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탐정

2014.05.02 20:5505.02

빨간색 스포츠카를 따라 한남 대교와 도산 대로 1길 과 북 한남 사거리와 광희동 사거리와 오장동 사거리와 빙산 시장과 청계 4거리와 창경 국로 와 세종 사거리와 세종대로와 사직로와 현저고가와 금화터널과 본원 고가와 성산대교와 국회대로와 계양 대로와 작전 고 가교 앞을 지나서야 우림 카이져 팰리스 주차장에 도착했다. 출근 시간대에 나갈 차들은 전부 나가 여유롭게 자리를 고를 수 있었다. 스포츠카는 파란색 BMW 와 빨간색 아우디 사이에 들어갔다. 아반떼를 건물 입구 쪽 빈자리에 주차를 하고는 백미러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이십 대 중반의 아가씨를 쳐다봤다. 그녀는 실제로도 아가씨였다.


빈농 출신인 그녀의 조부는 유명한 투기꾼으로 부동산 개발 붐이 한창이던 70년대 중엽부터 90년대 초반 사망할때까지 상당한 액수의 부를 쌓았다. 그녀의 아버지와 형제들은 재산 상속 싸움 할 거 없이 공동으로 부동산 회사를 출범 시켜 IMF때 매물로 나온 건물들을 미친 듯이 사들였다. IMF 이후에 건물들은 상당한 차익을 내며 팔려 갔다. 차익은 다시 홍콩, 상하이, 도쿄에 투자되어 한동안 재미를 보았다. 금융위기도 어떻게 잘 넘겨서 꾸준히 괜찮은 이익을 냈다.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전형적인 부동산 재벌 집안 이야기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 영국에서 유학을 하던 딸이 갑자기 가족 모임에 나타나서 집안의 부정을 사회에 까발리는 르포르타주를 발표하겠다고 선포하고는 집안 소유의 아파트로 들어가 버렸다. 부정부패에 일가견 있는 그녀의 집안은 당연하게도 난리가 났다. 특히 보궐 선거를 준비하던 그녀의 셋째 작은 아버지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에게 달려드려다가 넘어져서는 대퇴골 골절로 병원에 실려 갔다. 그곳에 있었던 철규 형도 문제가 많았던지 가벼운 저녁식사 자리에서 의뢰를 해왔다.


의뢰를 받은 지 이주가 흘렀고 미행을 시작한지는 오 일이 지났다. 지금까지 조사한 걸로 봐서는 그녀가 르포르타주를 팔러 각종 출판사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 까지는 맞았다. 그렇지만 양쪽 다 출판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출판사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유명하지 않은 파티에는 가지도 않는다였다. 물론 그녀도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작품은 계속 데스크에 올려놨다. 당연하게도 글들은 모두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갔다. 운이 좋았으면 기자 손에 들어 갈 수도 있었겠지만 아직 까지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아반떼에서 나와 지상으로 올라왔다. 주차장 안쪽으로 들어오는 사람도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주차장 사무실도 텅 비어 있어서 눈 총 한번 받지 않고 나왔다. 말로는 고급 아파트라고 하지만 외형 빼놓고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덕분에 밥 한번 먹으려면 두 개의 횡단보도를 지나야 나오는 홈플러스 상권까지 가야 했다. 첫 번째 횡단보도까지 가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신호를 받는데 시간을 오래 잡아먹었다. 횡단보도 오른쪽에 있는 상점가와 공원을 거의 다 지나왔을 때 의뢰인으로부터 의뢰 취소 전화가 온 덕분에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다.


한시가 넘어서야 사무실로 돌아왔다. 들어올 때는 몰랐지만 소파에 앉자마자 먼지가 손에 잔뜩 묻었다. 전화기도 피차일반이라서 핸드폰으로 도시락을 배달 시켰다. 배달 올 동안 먼지를 쓸고 닦았다. 반 정도 쓸었을 때 도시락이 도착해서 계산을 하고 소파에 앉아 밥을 먹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밥을 다 먹고 남은 반의 청소를 다시 시작했다. 청소가 끝났을 때 시간은 세시 근처에 도착해 있었다. 여덟 시까지 사무실에 있었지만 잘 나가는 큰형 한 태서 온 전화를 빼고는 전화가 오지 않아서 사무실을 일찍 나왔다.


늦은 아침을 집 근처 백화점 식당 가에서 대강 해결하고 나왔다. 소화도 할 겸 네 개의 횡단보도와 짧은 거리 두 개를 지나 있는 중동 점 SC 은행에서 통장 정리를 했다. 운 좋게도 젊은 사람들 위주의 줄이라 금방 ATM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은행을 나와 통장을 보니 보수는 두둑하게 들어와 있었다. 이 정도면 여기저기서 빼가도 꽤 남아 있을 것 같다. 두 개의 횡단 보도를 다시 지나 맥도 날드 건물 옆쪽으로 여행사 대리점이 보였다. 들어가서 상담대신 팜플릿 몇 개를 들고 나왔다.


팜플릿의 상품들은 대부분 단체 여행 상품 들이라 가격대는 저렴했지만 구미에 당기지는 않았다. 책자를 상 한 쪽으로 치웠다. 소파 아래쪽 벽에 붙여 놓은 캐비닛에서 <동사서독>을 꺼내 플레이어에 올렸다. 중반쯤 지나갔을 때 홍콩에 가고 싶어졌다. 리모컨으로 정지를 시키고 컴퓨터를 켰다. 사일 뒤 17:00시 직행 비행기로 예매하고 소파로 돌아와서 <동사서독>을 마저 봤다.


귀국하고 일주일가량을 흘려 보냈다. 잘 나가는 큰형이 고객 관리에 힘써준 덕분에 일거리는 평소처럼 들어왔지만 계좌가 든든해서 일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간은 두기 봉의 영화와 흘러간 일본 영화를 보며 보냈다. 주말 근처쯤에는 책이 읽고 싶어져서 집 근처 서점에서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을 골라 3권을 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나가는 뉴스로 도쿄 주택 시장이 다시 반등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한 달 전쯤 미행했던 그 아가씨는 아직도 가족들을 협박해 가며 재미를 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주말의 마지막 밤에는 이대 역 근처에서 잘 나가는 큰형을 만나 술을 마셨다. 그날의 안건은 사무실 재정에 대한 문제였다. 잘 나가는 큰 형은 잘 나가는 회계사답게 못나가는 동생의 사업 전반에 걸쳐 지원을 해주 고 있었다. 들었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사무실 재정은 파탄 일보직전인데 무슨 놈의 여행을 가냐는 거였다. 맞는 이야기여서 조용히 술만 마셨다. 잘나 가는 큰 형은 술을 마시다 말고 급한 일이 있다며 계산을 하고 술집을 나갔다. 나는 7737번을 타고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동교로를 따라 걷다 사무실로 들어가 잠을 잤다.


꿈자리가 뒤 숭숭했다.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 어떤 여자가 나왔던 건 기억한다. 잠이 깨고 나서도 소파에 한참 동안 누워 있었다. 잠이 깬지는 꽤 됐지만 일어나기가 싫었다. 그냥 뒹굴 거리고 싶었다. 사무실 전화가 울렸지만 전화 받기가 싫어 누워 있었다. 전화는 끊어질 생각 없이 계속 울렸다. 전화벨이 듣기가 싫어서 사무실 전화를 받았다.


“김형욱 탐정 사무실 맞습니까?” 조심스러운 중년 남성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중년의 위기가 오고 있는 것 같았다.


“맞습니다. 무슨 일이 십니까?”  비지 니스용 목소리가 자동적으로 나왔다. 탐정 다운 목소리를 연습하고 있지만 잘 바뀌지 않는다.


“사람을…… 좀 찾고 싶어서요남자는 살짝 한숨을 쉬며 말했다.


“도망간 부인은 안 찾습니다. 조만 간에 서류……” 남자 쪽에서 말을 끝 고 들어왔다.


“부인 이 아니라 딸입니다. 남자는 살짝 목소리를 키웠다.


“단순 가출도 안 받습니다. 손님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상대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가출이 아닙니다. 설명하자면……. 직접 가서 말하겠습니다.” 남자의 목소리에서 섞여 나오는 한숨이 흥미를 끌었다


“주소 아시나요다시 비즈니스용 말투가 나왔다.

남자가 모른다고 하기에 주소를 불러주고 전화를 끊었다. 주소는 불러 주었지만 시간에 대해 별 말을 하지 않아서 올지 안 올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남자가 일찍 올지도 몰라서 개인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지를 사무실 앞에 붙여 놓고 나왔다. 길을 걷다 세븐 일레븐 옆으로 새로 생긴 일식 집 보였다. 반값 이벤트 중이라 들어가 점심을 해결했다. 맛도 좋은 편이였지만 이벤트가 끝나면 몇 번이나 사먹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점심을 해결하고 일식 집 옆에 있는 세븐 일레븐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사무실 문에는 메모가 그대로 붙어 있어서 때고 문을 열었다. 사무실 소파에 앉아서 <복수는 나의 것>을 보는 동안 전화가 5번 정도 울렸지만 남자에게 온 전화는 없었다. 엔딩 크리딧이 올라 갈 때쯤 문이 열렸다. 남자는 멈칫하는 기색 없이 사무실로 들어와 소파 쪽으로 다가왔다. 남자는 척 봐도 질 좋은 양복을 입었지만 전문직이라는 느낌 보다는 배가 불룩하게 나온 동네 아저씨가 결혼식장에 가는 느낌이었다.


혹시 김형욱 탐정님 이십니까남자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어떨 결에 손을 잡았고 일인용 소파를 권했다. 남자는 살짝 입 고리를 올리면서 권해준 자리에 앉았다. 플레이어에서 DVD를 빼서 케이스에 넣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사무실에 올 사람은 한명 밖에 없었지만 일단은 모르는 척 했다.


“아 아까 점심때쯤에 전화한 사람입니다.” 남자는 전화 때보다 쾌활하게 말했다. 나는 잠시 생각 하는 척하다 기억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분 오실지는 몰랐는데 차라도 한 잔……”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 쪽으로 몸을 돌렸다.


“무슨 뜻이십니까불쾌감이 잔뜩 배겨 나왔다. 나는 다시 소파로 돌아가 말을 이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상담 내용이…… 좀 새롭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위험도는 있었지만 나중에 가서 돌이킬 수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남자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혼자서…… 이제 겨우 열일곱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감상 평은 마음에 들었다. 지금 부 터는 이야기를 들을 차례였다.


“그럼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품속에서 녹음기를 꺼내 남자 앞쪽에 놓고 버튼을 눌렀다. 남자는 녹음기를 보더니 살짝 당황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둘러 되었다. 남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필요성에 공감했는지 녹음 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아내하고는 삼 년 전쯤에 이혼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애들 관련해서 연락은 몇 번 주고받았지만요. 애들 하고 초반에는 자주 만났었지만 최근에 일이 바빠져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연락은 자주 했습니다. 연락하는 동안에는 별일 없었습니다. 아마 기록을 보시면 알 수있을겁니다. 그러다 세 달 전쯤 아내가 살해당했습니다. 딸은 실종됐고요 그런대 더 충격적 인건 그걸 딸애가 했답니다. 열 일곱인 애한테 그게 무슨 짓인지 수사도 딸 애 잡는 데만 신경이고 더 웃긴 건 딸애가 그런 짓을 저지르고 친구를 불러서 놀았다는 겁니다. 그게…… .”  들을 내용은 다들은 것 같아 녹음기를 끄고 의뢰를 위한 형식적인 질문 몇 가지를 나눴다. 형식적인 질문이 끝나자 남자는 착수금을 내고 돌아갔다. 형식적인 질문으로 얻은 건 남자의 이름이 박민우라는 것과 46세에 대기업에서 일한 다는 것과 주소와 기본적인 서류들과 몇 가지 추가 자료들을 내일 까지 보내겠다는 약속이었다.


의뢰인이 가고 난 뒤 소파에 앉아 상황을 다시 짚어 나갔다. 의뢰를 맡기로는 했지만 너무 일렀고 이상했다. 수사가 종결된 것도 아니고 딸이 살인마로 몰리든 납치가 되었든 간에 경찰이 제 할 일을 하면 시체로든 살인마로든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양복을 입은 사람이 낚시질 한 번에 너무 쉽게 낚여 들었고 심지어 상담이 끝날 때까지 깨닫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탐정을 고용한 것부터가 이상했다. 보통 사람은 경찰에 모든걸 맏기고 간간히 항의할 뿐이지 누군가를 고용해 조사중인 사건에 개입하지 않는다. 개입을 하더라도 경찰이 알아채는 순간 용의자로 몰리기 십상이다. 특히 이런 유의 사건에서는 손쉽게 역을 수 있었다. 문제는 있지만 확실하게 보이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의뢰인의 말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을 대강 정리하고 나와 지하철역까지 걸어갔다. 가는 동안 별일 없었다. 세워져 있는 자동차들은 텅 비어져 있었고 창문 코팅된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묘하게 계속 마주치는 사람들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 계단 아래에 있는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맥주 캔을 계산하고 나와 개찰구 안으로 들어갔다. 승객들 덕분에 서 있기는 힘들었지만 그런대로 잘 도착했다. 맥주와 도시락을 먹으면서 TV를 좀 보다 잤다


새벽녘쯤 잠이 깨서 좀 빈 둥 거리다 씻고 다른 때보다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을 간단하게 청소하고 아침을 주문 시켰다. 아침이 올 동안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았다. 의뢰인이 보낸 메일은 자정을 살짝 넘었을 때 도착했었지만 속을 채운 뒤 보기로 했다. 사건과 관련한 기사가 올라 왔는지 확인했지만 기사는 올라 오지 않았다. 도시락이 도착해 계산을 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가 끝나자 도시락 통을 쓰레기통에 넣고 파일을 다운 받았다.


파일은 의뢰인의 딸과 전 부인의 인적 사항과 경찰 측 자료와 의뢰인과 자식이 주고받은 연락 기록과 사건 관련 주요 증인을 인터뷰한 음성파일과 스크립트였다. 의뢰인의 전 아내는 나이 때문에 살짝 바래졌지만 지금도 미인 소리 들을 만한 인물이었다. 딸도 엄마를 닮아서 한 인물 했지만 무언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죽은 의뢰인의 전 아내의 이름은 김서정이었다. 나이는 의뢰인과 동갑이었고 특별한 건 없었다. 살인자로 지목된 딸의 이름은 박신혜였고 나이는 열일곱 이였다. 학교는 선릉역 근처에 있는 은성 여자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다니는 건 여고였지만 같이 논 친구는 남자였다. 이름은 이성준이었다. 파일을 듣다 보니 애인은 아닌 것 같았고 거의 근접한 느낌이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낮 동안 신혜랑 잘 놀다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그러다가 자정쯤에 신혜가 자기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과 어떤 범행도구를 사용했다는 것까지 알려 주고 끊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증거 목록 표에는 살인 흉기로 쓰였다고 지목한 송곳은 적혀있지 않았다. 나머지 자료를 읽어 봐도 이렇다 할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그건 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필요한 건 신혜가 어디를 돌아다녔고 어디서부터 사라졌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물들이었다.


사무실을 나가기 전에 의뢰인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아홉 시 정도라 아침 회의 같은 걸 하는 모양이었다. 홍대입구역에서 1호선을 탔다. 출근 시간이 끝났는데도 앉을 자리가 없어서 벽에 기대 갔다. 학교 쪽으로 가고는 있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는지는 의문 이었다. 아마 학교 측은 박신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도 조용히 있는 것을 보면 사건을 팔아 치울 만큼 간 큰 애도 없으니 협조자를 구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지하철은 역삼역을 지나 선릉역에 도착해 삼 번 출구로 나왔다. 학교는 아파트 단지 안쪽에 있어서 찾기는 쉬웠지만 들어가는 게 문제였다. 학교 앞문과 뒷문 쪽에 경비원이 배치되어 있고 문은 경비원이 확인을 하고 그때마다 열어 두는 식이였다. 경비원은 문 쪽에서 서성이는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먼저 말을 걸까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학교 위쪽에 자리한 상가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안은 아르바이트 생을 빼고는 텅 비어서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카운터로가 아메리카 노 한 잔을 주문하고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학교는 아파트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적어도 학교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확실하게 볼수 있었다.


점심때가 다 되도록 도로만 쳐다봤지만 학교 방향으로 들어간 건 고급 승용차 두 대와 한 무리의 아줌마들이 전부였다. 지각생들은 이쪽으로는 지나다니지 않는 모양이다. 카페에서 나와 르네상스 호텔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지나서 있는 립 전문점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립이 란걸 평소에 먹지 않아 잘하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만족스러웠다. 가게를 나와 선릉역으로 다시 돌아가는 동안 의뢰인에게 다시 한번 연락했지만 받지 않았다.


홍 대입 구역에 도착해 수없이 쏟아져 내리는 상점가를 지나 사무실 건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 사무실을 문을 열었다. 사무실에는 박신혜가 소파에 누워 서 문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신혜는 작은 해골이 박혀 있는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실물이 사진보다 나았다. 소파 아래에는 기다란 가방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너무 안 놀래는 거 아니야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나는 문을 닫고 일인용 소파에 앉았다.  신혜는 나를 제대로 쳐다보기 위해 선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무언가 말을 하긴 했어야 했지만 괜찮은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얼마나 더 기다려 줘야 입을 열 거야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니전형적인 어른의 투였다.


신혜는 씩 하고 웃더니 대답했다.

당연히 아빠 따라왔지 어떻게 왔겠어맞는 말이었다.


뭘 의뢰하고 싶어서 왔는데살짝 친근한 투였다.


“그건 아니고 이제 필요를 가 없어졌다고 말하러 왔어


경찰에 출두라도 하시려고약간 끝을 올려 농담 투로 들렸다.


그럴 생각은 없고 문제가 좀 생겨서신혜가 시니컬한 투로 말했다.


잔금 은 어떻게 줄 생각이야담담하게 말했지만 표정도 그런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거는…… 이야기로 때워도 돼?” 신혜는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아니 그런 내용은 지겹게 들었고 돈이나 놓고 가


“하긴…., 얼마나 더 줘야 하는데


“삼백오십” 착수금을 빼고 받기로 했던 계약금에 위약금을 더했다. 신혜는 슬며시 웃고 가방에서 돈뭉치 네 개를 꺼내서 상위에 올렸다. 특이하게도 뭉치 하나씩 상에 늘어 놨다..


“좀 더 넣었어 세봐권하는 말투였지만 지불하는 사람 특유의 것은 숨기지 않았다. 뭉치 하나를 들어 셌다. 돈을 세는 동안 신예는 나를 쳐다봤다. 만원짜리 백장이 들어 있었다. 다른 묽음 들도 마찬가지였다. 네 뭉치를 전부 세자 신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 갈게신혜는 바닥에 놓아둔 체육관 가방을 들고나갔다.

나는 점심을 시켜 먹었다. 그리고 여덟 시까지 남아 있다가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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