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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우주정복

2013.03.10 06:4903.10

우주정복


도덕적 인공지능은 은하 연방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사회 체제였다.

도덕적 인공지능은 단순히 우주시대에서 너무나 멀어진 거리로 인해 나타나는, 폭력배들의 살상과 파괴 행위를 막기 위해서만 고안된 것은 아니었다. 도덕적 인공지능은 모든 인류와 메타인류에게 필수적으로 달려 있었고, 은하 연방이 각종 이해관계를 해결하고 분쟁을 방지함에 있어 가장 보편타당한 게임 이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도덕적 인공지능의 초안은 아직 인류가 태양계에 묶여 있을 때 만들어졌지만, 그때 이미 가능한 모든 게임 이론이 개발되어 있었으므로 이는 무리가 아닌 일이었다.

혹자는 말한다, 어째서 과거에 묶여 있던 자들이 미래의 은하연방을 도덕적 인공지능으로 구속했느냐고. 그러나 사람들이 미래의 자신이나 후손을 위해 대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런 방식으로 사상과 체제의 역사가 꾸려져 온 이상 당시 인류가 도덕적 인공지능을 만드는 선택을 한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소칼은 은하 연방의 주권이 미치는 우리 은하계의 변두리 구상 성단에 자리 잡아 자신이 맡은 연구를 다하려 하고 있었다. 연구가 잘 못 되면 진짜 진공이 광속으로 우주를 쓸어 버려 멸망에 이르게 할 것이므로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할 일이었다. 실험 장소를 구상 성단 한복판으로 정한 것은 진짜 진공이 항성들에 막혀 이지러지는 동안 인류가 죽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려 함이었다.

소칼은 어차피 우주는 어느 한 순간 진공이 거품으로 붕괴하면서 수많은 우주들을 만들어내는 와중에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으므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도덕적 인공지능에 의해 예측되고 수집된 인류의 의지이기도 했다.

이는 인간이 진실로 가져야 할 유일한 덕목인 진인사대천명을 시행하는 바라고 소칼은 믿고 있었다. 또한 우주의 법칙은 어느 시공간에서나 같기 때문에 결국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지금 하는 것뿐이라고 소칼은 자신을 정당화했다.

소칼은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가 인류에게 남긴, 인류 사상 가장 위대한 유산인 민주주의와 자연과학은 도덕적 인공지능에서 큰 결실을 맺었다. 이제 소칼 자신의 연구에서도 드러날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소칼은 우주의 방정식을 풀어냈다. 계산에 따르면 이루어질 것이다.

소칼은 실험했다. 진짜 진공이 발생되었고 나선으로 회전하면서 부피가 줄어들었고 장치의 한복판에서 머물러 돌았다. 진공에 있던 에너지는 장치 바깥으로 나왔다.

“성공이다!”

진공 축소 에너지 변환로가 윤곽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또한 진공 축소 에너지 변환로는 진공을 줄이기 때문에 우주 팽창을 인류가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칼은 정보를 은하 연방 전체에 퍼뜨렸다.

이제 우주의 운명은 인류 손아귀 안에 들어 왔고, 우주를 정복할 힘과 명분을 얻었다. 인류의 우주 정복은 이제 시작이었다.


    [Fin]
201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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