신의 공장을 점검했다. 이제 공장으로 가서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기진맥진할 때까지 두들겨 팰 작정이었다. 애초에 딴 공장 보다 조금 보수가 높고, 무엇 보다 실업률이 40%를 넘는 인간지옥에서 뇌물 써서 김자유의 공장으로 흘러들어온 무리들이었다. 필리핀 가서 뇌물 먹이고 그곳 공장에서 얻어터지면서 짧은 영어를 지껄이며 일을 배울 깜냥이 안 되니 그 짓하는 거지들이었으므로 김자유가 그리 대해도 이상할 것도 없었다.

 

김자유는 자동차 뒷자석에서 공장에서 일꾼 후릴 때 쓰는 채찍을 접어서 부딪쳐 소리나게 했다.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공장 머슴들 뿐 아니라 김자유는 농장 머슴들도 부렸다. 김자유는 염전에서도 머슴들을 부렸다.

 

인간을 안 쓰고 기계만 쓰면 얼마나 좋을까.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못 한단 말이지!’

 

김자유가 보기에 머슴들은 무기력하고 멍청하고 게을러서 그러고 있는 거였고 누구도 그것에 도움을 주어서는 아니 되었다. 살인을 하더라도 보복당하지 않을 수 있다면, 남자가 남자를 강간해도 보복당하지 않을 수 있다면, 즉 자기 자신에게 책임을 질 수만 있다면 국가가 벌을 줘서는 안 되고 오직 사적 복수만이 용인될 뿐이라고 김자유는 생각했다. 국가가 할 일은 오직 국방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모조리 개인의 자유여야 한다고 김자유는 믿었다. 즉 김자유는 자유지상주의자였다.

 

김자유는 여자 보다 남자를 더 좋아했다. 이유는 남자를 강간할 때 정복감을 보다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자유는 갑자기 공장에 가기 싫어졌다. 운전수를 턱짓으로 부려 한적한 거리에 내렸다. 오늘은 또 무슨 자유로운 짓을 할까 하고 거리를 걸었다.

 

그때였다.

 

키 작고 까무잡잡하지만 강인해 보이는 인상의 사내가 저편에서 걸어왔다. 김자유 자신과 마찬가지로 산책나온 듯 했다. 조선으로 세상을 되돌리다 못해 무간지옥으로 대한민국을 떨어뜨리려는 김자유와 적대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김자유는 숨을 죽였다. ()과도 같은 의지가 그 작은 사내로부터 느껴져 김자유는 쉽게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일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온전히 바치려는 자의 의지가 김자유를 짖눌렀다.

 

김자유의 머리속에 루소의 한 문장이 울렸다.

 

강자와 약자 사이에선 자유가 구속이고, 법이 해방이다.’

 

김자유는 뒤로 돌아 그 길로 도망쳤다. 그리고 미국으로 이민갔다.

 

김자유가 그날 본 사내는 훗날 대통령이 되는 박정희였다.

 

 

 

[2014.05.2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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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너 14.06.28 17:31 댓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曰,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내가 보기엔 님 글에서 김자유나 박정희는 동일 인물 같은데... 박정희는 신의 의지도 없이, 신 행세를 했고(현재에도 어떤 사람들에겐 신으로 불리고 있고) 조국을 위해서는 맞는지 모르지만 민족을 위해선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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